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티스맨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도선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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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겨울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신예 작가 도선우가 2017 1월 세계문학상까지 연거푸 움켜쥐게 해준 작품이 바로 <저스티스맨>입니다.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는 마블이나 DC코믹스 계열의 슈퍼 히어로물인가 하는 생각도 언뜻 했는데요. 책을 다 읽고나니 영 틀린 것은 아니라는 느낌도 살짝 드네요. 뭐랄까인터넷이라는 광장이 만들어낸 부정적인 영향력으로 가득한 디스토피아의 안티 히어로라고 할까요?

자극적인 기사제목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그 글을 눌러본 사람들은 사람들은 낚시를 당했다고 생각하면서도, 같은 일을 반복하곤 하죠. 어떻게 보면, 사건의 진위여부보다 극단적인 주제어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쉬운 세상이기도 한데요. 그렇게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한 남성은 졸지에 오물충이 되어버리고, 평범한 모범생이었던 여고생은 한번의 실수로 원조교제녀가 되어버리죠. 거기다 아리따운 펜션 여사장에게 흑심을 품었던 사람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그녀를 둘러싼 악성소문을 퍼트리고 그 소문은 금새 사실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면서 말 그대로 마녀사냥이 벌어지게 됩니다. 과연 이 것이 정말 소설에서나 가능한 극적인 상황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를 둘러싸고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경찰은 범죄의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죠. 그런데 인터넷에 저스티스맨이라는 사람이 등장하여 연쇄살인의 뒷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되는데요. 도리어 피해자였던 사람들을 조롱하고 악의적인 소문을 확대 재생산했던 사람들에게 철퇴를 가한 것인데요. 인터넷 상에서는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게 되고, 말 그대로 저스티스맨의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공권력이 아닌 개인의 힘으로 사회의 질서를 세우고자 하는 것이 정의일까요? 다수의 합의에 의한 법과 질서가 아닌, 한 명의 영웅(?)이 세우고자 하는 법과 질서는 결국 더 큰 혼란을 불러오는데요. 이 과정이 연쇄살인범과 오지랖으로는 어디서도 꿀리지 않을 법한 한국 네티즌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렇게 말하면 뭐하지만 정말 사실적이라서 더욱 뒷골이 땡기더군요.

책을 읽으면서 문득 제가 재미있게 보고 있는 물론 그만큼의 환멸도 커져가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떠오르더군요. 사람들은 방송에 나오는 짧은 모습을 보고 쉽게 찬양하고, 또 그만큼 쉽게 비난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악플을 쓰지 말라는 의미의 모니터 뒤에 사람 있어요라는 말이 정말 자주 등장하던데요. 문득 이 주의 문구를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고 싶어지는 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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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독서 - 2016년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대상 수상작
잔홍즈 지음, 오하나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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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들은 책속에서 문제의 답을 찾는다고 하지요. 제가 처음 강아지를 키우려고 결심을 했을 때, 그 종에 대한 전문서적까지 섭렵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 저에게 여행과 독서는 정말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보입니다. 저 역시 책으로 먼저 여행을 시작하는 편이거든요. 때로는 여행서적이 아닌 책에서도 영감을 받아 여행을 가기도 하고, 책이 여행길에 무료함을 달려준다는 것에 정말 공감하기도 합니다. 저와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지만, 더 많은 경험과 더 깊은 연륜을 가진 작가의 글에는 호기심이 생기죠. 거기다 2016년 타이베이 국제도서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책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클 수 밖에 없었어요.

물론 중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책 제목을 여행과 독서가 아닌, 독서와 여행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만큼 독서에 방점이 찍혀 있는 책이기도 하고요. 독서와 여행의 균형을 맞췄다고 하기에는 정말 사진 한 장 없이 책이 진행되는 것에 조금 놀라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이 책을 펴내기 전에 젊은 사람들의 감각에 맞추기 위해 상당히 노력한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 과정이 결과로 잘 나타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저도 여행을 가면 사진을 잘 찍는 편은 아니지만, 남편이 워낙 사진을 잘 찍어서 미루는 점이 많아요. 그런데 이 부부는 두 분의 취향이 소나무 같았나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자체는 정말 재미있더군요. 일단은 진귀한 광경을 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온다는 아프리카 같은 조금은 특별한 여행지들이 많았고요. 길거리 음식 먹어보기를 테마로 한 이스탄불 여행도 있었지요. 거기다 아름다운 스위스의 풍경보다 겨우 도착해서 방값조차 신경 쓸 수 없었던 숙소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기억에 남던 여행도 있었어요. 때로는 여행사의 상술에 넘어갔지만 도리어 재미있게 여행이 풀려나갔던 경우도 있고요. 때로는 여행 앞에 미식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저처럼 낯선 식 재료에 까탈을 부리는 사람의 입맛도 돋게 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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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제갈량의 지혜를 읽어야 할 때 - 전략기획가 제갈량에게 배우는 창의적 사고와 결단력
쌍찐롱 지음, 박주은 옮김 / 다연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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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삼국지연의를 즐겨 읽었지요. 삼국지연의의 매력은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도 또 다른 인물과 재미 그리고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중에 처음부터 지금까지 독보적으로 다가온 인물은 바로 제갈량이 아닐까 합니다. 유비의 삼고초려27살의 나이에 몸을 일으켜, ‘삼분지대계로 제대로 입지를 다지지 못한 촉을 세우고, 적벽대전을 비롯한 전쟁뿐 아니라 내치와 외교에서도 능수능란한 인물이었습니다. 끝내 자신이 세운 뜻을 이루지 못하고 54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지만, 짧다면 짧은 그 기간 동안 그가 보여준 기재(奇才)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었지요.

그래서 <마흔 제갈량의 지혜를 읽어야 할 때>라는 책 제목을 보자마자 바로 이거다 싶었습니다. 마흔을 불혹不惑이라 하지요.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이라고 하지만, 저는 무슨 일인지 여기저기 휩쓸려 다니기 바쁘니 말입니다. 이럴 때 제갈량의 지혜를 조금이라도 엿보고 배울 수 있다면 정말 도움이 될 거 같았어요. 제갈량의 전략술, 지모, 공심술, 외교술, 속임수, 용인술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목차부터 설렜는데, 처음에는 솔직히 당황스러웠던 거 같아요. 이 책은 제 예상과 달리 지략해설에 집중되어 있는 느낌이었기 때문이죠. 제갈량이 돋보였던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거기에 어떠한 지략이 활용되었는지를 설명하고 그러한 지혜를 어떻게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되어 있는 구성인데요. 활용에 대한 부분이 당연하고 직관적이라는 느낌을 받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천재성을 빛나게 하는 것은 바로 기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제가 삼국지를 워낙 좋아해서인지, 삼국지를 스토리텔러가 아닌 분석가의 관점으로 살펴보는 것이 더욱 즐거웠던 것은 부정할 수 없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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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의 역사 - 파피루스에서 전자책까지
우베 요쿰 지음, 박희라 옮김 / 마인드큐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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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예전에 이슬람 박물관에 방문했다가, 코란을 한 장 한 장 너무나아름답고 정교하게 꾸며놓은 것을 봤던 기억들이 떠오르네요. 종교도 없고, 그 언어를 읽을 수 없는 저에게도 그 책을 쓴 필경사의 정성과 신실信實이 하늘에 닿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했거든요. 그런데 <거의 모든 책의 역사>를 읽다 보니, 그 시대의 책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의 책은 지금의 의미와 다르게, 신의계시를 담고 있는 어떻게 보면 신물神物과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화려하게 꾸며져있었던 것이지요.

도서관과 미디어에 대한 많은 저서를 출간해온 우베 요쿰의 <모든책의 역사>는 솔직히 조금은 어려운 편입니다. 다행히정말 아름다운 사진자료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쉬어갈 틈이 있었지요.일단 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금의 우리의 감각과제가 앞서 이야기 했던 시대의 감각은 달랐지요. 그렇다면 더 거슬러 올라가서 원시인들이 동굴에 남겨진벽화 역시 책으로 봐야 하는 것일까요? 책이라는 것은 어찌되었든 인간이 만들어낸 집단 기억의 보존방식이라는것이죠. 또한 다수가 공유하는 혹은 해석가능한 기호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또한 다수를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죠. 그런 면에서 동굴벽화역시 충분히 책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 역시 일본여행중에 어떤 벽화를 보고, 이 것은 고구려의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요. 이역시 역사적인 배경이 있던 것이었고, 그런 것들을 알아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바로 시공간을 초월하여공유할 수 있는 인간의 기억일 테니 말이죠.

책이 엘리트의 전유물이고, 어떻게 보면 과시의 대상이던 시대의 종언을고한 것은 바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었습니다. 거기다 근대적인 종이 제조를 가능하게 해준 프랑스의루이 로베로가 등장하면서, 책을 비롯한 인쇄물은 대량생산이 가능해졌지요. 그렇게 지식이라는 것이 특정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의 것으로 확산되면서, 문명은다시 한번 진일보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종이의 시대를 넘어 전자책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데요. 문득 저의 집 서재에서도 책의 역사의 한 부분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지더군요. 조금은 어려웠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수 있는 책이 아닌가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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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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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다시 한번 책 표지를 보니 따듯하지만 고적한 느낌이 손끝에 잡힐 거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이 책의 내용을 한 장의 그림으로 정말 잘 표현해낸 거 같아요. 가족에 대한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는 소개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이 표지를 봤을 때, 참 따듯하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고즈넉하다라는 느낌을 더하게 되었죠. 어쩌면 우리가 가족에 대해 막연히 갖고 있는 환상과 실제로 부딪치는 복잡한 감정을 드러낸 느낌이라고 할까요?

예전에 가수들이 앨범을 낼때요, 각각의 노래가 하나의 이야기의 흐름이 될 수 있게 구성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제 생각에는 단편집도 좀 그런 느낌이 있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성인식은 정말 딱 좋은 도입부였습니다. ‘부모는 산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라는 이야기가 절로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였는데요. 그래도 아픔의 그림자에 갇혀 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된 성인식이였던 거 같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많은 부분에서 같은 추억을 공유할 수 밖에 없는 가족이 갖고 이는 힘일 수도 있겠지요.

언젠가 왔던 길은 담담한 문체가 더욱 비극성을 강화시키는 느낌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엄마에게도 그리고 딸에게도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되더군요. 그리고 표제작이기도 한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마치 한 편의 미스테리 같은 긴장감마저 느껴졌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는 멀리서 온 편지인데요. 아무래도 연애와 결혼의 간극을 귀엽게 풀어나갔던 거 같아요. 그 사이에 아무리 큰 차이가 있더라도 결국 같은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시간이니 말이죠. 이어서 하늘은 오늘도 스카이는 결말이 좀 답답해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인간에게 그 어떠한 슬픔이 다가와도 초연한 자연을 닮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마지막 이야기는 때가 없는 시계인데, 가족과 추억 그리고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이 돋보였던 이야기입니다.

단편 하나하나로도 좋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참 좋았던 단편집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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