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 - 하루 일과로 보는 100만 년 시간 여행
그레그 제너 지음, 서정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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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가 챙겨보는 TV프로그램이 있어요. 바로 지식 소매상을 자처하는 유시민을 비롯하여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뇌물리학자 정재승이 출연하는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입니다. 줄여서 알쓸신잡이라고 하는데요. 이번에 읽은 <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를 일기으면서, 역사판 알쓸신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이 책의 저자인 그레그 제너는 영국의 대중 역사 평론가라고 해요.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하루의 일상을 통해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데요. ‘아침식사를 할 시간에서 감자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어요. 감자는 흉년이 들어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확이 가능해서 구황작물 중 하나로 구분되는데요. 한때는 스위스 식물학자 카스파 바우힌이 감자를 악의적이고 기괴하게 묘사하면서 사람들은 기근이 닥쳐도 감자를 먹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문득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라던 괴벨스가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프랑스의 식물학자 앙투안 오귀스탱 파르망티가 전쟁포로로 잡혀 있었던 시절의 경험을 통해 감자의 효용을 깨닫게 되었는데요. 그로 인해 감자가 사료에서 구황작물로 부각될 수 있었다니 감자에 깃든 역사도 상당히 흥미진진하더군요. 그레그 제너는 10년 동안 역사 다큐멘터리와 TV 드라마를 제작하는데 전념해왔다고 하던데, 그의 내공이 반짝거리는 느낌이 들더군요.

사실 저는 맥주를 정말 좋아하는데, 지금은 건강상의 문제로 맥주를 자제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래서 맥주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기원전 3.500년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에서 에일 맥주의 흔적이 있었다고 하고, 인류 최초의 문서에는 맥주 생산에 관한 행정 기록이 있다고 해요. 그렇게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맥주를 즐길 수 없다니 아쉽기만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수메르어로 맥주는 액체빵을 뜻한다고 하는데, 주식이 빵인 저로서는 제가 빵과 맥주를 좋아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더군요. 저처럼은 아니지만, 미국에 금주령이 내려지면서 생겨난 온갖 폐해 역시 나름 이해되는 수준이랄까요? ^^ 미국하니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떠오르네요. 그는 브라질 호두를 치아로 깨먹는 버릇이 있어서, 결국 치아를 전부 의치로 교체해야 했고, 심각한 치통에 시달렸다고 해요. 그래서 아편으로 만든 약물인 아편틴크에 의존했다고 하니, 제가 갖고 있던 조지 워싱턴의 이미지와 너무 달라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이럴 때 필요한 말이 바로 ‘too much Information’일지도요.

하지만 식탁에 앉는 순서와 자명종에까지 정말 소소한 일상의 시간 속에 쌓여있는 역사의 흔적을 발견하는 재미는 너무나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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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형제 세트 - 전2권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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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라는 작가에게 쏟아지는 찬사 중에 저는 세계가 중국을 들여다보는 창이라는 표현을 참 좋아했어요. 그의 대표작 <허삼관 매혈기>를 통해 1960년대의 중국을 살펴볼 수 있었다면, <형제>를 통해서는 70년대의 문화대혁명을 시작으로 말 그대로 격동의 현대 중국사를 만날 수 있었거든요. 정말이지 펜 하나로 중국이라는 세상을 그려내는 솜씨가 참 대단하죠. 거기다 독자를 웃고 울리는 말 그대로 인간미가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라, 서문에서 그가 밝혔던 거대한 간극을 그렇게 풀어갈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더군요. 1부와 2부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그 간극은 얼핏 아주 낯설게 느껴지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역사와도 닮은 모습이 많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국 근현대사를 담아낸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3부작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언뜻 떠올랐기 때문이죠.

1부는 농민이 주도가 된 공산주의 혁명을 꿈꾸었던 마오쩌둥 주석의 시대이지요. 그 시대에 부유한 지주는 말 그대로 주적이었고, 아버지가 지주였던 교사 송범평에게는 고난의 시절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에게는 성이 다른 두 아들이 있었는데요. 조금은 부정적인 의미로 그 아비에 그 자식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하는 이광두와 긍정적인 의미로 그 말을 붙이고 싶은 송강입니다. 이광두의 친부는 친엄마 이란에게 한과 치욕만을 주던 남자였지만, 송범평은 그녀에게 사랑과 존엄을 알게 해준 남자이지요. 인민재판에 넘겨진 상황에서도 부인과 아들에게 여전히 사랑하는 남편이자 존경하는 아버지인 남자이기도 했습니다. 저에게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두 형제보다도 인상적인 인물이었어요. 그런 아버지의 사랑의 울타리 속에서 성장한 형제가 서로를 지극히 위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부인과의 약속을 지키려던 송범평의 죽음과, 그와의 사랑을 영원히 마음에 간직한 이란의 죽음으로 1부가 끝나고 한동안 2부로 넘어가지 못했던 거 같습니다.

2부는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개혁 개방의 물결이 중국대륙에 넘실거리는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사업가 기질이 있었다고 할까요? 위기조차 기회로 만들어내던 이광두는 결국 엄청난 부를 쌓게 됩니다. 하지만 찬란한 빛 뒤에는 그림자가 있다고 하죠. 송광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기까지 당하면서 결국 쇠락이 길을 걷게 됩니다. 물론 그에게는 류진의 미인으로 손꼽히던 임홍이 있었지만, 그녀는 사랑만으로 행복할 수 없는 여자였죠. 그리고 그녀의 존재는 형제간의 갈등의 씨앗이 되고 맙니다. 솔직히 2부는 읽으면 읽을수록 답답해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형제간의 인연이 끊게 만들기도 하고, 다시 이어지게 만들기도 한 팜므파탈이라고 쓰고 극혐이라고 읽고 싶어지는 여인 임홍, 거기다 너무나 당당한 사기꾼의 존재까지 말이죠. 그렇게 짜증을 가득 담은 채로도 책장을 계속 넘기게 하는 것 역시 작가의 힘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죠. 하지만 결말이 얼마나 마음에 들던지요. 정말 이거 하나 보려고 달려온 느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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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 인 도쿄 - 그녀들이 도쿄를 즐기는 방법
이호진 외 지음 / 세나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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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홀로 갔던 곳이 바로 일본의 도쿄입니다.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락밴드의 마지막 콘서트가 결정되었고, 저에게는 그 곳을 꼭 가야 하는 이유가 되었죠. 그리고 혼자만의 여행이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음을 비교적 어린 나이에 깨닫게 되었고, 도쿄라는 도시가 여성이 여행하기에 꽤 안전하고 매력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죠. 그렇게 저에게 일본은 어린 시절과 20대 이후의 추억이 가득한 곳이 되었어요.

그녀들이 도쿄를 즐기는 방법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걸스 인 도쿄, Girls in TOKYO>. 일본을 좋아하는 혹은 도쿄에서 살아가는 작가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소개하는데요. 때로는 추억여행 같기도 하고, 때로는 제가 미처 몰랐던 도쿄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하더군요. 저도 친구가 일본에 방문하면 제가 좋아하는 곳을 많이 데리고 갔었는데요. 도대체 이런 곳은 어떻게 알고 있냐며 좋아하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더군요. 이 책이 저에게도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거든요.

간사이西는 오코노미야키, 그리고 간토에는 몬자야키라고 하죠. 저는 전체적으로 간사이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라, 몬자야키에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다 다카기 나오코의 만화를 보고 쓰키시마의 몬자야키 가게를 방문했었는데요. 책에서는 반대로 몬자야키를 먹으로 간 오시오가 그 만화 속의 장소였다는 것을 알고 즐거워하는 것에 정말 공감이 가더군요. 전에 제가 즐겨가던 음식점이 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좋아하는 곳이라는 걸 책에서 보고 행복했던 느낌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거기다 마치 저와 작가의 추억이 교차하는 느낌이라 아련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문득 생맥주를 부르던 몬자야키마저 그리워지네요.

아기자기하고 개성이 뚜렷한 가게들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그 곳에 얽힌 추억도 감상도 참 감성적이었는데요. 그렇게 이야기를 중심으로 따라가도, 나중에는 그 속에 등장하는 가게에 대한 정보가 충실이 소개되어 있어서 충분히 여행갈 때 가이드북으로 활용할 수 있겠더군요. 저처럼 추억이 겹치거나 아니면 취향이 같은 곳을 골라도 좋고, 때로는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이야기들도 많았어요. 조용한 곳을 선호하는 편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왜 그렇게 반대인 것에 끌리던지요. 덕분에 다음 번 일본 여행에서의 테마는 확실해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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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걷다 - 폭풍의 언덕을 지나 북해까지
이영철 지음 / 미래의창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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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대 트레일을 완주하는 것을 꿈꾸었던 이영철, 그의 꿈이 이루어지고 이렇게 책으로 나오는 것이 반가운 일인 거 같은 이유는 아마도 제가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겠지요? 세인트비스에서 로빈후즈베이까지 영국의 허리를 관통하는 ‘코스트 투 코스트 워크(Coast to Coast Walk)’를 그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과 비교하며 이야기를 합니다. 아무래도 산티아고 순례길은 비교적 많이 알려진 트레일이다 보니 그러하겠지요. 종교로 빚은 길과 문화로 빚은 길, 예전에는 그래도 죽기 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조금이나마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이 책을 읽고 나니 CTC의 일부라도 걸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네요.

CTC는 잉글랜드의 3대 국립공원인 레이크 디스트릭트와 요크셔 데일스, 그리고 노스 요크무어스를 만나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저는 아무래도 요크셔 데일스를 선택하게 될 거 같네요. 예전에 요크셔는 브론테 자매 덕분인지 황량한 바람처럼 느껴지던 곳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최근에 재미있에 읽고 있는 수의사 헤리엇 이야기를 통해서 요크셔의 매력이 조금 다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요. 이 책에서는 그 곳에 가면 잉글랜드 북부의 황무지를 일컫는 무어(moor)’라는 단어가 시적인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를 알 수 있다고 하는데요. 책을 통해 많은 이미지가 중첩되어가는 지역이라 꼭 방문해보고 싶어지더군요. 그리고 어쩌면 T.S엘리어트가 황무지라는 시에서 한줌의 먼지 속에서 공포를 보여주리라라고 한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물론 이 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구절이 가장 유명하지만, 그는 무어 들판에 헤더꽃이 만발하는 8~9월에 걷는 것을 추천했으니 말이죠. 사실 책에 수록된 사진 중에서 헤더꽃이 만발한 사진들에 유난히 눈길이 가기도 했고요. 특히나 고독과 감탄의 아름다움이라는 꽃말이 너무나 잘 어우러지는 분위기이기도 했어요.

또한 무지개라는 시를 처음 읽었던 어린 시절의 저를 자꾸만 돌아보게 만드는 윌리엄 워즈워스의 고향인 레이크 디스트릭스 역시 정말 놓칠 수 없는 곳이고요. 거기다 세인트비스 해안에서 조약돌을 하나 간직하며 여정을 시작하여 로빈후즈베이 앞바다에 던진다는, 그래서 그 조약돌이 여행자를 지켜준다는 아름다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보고 싶은 욕심은 버릴 수 없을 거 같아요.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길을 만들어내는 그 곳에 제 발걸음을 더해보고 싶은 작은 욕심이 무럭무럭 자라나기만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영국을 걷다>는 정말 좋은 가이드이자 영양분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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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속으로 - 꿈을 향해 살기로 하다
제이크 듀시 지음, 하창수 옮김 / 연금술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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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속으로>의 저자 제이스 듀시가 자신에게 했던 질문,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지?”는 지금도 나 자신에게 하는 질문 중에 하나이고, 여전히 답을 못 찾는 질문 중에 하나입니다. 아니죠. 생각해보면 여기에 대한 답은 늘 과거로 미뤄두고 있습니다. 왜 대학을 선택할 때, 다른 사람의 평가가 아닌,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았을까, 라는 한탄을 지금까지도 놓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이스 듀시는 저와 같은 후회는 절대 하지 않을 거 같네요. 그는 그 시기에 바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바람 속으로 떠났기 때문입니다.

미국, 선택하다에서 그가 선택한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나에 대한 사람 사람들의 생각에 관심을 끊었다입니다. 제가 간절히 바라지만, 지금까지도 차마 할 수 없었던 것이기에, 그의 과감한 선택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질 정도이죠. 우리는 무엇을 소유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거기에 얽매일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어쩌면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욕망 역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네요. 그렇게 미국에서 바람 속으로 떠나는 것을 선택한 그는 과테말라에서 행동과 믿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질문과 답을 인도네시아에서 사랑을 그리고 태국에서 바로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통해 그는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 공감하는 법을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체득하게 됩니다. 이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막연하게 머리로 그래야 한다, 라는 것이 아니라 직접 부딪치고 경험하며 깨달아갔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며 법화경으로 잘 알려져 있는 묘법연화경에서 석가모니의 주요한 가르침으로 알려진깨달으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그가 태국의 치앙마이에서 2주동안 명상에 들어가는 것도 그러했지만, 그가 자기 자신과 삶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 누구의 삶이 아닌 바로 자신만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래서 바람처럼 더 없이 청명한 상태로 평온을 얻는 모습이 저에게는 그렇게 다가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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