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 위로가 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 - 뉴스룸 뒤편에서 전하는 JTBC 작가의 보도 일기
임경빈 지음 / 부키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을 보자마자, 너무나 자연스럽게 JTBC뉴스룸을 떠올렸던 거 같아요. 아무래도 저에게도 뉴스룸은 조금은 이상한 시대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살펴보는 등대 같은 의미가 되었나 봐요. <뉴스가 위로가 되는 이상한 시대입니다>의 작가 임경빈은 뉴스룸의 팩트체크의 메인작가인데요. 시사작가인 그에게 사람들은 뉴스에도 작가가 있어요?”라는 질문을 한다고 하네요. 생각해보면 저 역시 미드 뉴스룸을 보지 않았다면 같은 의문을 가졌을 거 같기도 합니다. 뉴스룸의 시사작가로서 그는 정말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했는데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뉴스를 만들어가는 과정 역시 흥미롭게 다가오더군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계약직 프리랜서인 방송작가로서의 그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비정규직 노동자인 그가 비슷한 고용형태의 사람들을 취재하면서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래서일까요? ‘불안 노동자라는 표현이 참 마음에 와 닿더군요.

 아무래도 취재에도 많이 관여를 했기 때문에, 종편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에 직접적으로 부딪쳤던 경험 역시 솔직하게 털어놓는데요. 저 역시 종편에 대한 편견이 많아서, 손석희 앵커가 JTBC로 옮긴다고 할 때, 나름 충격을 받기도 했었는데요. 하지만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룸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겠습니다", “저희는 내일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앵커의 멘트가 입에 발린 소리가 전혀 아님을 증명해냈으니까요. 물론 우리가 보는 짧다면 짧은 시간의 뉴스가 만들어지기까지 작가의 시선으로 보는 시간표는 정말 그의 표현대로 행복한 지옥같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마음이 아팠는데요. 저 역시 그 날을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오는데, 뉴스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감정이입을 배제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는 말에 그럴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자신을 “’진영이 아니라 오직 저널리즘에 복무한다고 소개합니다. 그리고 저 역시 JTBC의 뉴스룸 뿐 아니라 다른 뉴스를 보면서 같은 생각을 하길 바라게 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민화는 민화다 - 이야기로 보는 우리 민화세계
정병모 지음 / 다할미디어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에 SNS에서 한국에서 제일 이상한 단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요. 바로 연달아 진다는 연패連敗와 연달아 우승한다는 연패連霸였죠. 하지만 이번에 <민화는 민화다>를 읽고 나니, 문득 한국에서 제일 잘 어우러지는 단어가 민화民畵와 민화民話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민화에 대해서 미국 민화 연구가 베트릭 럼포드는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예술이라 했고, 화백 김병기는 민화는 어디서 온 게 아니야. 저절로 나온거야.”라고 했는데요. 학술적인 정의를 보는 것보다 이 두 분의 말이 민화를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 거 같아요.

오랜 시간 민화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연구해온 민화전문가 정병모, 그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민화를 주제별로 구분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금 더 책이 판본이 커야 했었다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풍부한 작품 소개가 함께해서 눈이 호강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책거리冊巨里로 시작하는데요. 한국동란 직전까지 무려 200여년 동안 유행했던 장르이다 보니, “책거리, 한국 병풍에 나타난 소유물의 힘과 즐거움이라는 책거리 미국 순회 전시회까지 있었나봐요. 저도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책거리를 감상한 적이 있는데, 아기자기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품들이 많더라고요. 이 책에서는 책거리 그림을 통해서 그 그림을 소유한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을 함께해볼 수 있었는데요. 그 중에 8마리의 표범가죽을 그린 호피도에 일부분을 잘라내고 그려 넣은 서재가 있는 호피장막도가 기억에 남아요.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무장 가문이던 이성계의 집안에서 과거시험에 합격해 아버지의 큰 기쁨이 되었던 태종 이방원이 떠오르기도 하더군요. 물론 저자와 함께 세세히 살펴보면 소유자의 자화상을 작성할 수 있지만요. 또한 여성적인 기물이 가득한 책거리도 있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는데요. 수박을 관통하고 있는 장도에서 읽어낼 수 있는 그들의 메시지 나는 더 이상 씨받이가 아닙니다”,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수박하니 감모여재도가 기억나네요. 사당을 그림으로 그려놓고 제사를 지낼 때 활용한 것인데요. 우리가 생각하는 재수와 달리 다산, 장수, 행복을 기원하는 길상의 상징인 수박, 참외, 석류, 유자, 포도 등이 올라가 있는 것이 이채롭더군요.

그리고 제가 워낙 나비를 좋아하다보니 여러 점의 호접도역시 오래오래 살펴본 그림 중에 하나였네요. 특히 남나비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는 남계우의 꽃과 나비는 그 그림에 써있는 글을 읽지 못해도, 그림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을 거 같았어요. 아무래도 지필묵이 귀하던 시절이라 그럴까요? 민화는 관조하는 맛보다는 요모조모 살펴볼수록 더욱 다양한 멋과 맛을 느낄 수 있는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이렇게 좋은 가이드북이 있으니 민화를 감상하는 재미가 한껏 늘어난 거 같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릿터 Littor 2017.10.11 - 8호 릿터 Littor
릿터 편집부 지음 / 민음사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민음사에서 나오는 문학 잡지 릿터’, 2달에 한 번 나오는 잡지인데, 그래서인지 만날 때마다 두 배로 반가운 거 같기도 하네요. 릿터는 매 호마다 커버스토리가 있는데요. 8호의 커버스토리는 -테크놀로지입니다. ‘포스트휴먼과 장애라는 주제의 글이 기억에 남는데요. 장애를 첨단 기술로 극복하고자 하는 진보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이 돋보이더군요. 얼마 전에 읽은 <뇌에 스위치를 켜다>라는 책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아스퍼거증후군을 갖고 있는 저자가 자폐증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여겨지는 TMS요법을 경험한 이야기였는데요. 그때나 이 글을 읽을 때나, 장애에 대해서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거 같아요.

8호에서는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등의 책을 쓴 리베카 솔닛과 [82년생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가 함께 서울의 거리를 걸으며 주고 받은 대화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리베카 솔닛의 민주주의란 경험이라는 표현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수많은 경험을 통해 민주주의라는 어떻게 보면 지극히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개념을 현실에 정립시키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두 작가에게 저 역시 응원을 보내고 싶더군요. ‘문학사 굿즈샵에서는 문선공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굿즈샵이라는 표현이 조금 별로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문선공에 대한 글은 참 좋더군요. 커버스토리인 몸-테크놀로지에도 잘 어우러지는 글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얄라알라 2017-10-31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리베카 솔닛과 조남주의 대화라니! 이 잡지는 도서관?에서도 접할 수 있나요?
 
예술의 사생활 - 비참과 우아
노승림 지음 / 마티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 <찌질한 위인전>을 읽고 나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들도 사람이었구나라는 글을 남긴 적이 있어요.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이자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중인 노승림의 <예술의 사생활 : 비참과 우아>를 읽으면서도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장엄하면서도 환희에 가득 차있는 헨델의 메시아가 육체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한계에 부딪친 헨델의 자구책이었다는 것도 흥미롭고 말이죠. 예전에 배우 윤여정씨가 사람이 가장 절실할 때가 돈이 없을 때라며 연기의 원동력 역시 거기 있다고 했던 기억이 나더군요. 아무리 위대한 예술가이고, 인류의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명작을 남길 재주가 있다 해도, 그들 역시 당장 눈앞에 닥친 생계는 해결해야 했을 테니 말이죠.

그런 면에서 또 다른 결을 보여주는 화가가 있었습니다. 바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잘 알려진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인데요. 그는 장모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작품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해요. 작업 속도도 느렸고, 딱히 이름을 날리고 싶은 뜻도 없었던 탓인지, 그렇게 사라질 뻔 했던 그의 이름이 다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위작 화가들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그 중에 미술계 최고의 스캔들이 터지는데요. 국보급에 해당하는 페르메이르의 초기작 그리스도와 간음한 여인을 판매한 화가 겸 미술 중개상인 판 메이헤른은 자신에게 씌어진 국가반역죄라는 엄중한 죄를 면하기 위해, 자신이 발견했다고 주장한 페르메이르의 작품이 모두 위작이었음을 밝힌 것인데요. 다른 예술가에 비해, 딱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고 그래서 그의 작품이 몇 개인지조차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페르메이르기에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크루이 다비드처럼 권력자의 마음을 잘 읽어내어 그 명성과 권력을 높이는 것에 아낌없이 헌신한 예술가, 시류를 잘 이용했던 셰익스피어 혹은 고야처럼 권력을 지향하면서도 그 권력을 조롱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던 인물들이 많았던 거 같아서, 더욱 페르메이르가 독특하게 다가왔던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바로 태양왕 루이 14세와 귀스타브 쿠르베인데요. 저는 그가 절대권력을 누렸기에 태양왕이라 불렸다고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에게 태양왕이라는 별칭이 생기게 된 이유를 제대로 알 수 있었네요. 발레를 사랑했고, 발레를 예술이자 정치적인 목적으로 잘 활용했던 루이 14세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귀스타브 쿠르베 역시 사실주의의 거장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자신의 초상화에서는 요즘 식의 표현이라면 셀트포토샵에 상당히 충실했다니, 정말 반전이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발레나 해 볼까? - 몸치인 그대를 위한 그림 에세이
발레 몬스터 지음, 이지수 옮김 / 예담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아무래도 발레하면 왠지 무대와 객석만큼의 거리감이 늘 존재한다고 할까요? 그래서인지 발레공연을 감상하는 것은 좋지만, 직접 해볼 엄두는 전혀 나지 않는 거 같아요. 그런 저에게 <발레나 해 볼까?>는 제목부터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위엔위엔은 아슬아슬하게 세자리수 몸무게만은 피하고 있지만, 물론 책을 읽은 독자도 위엔위엔도 한 번쯤은 눈감아줄 수 있으니까요.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살짝 몸치의 기운마저 감돌고 있지만, "내가 발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죠. 위엔위엔이 들려주는 발레교습소의 이야기는 정말 발레라는 것이 발레에 대한 열정과 사랑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하더군요. 순간 저도 모르게 발레나 해 볼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답니다. 아니 생각에서 멈춘 것이 아니라, 근처에 성인 발레 교습소가 있는지 찾아보기도 했지요. 저도 위엔위엔처럼 때로는 선생님, 저도 발레 콩쿠르에 나가고 싶어요.”라며 큰 꿈을 그려보기도 하고, 때로는 선생님, 저희는 그냥 건강해지려고 취미로 발레 배우는 거예요. 발레단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고요.”라며 힘든 자세를 슬쩍 웃어넘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실 저는 이 이야기가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요. 발레리노를 꿈꾸었지만 혹독한 훈련을 버텨내지 못하고, 미술적 재능을 살려 무용복 브랜드의 크레이에티브 디렉터로 그리고 발레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내는 작가 발레 몬스터에 대한 소개를 읽어보니 그것은 아닌 거 같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쩜 이렇게 재미있고 공감가는 발레만화를 그려냈는지 작가가 갖고 있는 발레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도 있더군요. 거기다 발레 초보자가 꼭 알아야 하는 발레 용어라던지,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발레 명장면은 정말 유익한 정보들이 많았는데요. 그림을 재미있게 그려서 용어들이 더욱 머리에 콕콕 박혀요. <백조의 호수>중에서도 어린 백조들의 춤에서 볼 수 있는 파드샤도 그러했는데요. 연말에 백조의 호수 공연을 예약해놨는데, 어린 백조들이 춤을 출 때마다 고양이가 겹쳐 보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마저 드네요. 아무래도 이번 공연을 보면서는 동작의 이름을 되새기는 시간이 될 거 같기도 하고요. 발레 명장면을 작가의 시선으로 다시 해석해본 것을 보다 보면 보고 싶은 발레가 더욱 늘어나기도 하더군요.

발레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그대로 전해지면서도 여러모로 유쾌하고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