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개, 나의 벙커 - 나의 개가 가르쳐준 사랑과 회복의 힘
줄리 바톤 지음, 정지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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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울증과 정신쇠약으로 고통 받았던 스물두 살의 줄리 바톤, 겉으로는 뉴욕의 맨해튼에서 출판 편집자로 살아가고 있었지만, 내적으로는 위태롭게 겨우 겨우 버텨가던 상황이었어요. 그런 그녀가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계기로 급격하게 무너지게 되는데요. 그녀의 어머니가 딸을 위해 달려오고, 결국 뉴욕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아이들을 사랑하기에 아이들에게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 일해야 했던 부모님은 어린 시절의 그녀를 더욱 외롭게 만들었는데요. 거기다 같은 환경에서 성장하던 오빠는 자신이 갖고 있는 불안과 외로움을 동생에게 폭력과 학대라는 형태로 드러내게 되죠. 우리나라에도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라는 식의 표현이 있는데요. 그녀는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 폭력이 지속되는 것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것을 자신의 쓰라린 경험을 통해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저는 무남독녀라 홀로 성장했기 때문일까요? 그녀가 털어놓는 이야기에 많이 놀라기도 하고, 때로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책 제목을 보고, 반려견과 인간의 교감과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했었기에,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에 조금 당황하기도 했어요. 지속적인 폭력과 무관심에 노출된다는 것이, 얼마나 사람의 자존감을 깍아내리는지를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었거든요.

그래도 그녀가 더 이상 버텨낼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그녀에게 가족은 따듯한 안식처가 되어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끝끝내 외면받고 소외당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녀에게는 골든 리트리버 벙커와의 기적적인 동행도 시작됩니다. 저 역시 반려동물과 오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너무나 공감이 가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그리고 정말 행복했던 추억들도 많이 떠오르고요. 저 역시도 반려동물과 지냈던 시간은 정말 큰 위안이었거든요. 나를 끊임없이 사랑해주는 존재와 나눈 시간은 사람에게는 아주 큰 보호막 같은, 아니 벙커(Bunker)같은 역할을 하니까요. 또한 벙커는 고관절 이형성증을 갖고 있어서, 벙커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그녀 역시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을 많이 얻은 거 같아요. 11년 동안 그녀와 함께해온 벙커는 그녀에게는 삶의 동반자 같은 존재이기도 하죠. 또한 그녀를 말 그대로 러브 하우스로 오게 한 친구 멜리사도 있습니다. 그 곳에서 줄리와 멜리사는 자신들의 반려를 만났거든요.

처음에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기대했었기에 조금은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한 여성이 자신의 삶에 드리워진 짙은 어둠에서 벗어나, 굳건히 서는 모습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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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분 세계사 - 매일 한 단어로 대화의 품격을 높이는 방법
김동섭 지음 / 시공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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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아직까지도 사회생활에 적응 중이라, 가끔은 뜻모를 침묵이 참 버겁게 느껴지곤 해요. 그래서 아이스브레이킹ice breaking이라고 하죠? 대화를 풀어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되는 이야기들을 조금씩 알아두려고 노력을 해요. 그런 면에서 김동섭의 <하루 3분 세계사>는 아주 좋은 이야깃거리를 많이 제공해주더군요. 거기다 단어가 갖고 있는 어원이나 유래를 통해서 풍부한 역사문화상식을 쌓을 수 있는 것은 좋은 덤이고요.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참 많았는데요. 그 중에 러시아의 명명법이 있습니다. 러시아에서는 미들네임을 아버지의 이름으로 하는데요. 아들일 경우에는 아버지 이름에 아들을 의미하는 –vich를 붙이고, 딸일 경우에는 –a를 붙입니다. 성 역시 아버지의 성의 여성형을 사용하는데요. 그래서 마리아 샤라포바Maria Yuryevna Sharapova의 이름으로 보면요. 아버지의 이름과 성을 유추할 수 있는 것이죠. 또한 미녀새라고 불린 이신바예바나의 아버지 이름 역시 이런 방식으로 유추를 하고, 검색을 하니 딱 맞더군요. 러시아의 경우에는 존칭이 없어서 존칭을 사용하려면 미들네임까지 부른다고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한국식으로 보자면, '누구네 집 몇째 아들과 비슷한 호칭이 될 듯 하네요.

세계 축구팀들을 보면 별명이 있잖아요. 브라질은 삼바축구, 프랑스는 아트사커, 스페인은 무적함대, 독일은 전차군단이라고 하죠. 이런 이름들은 그 이유를 유추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왜 네덜란드는 오렌지 군단이라고 할까? 정말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거 같아요. 한 번도 궁금해하지도 않고 사용해왔다는 것이 조금 당황스러울 정도였는데요. 이 책을 통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오랑주 마을이 principauté d'Orange라는 공국이 되면서 오랑주 공이 된 윌리엄이 지배자였던 스페인에 맞서 네덜란드의 독립을 쟁취하였다는 역사적 배경이 있었습니다. 흥미로워서 조금 더 찾아보니, 오랑주 마을이 실제로 오렌지 보급의 중심지이기도 했고, 그 색을 상징으로 사용했다고 하다더군요. 네덜란드가 오렌지를 사랑하는 이유는 너무나 당연해 보였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많이 생각했던 것이 단어를 그냥 무작정 암기하려고 하지 말고 그 배경에 대한 호기심을 늘 품어야겠다는 것이었는데요. 그를 통해서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을 거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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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에프 모던 클래식
애니 프루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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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먼저 만나보았던 브로크백 마운틴을 비롯하여 11편의 단편을 담은 애니 프루의 단편집 <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는 와이오밍을 배경으로 한 세 권의 단편집을 냈다고 하는데, 이 책이 첫 번째 이네요. 원제는 <Close Range : Wyoming Stories>인데요. 은퇴한 와이오밍 목장주의 목소리를 빌려 보통의 현실은 이곳에 해당되지 않는다.”라는 말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얼마 전 읽었던 <힐빌리의 노래>가 떠오르기도 하더군요.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 미국 남부의 가난한 백인 농부를 비하하는 의미로 레드넥(Redneck)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카우보이와 함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에게 카우보이에 대한 이미지의 전환을 요구하는 책이기도 하더군요. 아무래도 카우보이하면 말보로 담배 광고가 떠오를 정도로, 서부 개척시대를 상징하는 터프가이가 떠오르곤 했거든요.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전혀 다른 모습이 읽혀지더군요.

상당히 충격적이었던 <가죽 벗긴 소>, 이 작품은 존 업다이크가 뽑은 금세기 최고의 단편이라고 하는데요. 저에게는 마지막 구절과 함께 이야기의 흐름을 전혀 따라잡지 못했다는 깨달음과 함께 다시 첫 페이지로 넘어가게 해주었던 소설이었죠. 지금도 약간 막연하게 장자의 호접몽 같은 이야기인가?’, 아니면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다시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힌 노인에 대한 이야기인가?’ 알쏭달쏭하긴 합니다. 다행히 오헨리 단편소설 상을 수상했다는 진흙탕 인생이 두 번째 단편이라 그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지, 아니면 첫 번째 단편에 완전히 사로잡힐 뻔 하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는 브로크백 마운틴이죠.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왕가위 감독의 해피투게더가 생각나서, 다시 챙겨봤던 기억이 나요. 짧지만 강렬한 단편 소설로 읽고 나니, 다시 영화가 보고 싶어지더군요. 함께 행복하길 바라는 두 사람이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는 모습이 참 애절하면서도 씁쓸했지요. 소설에서는 시대적인 한계가 더욱 잘 드러나는 느낌이 들더군요. ‘지구에선 모두 한 잔의 물을 구할 뿐에서 와이오밍이라는 지역이 갖고 있는 척박함을 잘 드러내는 신이 우리에게 베풀어야 할 것이 별로 없다라는 구절이 나와요. 그리고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외딴 해변에서 그들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다른 모든 것들처럼.”이라는 말로 표현하는데요. 동성애자는 그런 자연도 그리고 그런 자연을 닮아가는 사람들에게서도 또다시 핍박당하는 존재였던 것이죠. 하나의 단편이 아니라 와이오밍 지역에 대한 단편집으로 읽게 되고, 이 소설이 마지막이라 그런 것들이 하나하나 쌓여왔기 때문일까요? 세상의 끝에서조차 밀려나는 듯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라는 안타까움을 안고 읽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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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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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를 한참 배울 때, 선생님이 우리나라 말로는 그립다로 해석되곤 하는 かしい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복합적인 의미를 설명하며, 교토에서의 추억을 가지고 설명을 해주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 역시 교토에 대한 인상이 남다르고, 자주 방문했던 곳 중에 하나입니다. 임경선의 에세이 <교토에 다녀왔습니다>에서, 그녀는 도쿄를 감각의 도시로, 교토를 정서의 도시로 이야기 합니다. 문득 남편에게 도쿄는 정돈된 느낌이고, 교토는 단정한 느낌이라고 이야기 했던 기억도 나더군요.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강해진 거 같아요. 도시의 외면도 그리고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도 참 단정하고 단아하다고 할까요.  

저는 교토에 가면 주로 문화유산 혹은 문학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들을 보기 위해 움직여서인지, 임경선의 교토는 또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하더군요. 특히 작가로서의 시선이 돋보일 때가 많았어요.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교토로 들어갈 때 타게 되는 기차 하루카’, 사람들의 일상 공간 사이를 지나가는 기차 안에서 그녀는 자신이 보고 있는 풍경 속으로 들어가서 살아가는 상상을 해요. 저도 다음에는 그런 공상에 빠져보고 싶어지더군요. 또한 저 역시 좋아하는 독립서점 호호호좌’, 가타가나가 가 다양하게 다가오는 곳이기도 하죠. 그녀는 에코백 애호가라서, 이 곳에서 초판, 중판, 절판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는 독특한 에코백을 사는데요. 작가들이 혹은 편집자들이 고르는 것이 각기 다른 것도 저 역시 충분히 이해가 되더군요. 저도 이 곳에 갔다가 우키요에를 연상시키는 에코백을 구입해서 잘 썼었는데요.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이런 것조차 방향이 달라지게 되네요.

즐거울 때는 종교가 필요 없으니 찾아오지 않으셔도 그건 그것대로 괜찮아요. 이곳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면 오히려 다행 인 것이죠.”

조금은 뜬금없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문득 그녀가 기억하는 한 스님의 자비로운 말씀이 참 오래 기억에 남더군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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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설의 현상학
단 자하비 지음, 박지영 옮김 / 한길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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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느껴지지만, 노력하는 자세로 후설 현상학을 배워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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