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이웃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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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건 살인마나 테러리스트 같은 악한이 아니라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선한 이웃 들이다... 정말 의미심장한 말이라고 생각해요. 문득 아이히만의 항변과 생각하지 않은 죄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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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프로젝트 - 무엇이 인생의 차이를 만드는가
헬렌 피어슨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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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라는 말이 있지요. 영국의 수상이자 위대한 연설가인 윈스턴 처칠이 한 말이라고 하는데, 영국에서 진행된 코호트 연구에 대한 보고서인 <라이프 프로젝트>를 읽으면서 계속 떠올랐던 말이기도 합니다. 1946, 1958, 1970, 1991, 그리고 2000년에 걸쳐 이루어진 코호트 연구는 인간의 성장에 대한 최장 그리고 최대 규모의 종횡단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은 5세대에 걸친 7만명의 아이들의 삶을 70년간 추적하며, 인간의 삶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했는데요. 이는 아이들의 성장과 교육에 필요한 자료를 축적하는데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없었던 것으로 인한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했지요. 흥미로운 것은 이 연구의 결과가 지금은 마치 상식처럼 받아들여질 정도라는 것입니다. 임신을 했을 때 흡연을 하면 안 좋다, 매일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 같은 육아상식들이 이 연구를 통해 입증이 되었거든요.

사실 처음에는 좀 암울했어요. ‘실패할 운명을 타고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그러했거든요. 노동 계급 출신의 아이들이 아무리 재능을 갖고 태어나도 중산층의 아이들에게 추월 당하기 쉽다는 것도 그러했지요. 또한 어린 시절에 제대로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거나 질병에 노출되거나 오염이 많은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이미 건강 면에서도 많은 패널티를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도 그래요. 정말 태중에 있을 때나 태어나서의 특정 시기가 인생의 많은 부분을 좌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행히 이런 연구를 통해서 교육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임산부 케어나 출산 휴가 같은 것들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발전시켜왔다는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지더군요. 어떤 면에서는 영국이 갖고 있는 저력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지금은 컴퓨터에 의지해서 많은 자료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1946년도의 상황은 전혀 달랐으니까요. 하지만 꾸준히 자료를 축적하여, 정책에 반영해왔다는 것이 놀랍고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그들은 역사를 연구하여 미래를 열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 이와 비슷한 연구를 본 적이 있어요. 바로 하버드 대학생들의 생애를 관찰하고 정리한 그랜트 연구인데요. 흥미로운 것은 이런 연구들을 살펴보면 물론 많은 것들이 자신들이 선택할 수 없었던 조건에 의해 좌우되지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 역시 인간에게 있음을 보여줍니다. 코호트 연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 바로 1958년 코호트의 연구자중 도리아 필링의 불우한 환경으로부터의 탈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배경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기도 하고요. 건강의 문제 역시 아무리 많은 위험에 노출되었어도 스스로 관리를 하면 개선할 수 있다는 것도 조금은 다행스럽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내가 자식에게 요즘 말로 금수저를 물려줄 수 없는 부모라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는 꾸준한 노력으로 아이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고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자기개발도서에서 주는 영감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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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R - 우리가 몰랐던 디자인 이노베이터의 생각과 힘
서승교 지음 / 와이즈베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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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아이콘이라고까지 불리는 스티브 잡스, 그로 인해서 한국에 정말 유행어처럼 번진 말이 바로 창조와 혁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조금은 막연하게 느껴지는 단어들이기도 하다. 정말 좋은 것 같은데, 딱히 어떻게 이런 능력을 키워야 할지 가늠하기 힘든 느낌이랄까? 어쩌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천재성과 닮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물론 그런 뉘앙스의 말이 아닌 것은 알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을 문자 그대로 이해하고 싶은 심정이 들 때도 있었다.

대한민국 디자인 이노베이션 분야의 선도자이자 실무전문가의 서승교가 이런 나의 의문과 좌절에 답을 주려고 하는 한 권의 책이 바로 <크리에이티브 R>이다. 개인적으로는 생산성의 황소창의의 젖소라는 개념이 정말 명확하게 와 닿았다.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 이는 기계로 충분히 대체가 가능한 시대가 다가온다는 것이 함정이기 때문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창조와 혁신을 이끌어내는 창의의 젖소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능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것들은 무엇일까? 여기에 그는 '4R 프로세스'를 제시한다. 'Rapport(고객과 공감대 형성하기)’, ‘Read(고객의 행동에서 혁신의 단서 모으기’), ‘Re-Think(고객의 진짜 니즈 분석하기)’, ‘Radical Create(고객이 감동하는 혁신 만들기)'로 설명할 수 있다. 재미있는 부분은 고객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는 것이다. 사실 그렇게 기업들이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색조화장품 브랜드에서 특정 색상을 단종시켰다가, 고객들의 항의로 결국 재발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저렇게 일을 복잡하게 처리할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고객이 놀라워하는 상품이 아닌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상품이 구매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간과한 혁신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표지 역시 매우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진정한 창조와 혁신은 끊임없는 교류, 나아가서는 상대의 입장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아무래도 마케팅에 관련된 일을 해서인지, 내 자세를 되돌아보게 해주는 조언들이 참 많았던 거 같다.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고려해야 할 것은 고객인데, 이를 알면서도 자꾸만 잊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여행자 되어보기처럼 사용자의 진짜 니즈를 발견할 수 있는 방법에 익숙해지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아니라도, 참 도움이 되는 조언과 이미 다가와 있는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책이기도 하다. 거기다 창의적 인재가 해봐야 할 일들에 대한 리스트도 제시되어 있어서, 앞으로 열심히 실천하며 창의력을 키워나가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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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범죄 X-파일 - 중국 대륙을 뒤흔든 강력 범죄 사건 실화
클레어 엮음 / 에코차이나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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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범죄수사드라마를 즐겨보는데요. ‘정말??’, ‘설마??’, ‘이런일이??’라며 애써 부정을 하고 싶은 에피소드들이 종종 나오곤 하죠. 물론 수사기관의 자문을 받고 만드는 드라마인 것을 알면서도 참 인정하기 싫은 사건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중국범죄 X-파일>을 읽으면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드라마에 나왔던 파렴치한 사건과 겹치는 경우도 많고, 또 우리나라의 뉴스에 나왔던 잔혹한 사건이 떠오르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문득 사람 사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이렇게 나쁜 부분에서는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도 살포시 생기네요.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것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중국사회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신조어들이었습니다. 푸얼다이(Rich 2G), 차이리(bride price), 신생대농민공, 량라오런유엔(노동개조인+노동교양인), 리우쇼우얼통(나홀로 아동), 하이구이(해외유학파), 가오푸솨이(엄친아)와 같은 단어들인데요. 이를 둘러싼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서, 바로 이 순간의 중국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이러한 사건들은 중국사회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는데요. 예를 들면 황장데이트 강간 변사사건의 경우에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일으켰고, 법의학에 대한 중국사회의 신뢰를 키울 수 있었다고 하네요. 또한 농민들이 도시로 진출하면서 남겨진 자식들을 대상으로 했던 반인륜적 범죄에 보고서도 기억에 남네요. 예전에 아동학대에 대한 법률이 제정되는 과정에는 정말 많은 아이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요지의 글을 본적이 있는데요. 이미 다시는 있어서는 안될 과정이 나라마다 반복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습니다.

중국 대륙을 뒤흔든 강력 범죄 사건 실화라는 부제답게, 기승전결이 꽤나 명확한 느낌을 주었어요. 자칫 자극적으로 흐르기 쉬운 주제일 수 있는데, 냉정하게 분석하는 자세를 갖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더군요. 이 책의 엮은이 클레어는 팟빵 팟캐스트 프로파일러 배상훈의 CRIME’에서 중국 사건 크루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역량이 잘 드러나는 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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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의 온기 - 내가 먹은 채소에 관한 40가지 기억
김영주 지음, 홍명희 그림 / 지콜론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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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특히나 어렸을 때의 저는 야채를 정말 싫어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빠가 야채를 먹게 하기 위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셨다고 해요. 그 중에 호박전을 척척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해주셨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호박전은 정말 잘 먹는 편인데요.

그래서 <채소의 온기>라는 책을 보는 순간, 이거다 싶더군요. 채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채소가 조금은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40가지 채소에 대한 이야기와 따듯한 그림을 만날 수 있는 책인데요. 거기다 고양이 손도 만드는 레시피도 수록하고 있어서 딱 좋았어요. 고양이 손, 정말 제 요리실력에 딱 맞는 표현이었거든요. ^^

채소인듯, 과일인듯, 애매한 토마토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글을 읽다보면 어렸을 때 즐겨 먹었던, 꿀에 잘 재워놓은 토마토가 문득 그리워지게 만들더군요. 물론 이 책의 저자인 김영주는 토마토를 불과 기름으로 조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에 놀랐다고는 하지만, 저는 도리어 토마토와 떡이 잘 어울린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냥 떡을 구워서 토마토 소스를 올리면 되는 것이라 해먹어 봤는데,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궁합이 잘 맞더군요.

그리고 양파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아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 사노 요코의 사는게 뭐라고에서의 내용이 인용되기도 하거든요. 오래 볶을수록 더 달콤해지는 양파그런데 말이죠. 이런 특성을 이용하여 설탕의 대용품인 양파당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아무래도 동생에게 꼭 알려줘야 할 거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가니쉬로 많이 나오는 파슬리, 저는 생파슬리를 즐겨 먹는 편이었는데요. 그런 절 보면서 그거 먹는 거 아니고 장식이야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그때는 별 생각없이 맛있는데, 라고 대답하고 말았는데, 실제로 파슬리가 정말 오래된 향신료이고,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반갑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봄이 오면 생각나는 달래양념장이나 제가 좋아하는 아스파라거스에 대한 이야기까지, 채소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입맛이 생기는 걸 보니, 잘 선택한 책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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