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탐구생활
김호 글.그림, 최훈진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맥주의 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까, 정말이지 결국은 아는 맛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난 이 맥주가 취향이야!!’ 라며 고르지만 말이죠. 특히나 어쩌다 한 번 샘솟은 도전 정신에, 가끔은 이상한 맛을 보게 되는 경우가 생겨서 더욱 그런 거 같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정말 좋은 책이 바로 <맥주탐구생활>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김 호는 식문화에 관심이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해요. 그래서인지 이 책에 수록된 제품의 그림도 참 센스 있더라고요. 그 중에 제일 기억에 남은 것은 바로 바르셀로나 맥주 세르도스 볼라도레스입니다. 이 제품은 동화 아기 돼지 삼형제에서 영감을 받아 손으로 그려낸 라벨이 붙어 있는데요. 똑 같은 맛이지만, 세가지 라벨이 있어서 기분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을 거 같아요. 미국식 인디아 페일 에일(IPA) 종류인데, 전에 패키지가 귀엽다는 이유로 골랐던 IPA계열의 플래티넘 페일 에일이 입맛에 잘 맞았으니, 부담없이 집어들 수 있을 거 같아요.

이 책은 맥주를 향과 맛 그리고 색과 기원을 중심으로 정리해놔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맥주를 쉽게 고를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사실 여름 휴가 중에 이 책을 들고 갔었는데 톡톡히 그 역할을 했지요. 제가 호가든이나 크로넨버그 1664 블랑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이 맥주들은 전부 윗비어WITBIER였어요. 우아하고 향긋한 벨기에식 밀맥주였던 것이죠. 이 것을 알고 나니 맥주를 고르는 것이 쉬워지더라고요. 심지어 호가든 창시자 셀리스 화이트의 이름을 딴 셀르스 호이트 맥주가 정통 윗비어라는 것을 아니 바로 골라서 마실 수 있고, 역시나 하루동안 쌓여 있던 여행지의 열기를 한번에 씻어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제 취향이었어요. 이번 휴가를 계획한 친구가 이열치열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은 여행지를 골라서인지, 저에겐 맥주가 희망이었거든요. 또한 윗비어는 화이트 에일이라고 적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그럴 때는 뒷면을 보고 코리앤더와 오렌지 필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조언 역시 너무나 유용했지요. 덕분에 텐저린이라는 맥주의 맛과 향에도 빠져들 수 있었거든요.

뒷면에는 맥주 이름과 맥주 스타일을 정리한 색인이 있어서 더욱 좋은데, 거기에도 페이지 표시가 있었으면 찾아보기 더욱 쉬웠을 거 같네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대의 마음을 바꾸는 기적의 8초
폴 헬먼 지음 / 북플라자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의 얼마나 주의력을 유지시킬 수 있는지를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조사를 했었다고 하네요. 그 결과는 정말 충격적일 정도로 짧았는데요. 8초였습니다. 심지어 금붕어보다 짧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중요한 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겠는데요. 그래서 의사소통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폴 헬먼은 <상대의 마음을 바꾸는 기적의 8>라는 책으로 그 8초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알려주고자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의 구성 전체가 ‘8초 안에 승부하라!’라는 그의 메시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인데요. 책을 읽다 보면 정말 끊임없이 독자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또 유지시키는 수많은 장치들이 보인다는 것이죠. 사람들이 나의 말을 듣게 하고, 기억하게 하고, 이를 통해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3가지의 명확한 전략이 이 책의 목차인데요. ‘하나에 집중하라’, ‘생동감을 불어넣어라’, ‘존재감을 키워라입니다. 다양한 방법을 이를 연습할 수 있게 해주는 점도 좋았습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초점이 잘 맞춰진 문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함께 해볼 수 있고요. 개방형 질문과 폐쇄형 질문을 적절하게 혼용하는 방법도 알 수 있고요. 또한 청중을 주목시키는 세가지 방법 역시 제시가 되어 있지요. 제가 재미있게 해본 것은 바로 핵심정보를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번 반복해서 제시하는 것인데요. 제가 아무래도 부연설명도 많은 편이고, 때로는 만연체를 사용하는 버릇도 있어서요. 보통 사람들이 쓰는 말로 하나에 초점을 맞추고 간결하게 사용한 예시나 그러한 문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저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었거든요.

"연기는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명백하게 다른 존재에서 유사점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나 자신을 찾는 것이다."

메릴 스트립의 이 말은 존재감을 키워라에서 나왔는데요. 이야기가 시작될 때면 인용되었던 명언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나름 자신감을 키워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때도 있고, 그래서인지 제가 갖고 있는 성격 사이에 충돌이 많았는데요. 존재감을 키운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역할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인상으로 충분하다는 것에 위로가 되기도 했던 거 같아요. 또한 늘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망치지만 말자라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부정적인 결과나 긍정적인 결과를 제시하면서 동기부여를 하는데요. 부정적인 말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것에 집중하게 하고, 긍정적인 말은 최선의 결과를 얻는데 집중하게 만든대요. 부정적인 성격이면서도 막상 제가 원하는 것은 행운에 가까운 최선의 결과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말로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퓰리즘의 세계화 - 왜 전 세계적으로 엘리트에 대한 공격이 확산되고 있는가
존 B. 주디스 지음, 오공훈 옮김, 서병훈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미국 최고의 정치저술가 중에 한 명으로 평가받는 존 주디스의 <포퓰리즘의 세계화>를 읽으면서 문득 교황 프란치스코의 말이 떠오르더군요. "컵에 물이 다 차면 물이 밖으로 흘러 내려야 하는데, 다 차는 그 순간 마법처럼 그 컵이 더 커지더라." 고소득층의 소득이 높아지면 투자와 소비가 많아지고, 이를 통해 저소득층에게까지 혜택이 퍼져나간다는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의 부정적인 면을 가장 잘 지적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엘리트계층이라고도 하죠. 이미 기득권의 입장에 선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쏠리고 있는 부와 권력, 수없이 외쳐왔지만 마법처럼 커지는 컵에서는 절대로 내려오지 않는 낙수효과까지, 거기에 대한 대중의 위화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위로해주는 것이 바로 포퓰리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저는 포퓰리즘 하면 대중의 인기만을 바라는 대중추수주의나 대중영합주의를 떠올리곤 했는데요. 이 책을 통해서 포퓰리즘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알고 있던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포퓰리즘은 대중에 대한 호소엘리트에 대한 불신을 두 축으로 하여 역사와 시대에 따라 수없이 변주하고 있었거든요. 특히나 대선 예비후보 돌풍을 일으켰던 도날드 트럼프나 버니 샌더스가 우파 포률리즘좌파 포퓰리즘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인물이기도 했죠. 그들이 다른 입장을 대변하면서도 공적으로 삼았던 것은 미국식 신자유주의인데요. 이는 포퓰리즘이 표준적 세계관이 오작동한다는 강력한 시그널이라는 것을 현실에서 드러낸 부분이기도 하더군요. ‘뉴욕타임스에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가장 잘 설명한 책이라는 찬사를 보냈다고 하는데, 역시나 공감이 됩니다.

미국의 버지니아 주에서는 비상사태가 선포될 정도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시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는데요.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는 이번 사건의 원인을 극우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 한정하지 않고, 도리어 여러 편들(many sides)’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단어를 가져왔는데요. 아마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글을 봤다면 그의 대통령 당선만큼 이해할 수 없는 언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배경이 이해가 되더군요. 이미 여러 가지 갈래로 나아가고 있는 포퓰리즘의 시대에서 살고 있기에, 더욱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경계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게 해주는 책이 아닌가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4월의 되면 결혼을 하는 남자 후지시로에게 한 통의 편지가 옵니다. 우유니 호수에서 온 그 편지는 9년전 4월에 찾아온 첫사랑 하루의 사진과 글이었죠. 하루의 사진은 수채화같이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냈지요. 그녀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사랑하는 여성이었어요. 사진부 동아리에서 만난 두 사람은 직접 찍은 사진들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때로는 자신을 바라보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후지시로에게는 설렘을 잔뜩 머금고 있는 수채화 같은 첫사랑 하루와의 시간과 3년의 동거끝에 어느새 익숙함이 권태로움으로 바뀌어가는 약혼녀 야요이와의 시간이 교차하게 됩니다. 결혼식 준비마저 서로가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배제하는 것에 익숙했던 두 사람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잘 어울리는 한 쌍일 수도 있지만, 그 시간들 사이에는 권태로운 관조가 자리잡고 있어 보일 정도였죠.

사랑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하는 것 같습니다. 후지시로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거든요. 저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막연하게 사랑하면 설렘을 떠올리곤 하죠. 사랑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 사람들의 수만큼의 수많은 사랑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말이죠. 하지만 사랑의 유효기간이라는 식상한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그 설렘과 일상이 영원히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후지시로가 야속하게 느껴졌어요. 아니요. 이제서야 편지를 보내온 하루에게도 그런 감정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하루의 마음에 너무나 공감할 수 밖에 없기도 했어요. 어쩌면 사람들에게 첫사랑이 아련하게 기억되는 것은 그렇게 뜨겁게 사랑했던 그 시절의 내가 그리운 것이 아니었을까?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하루가 찍던 수채화 같은 사진처럼 말이죠. 수없이 추억과 그리움을 덧씌울 수 있으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헌법을 쓰는 시간 - 권력을 제한하는 여섯 가지 원칙들
김진한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한민국 헌법 제 1 1항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그리고 2항인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것을 분명 오래 전 학창시절에 암기를 했는데요. 그 것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2016년 촛불집회를 지켜보면서 인 거 같네요. 그제서야 헌법이 궁금했고, 헌법에 대한 책을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 12년간 헌법연구관으로 재직하고, 미국과 독일에서 헌법과 민주주의를 연구한 김진한은 헌법과 헌법재판 실무에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가 쓴 <헌법을 쓰는 시간>은 상당히 딱딱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앞서게 했는데요. 정말 기우에 불가했지요. 시민을 위한 헌법, 시민을 위한 민주주의에 대한 책을 쓰겠다는 그의 열정이 그대로 녹아 있는 책이었거든요. 이 책의 표지에도 등장하는 그리스 신화 속의 디케는 법과 정의의 여신이라고 합니다. 그녀는 편견을 갖지 않고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눈을 가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때로는 그녀를 보면서, 법을 통해 진실을 찾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요. 그래서 더욱 이런 책을 읽고 싶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법과 정치가 마법처럼 시민의 자유와 평등 그리고 정의를 실현시켜줄 수 없음을 알고 있기에, 더욱 열심히 배우고 이해하고 나아가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정말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처음에도 언급했듯이 막연하게 암기하고 있는 헌법조문과 비슷한 것이 하나 더 있더군요. 바로 삼권 분립 [三權分立]입니다. 학창시절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막기 위해 입법, 행정, 사법기관이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며 균형을 맞출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배웠는데요. 문제는 우리나라에 아직 이러한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죠. 우리는 탄핵이 이루어지면서, 많은 것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겨우 막아낸 것이었어요.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은 바로우리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시스템은 왜 작동하지 못했는가?’이죠. 그리고 팽창을 속성으로 하고 있는 권력을 제대로 분산하고, 견제하지 못하는 이상, 같은 문제가 다시 생기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역시 단순히 정치와 법에 맡겨둘 수 없다는 것도요. 권력을 통제하고, 정치적 결정을 규율 하는 최고의 규범이 헌법이지만, 그 헌법의 최종적 효력을 지지하는 것은 국민이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