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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사생활 - 비참과 우아
노승림 지음 / 마티 / 2017년 9월
평점 :
예전에 <찌질한 위인전>을
읽고 나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들도 사람이었구나’라는 글을 남긴 적이 있어요.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이자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중인 노승림의 <예술의 사생활 : 비참과 우아>를 읽으면서도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장엄하면서도 환희에 가득
차있는 헨델의 ‘메시아’가 육체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한계에
부딪친 헨델의 자구책이었다는 것도 흥미롭고 말이죠. 예전에 배우 윤여정씨가 사람이 가장 절실할 때가
돈이 없을 때라며 연기의 원동력 역시 거기 있다고 했던 기억이 나더군요. 아무리 위대한 예술가이고, 인류의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명작을 남길 재주가 있다 해도, 그들
역시 당장 눈앞에 닥친 생계는 해결해야 했을 테니 말이죠.
그런 면에서 또 다른 결을 보여주는 화가가 있었습니다. 바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잘 알려진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인데요. 그는 장모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작품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해요. 작업
속도도 느렸고, 딱히 이름을 날리고 싶은 뜻도 없었던 탓인지, 그렇게
사라질 뻔 했던 그의 이름이 다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위작 화가들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그
중에 미술계 최고의 스캔들이 터지는데요. 국보급에 해당하는 페르메이르의 초기작 ‘그리스도와 간음한 여인’을 판매한 화가 겸 미술 중개상인 판 메이헤른은
자신에게 씌어진 국가반역죄라는 엄중한 죄를 면하기 위해, 자신이 발견했다고 주장한 페르메이르의 작품이
모두 위작이었음을 밝힌 것인데요. 다른 예술가에 비해, 딱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고 그래서 그의 작품이 몇 개인지조차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페르메이르기에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크루이 다비드처럼 권력자의 마음을 잘 읽어내어 그 명성과 권력을 높이는 것에 아낌없이 헌신한 예술가, 시류를 잘 이용했던 셰익스피어 혹은 고야처럼 권력을 지향하면서도 그 권력을 조롱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던 인물들이
많았던 거 같아서, 더욱 페르메이르가 독특하게 다가왔던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바로 태양왕 루이 14세와 귀스타브
쿠르베인데요. 저는 그가 절대권력을 누렸기에 태양왕이라 불렸다고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에게 태양왕이라는 별칭이 생기게 된 이유를 제대로 알 수 있었네요. 발레를 사랑했고, 발레를 예술이자 정치적인 목적으로 잘 활용했던
루이 14세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귀스타브 쿠르베 역시 사실주의의 거장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자신의 초상화에서는 요즘 식의 표현이라면
셀트포토샵에 상당히 충실했다니, 정말 반전이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