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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저널리즘 - 한국 언론의 지형을 바꾼 언론인
정철운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한국 언론의 지형을 바꾼 언론인’, 이런 정의가
가장 잘 어울릴 인물은 다름 아닌 손석희입니다.이미 그의 이름 자체가 한국 언론의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손석희
저널리즘>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손석희라는 인물의 전기 같은 책인 아닙니다. 이 책의 저자 정철운 역시 미디어 비평 전문지인 ‘미디어 오늘’의 기자이고, <박근혜
무너지다>라는 책을 쓰면서 그 추적의 길목마다 손석희에 대한 취재를 담아낸 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제가 처음 손석희라는 인물에 관심을 가졌던 때가 떠오르더군요. 바로 사상 최초의 MBC파업을 앞두고 ‘공정방송’ 리본을
달고 뉴스를 진행했었고, 얼마 후에 그가 수의를 입었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사실 그때 친구들 사이에 그의 잘생긴 외모가 화제가 되었고, 면회를
온 아내에게 아이의 이름을 ‘민주’로 지어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 이야깃거리였죠. 생각해보면 그 때 이후로 그의 이름을 들으면, 민주라는
단어가 떠오르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그가 언론인으로서 지켜내고 싶어했던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1,2장 에서는 MBC시절의 손석희를 담아내고
있는데요. 제가 기억하던 모습에서부터 ‘시선집중’과 ‘100분 토론’으로
확장된 그의 언론인으로서의 영향력을 짚어줍니다. 제가 라디오를 듣지 않는 편이라, ‘시선집중’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왜 그때는 몰랐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고요. 특히나 의례적인 인사말이나
칭찬, 돌려 말하기 같은 어쩌면 한국사회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배제하는 그의 말하기 방식을
‘언어의 절제미’라고 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정해진 시간 내에 무엇을 담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수반된 절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즐겨보았던 ‘100분 토론’이나 ‘뉴스룸’에서의 그의
모습 역시 가장 잘 설명해낼 수 있는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3장에서부터는 30년간 몸담은 MBC를 떠나 종합편성채널인 JTBC 보도담당 사장으로 옮겨간 이후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저도 그 때 좀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나는데요. 심지어 '손석희가 바꾸느냐 손석희가 바뀌느냐'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고
하지만, 이미 그 결론은 난 거 같군요. 언제부터인가 뉴스를
인터넷으로 접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죠. 딱히 방송을 통해 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JTBC 뉴스룸을 통해 ‘맥락 저널리즘’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뉴스를 보기 시작했죠. 그리고
이제 손석희는 의제를 설정하는 ‘어젠다 세팅’ 못지 않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어젠다 키핑’이 중요하다는 것
역시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의 부제 그대로 한국 언론의 지형이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죠.
다만 아주 조금 걱정스러운 것은 이 책의 제목과 같은 것이 아닐까요? ‘JTBC 뉴스룸 저널리즘’이 아니라 ‘손석희 저널리즘’이라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