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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로 만난 인연 - 향기를 품은 사람들이 내게 다가왔다, 홍차 에세이
김정미 지음, 봉수아 사진 / 가나북스 / 2017년 7월
평점 :
‘향기를 품은 사람들이 내게 다가왔다’ 차와 차에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차로 만난 인연>이라는
책과 참 잘 어울리는 문구라고 생각합니다. 책 속의 이야기도 참 차처럼 다채롭고 향기롭고 여운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진이 SNS에서 볼 법한 느낌에 단순한 구도의
반복이라 조금은 아쉽더군요.
저는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고, 차를 즐겨 마시죠. 아침이면
청명한 인젠 백차를 즐겨 마시는데, 그 옆에서 남편은 늘 에스프레소를 마시곤 한다. 가끔은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라니, 라며 웃기도 해요. 저에게 이 향기를 알려준 사람은 다름 아닌 삼국지의 유비입니다. 도대체 2년이나 돗자리를 짜서 번 돈으로 어머니에게 드리기 위해 사야 했던, 목숨을
걸고 지켜야 했던 ‘차’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 호기심이 유비가 차를 끓이기 위해 물을 길어 왔던 샘물처럼 솟았죠. 아마
제가 이런 주제로 글을 쓴다면 제일 먼저 유비를 거론했을텐데, 과연 그 차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설만
가득한 것으로 알고 있어서 글을 완성하지는 못할 거 같기는 하네요.
책을 읽으면서, 저에게 익숙한 어쩌면 닮은 듯한 이야기도 많았어요. 제인 오스틴이 사랑했다는 포트넘 앤 메이슨, 웨지우드, 트와이닝이 아직도 건재한 것을 신기해하며, 모았던 기억도 떠오르고요. 그래서 포트넘 앤 메이슨의 로즈포총을 마시며 그녀의 작품과 삶 그리고 사랑을 떠올리는 모습에 절로 공감이 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에쿠니 가오리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니, 틴케이스가
예뻐서 모았던 카렐 차펙을 꺼내들게 되었죠. 왠지 에쿠니 가오리의 수필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게 하더군요.
또한 새로운 이야기를 너무나 많이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저 케이스가 예뻐서, 혹은 유명하다니까, 혹은 기념품으로 뭐 이런저런 이유들 붙여대며
사서 모아 두기만 했던 차였죠. 나름 차에 대해서는 고집이 있는 편이라서요.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이야기가 더해지니, 그냥 장식장에 있는 차가
아닌 느낌이 들더군요. 한동안 저만의 루틴대로 차를 마시곤 했는데, 덕분에
다양한 차의 향기 속으로 떠나게 될 것 같습니다. 나에게는 ‘사람의
향기를 품은 차들이 내게 다가왔다’가 되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