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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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Réparer les vivants>, 사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스릴러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어떠한 은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자수선하는 내용의 이야기였다. 바로 장기이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342페이지의 소설은 정확히 24시간을 담아내고 있다. 열아홉 살의 시몽 랭브르가 새벽의 바닷가에서 서핑을 즐기기 위해 설정해놓은 5:50분의 알람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그리고 시몽 랭브르의 심장이 다른 사람의 몸 안에서 뛰기 시작하고 성공적인 이식 수술에 안심하며 의사가 시간을 확인하는 5 49분에 이야기는 끝난다. 장기 이식에 대한 사람들의 입장이 예민하게 교차한다. 숀과 마리안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아들 시몽 랭브르가 누군가에게는 그저 자신들의 소중한 사람을 수선하는데 필요한 것을 제공해야 하는 당위성으로 인식된다. 아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까? 정말 난감한데, 나에게는 그렇게 다가왔던 거 같다. 장기기증은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가 도덕적으로 판단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지만 이상하게 이 책을 읽으면서 장기를 기증하는 사람이 도덕적인 것처럼 인식하는 사회도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발적인 선택이 아닌 부드러운 강요 같은 느낌이랄까? 내가 너무 숀과 마리안에게 감정 이입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거기다 갑작스러운 교통 사고로 비가역 코마 상태즉 뇌사 판정을 받은 시몽 랭브르는 본인이 장기 기증에 동의하지도 또 동의할 수도 없는 상태니 말이다. 거기다 의학적으로 죽음의 정의가 심정지에서 뇌사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흐름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나는 장기 기증에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다. 내가 건강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내 장기가 별 쓸모 없을지도 모른다는 흰소리도 종종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도리어 장기 기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고, 이 책 제목이 정말 마음에 와 닿기도 했다. 어쩌면 빌 게이츠가 이 책을 2017이번 여름에 꼭 일어야 할 책으로 추천한 이유가 다른 곳에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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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 앤 구떼 스타일 - 스타일리시 카페 데코레이션 & 레시피
조정희.이진숙 지음, 문복애 사진 / 비타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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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이 행복해지는 책을 만났네요. 바로 <블룸 앤 구떼 스타일>입니다. 이 카페로 인해서 가로수길에 이국적인 매력이 더해졌다고 하네요. 저 역시 친구가 유럽느낌이 가득한 카페가 생겼다며 데리고 갔던 적이 있어요. 처음에는 왜 영어와 프랑스어가 합쳐진 이름일까? 이런 생각을 했는데, 영국에서 활동했던 플로리스트와 프랑스에서 수련한 파티시에가 함께 차린 곳이었어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도 좋았고, 꽃과 케이크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니 정말 행복했었는데요. 그리고 제 기억이 맞는다면, 중간에 위치를 한 번 바꿨던 거 같기도 하네요. 없어진 줄 알고 아쉬워했던 기억도 있거든요. 그런데 벌써 13년동안 가로수길을 대표하는 스타일리시 카페로 자리잡고 있다니 놀랍기 그지 없네요. 아무래도 카페라는 것은 유행을 많이 타고, 특히나 한국은 상점들이 정말 빠르게 변화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서요. 13년이라는 세월은 그만큼 블룸 앤 구떼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하게 지켜내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이 책은 블룸 앤 구떼가 보여주는 스타일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데요. 섬세하면서도 빈티지한 인테리어와 좋은 식재료를 담아낸 심플한 카페 음식 그리고 자연을 소박하게 담아내고자 카페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꽃을 워낙 좋아해서인지, 꽃과 식물 디스플레이를 유심히 봤는데요. 주로 파스텔 색감의 꽃을 즐겨왔는데, 어두운 색의 꽃들이 갖고 있는 시크한 매력에도 빠져들더군요. 다음번에 꽃집에 가면 짙은 와인색의 안수리움을 찾고 있을 거 같네요. 생각해보면 2층 거실 인테리어와 딱 인데, 정말 버릇처럼 파스텔톤만 고집해왔네요. 그리고 플라워 케이크도 기억에 남아요. 영국에서는 정원에서 직접 키운 신선하고 안심할 수 있는 꽃을 활용한다고 하는데요. 아파트 생활이 주인 한국에서는 베란다 식물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요. 당장 도전해보고 싶은 레시피도 많이 소개되는데요. 블룸앤구떼의 시그니처 메뉴, 저 역시 먹어본 거 같은 스트로베리 치즈 케이크의 레시피도 나와 있어요. 그리고 불에 태운 크림이라는 뜻을 가진 크렘 브륄레를 만들 수 있는 방법도 알 수 있는데요. 바닐라 빈 대신 이국적인 향신료를 활용하여 오리엔탈 풍 크렘 브륄레를 만들 수도 있어요. 또한 선물로 좋은 요리법도 알려주는데 허브&말린 과일 초콜릿은 저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심지어 책에서 소개된 선물포장법을 활용하면 딱 좋겠어요. 카페 인테리어에 대한 팁도 많이 나오니, 감각을 키워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참 좋은 책일 거 같아요. 물론 자신만의 작은 카페를 꿈꾸는 분에게는 정말 좋은 가이드일 거 같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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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브라운을 위한 청원과 시민불복종 -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정치평론집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서경주 옮김 / 지에이소프트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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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하면 아무래도 <월든>이 먼저 생각나곤 하죠. 그래서 미국의 역사를 잠시 배울 때, ‘시민불복종을 배우며 꽤나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는 국민이기 이전에 인간이길 원했고, ‘국가가 불의한 일을 국민에게 강요해서는 안되며, 국민은 그러한 국가의 강요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말합니다. ‘불복종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던 소로는 그 것을 실천하기 위해 월든 호수로 떠난 것이었죠.

출처 : http://www.civilwaronthewesternborder.org/

일명 골드 러쉬라고 하죠. 미국 서부를 개척하던 그 시대에 이루어진 영토확장은 미국의 남부와 북부사이에 큰 문제를 만들어냅니다. 노예 제도에 대한 다른 시각과 이해관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고, 그 균형을 맞추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피 흘리는 캔사스라는 일련의 폭력사건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때 노예해방론자였던 존 브라운이 등장하고, 포타와토미 학살이라는 사건이 벌어지죠. 연방군의 무기고가 있었던 하퍼페리를 습격했던 그는 결국 반역죄로 교수형에 처해지지만, 이 사건은 남북전쟁의 도화선이 됩니다. 그렇게 존 브라운은 19세기 미국에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물이 되는데요. 소로는 존 브라운을 위한 청원을 통해서, 노예 제도의 부당함을 알리고, 존 브라운이 보여준 용기와 애타심을 이야기하며 그의 사면을 요구합니다. 사실 저는 링컨이 언급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존 브라운에 대한 이미지를 ‘misguided fanatic ‘으로 갖고 있었는데요. 소로의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존 브라운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노예제도나 영토전쟁 같은 옳지 않은 국가의 정책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지금의 현실에 비추어 고민해볼 수 있었어요. 9.11테러 이후에 급조되었던 미국의 애국법(Patriot Act)을 소로는 어떻게 비판했을지 궁금해질 정도로 논리정연하고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드러낸 글이었습니다.

그 동안에는 시민 불복종이 번역되었다고 하죠. 생각해보면 저 역시 그 글을 먼저 접했었는데요. 헨리 소로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존 브라운을 위한 청원’, ‘존 브라운 교수형 이후의 논평’, ‘존 브라운의 최후의 나날들이 번역되어서 소로의 정치사상을 더욱 깊이 알 수 있었네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의미 있는 독서였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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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저널리즘 - 한국 언론의 지형을 바꾼 언론인
정철운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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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의 지형을 바꾼 언론인’, 이런 정의가 가장 잘 어울릴 인물은 다름 아닌 손석희입니다.이미 그의 이름 자체가 한국 언론의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손석희 저널리즘>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손석희라는 인물의 전기 같은 책인 아닙니다. 이 책의 저자 정철운 역시 미디어 비평 전문지인 미디어 오늘의 기자이고, <박근혜 무너지다>라는 책을 쓰면서 그 추적의 길목마다 손석희에 대한 취재를 담아낸 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제가 처음 손석희라는 인물에 관심을 가졌던 때가 떠오르더군요. 바로 사상 최초의 MBC파업을 앞두고 공정방송리본을 달고 뉴스를 진행했었고, 얼마 후에 그가 수의를 입었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사실 그때 친구들 사이에 그의 잘생긴 외모가 화제가 되었고, 면회를 온 아내에게 아이의 이름을 민주로 지어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 이야깃거리였죠. 생각해보면 그 때 이후로 그의 이름을 들으면, 민주라는 단어가 떠오르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그가 언론인으로서 지켜내고 싶어했던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1,2장 에서는 MBC시절의 손석희를 담아내고 있는데요. 제가 기억하던 모습에서부터 시선집중‘100분 토론으로 확장된 그의 언론인으로서의 영향력을 짚어줍니다. 제가 라디오를 듣지 않는 편이라, ‘시선집중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왜 그때는 몰랐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고요. 특히나 의례적인 인사말이나 칭찬, 돌려 말하기 같은 어쩌면 한국사회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배제하는 그의 말하기 방식을 언어의 절제미라고 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정해진 시간 내에 무엇을 담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수반된 절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즐겨보았던 ‘100분 토론이나 뉴스룸에서의 그의 모습 역시 가장 잘 설명해낼 수 있는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3장에서부터는 30년간 몸담은 MBC를 떠나 종합편성채널인 JTBC 보도담당 사장으로 옮겨간 이후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저도 그 때 좀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나는데요. 심지어 '손석희가 바꾸느냐 손석희가 바뀌느냐'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고 하지만, 이미 그 결론은 난 거 같군요. 언제부터인가 뉴스를 인터넷으로 접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죠. 딱히 방송을 통해 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JTBC 뉴스룸을 통해 맥락 저널리즘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뉴스를 보기 시작했죠. 그리고 이제 손석희는 의제를 설정하는 어젠다 세팅못지 않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어젠다 키핑이 중요하다는 것 역시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의 부제 그대로 한국 언론의 지형이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죠.

다만 아주 조금 걱정스러운 것은 이 책의 제목과 같은 것이 아닐까요? ‘JTBC 뉴스룸 저널리즘이 아니라 손석희 저널리즘이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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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광개토태왕 1~2권 - 전2권
손정미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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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제 19대 왕인 광개토대왕을 한민족 최고의 정복군주라고 하죠. 그는 가장 넓은 영토를 점령했던 왕이기도 한데요. 그의 시호는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國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이고, 이를 줄여서 광개토대왕이라고 부릅니다. 이를 해석하면국강상 지역 무덤에 계시는 넓은 영토를 개척하시고 나라를 평안하게 하셨던 사랑스런 큰 임금님인데요. 광개토대왕이 단순한 정복군주가 아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광개토대왕에 대해서 아는 것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고구려가 위치했던 지리적인 문제로부터 시작해서, 고구려의 0역사를 연구하는 것에는 장애물이 많을 수 밖에 없어서 아쉬운데요. 그래도 이번에 <광개토태왕>이라는 책을 통해 아쉬움을 잠시나마 달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손정미는 기자였다고 해요. 문학 담당 기자 시절 고 박경리 선생으로부터 소설을 써보라는 권유를 받은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의 꿈인 소설가의 길을 걷는 데는 20년간의 기자 활동이 좋은 뒷받침이 된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구려에 대한 사료를 찾고, 전문가들을 취재하고, 만주벌판에서부터 실크로드를 거쳐 이란의 이스파한까지 답사하여 이 소설 속에 잘 녹여냈거든요. 아무래도 삼국 시대 하면 신화적인 요소들을 배제할 수 없잖아요. 거기에 인질로 고구려로 온 계림의 왕족과 계림의 여인인 모린의 등장, 그리고 형제들간의 반목 역시 빠지지 않았는데요. 모린의 비중이 너무 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얼핏 들기는 했지만, 다 읽고 나니 그런 부분들까지 모두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재미있는 역사소설이었네요.  

그 당시에는 정말 최첨단의 문물이었던 철기의 가치를 이해하고, 제대로 활용할 줄 알았던 광개토태왕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는 우리가 잃어버린 조선의 옛 강역을 되찾고, 그 비옥한 토지를 백성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정복군주가 되죠. 이 역시 애민사상이 돋보이는 부분이고, 그의 시호에서나 소설 속의 묘사에서도 그렇듯이 내치에 정말 신경을 많이 썼던 인물이더군요. 농업을 장려하고, 무기를 제대로 만들어 훈련하고, 전장에서 세운 공에 대한 보상을 바르게 하는 것 역시 그러했어요. 우리가 막연하게 영웅적인 면모로만 들여다보기 쉬운 정복군주의 진정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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