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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강적들 - 나도 너만큼 알아
톰 니콜스 지음, 정혜윤 옮김 / 오르마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다 보면, 자꾸만 책 제목이 생각납니다. 처음에는 원제인 ‘The Death of Expertise’가 왜 <전문가와 강적들>이 되었을까 처음에는 고민했는데요. 책에서 소개되는 수많은 사례들을 보면서, 문득 인터넷에서 자주 쓰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죠. “와~ 강적이다!”
얼마 전의 일이었죠. 친구와 제가 역사에 대해서 서로 다르게 알고
있는 것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봐도, 서로
자신이 맞는 것처럼만 느껴지니 어쩔 수 없이 각자 검색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재미있게도 서로가 알고
있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을 각자 찾아내고 있었다는 것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나 싶지만, 그때는 제가 배웠던 국정교과서까지 찾고 그랬으니 정말 진지했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인터넷이 갖고 있는 문제점 중에 하나를 실제로 경험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를 ‘확증편향’이라
하는데,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라는 말로 잘 설명이
되죠. 그래도 그때는 각자 찾은 글을 그리고 또 다른 의견을 가진 글들을 교차하여 읽으면서, 바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었는데요. 아무래도 역사라는 것은 어느
정도의 애매함도 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더군요. 물론 이를 인지 편향의 하나인 ‘더닝 크루거 효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잘못된 결론으로 향하고 있지만, 그 것을 비판하고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실수조차 깨닫지 못하는 것을 말하죠.
한때는 ‘구글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라고 했지만,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이지요. 약간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감안하는 ‘히캄의 격언’과 닮아 있다고 할까요? 그래서 인터넷에 넘쳐나는 정보를 어떻게 비판적으로
수용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 되었는데요. 다만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과신하고, 또한 교육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지적 나르시시즘을 강화시켜주면서 생기는 문제가 전문가에 대한 반감이 아닐까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에서는 다양한 현상을 설명하면서, 현실의
예를 소개하곤 하는데요. 그러한 현상들에 반대되는 것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히캄의 격언을 반박하기 위해서는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법칙을 가져올 수 있거든요. 전문가의 권위를 내세울 때, 심리적 후광효과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다 보니 이 책을 읽으면서도 과연 저자는 그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그가 이야기한 것처럼, 인류 역사상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많은 지식에 쉽게 접근하고, 자신의 의견을 쉽게 피력할 수 있는 상황이 없었다는 것이겠지요. 전문가도 대중도 그리고 저자가 지적하고 싶은 강적의 존재까지, 모든
것이 다 처음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문제 아닐까 합니다. 저 역시 예전에 백과사전을 읽었던 것처럼
위키피디아나 나무위키를 즐겨 읽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거든요. 물론 대다수의 대중은 전문성이 떨어질테고, 또한 쉽게 유명인의 후광에
쉽게 홀리기도 하고, 때로는 사실보다는 뒷이야기 혹은 루머에 귀를 기울일 때도 많겠죠. 어쩌면 저자가 걱정하는 것보다는 현명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