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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미래 - 최신 인지과학으로 보는 몸의 감각과 뇌의 인식
카라 플라토니 지음, 박지선 옮김, 이정모 감수 / 흐름출판 / 2017년 8월
평점 :
과학전문기자 카라 플라토니가 최신 인지과학의 장을 3년동안 발로 뛰며
여러 분야의 전문가 100여명을 취재하여 집필한 <감각의
미래>
1부에서는 사람이 세상을 인식하는 오감인 미각, 후각, 시각, 청각, 촉각을 2부에서는 머릿속에서 인식하는 초막각적 인식인 시간, 고통, 감정에 대한 최신 연구와 활용법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1부와 2부를
통해서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이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2부의 시간에서도 그러한데요. 우리가 이미 체득했듯이, 시간이나 공간감각은 지극히 왜곡되기 쉬운
것 중에 하나이죠. 사람에게는 시간이나 공간을 측정하는 감각기관이 따로 있지 않아요. 그래서 이를 측정하기 위해 여러 감각을 함께 사용하고, 이를 뇌가
편집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습니다. 주관적이라는 것은 조작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그리고 새로운 감각을 다루는 3부에서는
감각에 대한 유연성을 보여주죠.
후각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프루스트 효과(proust effect)가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어요. 프랑스 소설가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을 통해 기억과 향기의 연관성을 감각적으로 그려냈었는데요. 실제로 뇌의 후각담당영역은 다른 영역보다 일찍 발달하여, 기억과
학습 그리고 감정 중추와 연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재의 감각을 과거의 경험과 연결시키는 후각이
주목받게 되었는데요.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환자들을 위한 향기기억요법이 활용되는 것이 인상적이더군요. 재미있는 것은 후각상실은 알츠하이머병의 초기증상이기도 하고, 이런
인지장애뿐 아니라 여러 질병에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하니, 인간의 감각 특히 후각이 갖고 있는 영향력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더군요.
“인간의 뇌는 입력되는 정보가 무엇이든 간에 처리해야 합니다. 말도
안 되는 것에서 의미를 찾아내기도 하지요. 뇌는 인체에서 가장 경이로운 기관입니다.”
인공망막 이식자 와의 인터뷰에서 나왔던 이 말은 1부에서 읽었던 촉각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어요. 촉각에서는 수술로봇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실제로 촉각을 전달받지 못하지만, 시각정보가 촉각정보로 치환되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요. 이런 치환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에서도 주로 등장했는데요. 영화 ‘아바타’에서 나온
신체전이를 경험하는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게 느껴지더군요. 물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생하는 군인이나
고소공포증 환자를 위한 가상현실 치유법 역시 그러했습니다. 심지어 멀리 있는 부모가 아이들을 안아줄
수 있는 ‘포옹하는 파자마’같은 것은 카메라조차 필요 없는
증강현실의 현실을 볼 수 있었고, 어떻게 사람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조금씩 다르잖아요.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 또 편안함을 느끼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저마다 다를 거예요."
3부를 읽으면서는 솔직히 많이 놀라기도 했습니다. 특히 새로운 감각을 이식하는 사람들 바이오해커, 트랜스휴머니스트, 신체 개조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가 그러했고요.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이 전에 읽었던 인공 눈의 결합을 선택한 사람의 인터뷰를 자꾸 떠올리게 되더군요. 대부분의 의사들은 망막의식을 선호하지만, 그 사람은 다른 길을 선택했지요. 이제는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에서도 말 그대로 다름을 인지해야 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