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 북아일랜드 캠프힐에서 보낸 아날로그 라이프 365일
송은정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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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 캠프힐에서 보낸 아날로그 라이프 365’, 이 문구를 보고 상당히 낭만적인 이야기를 만날 거 같다고생각했었는데요. 그 기대에도 충분히 부응하고, 거기다 아름답고평화롭고 사색적인 1년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였네요.

일단 저는 캠프힐이 무엇인지 잘 몰랐어요. 도시의 일상에 조금씩 지쳐가던이 책의 저자 송은정 역시 우연히 캠프힐을 알게 되었는데요. 캠프힐은 인지학 창시자 루돌프 슈타이너철학을 기반으로 카를 쾨니히가 설립한 장애인 공동체입니다.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로 살아가는 작은 마을인것이죠. 장애인은 빌리저 혹은 레지던트라고 불리죠. 말 그대로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하우스 패런츠가 있어요.그들은 캠프힐의 가치와 전통을 존중하면, 코워커와 빌리저를 관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송은정을 비롯한 세계에서 모여드는 자원봉사자들을 코워커라고 합니다. 다른캠프힐 커뮤니티에 비해서도 현저히 정보가 부족했던 몬그랜지로 가게 된 그녀를 마중 나온 조는 이런 말을 합니다."여기는 파라다이스는 아니야. 하지만 살기에는 꽤 괜찮은 곳이지"

캠프힐에는 베이커리나 목장을 비롯한 자급자족을 위한 다양한 워크숍이 있는데요.워크숍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빌리지와의 공동작업이 그녀의 시선에는 약간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 곳에서 함께하면서, 자신들이 직접 가꾸고, 만들면서,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깨닫게됩니다. 말 그대로 자신의 쓸모를 경험하는 것인데요. 그 과정을 통해서 보람을 느끼고, 자존감도 높아지기도 하는 것이죠. 저도 수를 놓는 취미가 있는데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 차라리 사는 것이 더효율적이라고 생각할 때도 많아요. 하지만 막상 완성해놓았을 때의 행복이 너무나 소중하고, 너무나 뿌듯해서,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거 같아요. 그런 것들이 쌓이면서, 자신에 대한 사랑도 믿음도 커지는 것이겠죠. 물론 캠프힐에서 자연의 리듬에 맞춰, 때로는 고단한 노동도 인내하며, 바지런히 삶을 일궈나가는 것과 바로 비교하기는 무안하지만 말이죠.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저는 기부는 하지만, 봉사는 별로 해본 적이 없어요. 또한 여가의 소중함을 외치지만, 노동의 시간 사이에 존재하는 티타임 같은 여유는 맛본 적이 별로 없거든요. 문득부럽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 년여의 시간 동안 그녀가 몸소 체득한 차연의 리듬도, 사람들과 쌓아온 추억도, 사계절 내내 이어진 고된 노동의 경험까지도말이죠. 항상 편하고 좋은 것 그리고 도시에서의 삶만 고집스럽게 지키며 살아와서인지, 문득 제 시간을 돌아보면 참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그런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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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미신, 그 끝없는 이야기
새뮤얼 애덤스 드레이크 지음, 윤경미 옮김 / 책읽는귀족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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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제목부터 끌리는 <신화와 미신 그 끝없는 이야기>, 의 작가 새뮤얼 애덤스 드레이크는 미국의 저널리스트로 활동했어요. 그래서인지 제가 생각했던 미신에 얽힌 스토리텔링 위주의 전개보다는 미신에 대한 많은 정보를 주기 위한 기사를 읽는 거 같았어요. 하지만 정말 신화와 미신은 그 자체로도 끝없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을 줍니다.

저는 미신과 신화의 경계가 참 애매하다고 생각해왔는데요.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한 공동체가 공유하고 믿음, 혹은 터부시하는 가치관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요. 이 책은 미국을 중심으로 미신을 소개하고 있지만, 오른쪽 귀가 간지러우면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처럼 동양의 것과 비슷한 것도 많아요. 심지어 이런 미신은 셰익스피어 희곡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기도 하고, 로마 정치가의 말에서도 나타나는 것이 신기하더군요. 또한 동서양이 공유하고 있는 재미있는 심리적 기제가 있어요. 바로 불길한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이죠. 찻잔 세트가 깨지면 불길하다는 서양과 마찬가지로 동양에서도 그릇이 깨지면 안 좋은 일이 있다고 하죠.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그릇이 깨지면 액땜을 한 것이라 도리어 좋은 일이 생긴다고 위로를 해주기도 해요. 그런 맥락에서 서양에서도 장례식에 대한 꿈을 꾸면, 누군가의 결혼식에 가게 될 것이라는 미신이 있다는 것이 재미있더군요. 이 책은 1900년에 출판되었는데, 그 때의 미신과 지금의 미신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도 흥미롭더군요.

저는 작가가 이런 미신들을 정리하고 했던 이야기 중에 관련성에 대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즉 오래 전부터 이런 이야기들이 구전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미신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상징성을 갖게 된다는 것인데요. 그런 것이 없다면 작가의 표현 그대로 그냥 흔해빠진 헝겊인형에 불가한 것이니까요. 화제가 된 공포 영화 애나벨에 실제 인형에 대한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요. 기괴하게 꾸며진 영화 속의 인형과 달리, 실제 인형은 도리어 귀엽게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영화를 보지 않았고, 모티브가 된 이야기도 잘 알지 못하다 보니, 저에게는 아무런 관련성이 만들어지지 못했던 것이죠. 그래서 더욱 이 책이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구전되는 미신이나 설화 그리고 신화 등은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지기 시작하면 그 가치와 힘을 잃게 되니까요. 그가 이 책을 통해 미신을 정리해놓은 이유를 잘 알 거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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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의 힘
장석주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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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시를 읽지 않는 시대라는 말에 뜨끔했던 것도 사실이네요. 물론 시뿐만 아니라 책 자체를 읽지 않는 시대이긴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책은 읽어나가지만 시와는 거리감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인 거 같아요. 사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에만 해도, 단언할 수 있었는데요. 몇 일전 조문을 위해 찾았던 곳에서, 거친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던 해안가 절벽에서 김소월의 초혼招魂을 떠올렸던 기억 때문에 그 거리감이 제가 의식하는 것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문제는 제가 알고 있는 시의 대부분이 문학과 영문학 시간에 배운 것들이라는 것이죠. 아무래도 시험을 잘 보기 위해 말 그대로 시를 공부했기 때문에, 제가 시에 대해서 갖고 있는 시선은 매우 규격화 되어 있고, 직선적이라서 문제라고 생각해왔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 바다를 바라보며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를 떠올릴 때는 문학시간에 암기했던 은유와는 달랐던 거 같아요. 그래서 <은유의 힘>에서 시인의 상상력은 그 세계와 부딪칠 때 동심원을 그리며 펼쳐진다라는 구절을 읽었을 때, 제 머릿속에서는 지극히 단답형이었던 시가 아주 작을지 몰라도 원형이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인이자 독서광 그리고 문장노동자라고 하는 장석주의 <은유의 힘>에는 ‘40년간 시와 함께 살아온 시인 장석주가 젊은 시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보내는 은유에 관한 24편의 편지라는 설명이 더해져 있어요. 저는 이 책이 지금이라도 시 감상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보내는 은유에 관한 24편이 편지로 느껴지더군요. 특히나 은유는 명석한 은유덜 명석한 은유만이 있다는 글귀 덕분에, 힘이 나기도 했는데요. 예전에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8이나 윌리엄 워즈워스의 루시를 배우면서, 제 머릿속에서는 아주 기괴한 이야기가 한 편 펼쳐지고 있었거든요. 그 것이 나쁜 혹은 해로운 은유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니, 시를 감상하는 제 마음이 조금 더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서도 정말 좋은 시인들의 시를 만날 수 있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김춘수의 에 대한 해석을 읽다 보니, 문득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책을 읽으며 시가 갖고 있는 포용력을 살펴보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공부를 할 때를 빼고는 시를 많이 읽은 편이 아니라, 도리어 그 때 배웠던 시들을 조금 더 넓게, 그리고 내 것으로 해석해보는 것이 어떨까라는이런 과정을 통해서 시와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거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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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2017-09-11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 보고 싶습니다.
 
릿터 Littor 2017.8.9 - 7호 릿터 Littor
릿터 편집부 지음 / 민음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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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사람들을 위한 문학잡지 <릿터,Littor>

사실 저도 읽고 쓰는 사람들이라 이 잡지가 너무나 반갑게 느껴졌는데요. 이번 호가 1주년이었다니 축하의 말부터 전하고 싶네요. 부디 숫자가 계속 쌓여나가길 그래서 두 자리 기념일도 나아가 세 자리 기념일까지물론 그 때는 제가 존재하지 않을 거 같으니 미리 축하를 남겨야겠네요.

이번 호의 커버스토리는 느슨한 공동체입니다. 어쩌면 릿터도 느슨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위수정님의 글이 기억에 남아요. 반상회가 있는 아파트라, 저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말이기도 한데요. 생각해보면, 일본에서 지낼 때, 동네 아주머니들 덕분에 비슷한 느낌을 받아본 적도 있지요.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하던 것이, 동일본대지진을 기점으로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네요. 그가 다음 반상회가 있는 일요일을 확인하게 되는 이유에 조금 공감이 가기도 하고요.

저번 호에서 장강명님의 단편소설 문학상을 타고 싶다고?’가 끝나서 아쉬워했는데, 다음 소설이 시작되어서 기뻐졌어요. 제목은 괜찮아요’, 제가 아무래도 단편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야기의 전개가 흥미진진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토리노에서의 이야기를 담은 서경식의 인문기행역시 인상적이더군요. ‘이미 세상을 떠난 여러 사람들의 기운이라예전에는 그런 감각 자체를 무서워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것이 다르게 다가오는 것도 신기하고, 그런 이야기를 쭉 읽으면서 참 좋다고 생각하는 저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확실히 타자의 존재는 자신을 더 잘 알게 해주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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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서 밤새 읽는 원소 이야기 재밌어서 밤새 읽는 시리즈
사마키 다케오 지음, 오승민 옮김, 황영애 감수 / 더숲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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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 관련된 책들이 재미있고 쉽게 나와서, 챙겨보곤 하는데요. 그 중에서 재밌어서 밤새 읽는시리즈가 제일 마음에 들더군요. 이번에는 원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100여가지의 원소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각양각색의 세계를 구성하고있는데요. 놀라운 것은 제가 기억하는 원소명과 달라진 것이 많다는 점이었죠. 예전에는 독일식을 따른 일본식 명명법을 그대로 번역해서 사용했지만, 이제는세계의 화학계가 사용하고 있는 미국식 명명법을 사용한다고 하더군요. 예를 들면 19 K같은 경우도 칼륨이 아닌 포타슘으로 11 Na나트륨이 아닌 소듐으로 부르는데요. 학창시절 원소기호를 외우는 것이 참 힘들었었는데, 달라졌다니 조금은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고, 암기하기 더 어렵겠다는 느낌도 살짝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Na하면 니까 나트륨으로 연결짓기 쉬웠잖아요.

제가 원소기호를 암기하던 이후에 발견된 것들도 꽤 있더군요. 예를들면 113번 니호늄Nh이 있어요. 이는 아시아 국가에서 발견해 이름을 붙인 최초의 원소이기도 한데요. 2004년일본 이화학연구소에서 합성된 사실이 확인된 이후로 2015년 명명권이 인정되기 전까지의 10년의 세월 동안 세 번 합성하고 발견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 놀랍더군요. 9번플루오린F의 경우도 분리에 도전했다 중독에 빠진 많은 학자들도 있었고,원소를 발견하는 과정에도 많은 사연이 있더군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바로 18번 아르곤Ar인데요. 아르곤은 그리스어로 게으름뱅이라는 뜻을 갖고 있기도 하다고 해요. 질소산소에 이어 공기중에서 세번째로 많은 기체이지만, 그 존재를 밝혀내는 것이 참 힘들었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아르곤이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고 숨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21세기 최고의 전략자원이라는 희토류에 관련된 원소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고요. 개인적으로는 천둥의 신인 토르를 좋아해서인지, 토르석에서 발견되면서토륨이라는 이름을 가진 원소도 기억에 남아요. 토르하면 엄청난 에너지와 힘을 가진 신으로 인식되는데, 그래서인지 90번 토륨Th는차세대 원자력 발전 원자로로 기대되고 있기도 해요. 원소에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는 이 외에도 정말많았어요. 그뿐만 아니라 간략하게나마 원소를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혹은 확인할 수 있는지도 알수 있고요. 이렇게 원소를 공부하면, 정말 재미있고 실용적일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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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17-08-31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소의 한글 새이름은 그냥 영어화 이상도 이하도 아니군요. Na를 소듐이라고 부른다면, 왜 소듐을 Na라는 원소 기호로 쓰는지 또 설명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대한화학회 마음에 안듭니다. 매우 개인적인 분개입니다. 이러니 전통이 쌓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는 독일도 ‘저머니‘로 바꾸어 부르려나요? 대한화학회가 한글학회를 접수하면 그렇게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