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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와 모네 - 인상주의의 거장들 ㅣ 아티스트 커플
김광우 지음 / 미술문화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에두아르 마네하면 ‘피리부는 소년’이
클로드 모네하면 ‘수련’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거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아티스트 커필 시리즈’중, 인상주의 거장들을 만날 수 있는 <마네와 모네>를 읽으면서, 그 두 작품이 갖고 있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물론
대표작이라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면 대표작이라는 것은 그 화가를 어떠한 방식으로든 조금은
한 방향으로 바라보게 하는 거 같기도 해요.
그래서일까요? 이번에 마네가 처음으로 인상주의 화법으로 그려본 ‘불로뉴 해변’을 보며 새삼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그 순간에 바닷가에 불어온 거친
바닷바람이 그대로 저에게 전달되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거든요. 근처에 전시가 되어 있으면 가보려고 했더니, 미국 버지니아 미술관에 있다는 정보를 보고 아쉬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마네는
자신의 그림에 소모적인 비판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다시금 말하지만 난 본 대로 그린다”라고 답했다고 하는데요. 이 작품과 상징주의 화가 오딜롱 르동이 “그 그림은 인간에 관한 표현이라기보다는 소위 말하는 정물화에나 속한다”라고
평했던 ‘에밀 졸라의 초상’이나, 비슷한 느낌을 주던 ‘자샤리 아스트뤼크의 초상’을 보며, 그의 말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더군요.
모네의 작품을 잘 설명한 인물은 모파상이었는데요. 모네가 에트라타의
절경을 그리기 위해 정기적으로 방문했을 때, 기 드 모파상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지요. 모파상은 "모네는 대여섯 개의 캔버스를 들고 다니면서 동일한
주제를 다른 날 다른 시각에 그린다.”며 그에 대한 글을 기고하기도 했어요. 모네의 연작의 시대를 볼 때는 정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연을 따를 수는 있겠지만 따라잡지는 못하겠습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니,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얼마나 풍부한 빛과 색과 질감으로 가득했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부유한 집안에서 성장한 마네와 달리, 모네는
홀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야 했는데요. 그래서일까? 그는
자연을 화실 삼아, 자신의 눈과 느낌으로 세상을 화폭에 옮겨 담았지요.
그렇기에 모네는 기력을 잃은 말년에도 지베르니 정원을 만들 수 밖에 없었을 거 같아요. 자신이
화실로 나갈 수 없으니, 화실을 가져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들이 살아간 시대는 문인들과 화가들의 교류가 많아서, ‘미술 비평의
황금기’라고 불렸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제가 언급했던 에밀
졸라와 모파상뿐 아니라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두 사람의 이야기를 더욱 촘촘하게 만들어줍니다. 마네와 모네 역시 그 연이 닿아있기도 했고요. 예전에 르느와르가
마네의 조카인 줄리 마네의 초상화를 그려준 것을 본적이 있는데요. 이처럼 시대를 대표하는 수많은 화가들과
문인들, 화폭에 등장하는 모델과 화가들의 후원자 심지어 정치인까지 정말 많은 이의 이야기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