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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 보일 때까지 걷기 - 그녀의 미국 3대 트레일 종주 다이어리
크리스티네 튀르머 지음, 이지혜 옮김 / 살림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이번 주말에도 해상공원에서 산책을 하다, “걸어간 만큼 돌아와야 되니까
더 이상 걷기 싫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그런 내가
왜 도보여행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설레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잘 되지 않네요. 하지만
전에 읽었던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을 완주한 여성의 이야기인 <와일드>도 그렇고, <생이
보일 때까지 걷기>도 참 좋게 읽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은 나도 한번 저렇게 걸어보고 싶다는 상상(망상에 가까운)을
하게 되더군요.
이 책의 저자인 크리스티네 튀르머는 36세의 나이에 재미관리 책임자의
자리에 오를 만큼, 자신의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며, 어떻게
보면 물질적인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왔던 인물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뛰어난 업무능력이 도리어 독으로
작용하여 해고를 당하게 되고, 오랜 친구가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보며 그녀의 삶에
큰 전환점이 찾아오게 되는데요. 물론 그 전환점을 제대로 포착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에 절로 감탄하게
되더군요. 자신의 삶이 10년밖에 남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계속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간직해온 꿈을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그녀는 PCT완주를 위해 떠나게 되거든요.
“모든 일에 끝없이 회의를 품기보다는 단호하게 결정을 내리고 행동에
나서는 것. 아마 살면서 여러 가지 일을 마주하게 될 때 내가 취해야 할 태도도 이런 것일지 모른다. (p.115)”
그렇게 그녀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 4,277킬로미터), 콘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CDT 4,900킬로미터), 애팔래치아 트레일(AT 3,508킬로미터)을 완주해내죠. 지금도 전세계를 누비는 도보여행자로 살아가고 있지만, 이 책은 미국 장거리 하이킹 협회가 인정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게 해준 트레일에 대한 기록입니다. 각기 다른 트레일 코스처럼 그녀가 만나는 자연과 사람 역시 달랐는데요. 두번째
코스는 PCT에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 특히 사랑꾼 기질이 많던 밥과 함께하는데, 그 재미가 또 다르더군요. 친구와 함께 처음으로 했던 유럽여행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우리는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역시나
사람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여행을 가보라는 조언에서 빗겨나가기 힘든 것도 사실이죠. 거기다 단순한 여행이
아닌 트레일처럼 극한의 환경이라면 더욱 그러하겠죠.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뿐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