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살인자
라그나르 요나손 지음, 고유경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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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나르 요나손의 다크 아이슬란드시리즈는 아이슬란드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판매고를 올렸다고 해요. 이번에 나온 <밤의 살인자, Night Blind> 2편입니다. 1편은 <스노우 블라인드Snow Blind>였는데, 2편은 굳이 제목을 바꿨는지 잘 모르겠네요. 설맹이라는 뜻을 갖고 있던 1편과 마찬가지로 야맹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Night Blind’ 역시 소설이 담고 있는 의미를 은유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거든요. 어두운 곳에 들어가면 눈은 곧 어둠에 익숙해지는데, 야맹증은 적응이 안 되는 경우를 말하죠. 이처럼 쉽게 고립되는 외진 마을에 그나마 익숙해졌다고 여겼던 아리 토르에게 다가온 2번째 사건은 그가 아직도 처음 마을에 왔던 그 상태임을 느끼게 해주니까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는 좋은 사람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죠. 아니요. 대부분 다 좋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도 아주 은밀하고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충격적인 비밀 한두 개 정도는 숨겨두고 있기 마련이죠. 그리고 배경이 되는 시클루 피요두르 마을 역시 어두운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소설을 읽으면서,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듯한 지극히 정상적인 듯한 남성의 일기가 계속 눈에 걸렸는데요. 이 것이 매우 중요할 거 같았지만, 사건과 연결시키는 것이 쉽지 않아서, 처음에는 일기의 주인처럼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건의 흐름과 일기의 흐름이 하나라고 생각한 탓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이죠. 이 소설은 흐트러진 퍼즐 조각을 맞추고 큰 그림을 보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생각해보면 아리 토르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요? 저는 1편인 스노우 블라인드를 읽고, 아리 토르가 종잡기 어렵고, 그다지 매력적인 인물은 아니라고 평을 했었는데요. 물론 그 평은 여전이 유효한 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편을 읽으면서, 그가 조금씩 안쓰럽게 느껴진 이유는 아무래도 크리스틴 덕분이겠죠. 1편에서 그에게 상처를 주었던 그녀는 이제는 배려라는 이름의 또 다른 상처를 준비하고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에필로그까지 읽고 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장르소설이지만, 이 시리즈는 어쩌면 아리의 성장소설일 수도 있겠다는 것이죠. 1편에서 경찰대를 막 졸업한 햇병아리였던 아리가 2편에서는 경감 승진을 꿈꾸다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빼앗긴 상태로 등장하죠.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아리는 결국 경감으로 승진을 해요. 그리고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던 아리와 크리스틴의 관계에도 빛이 보이기 시작해요. 자신만이 간직하고 있던 비밀을 크리스틴에게 털어놓으려고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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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숍 스토리 - 취향의 시대, 당신이 찾는 마법 같은 공간에 관한 이야기
젠 캠벨 지음, 조동섭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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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300개의 서점 이야기를 담고 있는 <북숍 스토리> ‘이야기story’가중요한 부분인 것이 단순히 서점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곳을 운영하는 사람들 혹은 그 곳에서 함께추억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거든요. 처음에는 사진이 없는 것이 아쉽다고 생각했지만, 검색을 통해서 수많은 사진을 볼 수 있는 시대잖아요. 벨기에 브뤼셀에자리잡은 콘셉트 서점 쿡 앤드 북도 책에서 읽고 궁금해서찾아보니 충분한 자료를 얻을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도리어 책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서점에 관련된 작가들의 인터뷰를 들을 수 있는 것이 더욱 정답게 느껴지더군요.

베스트셀러 작가 겸 런던 앤티크 서점리핑 얀스직원인 젠 캠벨의 <북숍 스토리>는 영국 동네 서점 살리기 캠페인인 ‘Books Are My Bag’2014 공식 추천도서이기도 한데요. 정말 이 책을 읽다보면, 가고 싶은 서점들이 너무나 많이 생기는 거 같더군요. 여행을 가면, 서점을 방문하는 편이라서, 예전에 대영박물관을 갔다가 근처에 있던런던 리뷰 북숍에 갔을 때의 그 독특한 분위기도 떠오르고말이죠. 다양한 서점이 갖고 있는 각각의 개성 덕분에, 조안해리스가 인터뷰에서 책을 사는 행위 자체를 어떤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 수 있어야라고 말하는 것이 이해가 될 정도였어요. 제가 제일 궁금했던 곳은바로 영국의 북 바지The Book Barge’인데요. 전장 18미터의 배가 서점이 된 것인데, 리치필드에 정박해있는 북 바지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해요. 저는뱃멀미가 없는 편이라, 배에서 책을 읽는 느낌이 참 좋게 기억되어 있어서, 더욱 가보고 싶더군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았는데요. 웨일스 숲 한가운데에 있는 농장을개조한 서점 펜들버리스는 책 도둑으로 골머리를 앓았다고 해요. 그러다 스페인에서 휴가를 즐기던 친구가바르셀로나 산페드로 왕조때 책 도둑을 저주하기 위해 쓰인 주문을 알려주어서, 프래카드로 서점에 걸었는데요. 실제로 그 후로 책이 사라지지도 않고, 돌려받기도 했다고 하네요. 심지어 펜들버리스의 책이 아닌 것까지 말이죠. 그 후로 언론에서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자신도 저주를 받을까 걱정한 책도둑들이 도리어 협박을 시작했다니 재미있더군요. 저에게도 그 저주문은 꽤나 독해보이긴 했답니다. 그리고 저와 인연을맺은 아이들이 많은 케냐의 서점 이야기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반가웠는데요. 노력이라는 뜻을 가진 킨다서점은 2007년대선에선 개표부정 시비로 벌어진 유혈사태로 문을 닫았는데요. 서점 주인은 칼렙이 조킨다,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라는이름으로 두번째 서점을 열었다는 것이 너무나 다행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케냐 국립도서관에서는 유목민의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낙타 도서관을 운영하기도 해요.

유럽과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그리고 아시아까지 정말 다양한 지역의 서점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일본의 대표적인 책방거리인 진보초와 중국의 상하이에 있는 정말 아름다운 서점 종서각은 저 역시 좋아하는 곳이라그런지, 글이 너무나 짧은 것이 약간 아쉬워질 정도더군요. 그리고홍콩에도 특색 있는 서점들이 많은데 말이죠. 2편이 나와서 더 많은 서점의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고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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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여행의 배경 - 작품의 무대를 찾아가는 어떤 여행
이무늬 지음 / 꿈의지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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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다 보면, 작가가 자신을 소개하는 배경여행가라는 표현과, 작가의 이름이 잘 어우러지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떻게 보면 그냥 스쳐가는 풍경과 같은 곳에 무늬를 찍는 느낌이랄까요? 그녀는마흔 개의 작품 속의 배경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데요. 그 곳에 갈 때는 작품의 추억을 가득 안고 있었다면, 그 곳을 떠나 올 때는 자신의 추억을 가득 더해오니까요.

저역시 책이나 영화 혹은 그림의 배경이 되는 곳들을 찾아 여행을 해본 적 많아서, 더욱 공감이 많이 가는책이기도 했습니다. 책에서도 소개되었던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의 정말 유명한 구절이죠. “아름다움을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친구들과 설국의 배경인 에치고 유자와를 여행하면서, 이 곳에서만든 추억의 대부분은 설국덕분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한 기억도 있거든요. 그래서일까요? 그녀 역시 에치고 유자와를 떠나며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긴 터널을통과하여 눈의 고장을 빠져 나오니 겨울 햇살에 눈이 부셨다.”

최근에요시다 아키미의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열심히읽고 있는데요. 이 전부터 이 만화의 배경이 되는 카마쿠라에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8편에서는 사차원 캐릭터였던 치카가 사랑하는 하마다가 히말라야에서 자신이 잃어버린 어떤 것을 찾아 건강하게돌아오기를 바라며 신사를 순례하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졌지요. 그래서인지 미리 그 곳을 다녀온작가가 살짝 부러워질 정도였는데요. 만화에 등장하는 찻집을 찾아가, 만화책을펼쳐놓고 만화속 주인공들이 시킨 디저트 그림을 보고 음식을 시킬 수 있다니, 저 역시 만화책을 잔뜩들고 신사를 찾아 헤맬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저도 알아주는 길치다보니, 스즈의 사촌오빠처럼 길 끝에 무엇인가 있을 거라는 설렘을 가득 안고 카마쿠라를 걷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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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키퍼스 와이프
다이앤 애커먼 지음, 강혜정 옮김 / 나무옆의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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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보고 나서도, 과연 이렇게 극단에 서있는 이야기가 어떻게 영상으로 옮겨졌을지 궁금해서 영화로도 보기도 했네요. 물론 제가 정말 감동했던 동물과 인간과의 교감과 어우러짐으로 만들어지는 치유의 힘에 대한 것이나, 폴란드 망명정부가 통솔하는 국내군 소위로 활동하기도 한 바르샤바 동물원장 얀 자빈스키의 활동 같은 것은 많이 다루지 않아서 아쉬웠지만요. 그래도 동물원장 부인인 안토니나와 동물원의 숨겨진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방식 역시 감동적이었던 거 같아요. 하나의 방향에 에 꽂혀 있던 저에게 다른 길을 알려주는 느낌이더군요. 물론 얀 자빈스키뿐 아니라, 베를린 동물학자이자 동물에게까지 우생학을 적용했던 루츠 헤크에 대한 묘사가 조금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말이죠. 영화에서는 어떻게 보면, 상당히 낭만적인 인물이 되어 있더군요. ^^;

<주키퍼스 와이프, The Zookeeper's Wife>는 바르샤바 동물원장 아내인 안토니나의 회고록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다양한 역사적 자료를 토대로 시인이자 박물학자인 다이앤 애크먼이 집필한 논픽션입니다. 폴란드를 무력 점령했던 나치 독일에 저항한 자빈스키 부부의 이야기인데요. 책에서는 그녀의 회고록이나 다른 사람의 글이나 자료들이 자연스럽게 엮어져 있어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더군요. 이야기 자체는 상당히 따듯한 편이라, 도리어 이런 부분들이 극적인 장치를 했던 거 같기도 합니다. 그저 갈증에 시달리는 유대인에게 물 한잔을 주는 것조차 가능하지 않던 시절, 자빈스키 부부는 유대인을 자신들의 동물원에 숨겨주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면서 수백 명의 목숨을 구해냅니다. 거기다 얀은 나치에 항거하는 지하조직의 일원이기도 했지요. 그래서인지 극단적인 상황에 대비한 준비까지 하고 있던 부부지만, 동물원 빌라에서의 삶은 온기와 행복이 깃들 수 있도록 늘 고민했던 거 같아요. 유대인을 강제격리하기 위한 게토에서 하루하루를 살아온 그들에게는 육체적인 안전뿐 아니라, 삶에 대한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에 대한 믿음을 되살리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야기하는 인간이라는 호모 나랜스가 떠올랐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에게는 정서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텔링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인데요. ‘죽음의 수용소에서’, ‘안내의 일기와 같은 책으로, ‘쉰들러 리스트’, ‘인생은 아름다워와 같은 영화로 그리고 이번에 읽고 본 주키퍼스 와이프에서 다루어지는 홀로코스트의 비극과 나치의 만행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일제강점기를 다룬 많은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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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생활 습관 - 죽는 순간까지 지적으로 살고 싶다
도야마 시게히코 지음, 장은주 옮김 / 한빛비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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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마 시게히코, 저도 그의 책을 몇 권 읽어보았는데요. 그를 왜 ()의 거인이라고 하는지 그의 저서를 읽다 보면 이해가 되더군요. 끊임없이 지적 창조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의 발자취를 통해 사람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자 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했거든요.

예전에 읽은 책에서 그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아침 8시가 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물론 지금도 다릿심이 머리를 맑게 해주고, 지혜를 일깨워준다며, 그런 자신을 독려하기 위해 비싼 정기권을 구매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자신이 구두쇠 체질인 것을 잘 이용한 것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의 나이도 이제 95, 이제는 다릿심의 유효기간이 언제까지일지 고민하는 시기이기도 하네요. 그래서인지 플랜B’처럼 누워서 생각하는 법도 병행하고 있어요. 그 이유도 나름 분석하기도 하고요. 그저 단순히 바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좋은 지적 생활습관을 체득하기 위해 자신의 삶 속에서 꾸준히 실천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죽는 순간까지 지적으로 살고 싶다라는 그의 바람을 담은 <지적 생활 습관>에서는 머리에 자극을 주고, 몸을 편하게 하고,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은, "책을 읽는다고 지적으로 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소박한 착각일 뿐이다."인데요. 아무래도 제가 늦은 나이에 갑작스레 사회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거 같아요. 책에 많이 의지하면서, 조금이라도 배경지식을 쌓아놓기 위해 고군분투 했었는데, 정말 책과 현실이 부딪치는 경우도 많았고, 일을 통해서 책 속의 지식이 더욱 가다듬어지고 제 것이 되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그리고 제가 따르고 싶은 조언은 바로 일기입니다. 저는 일기를 쓰면서도 남들이 물어보면 그냥 감정의 쓰레기통이라고까지 말한 적도 있어요. 일기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저의 일기 쓰는 습관은 도리어 나쁜 버릇이 된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고요. 하지만 도야마 시케히코의 일기의 효용은 기억하는 데 있지 않고, 오히려 잊어서 머리를 정리하는 데 있다라는 글을 읽으며, 얼마나 큰 위로가 되던지요. 아무래도 저는 일기를 그렇게 활용해오고 있었던 거 같아요. 특히 일단 써두면 마음 어딘가에서 이제 안심해도 돼. 써뒀잖아!라고 속삭이는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도 그러했고요. 아무래도 제 뇌를 비우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도 일기를 열심히 써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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