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플리마켓 여행 천천히 산책하는 국내.해외 벼룩시장 15
정선영 지음 / 책과나무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 말로는 벼룩시장이라고 하는 플리마켓(flea market)을 주제로 여행을 한다는 것은 생각해보지 못했는데요. 방콕, 도쿄, 타이페이, 그리고 한국에서 만난 플리마켓은 정말 다양한 재미를 보여주더군요. 저도 여행을 갔다가 시간이 되면 들리곤 하는 수준이어서 그런지 더욱 신기하게 느껴지더군요.

우리에게는 문구점 이름으로 더 익숙한 방콕의 아트박스역시 매우 독특한 플리마켓이었어요. 도심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데, 마치 클럽이나 콘서트장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심지어 그 곳에서 나와 택시를 탔는데, 기사도 그 곳을 잘 몰랐다고 하니 더욱 궁금한 곳이 되어버리더군요.

플리마켓에서는 합리적인 소비자가 되기 힘들고, 물건을 사기보다는 기분을 사는 느낌이라는 것에 너무나 공감이 가던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오야마에 있는 파머스 마켓이죠. 저도 이 곳에 갔다가 정말 온갖 야채들에 빠져들었었는데요. 심지어 채소를 즐겨먹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양 손이 무거워졌던 기억이 나더군요. 그래서인지 타이페이에서도 웬산 농부마켓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TV프로그램을 보고 거의 비슷하게 타이페이를 여행을 해서인지, 타이페이의 다른 매력들을 만날 때마다 그 때가 아쉽게 느껴지는 거 같기도 해요. 다음에는 웬산 농부마켓에 가서 제가 좋아하는 열대과일들을 잔뜩 만나보고 싶네요.

그리고 한국에도 다양한 플리마켓이 있는 것을 알았어요. 도시 농부들의 오픈 마켓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는데 저는 아무래도 파머스마켓이 취향에 맞는 거 같기도 하네요. 또한 제주와 관련된 수공예작품이나 음식들을 취급하는 제주의 벨롱장도 가보고 싶어지더군요. ‘로맨틱 플리마켓 여행이란, 여행을 더욱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링허우,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자본주의를 살아가다
양칭샹 지음, 김태성 옮김 / 미래의창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중국의 80년대생들을 부르는 바링허우에 대한 이야기, <바링허우,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자본주의를 살아가다>를 읽고 나니, 얼마 전 알쓸신잡에서 유시민이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각 세대는 세대별로 십자가를 지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말은 아무래도 바링허우보다는 소황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1980년대시행된 ‘1가구 1자녀정책으로 이른바 소황제, 소공주라고 불리는 세대가 등장했는데요. 그들은 공산당 1당 독재라는 견고한 사회체제에서 성장했지만, 막상 그들이 살아가는 현실은 바로 자본주의였죠. 사실 두 가지 체제는 공존하기 힘든 것인데요. 그래서 이상과 현실이 괴리되는 상황에서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는 세대인 것이죠. 보통 특정한 세대를 지칭하는 말들은 베이비부머세대들이기 쉬운데요. 바링허우는 중국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독특한 세대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학자이자 시인인 양칭샹은 그 역시 바링허우 세대이고, 자신의 삶을 통해 그 세대의 허와 실을 온 몸으로 겪으며 살아가는 인물이기도 하지요. 그는 자신의 이야기뿐 아니라, 문학작품 속에 드러나는 인물, 실제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바링허우 세대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미 은밀하게 형성된, 물론 우리 눈에는 너무나 대놓고 드러나고 있는 신흥귀족인 취엔꾸이의 존재는 그들을 더욱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게 하고 있습니다. 이미 계층이동의 사다리 무너진 상황에서 그들은 도시의 화이트칼라를 지칭하는 샤오즈를 꿈꾸고 있지요. 하지만 바링허우들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 비관적이어서, 일본의 사토리 세대와 같은 세대가 급속도로 등장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더군요. 압축적인 경제성장의 문제점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제 생각보다 책이 어렵지 않고, 또 그들의 목소리를 허심탄회하게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중국굴기(中國崛起)로 대표되는 슈퍼차이나 중국의 현재를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기도 했지요. 그 동안 제가 읽었던 책들은 중국의 밝은 미래를 조망한 부분들이 많았던 거 같아요.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렇게 밝은 빛 뒤로 길게 드리워져 있던 그림자를 본 기분도 들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가의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성숙한 시민을 위한 교양 수업
짜우포충 지음, 남혜선 옮김 / 더퀘스트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국가의 품격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제목만 봐도 절로 호기심이 싹튼다. “이것도 나라냐라는 한탄이 광장을 가득 채우던 시절을 겨우 벗어나서일까? 더욱 품격 있는 국가라는 것에 눈길이 간 것 같다. 그런데 이 것은 누구 하나의 힘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를 구성하는 시민들 하나하나가 노력해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갖출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치철학자이자 홍콩중문대학 정치행정학과 교수인 짜우포충周保松은 이 책을 통해서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갖추어야 할 소양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홍콩주민들의 시민 불복종 운동인 우산 혁명에 참여했던 많은 학생들이 거리에서 이 책을 읽었다고 하여 중국 정부에서는 불온도서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 역시 우산혁명의 한가운데서 학생들과 시위를 주도하기도 하여, 중국정부가 경계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홍콩에서는 ‘2015년 홍콩의 책’, ‘홍콩출판대상을 수상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존 롤스의 <정의론>을 바탕으로 한 정치철학을 펼치면서 자유주의적 평등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어쩌면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으로서의 정치적 권리를 주장하고자 했던 우산혁명에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책이 아닌가 한다. 최근 우산 혁명을 이끈 인물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되면서,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사건이기에 이 책이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다.

정의로운 국가가 되기 위해 도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서 문득 그가 왜 홍콩의 유시민이라고 하는지 알 거 같았다. 유시민의 항소이유서에서 내가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문구가 현 정권은 정식출범조차 하기 전에 도덕적으로 이미 파산한 권력입니다이기 때문이다. 도덕과 정의 어떻게 보면 혼용하기 좋은 개념이기도 한데, 그를 잘 설명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그는 정치와 도덕, 정의와 평등, 행복과 자유, 그리고 올바른 시민이 갖추어야 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후반부에는 웨이보, 그리고 자유토론이라고 하여 시민과의 소통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번역상에 문제인지, 책 자체는 난해한 편이라, 과연 이 책을 길에서 읽을 수 있었을까에 대한 의문도 생기고, 또 한편으로는 그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소통 부분에서도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행과 디저트 때때로 간식
히라사와 마리코 지음, 정은주 옮김 / 컬처그라퍼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부터 참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여행과 디저트 때때로 간식>

여행이 이렇게 달콤하고 향긋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내내 들더군요. 그리고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러움도요. 제가 분명 맛봤던 것들도 소개되었는데, 일러스트레이터 히라사와 마리코의 손끝에서 더욱 맛있게 변하는 거 같아요.

여행 내내 그리고 끝나고도 꽤나 투덜거리게 만드는 이번 여름 휴가, 그런데 이 책 덕분에 좋았던 것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터키의 아이스크림 돈두르마, 정말 수많은 난관을 넘어서서 맛볼 수 있었는데, 정말 맛이 좋았거든요. 물론 유난히 약 올라 했던 동생은 허기야말로 최고의 반찬이라더니, 하며 분개했지만 말입니다. 문득 그 표정도 떠오르고 나름의 배려였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 진한 우유 맛과 장난기 짙은 가게 주인이 참 잘 어우러졌던 거 같아요. 시작글에서 읽었던 것처럼, 달콤하고 향기로운 것들 사이로 그 도시의 풍경도 떠오르네요. 그리고 터키의 전통빵 시미트, 이건 정말 치즈랑 특히 터키의 치즈인 카샤르와 먹어야 한다며 방방 뛰어다녔던 기억도 나요. 절대적인 더위에 억눌러져 있던 추억들을 되살려주더군요.

16개의 나라에서 맛본 달콤한 간식들 향기로운 차들 하나하나가 참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사람들과의 추억이 가득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 중에 덴마크에서 맛본 롤케이크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이 롤케이크는 쉽게 맛볼 수 없는 것이었거든요. 할아버지께서 소중하게 키우신 재료로 할머니가 맛있게 구운 것이니까요. 다음에는 할아버지께서 소중하게 키우신 루바브(대황)로 타르트를 만들자며 배웅을 해주시는 마음씀씀이까지 정말 행복이 가득한 티타임이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워낙 주식보다도 달달한 간식을 좋아해서인지 다음에는 이 책을 들고 여행을 가고 싶어지더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러스토어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사실 저는 공포소설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공포소설이다라고 외치는 듯한 제목을 가진 <호러 스토어>에 관심이 간 것은 바로 이케아를 패러디 했다는 소개 때문이었죠. 쇼핑을 정말 좋아하는 저에게마저도 약간의 공포감을 불러일으켰던 곳이 바로 이케아였거든요. 내가 선택할 수 없다는 것, 정해진 대로 걸으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봐야 한다는 것이 정말 답답함과 짜증을 넘어서는 압박감으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더욱 궁금한 책이었습니다. 책 구성이 이케아의 모조품 버전이라는 가구 쇼핑몰 오르스크의 카탈로그 같아요. 저자 역시 오르스크 직원증으로 소개되고요. ‘오르스크 쇼룸 안내도로 시작하여 배송 서비스 신청서도 있고요.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매장 마다 가구의 설명서가 있고요. 물론 이 것은 단순한 장치가 아니지요. 그리고 가구의 설명서는 점점 고문가구 혹은 기구의 소개서로 변화해갑니다. 그리곤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할인권’ ‘세일 안내문같은 것이 있어서 마치 거대한 환상 속에 빠졌다가 나온 기분이 들더군요.

대형 가구 판매점 오르스크에서 펼쳐지는 초반의 이야기는 약간 블랙유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짜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던 가구 안내문구와 어우러져서 말이죠. 소금을 먹으면 정신을 차리는 좀비를 연상시키는 커피를 마시고 정신을 차리는 직원들의 이야기가 그러했지요. 그런데 그 매장에서는 밤마다 이상한 일이 벌어진 듯한 흔적이 발견되고, 부지점장 베이즐은 에이미와 루스 앤에게 밤샘 근무를 제안하게 되지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요. 바라던 전근을 승인해주고, 수당도 준다는 말에 이를 수락하는 에이미는 화장실에서 정말 공포스러운 장면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유령에 대한 소문이 궁금해 남게 된 두 명의 직원 맷과 트리니트가 들려주는 오르스크 매장이 자리잡은 곳의 과거사까지 말입니다. 한때 정말 잔인한 교도소장이 지배하던 교도소가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과거 그 교도소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현대적인 공간과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변주되고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낮에도 말이죠. 시간이 흘러 오르스크가 있던 자리에는 또 다른 대형 상점이 들어서게 됩니다. 그리고 에이미와 베이즐은 다시 그 곳을 찾으면서 이야기는 끝이 아니 다시 시작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