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 - 대한민국 최고의 범죄학 박사 이윤호 교수의 연쇄살인범 53명의 프로파일링
이윤호 지음, 박진숙 그림 / 도도(도서출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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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중에서도 범죄수사드라마를 좋아해서요. CSI, NCIS, Law & Order 그리고 크리미널 마인드를 챙겨보곤 합니다. 그 중에 크리미널 마인드는 미 연방 수사국의 행동분석팀에서 활동중인 프로파일러들이 등장하는데요. 주로 연쇄살인범들을 수사대상으로 하고 있고, 범죄자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행동패턴을 파악하는 프로파일링을 보여주는데, 정말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대한민국 최고의 범죄학자인 이윤호 교수의 <연쇄살인범, 그들은 누구인가>에 대한 컸습니다.

크리미널 마인드에서 유명한 연쇄살인범 5명을 언급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그 중에 4명이 다 이 책에 등장합니다. 찰스 맨슨의 경우에는, 연쇄살인의 정의중에 단독범이라는 조건에 적합하지 않아서 제외된 거 같더군요. 그 중에 데니스 레이더라는 인물이 있어요. 그는 결박Bind, 고문Torture 그리고 살해Kill의 머리글자를 따서, ‘BTK 살인마BTK Killer’라고 불리는 인물인데요. 그의 범죄행각이 더욱 주목받게 된 이유는 그가 철저하게 두 얼굴의 사나이로 살았기 때문이기도 해요. 드라마 속에서도 그랬지만, 실제 사건을 분석한 이 책에서도 연쇄살인범들은 정말 가면을 잘 바꿔쓸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아요. 선량한 시민에서 연쇄살인범까지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정말 유연하게 변화시키고 있으니 말이죠.

살해 동기를 밝히는 것이 범죄학의 시작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연쇄살인범들이 갖고 있던 불우한 가정환경이 과연 핑계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들이 죽인 것인, 자신에게 그러한 환경을 제공한 사람들이 아니라, 말 그대로 그저 타인이었을 뿐이니까 말이죠. ‘가정의 비극이 만든 재앙중에 하나로 소개되었던, ‘영국판 메간법의 산파, 로이 윌리엄 휘팅의 경우에는 특히나 아리송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거기다 변호인단의 지나친 유능함(?)이 그 다음 피해자를 준비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가 출소하고 나서도 그가 아동성폭력 범죄자임이 알려지지 않았던 것도 문제이고요. 그래서 결국 성범죄자 신상정보공개제도인 사라의 법Sarah’s Law’이 영국에서도 자리잡게 되었는데요. ‘영국판 메간법이라는 표현처럼, 미국에서도 성폭행당하고 살해된 메간의 사건을 계기로 메간법Megan's Law이 제정되었었는데요. 문득 아동보호법은 아이들의 피를 먹고 자란다라는 말이 떠오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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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캔들 - 우리 시대 최고 문호들의 흥미진진한 뒷이야기 세계문학비교학회 총서 1
세계문학비교학회 지음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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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캔들>이라, 제목을 보고 약간 므흣한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심지어 부제도 우리시대 최고 문호들의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니 말이죠. 물론 발간사를 읽으니 이 책의 제목에 사용된 스캔들의 의미가 조금은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었지요. 정치스캔들과 연예 스캔들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세계문학비교학회에서 내놓은 대문호들의 삶에 담겨 있는 문학스캔들이니까요.

백석, 발자크, 이상, 유진 오닐, 모옌, 토마스 베른하르트, 쉬즈모, 샐린저, 두보, 헤세의 삶과 글쓰기에 대해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초상화가 붙어 있는 벽에서, 주인공이 되는 사람이 가운데로 배열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그 중에 눈길을 끌었던 독특한 초상화가 바로 토마스 베른하르트였습니다. “과장과 생략, 반복으로 독자적 글쓰기를 즐겨했던 그의 문체가 그의 상징이었는데요. “그의 언어적 특징인 과장법은 사실은 기자시절에 터득한 기술이라고 그가 비꼬아 말한 적도 있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사람들의 클릭을 유도하여 트래픽을 높여서 광고수입을 높이려고 거짓과 과장으로 뒤섞인 기사 제목에 사람들은 낚시라며 불쾌함을 표하곤 하잖아요. 물론 비아냥거린 것이겠지만, 사실을 기반으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기사에서 기이한 창작력을 발휘하기보다는 문학 쪽으로 진출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그의 삶과 글쓰기가 어떻게 일치되어가고, 어떻게 보면 연출되어가고 있는지를 살펴봐서인지, 초상화를 보면서 찾아봤던 것처럼, 작품이 가장 궁금한 작가이기도 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혀 내밀고 있는 그 유명한 사진에 대한 이야기에 <소멸>이라는 작품을 제일 먼저 찾아봤는데, 절판상태라 눈물을 머금게 되더군요.

 

그리고 시선詩仙 이백과 대비되던 시성詩聖 두보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아무래도 이백의 시를 먼저 접해서인지, 두보의 시는 그 대척점에 서있는 것처럼 느껴졌었는데요. 시성이라는 칭호 역시 그런 저의 생각을 강화시켰던 거 같아요. 하지만 이 책에서 두보에 대해서 더욱 깊이 있게 알게 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사랑이 아니었을까, 나라에 대한 사랑, 사람에 대한 사랑 이런 것들 말이죠. 또한 모옌에 대한 글도 있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연설의 제목이 이야기꾼이라고 하는데요. 보통 소설가들에게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별칭이 붙곤 하죠. 하지만 모옌의 필명이 갖고 있는 의미는 조금 달랐는데요. “글로만 뜻을 표현할 뿐 말하지 마라!’”라는 뜻인데요. 아무래도 중국의 시대상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그 의미가 선명하게 다가오는 거 같아요. 그리고 그가 자신의 고향인 산둥성 가오미 둥베이향에 집요하게 천착하는 이유도 알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홍까오량 가족>에서 제임스 조이스의 의식의 흐름의 기법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제임스 조이스가 더블린에 천착한 이유와도 어느 정도 비슷한 흐름이 아닐까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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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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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동안 봐왔던 단편집들은 표제작이 있었는데요. 그래서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이라는 책을 받자마자, 제일 먼저 목차부터 봤던 거 같아요. 아무래도 제목이 너무나 독특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죠. 저에게 여름이라는 계절이 주는 느낌은 어떻게 보면 폭력적이기까지 하거든요. 그래서 그 안의 이야기가 궁금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이 제목은 따로 붙여진 것이더군요.

그리고 7편의 소설을 읽고 다시 제목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표지까지도요. 처음에 표지를 보고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는 말을 떠올렸었는데요. 문득 그런 희망찬 말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적어도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뜬구름 같은 위로가 아닐까 싶었거든요. 왜냐하면 말 그대로 바깥은 여름이지만 안의 시간은 멈춰진 사람들의 이야기였거든요.

너무나 극단적으로 느껴지는 여름의 안쪽은 여전히 극단적이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아주 먼 미래에 이루어져야 할 이별이 갑자기 다가올 때, 때로는 아직은 그런 것을 몰라도 될 나이에 이별을 준비해야 할 때처럼 말이죠. 그런 상황에 선 사람들에게는 계절이 전혀 의미 없게 느껴지겠지요. 오로지 이별이라는 그 시간 속에만 갇혀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제가 제목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요? 자꾸만 제목과 어우러져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집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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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
오가와 사야카 지음, 이지수 옮김 / 더난출판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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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사야카는 현대 일본 지성을 대표하는 문화인류학자 중에 한 명인데요. 그는 3년동안 탄자니아에서 헌 옷 행상을 하며, 탄자니아 도시민의 삶을 생생하게 경험하며, 객관적으로 관찰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통해서 우리가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자본주의를 만나게 되는데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유명한 심리 실험 중에 하나인,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월터 미셸의마시멜로 실험이 떠올랐는데요. 이 실험은 현재의 만족을 유예시킬 수 있는 자기조절능력이나 의지력의 힘을 잘 보여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실험은 1960년대 시행된 것인데, 지금까지도 큰 영향력을 갖고 있기도 하지요. 그리고 제가 살아가는 삶 역시 이와 참 닮아 있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삶을 계획하고, 현재의 행복과 미래의 목표의 균형을 맞추려고 나름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이 옳다고 늘 생각해왔으니까요.

그리고 오가와 사야카 역시 그러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다보니 교토대학 명예 교수 가케야 마코토가 아프리카 탕가니카 호수 동쪽 연안에 사는 농경민 통궤족의 생계유지 방식을 연구하면서 사용했던 통궤족은 가능한 한 최소한의 노력으로 생활을 꾸려나간다라는 말에 당황한 것도 이해가 됩니다. 노력이라는 효현에 최소한이라는 수식어는 저 역시 넌센스처럼 느껴졌는데 말이죠. 하지만 통궤족의 삶도 그리고 그가 만난 탄자니아의 삶도 다 나름의 방식 중에 하나였던 것이죠. 정말이지 다를 뿐인 것이죠.

이 책을 통해서 그 다름에 대해서 폭넓게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가기 마련이죠. 탄자니아의 정치와 경제가 안정적이지 못하다 보니, 탄자니아 도시민의 삶 역시 우리가 아는 것과는 상당히 달라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은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노후를 맞이하는 것이 가능한지부터가 불확실하죠. 그러니 장기적으로 미래를 계획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자신에게 현실에 충실하게 되는 거 같아요. 그때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직업을 바꾸는 제너럴리스트가 당연시되다 보니, 탄자니아의 노동인구 중에 66퍼센트가 비공식 경제활동에 종사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올 수 밖에 없네요. 그들에게 직업조차도 미래 가치나 효율로 평가되지 않는 것을 보면, 효율성을 목적으로 하는 우리의 삶과 참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탄자니아 도시민의 삶이 중국의 저가 시장과 상당한 접점이 있다는 것인데요. 덕분에 홍콩이 청킹맨션은 저가의 세계화, 아래로부터의 세계화를 상징하는 공간이 되어 가는 거 같더군요. 심지어 중국에는 아프리카 촌이 만들어지기까지 했다는데요.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퇴보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세계화 물결이 아래로부터 넘실거리는 것이 흥미롭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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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탐닉 - 미술관에서 나는 새로워질 것이다
박정원 지음 / 소라주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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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편의 명화 속에 담겨 있는 세상을 읽어주는 <그림탐닉>

평소 명화감상을 좋아해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정말 행복했던 거 같아요. 때로는 제가 받았던 느낌을 글로 읽는 느낌을 받아서 반갑기도 했고요. 때로는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을 들려줘서 제가 느끼던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림을 넓고 깊게 보는 방법이라는 코너에서 그림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의 라틴어인데요. 고대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둔 장군이 시가를 행진할 때, 뒤를 따르는 노예들이 이 말을 외치게 했대요. 겸손하라라는 의미였다고 하는데, 이 것을 중세시대에 재해석한 듯한 작품이 눈길을 끌더군요. 바로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하던 정물화, ‘바니타스 정물화입니다. 바니타스는 라틴어로 허무, 공허, 무상을 의미한다고 해요. 그렇게 과시하고 싶은 승전의 공적도,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물건들을 통해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참 덧없다는 것, 그 어떤 사람도 죽음 앞에서는 겸허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거든요.

19세기 프랑스의 풍자화가 오노레 도미에의 삼등열차라는 작품에 대한 글을 보면서, 제가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높은 모자를 쓴 남성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고단한 삶의 현실만을 읽어냈던 거 같은데요. 글을 읽다 보니, 왜 그 속에서 나는 이들과 다르다라고 온 몸으로 주장하는 남성을 보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더군요.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속의 핍이 떠올라서,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들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밤의 사무실’, 사실 최근에 호퍼의 그림으로 소설을 쓴 <빛 혹은 그림자>라는 책이 한국에서도 출판되었는데요. 이 작품에 대한 글을 읽다 보니, 어떤 작가가 밤의 사무실로 글을 썼는지 궁금해지더군요. 조금은 낯선 워런 무어라는 작가는 무미건조한 화폭 속에서 더욱 은밀하게 흐르는 남녀의 감정을 어떻게 소설로 탄생시켰을까요? 생각해보면 이 책의 내용도 그와 비슷한 느낌이네요. 62편의 명화로 쓴 에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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