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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라면 어떻게 할까? - 위대한 철학자들에게서 듣는 일상 속 고민 해결법!
마커스 윅스 지음, 임소연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저는 철학하면 형이상학적 학문이라는 문구가 떠오르곤 해요. 그래서 이 책의 제목부터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니체라면 어떻게 할까?>, 그리고 부제 역시 ‘위대한 철학자들에게서 듣는 일상 속 고민 해결법!’이죠. 물론 꼭 강조점을 찍어두고 싶은 것은 바로 철학가’들’입니다. 아무래도 ‘신은 죽었다’라고 말했던 니체가, 신의 뜻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인간의 이성으로 채워나갈 수 있음을 강조했기 때문에, 그를 전면적으로 내세운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니체를 비롯하여 정말 수많은 철학자들을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관계, 일, 라이프스타일, 여가시간, 정치라는 분류에서 볼 수 있듯이 말 그대로 일상적인 고민들에 위대한 철학자들이 답을 들려주거든요. 물론 그들이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실연의 상처는 어떻게 하면 치유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보에티우스, 보부아르, 에피쿠로스, 제논, 부처, 쇼펜하우어, 니체는 나름의 의견을 말하고 있거든요. 물론 몇 개의 큰 분류로 나누어볼 수는 있지만요. 그리고 이렇게 비교하며 살펴보는 것이 그들의 철학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게 하는 구조인 거 같아요. 처음에는 활자크기가 조금은 작은 편인 것이 아쉽기도 했지만, 정말 입체적인 구성을 갖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정말 다채롭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마주 달려오는 차를 피하다가 이웃집 강아지를 차로 치어 죽게 만들었어요. 저는 죄책감을 느껴야 하나요?”라는 일상적인 고민에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가장 유명한 예시이기도 했던 ‘‘기찻길에 서있는 사람들과 선로를 바꿀 수 있는 권한 이야기’와 유사한 ‘폭주하는 전차’라는 철학적인 문제로 넘어가기도 하지만 말이죠. 이 때도 칸트를 비롯한 다양한 철학자들의 입장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더욱 폭을 넓힐 수 있기도 하죠.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저에게 칸트는 여전히 어려운 존재라는 것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요.
책을 다 읽고 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철학이라는 것은 형이상학적 학문이 아니라, 어쩌면 인류의 역사와 함께 완성되어 가는 거대한 교향악과 같은 것이 아닐까라는… 누군가는 베토펜의 운명교향곡의 1악장을 가장 인상적으로 생각하겠죠. 사실 저 역시 그랬지만 전체악장을 다 듣고 나니, 4장이 너무나 매력적이더라고요. 저에게는 유려하고 유머러스하고 다채롭게 느껴지거든요. 그런 것처럼 철학 역시 위대한 철학가들이 어우러져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고, 우리는 그 속에서 자신이 구하던 길을 찾아나갈 수 있는 것이죠. 저만해도 칸트는 여전히 어렵다고 하다가도, 신에 대한 입장에서는 칸트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하기도 했거든요. 물론 저 역시 비슷한 딜레마에 빠져 있기에 제일 먼저 찾아보았던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가 가정 폭력으로 유죄 선고를 받았어요. 제 스마트폰에서 그의 노래들을 지워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칸트의 답에 좌절하기도 했지만 말이죠. 물론 ‘칸트를 숭배하다시피 했던’ 쇼펜하우어 조차 동의하기 어려워했다니 위로를 받기도 했지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제 생각을 정리해 나갈 수 있는 것이 정말 좋았던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