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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츠바키 문구점>을
읽고나니, 오가와 이토의 다른 작품 <달팽이 식당>과 <따듯함을 드세요>를
읽고, 어떤 글을 썼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역시… 여전하구나…”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정말 그런 거 같아요. 그녀의 책을 읽으면 언제나 따듯하고,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밀려났던 행복한 추억들이 하나하나 떠오르곤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만듦새가 섬세하고 정갈해요. 마치 오래된 츠바키 문구점의
쌍바라지문과 같은 느낌의 표지라고 할까요? 츠바키 문구점을 물려받은 포포를 만나고 싶어서 문을 두드리듯
표지를 몇 번 두드려보기도 했었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가마쿠라의 지도가 있어요. 츠바키 문구점을 제외하곤 다 실재로 존재하는 곳이 나온다고 하는데요. 번역을
맡은 권남희님이 가마쿠라 여행을 떠난 이유도 절로 이해가 되더군요. 번역후기가 ‘포포를 만나러 가마쿠라로 가는 일’이었답니다. 요즘 제가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열심히 읽고 있는데요. 이 만화 역시 가마쿠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몇 일전에 가마쿠라를 가봐야겠다고 글을 쓴 적이 있어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대필가 포포가 쓴 편지의 원본도 마치 오래 전 사용하던 얇은 편지지 같은 질감의 종이를 사용하여 수록하고
있어요. 예전에 할아버지가 저에게 보내주시던 편지가 이런 느낌이었는데 말이죠. 그래서인지 감사한 마음으로 읽어보게 되더군요.
대필가, 사실 낯선 직업일 수 있는데요.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글로 담아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입니다.
아메미야가는 에도시대부터 대필을 가업으로 삼고 있고, 여성이 대필을 이어왔다고 해요. 포포는 십일 대 째인데, 포포가 선대라고 부르는 할머니에게 교육을
받다가 지쳐서 떠났었죠. 하지만 선대가 돌아가시면서, 결국
자신의 길로 돌아오게 되는데요. 처음에는 왜 그렇게 수련과정이 어려웠을까 의아하기도 했었지만, 책을 읽다 보니 누군가의 마음을 대신 글로 써내려간다는 것이 참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생각해보면 저 역시 독후감을 쓰면서, 머릿속에서 맴도는 생각을 글로
표현하지 못해 답답했던 적이 많은데요. 내 마음에서 내 손끝도 연결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다른 사람의 마음이라니…
하지만 이 책이 주는 따스함이 바로 여기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사람의 희노애락에 공명하고, 더
없이 조심스럽지만 소중하게 그 뜻을 전하는 과정을 함께하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더군요. 포포를 만날
수 있다면, 저는 저 자신에게 쓰는 편지를 대필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길 정도였어요. 그리고 그 편지를 보면, 왜 이런 필기구와 편지지를 골랐을지, 이 우표와 필체는 어떤 뜻이었을지, 어떠한 자세로 글을 쓰고 있었을지, 그녀가 전하고 싶은 마음은 무엇이었을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짐작해보려고 노력하겠지요. 그런 시간 자체도 참 따듯한 위로일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