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혁명 - 통증, 마을이 보내는 경고, 개정판
존 사노 지음, 이재석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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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과 팔꿈치 통증으로 이런저런 진단도 받고, 약물과 물리치료 등을 병행하기도 하지만, 조금 좋아졌다가 다시 나빠지는 것이 수없이 반복되니 스트레스가 점점 더 커지기만 하죠. 그래서일까요? “병원을 전전했지만 고질적인 통증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당신을 위한 최후의 통증 치료법!”이라는 문구가 너무나 제 이야기 같기만 한 <통증혁명>이라는 책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뉴욕의대 재활의학과의 존 사노 박사가 제시하는 통증에 대한 또 다른 이론은 바로 몸과 정신을 통합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과도 어느 정도 통하는 면이 많은데요. 건강한 정신이 건강한 육체를 만들 수도 있는 것이죠. 그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통증을 TMS라고 다시 정의합니다. TMS긴장성 근육통 증후군Tension Myositis Syndrome’의 약자인데요. 정신적인 긴장과 스트레스, 분노와 불안들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다 보니 뇌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몸의 통증으로 바꾸게 된대요. 그래서 외면하고 싶은 자신의 내면의 고통을 굳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게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죠. 그래서 착하거나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사람들, 즉 자신이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런 문제가 많이 생긴다고 해요. 특히나 세상의 시선이 정신적 문제보다는 몸의 문제에 조금 더 관대한 면도 작용을 하는 거 같기도 해요. 설명을 쭉 읽다 보면,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특정 신경정신병으로 등록되었다는 화병과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어요.

통증이 발생하는 원인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그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쉽게 머리에 그릴 수 있게 되더군요. 성격을 완전히 바꾸는 그렇게 어려운 방법은 아닙니다. 다만 자신 안에 있는 무의식적인 분노를 인정하고, 그 것의 원인을 제대로 수용하는 것이죠. 그렇게 부정적인 감정들을 직시하고, 해결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몸에 통증을 느낄 때, 뇌에게 더 이상 속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해요. 몸의 통증이 아닌 정신적인 고통을 인식하는 습관을 들이면, 더 이상 원인을 규명할 수 없는 몸의 통증에 고통 받지 않게 되겠지요. 생각해보면 저도 긴장이 많아지는 환경으로 오면서 팔 쪽에 문제가 생긴 거 같아서요. 그런 긴장을 내려놓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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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fine day 2017-11-11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이 정신적 문제보다는 몸의 문제에 관대하다는 말 격하게 공감합니다. 요즘 저도 만성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데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말 참 듣기 싫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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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 B - 역경에 맞서고, 회복탄력성을 키우며, 삶의 기쁨을 찾는 법
셰릴 샌드버그.애덤 그랜트 지음, 안기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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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꽃길만 있기를 바라지만, 도리어 살아가는 것은 굽이굽이 산길을 오르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요. 심지어 이를 악물고 아등바등 올라가도 그 곳이 정상이 아닐 때가 더욱 많고요. 아주 짧은 등산의 경험을 돌아보면, 심지어 정상에 올라가면 잠깐의 행복 이후에 내려갈 일만 남았죠.

그래서일까요? ‘옵션 B’라는 책 제목을 보자마자, 문득 그 것도 정말 최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장 이상적이고, 가장 원하고, 심지어 그 와중에 가장 효율적이고 내 위주인 것들을 꼼꼼히 챙겨서 옵션 A’를 계획하곤 하죠. 하지만 인생은 절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게 된 나이라서 일까요? ‘옵션 B’정도만 되도 꽤 괜찮은 결과물이 아닐까 하네요.

이 책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두 권의 책, 자신의 위치에서 좀 더 열정적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린 인>과 자신 안에 숨겨져 있는 잠재력 중에 하나인 독창성을 발견하고 키워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오리지널스>의 두 저자가 함께했어요. <린 인>의 저자이자 페이스북의 최고 운영 책임자인 셰릴 샌드버그는 자신의 든든한 동반자이자 안식처였던 남편 데이브 골드버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좌절하고 고통받고 있었지요. <오리지널스>의 저자이자 셰릴의 친구인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그녀가 갖고 있는 회복탄력성을 일깨우고 키워나가서 결국 정신적인 외상을 성장의 길로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회복탄력성이라는 것은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지지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더군요.

저는 어려운 일이 닥치면 끊임없이 침전하는 성격이라고 할까요? 마치 바닥을 쳐야 혹은 정말 너무나 많은 흙이 침전되어 결국 바닥이 높아져서 사라져버리는 늪처럼 어느 한계까지는 저 자신을 추스리지 못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죠. 그리고 그것 못지 않게 필요한 것은 자신에게 관대한 것입니다. 그 관대함은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살아간다는 것을 중심으로 퍼져나가야 합니다. 이 책에서는 록그룹 유투(U2)의 리드싱어 보노의 다른 말을 인용했지만, 저는 그가 자신이 다시는 기타를 연주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것을 걱정하며 올렸던 글이 떠올랐어요. 그는 그저 연주를 위한 곡을 쓸 때가 아니라 즐거움을 위해서다시 기타를 치고 싶다고 했지요. 책을 읽으며 정말 공감을 많이 했던 빌 게이츠, 멜린다 게이츠의 추천사로 리뷰를 마무리할 까 합니다.

셰릴은 보기 드물게 솔직한 태도로 자신이 겪은 가슴 미어지는 경험을 토로한다. 그리고 공동체에서 회사에서 회복탄력성을 키우려고 애쓰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애덤과 함께 자신의 개인적인 사연을 강력하고 실용적인 지침서로 승화시켰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힘들다. 독자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구체적인 단계를 밟도록 돕는 것은 더욱 힘들다. 하지만 《옵션 B》는 이 두 가지 힘든 일을 거뜬히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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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트레일스 - 길에서 찾은 생명, 문화, 역사, 과학의 기록
로버트 무어 지음, 전소영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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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가이드들을 가끔 패스파인더pathfinder”라 부른다. 이 호칭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황량한 오지에서 그들의 과제는 잘 보이지 않는 트레일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트레일들이 너무 엉켜 있어서 탐험가들이 미로라고 부르는) 수목이 빽빽한 지역에서 패스파인더의 역할은 그 미로 같은 곳을 빠져나가는 경로를 개척하는 것으로 바뀐다. (p265)

길을 걸으며 인류와 자연을 탐구하는 <온 트레일스 ON TRAILS>를 읽으며 이 지구에서 살아간 모든 생명체가 다 순례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이 구절을 읽으며 문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패스파인더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끔은 너무나 많은 길에서 고민해야 하는 것까지 수없이 고민해야 할 때, “어느 길을 선택할지 조언을 얻기 위해 원주민 가이드가 필요했던것까지 말이죠. 그런 면에서, 그가 트레일의 기쁨 중에 선택으로부터의 자유를 이야기한 것도 너무나 공감이 되더군요. 제가 요즘 트레일에 대한 책을 종종 읽는 이유도 단순한 선택과 풍부한 경험에 매료되어서가 아닐까 합니다.  

저널리스트 로버트 무어의 <온 트레일스>아마존 선정 올해의 논픽션 도서라고 하지요. 물론 다른 곳에서도 올해의 책의 타이틀을 획득했지만 재미있는 것은 뉴욕 매거진선정 올해의 과학도서이고 텔레그래프선정 올해의 여행도서이기도 해요. 그런데 막상 책을 읽고 나면, 그 두 가지가 다 가능했던 이유를 알 거 같더군요. 생명, 문화, 역사, 과학 그리고 더하자면 철학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그와 함께 길을 걸으며 들을 수 있거든요. 길이라는 것이 그렇잖아요. 누군가는 모든 길의 끝에는 무덤이 있다고 하고, 누군가는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고들 말하죠. 고대 생물이 남긴 길을 보면, 결국 안정적인 곳을 향해 움직이기도 했지만 말이죠. 그 어떤 길이든 그 길을 걷는 동안은 수없이 많은 것들을 만나야 하는 것이 순리 아닐까요.

개미의 길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인간의 사회를 아주 집약적으로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었고요. 코끼리의 길은 자연과 어우러지지 못하는 인간을 돌아보게 해주더군요. 그래서인지 인디언의 길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거 같아요.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던 원주민의 길을 존중하지 않던 초기 이주민들을 보면,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그리고 오로지 인간의 편이에 의해 재구성되어야 마땅한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적나라하게 들어나는 거 같았어요. 지금 인류가 맞닥뜨리고 있는 자연의 역습 역시 이런 것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겠지요. 그래도 인간에게는 경험이라는 오래된 그리고 축적된 지혜가 있지요. 이 책 역시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고요. 그런 것들을 패스파인더 삼아 또 다른 길을 개척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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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선비들 - 광기와 극단의 시대를 살다
함규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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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니 <최후의 선비들>광기와 극단의 시대를 살다만큼 잘 어울리는 설명이 있을까 싶다. 그런 시대를 살아간 선비들 역시 광기와 극단의 모습을 보여줄 수 밖에 없었으리라.

책에서는 선비를 붓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이라고 하고, 선비정신을 천하의 근심을 누구보다 먼저 근심하고, 천하의 즐거움을 맨 나중에 즐기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조금 더 찾아보니 세종이 유교적 정책을 추진하면서, ‘학문적으로 뛰어나고 도덕적으로 어진 인물을 선비라고 재정의 했다는 글도 있었다. 아무래도 나에게 선비란, ‘이상향’, ‘초연’, ‘절개’, ‘초개같은 단어들이 먼저 떠오르게 하는 존재이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혼란스럽고 당황하기도 했기에, 일단 선비에 대해서 궁금했던 거 같다.

그 중에서 가장 나를 당황시켰던 인물은 바로 시일야방성대곡의 장지연이었다. 을사오적이자 친일파의 대명사 같은 이완용의 비서 이인직이나 을사늑약(을사조약)에 대한 제국 대표로 이름을 남긴 박제순 같은 인물들이 목차에 등장했을 때도 놀라웠지만, 장지연에 미치지 못했다. 제목을 보면서, 유교적 선비가 사회의 주역으로 등장한 조선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할 선비가 누구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위암 장지연을 떠올렸었다. 아무래도 학창시절 들었던 그 절절한 시일야방성대곡의 여운이 상당히 컸던 거 같다. 그래서 목차에서 그의 이름을 찾는 순간 이것이 주입식 역사 교육의 보람이라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말이다. 하지만 그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친일경향으로 변절해갔다니그저 광기와 극단의 시대를 탓할 뿐, 덧붙일 말이 없을 뿐이다.

물론 자신의 소신에 따라 수많은 방식으로 살아간 수많은 선비들이 있고, 또 나라를 위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버린 선비들의 이야기도 있었다. 때로는 나라보다 유교에 충성한 인물도 있었고, 개화의 흐름에 적응하고자 노력했던 선비들도 있었다. 그렇게 격동의 시대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갔던 수많은 선비들, 그래서인지 이육사가 생전에 써놓고 발표하지 않았다는 편복과 저항시인으로서 그를 기억하게 해준 광야의 시 구절들이 마음에 깊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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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그곳에서 빛난다 - 제주 하늘 아래 무심코 행복함을 느낄 때
조연주 지음 / 황금부엉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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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친구들과 제주를 여행하던 마지막 날이 떠오릅니다. 찾아가기는 조금 어려웠지만 정말 아름다운 경치에 빠져들게 했던 한 음식점이었어요. 둘레길과 가까운 곳이어서인지 도보여행자 한 분이 들어오시더군요. 왠지 그 분에게서 자유롭고 편안한 느낌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는데요. 나중에 친구들끼리 바람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고 이야기를 나눈 것을 보면 저만의 느낌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이런 추억을 떠올리게 된 것은 바로 <제주, 그곳에서 빛난다>덕분이었습니다. 여행에세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제주에서 써 내려간 일기라고 할까요? 아니면 4년째 제주를 연인으로 착각하고 산다는 저자 조연주의 연애편지라고 할까요? 자전거를 타고 만끽하는 봄날의 제주처럼 따듯하면서도 편안한 그리고 추억과 공감을 함께 불러일으키는 좋은 시간을 만들어 주는 고마운 친구 같은 에세이였습니다.

제일 마음에 와 닿던 이야기는 바로 감탄할 일이 없다는 것인데요. 저 역시 감정도 굳어가고, 초연함을 넘어 권태로움이 느껴지는 일상에 익숙해질까 봐 늘 걱정해서 그런 거 같아요. 그러던 그녀를 다시 일깨우고, 무감각한 일상에 쉼표를 찍게 해주고, 감정의 찌꺼기를 비워내고, 오롯이 자신을 만나게 해준 것이 바로 제주였지요. 그런 면에서 제주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홀로 떠나는 여행자가 된 그녀의 선택이 너무나 이해가 되더군요.

저 역시 홀로 여행을 하는 것을 좋아해서요. 그녀에게 선물처럼 다가온 우연한 행복, 그리고 삶과 자신에 대한 깨달음의 시간이 너무나 좋더군요. 이런 것들은 홀로 여행하기에 자유로울 때, 그래서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을 때 만나기 쉬운 것들이다 보니 그런 거 같아요. 제주의 자연을 느리기에 더욱 풍성하게 만끽하며, 제주의 시간 속에서 홀로 아름답게 빛나는 일상의 소중함을 함께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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