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미술관 - 잠든 사유를 깨우는 한 폭의 울림
박홍순 지음 / 웨일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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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는 강연을 하거나 책을 집필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게 될텐데요. <생각의 미술관>을 읽으면서 문득 화가들은 자신의 그림을 통해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은 미술작품을 매개로 인문학을 연구하는 박홍순의 책인데요. 책을 읽다 보면 절로 미술과 철학이 얼마나 밀접한 것인지 깨닫게 되더군요. 그는 붓을 든 철학자라고 불리는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주로 생각의 화두로 삼곤 하는데요. 익숙한 이름이라 찾아보니 바로 피레네의 성이라는 작품이 나오더군요. 제가 이 화가의 작품을 보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떠올렸었는데요. 실제로 영화가 이 작품에서 모티브를 받았다고 하니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마그리트가 그린 그림에서 화가가 집약적으로 담아낸 것들을 읽어가는 과정 역시 매우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림을 역사나 심리학처럼 생각해오곤 했는데,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과정을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물론 작가의 풍부한 필력 덕분에 상당히 쉽게 풀어가고 있어서 더욱 그랬던 거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프랑수아 제라르의 <레카미에 부인의 초상>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는데요. 나폴레옹 시대 파리 사교계의 여왕이였던 레카미에 부인을 처음에 그린 사람은 다비드라고 해요. 그는 그녀가 드러내고 있는 육체적인 욕망을 인위적으로 거세한 그림을 그리려고 했다는데요. 그래서 결국 그 작품은 미완성으로 끝나고 말았고, 그녀는 다비드의 제자인 제라르에게 자신의 그림을 의뢰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에서 욕망을 타고난 본성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제 마음을 끌어당긴 것 같아요. 저는 밤에 집에 와서 일기를 쓸 때면, 나름 철학적인 질문에 빠져들곤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거의 본능에 떠밀려가듯이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래서 어쩌면 제가 밤마다 하는 자기반성이 어쩌면 미완성으로 끝나고 말 그림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져들게 되더군요. 제 눈에도 제라르의 그림속에서 숨쉬고 있는 레카미에 부인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 것도 사실이고요. 드가의 허리를 숙인 발레리나라는 작품에서의 이야기와 연결되어서 더욱 이 부분이 돋보인 것 같기도 합니다. 책 제목 그대로 생각의 미술관에 미술과 철학적 소양을 풍부하게 갖춘 큐레이터와 함께 방문한 기분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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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 보일 때까지 걷기 - 그녀의 미국 3대 트레일 종주 다이어리
크리스티네 튀르머 지음, 이지혜 옮김 / 살림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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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도 해상공원에서 산책을 하다, “걸어간 만큼 돌아와야 되니까 더 이상 걷기 싫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그런 내가 왜 도보여행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설레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잘 되지 않네요. 하지만 전에 읽었던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을 완주한 여성의 이야기인 <와일드>도 그렇고, <생이 보일 때까지 걷기>도 참 좋게 읽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은 나도 한번 저렇게 걸어보고 싶다는 상상(망상에 가까운)을 하게 되더군요.  

이 책의 저자인 크리스티네 튀르머는 36세의 나이에 재미관리 책임자의 자리에 오를 만큼, 자신의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며, 어떻게 보면 물질적인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왔던 인물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뛰어난 업무능력이 도리어 독으로 작용하여 해고를 당하게 되고, 오랜 친구가 갑작스러운 뇌졸중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보며 그녀의 삶에 큰 전환점이 찾아오게 되는데요. 물론 그 전환점을 제대로 포착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에 절로 감탄하게 되더군요. 자신의 삶이 10년밖에 남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계속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간직해온 꿈을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그녀는 PCT완주를 위해 떠나게 되거든요.

모든 일에 끝없이 회의를 품기보다는 단호하게 결정을 내리고 행동에 나서는 것. 아마 살면서 여러 가지 일을 마주하게 될 때 내가 취해야 할 태도도 이런 것일지 모른다. (p.115)”

그렇게 그녀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 4,277킬로미터), 콘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CDT 4,900킬로미터), 애팔래치아 트레일(AT 3,508킬로미터)을 완주해내죠. 지금도 전세계를 누비는 도보여행자로 살아가고 있지만, 이 책은 미국 장거리 하이킹 협회가 인정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게 해준 트레일에 대한 기록입니다. 각기 다른 트레일 코스처럼 그녀가 만나는 자연과 사람 역시 달랐는데요. 두번째 코스는 PCT에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 특히 사랑꾼 기질이 많던 밥과 함께하는데, 그 재미가 또 다르더군요. 친구와 함께 처음으로 했던 유럽여행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우리는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역시나 사람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여행을 가보라는 조언에서 빗겨나가기 힘든 것도 사실이죠. 거기다 단순한 여행이 아닌 트레일처럼 극한의 환경이라면 더욱 그러하겠죠.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뿐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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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 최신 개정 8판
조지 리처 지음, 김종덕 외 옮김 / 풀빛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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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사회학자 조지 리처의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The McDonaldization of Society>라는 책을 읽으니 얼마전에 파운더라는 영화를 봤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맥도날드는 미국의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브랜드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영화를 보다 보니, 실제로 이 브랜드를 세계적으로 성공시킨 인물은 레이 크록이라고 할 수 있었어요. 물론 딕 맥도날드와 마크 맥도날드가 자신의 햄버거 가게에 적용시킨 스피디 시스템이 기본이 되었지만, 프랜차이즈로서의 가능성을 알아본 사람이 레이 크록이었죠. 결국 창립자인 맥도날드 형제는 자신들의 가게마저 뺏기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데요. 이 역시 조지 리처가 맥도날드화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합리성의 불합리성의 역설인 인간은 사라지고 수단만이 남는 문제점을 드러낸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맥도날드는 이미 단순한 브랜드가 아니지요. 각국의 통화가치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 빅맥지수’, 패스트푸드처럼 짓는 집을 이야기하는 맥맨션’, 전망 없는 저임금노동을 이야기하는 맥잡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사회상을 상징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조지 리처는 이미 1993년에 이 책을 통해 패스트푸드점의 원리가 사회를 지배하게 되는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를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최신 개정 8판에서는 맥도날드화의 발전된 변주형태인 스타벅스화’, ‘이베이화’, ‘2.0’에 대한 분석을 더했습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니, 요즘 가성비(가격대비성능)를 내세우며 유행하는 대형유통업체가 만든 브랜드도 떠오르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참 아이러니한 상표라고 생각했는데요. 효율성과 대량생산을 앞세우며, 질보다는 가격을 강조하는 것이 유사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맥도날드화와 마찬가지로 비인간화를 가져온다는 면도 그러하죠. 결국 인간 스스로 선택의 폭을 좁혀버리게 되면서 소비에서 드러날 수 있는 작은 개성조차 사라지게 됩니다.

솔직히 약간 두렵기도 했습니다. 저도 책을 읽으면서 어느새 맥도날드라는 시스템이 얼마나 합리적인가에 대해 자꾸만 생각하게 되었거든요. 그것이 만들어내는 여파에 대해서는 자꾸만 잊게 되는 것이죠. 아무래도 당장 제 눈앞에 보이는 이득에 눈길이 더욱 가게 되는 거 같아요. 하지만 얼핏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불합리성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경각심을 일깨워주죠. 거기다 다행스럽게 이 책에서는 맥도날드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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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블렌드 스프링 - 1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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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 왜 이 블렌드의 이름이 'spring'인지 알게 해줘요. 패키지도 '작은 아씨들'이라 느낌을 더 살려주고요. 연하게 내릴수록 부드럽고 맛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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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천재들 - 최고의 생각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데니스 셰커지안 지음, 김혜선 옮김 / 슬로디미디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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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상이라고 불리는 상이 있더군요. 바로 맥아더상인데요. 저부터가 일단 맥아더 장군을 떠올렸는데, 이 상은 존 D. 맥아서라는 미국의 정말 독특한 사업가가 만든 재단에서 주는 상입니다. 그는 나는 돈을 버는 법을 알게 되었으니 여러분이 돈을 쓰는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라며 이 재단을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38살에 빌린 35달러로 사업을 시작하여 8년후 100만달러를 벌었고, 80세에 사망할 당시 미국에서 두 번째 부자로 성장했던 그는 확실히 돈을 버는 법을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그의 재단은 돈을 쓰는 방법을 알아낸 거 같더군요. ‘창의적이고 잠재력이 우수한사람에게 5년 동안 매년 3만에서 7만 달러를 지원해주는 상을 만들어 냈으니까요.

이 책은 이 상의 수상자 중 40명을 추려서 인터뷰를 한 것인데요. 프롤로그부터 제가 마치 인터뷰를 준비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생생하게 살아있는 느낌이 흥미롭더군요. <슈퍼 천재들>의 원제는 ‘Uncommon Genius’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특별하다라는 것보다 평범하지 않다라는 표현이 더욱 마음에 와 닿았는데요. 작가가 처음에 밝힌 것처럼 최고의 생각, 즉 창의성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밝혀내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불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왜냐하면 그들이 특별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바로 타고난 재능 혹은 천재성이라고 하죠. 그런 것을 갖고 있더라도 그것을 자신의 능력으로 그리고 성과로 만드는 과정 즉 노력을 지속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 과정 역시 자신들만의 길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Uncommon’합니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심지어 자신을 좌절시키더라도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정말 끈기를 넘어선 무한한 마치 부모님의 사랑 같은 것을 자신의 일에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아무래도 제가 끈기가 부족한 편이라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저부터가 천재하면 반짝거리는 혹은 일반인과 전혀 다른 차원의 그런 것들을 생각하죠. 정말 말 그대로 ‘super’. 하지만 그러한 천재성은 처음부터 반짝일 수 없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너무 오래된 비유일지 몰라도 마냥 우아해 보이는 백조도 물 밑으로는 열심히 물장구를 치고 있으니까요. 책 내용 자체는 좋았는데요. 번역과 오타가 조금은 아쉽더군요. 첫 장부터 오타가 있어서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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