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목욕탕
나카노 료타 지음, 소은선 옮김 / 엔케이컨텐츠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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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좋아하는 배우들이 등장해서 기대하던 영화 행복 목욕탕이네요. 책으로 나온 <행복 목욕탕>은 영화의 원작이 아니라, 영화로 만들어진 후에 나오는 시나리오 소설이라고 합니다. 그 어떤 방향성이라도, 제한된 시간과 공간을 넘어설 수 있는 소설이 조금 더 촘촘한 관계성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일단 책으로 먼저 만나보고 영화로 봐야지 마음을 먹었습니다. 책으로 읽다보니, 정말 긍정과 사랑의 힘을 보여주는 엄마 역할에 미야자와 리에 딱이었고요, 평생 철이 들지 않을 거 같은 아빠 역에 오다기리 죠 찰떡일거 같더군요.

원제는 湯を沸かすほどの熱い愛인데요. 처음에는 이 제목이 상당히 은유적인 것이 아닐까 했었답니다. 고등학교 가업을 물려받았던 남편의 뜬금없는 가출로 1년 째 휴무이던 목욕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목욕탕의 수증기처럼 사라진 남편 덕에 고등학생인 딸 아즈미를 부양하기 위해 빵집에서 알바를 하는 후바타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전해지죠. 바로 시한부 선고입니다. 밝고 책임감 강한 성격의 후바타는 엄마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며 소극적이라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딸을 위해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전력을 다해해두기 위해 뚜렷한 계획마저 세웁니다. 집을 나간 아빠를 찾아와서, 목욕탕을 일으켜 세우고, 심약한 딸을 홀로 설 수 있게 해준 후에,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 것이죠. 사립탐정을 고용하여 찾아낸 남편은 누구의 자식인지조차 가늠하기 힘든 또 다른 딸 아유코와 함께 살고 있었고요. 아유코는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갔다는 것에 큰 상처를 받고 반항기가 다분한 상태였죠. 하지만 그녀는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식사를 한다면 가족이라고, 말 그대로 식구(食口)라고 생각하고, 그들 모두를 보듬기 시작합니다. 물론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라고 했듯이, 다 함께 노력해서, 일년째 꺼졌던 목욕탕 굴뚝에서 다시 붉은 연기가 피어 오르게 하죠.

왕따를 당하던 아즈미가 엄마를 닮은 딸이 되고 싶다며 당당하게 홀로 일어서는 모습도, 자신을 두고 간 엄마를 여전히 기다리던 아유코의 마음이 치유가 되는 과정도 참 인상적이었죠. 그때까지도 저는 원제가 은유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정말 SBS에서 방송중인 시사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급의 반전이 있더군요. 정말 방송을 진행중인 김상중씨의 유행어 그런데 말입니다.”가 절로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영화까지는 보기 힘들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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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사장을 납치한 하롤드 영감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잔(도서출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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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도시의 풍경이나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주거환경에 특색이 없어진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아무래도 글로벌기업들의 무차별적인 확장과 공격적인 전략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이케아 사장을 납치한 하롤드 영감>이라는 책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왠지 그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동안 북유럽 소설을 몇 권 읽은 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거 같아요. 특히나 사브Saab를 타고 다닌다는 점도 그랬지만요. 동네에 이케아가 들어오고 나서, 사람들이 대를 이어온 룬데 가구점의 퀄리티에 이케아의 가격을 원한다는 돌직구를 날리는 면도 그랬지요. 그래서인지 <오베라는 남자>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상당히 유쾌하고 나름 흥미로운 반전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요. 뭐 전혀 그런 부분이 없는 것만도 아니긴 합니다. 납치를 하러 간다는 하롤드 영감에게 행운을 빌어주는 경찰같이 재미있는 설정이 풍부하기는 해요. 거기다 이케아 사장인 잉바르 캄프라드 역시 캐릭터성이 뚜렷한 인물이라 그런지 소설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이더군요.

하지만 이 책은 그 동안 제가 북유럽 소설에 갖고 있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조금 다른 느낌의 반전이 있었습니다. 약간 철학적인 느낌이라고 할까요? 대를 이어오던 가구점이 문을 닫고, 가족은 해체되어 가고, 사랑하는 아내는 치매로 자신의 존재를 지워가는, 어떻게 보면 하롤드의 사회적인 자아가 그리고 나아가서 하롤드라는 사람의 자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결국 납치라는 어떻게 보면 정말 극단적인 사건으로 확장되어가는 와중이잖아요. 그런데 자꾸 대량생산과 세계화가 만들어내는 맹점 같은 것들이 떠오르더군요. 이야기를 진행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 독특했어요. 결국 그가 꿈꾸었던 복수에 대한 이야기까지 말이죠. 복수를 하면 속시원할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디까지나 나의 슬픔은 내가 감당해나가야 한다는 깨달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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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헌법으로 체크하다 - FACT CHECK
JTBC 팩트체커 오대영 기자 외 지음 / 반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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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의 뉴스룸을 보지 못한 날이라도, 책으로 나오길 바라는 앵커브리핑과 손석희 앵커를 웃겨라가 아닌가 싶은 비하인드 뉴스그리고 팩트체크는 챙겨보곤 하는데요. 그 중에 팩트체크는 여러 권의 책으로 나와서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가 읽은 것도 이번이 네 번째 입니다. 그 동안에는 정치, 사회, 경제, 상식 등의 다양한 분야를 아울렀다면, 이번에는 탄핵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헌법으로 살펴보는 것이라 확실히 집중도가 높더군요.

이 책은 2016년과 2017년 한국에서 벌어진 엄청난 정치적 사건의 흐름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정확한 기록서로 평가받을 만하다.” -손석희 JTBC 보도 부문 사장

탄핵의 흐름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다시 살펴보니 정말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라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 헌법을 제정, 개정 그리고 연구한 사람들이 따져볼 수 있었던 합리적인 경우의 수를 훌쩍 뛰어넘은 일일 것입니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의 벌어진 일 역시 그러했습니다. 특히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위해 개헌을 하자는 주장을 점검하기 위해 만나봤던 헌법학자들의 반응이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 헌법이란 하나의 국가를 기본이고 상징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헌법 역시 충분히 개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두렵더군요. 기본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기본부터 자기 입맛에 따라 바꾸어나간다면, 사회의 근간이 제대로 서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 전의 팩트체크와 다르게 이 책이 매력은 취재과정을 함께해보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는데요. 팩트체크가 만들어져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역시 흥미롭더군요.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면서, 관저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 나오기 시작하죠. 그때 그들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실무 담당자였던 김윤상 전 검사의 글을 살펴봅니다. 청와대 본관에 있는 것이라면 연필 한 자루도 쓰면 안 된다던 가이드라인이 있었던 것이죠. 이미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검증이 쉬운 편이기는 했던 부분이네요. 또한 최순실이라는 민간인에게 1급 보안시설인 청와대 내부문건이 어떻게 넘어갔는지 살펴보는 부분에서는, 정말이지 청와대에서 조직적인 차원의 묵인과 분명한 목적성이 있지 않았으면 불가능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탄핵의 전조들, 대통령 탄핵, 탄핵 그 후까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고요. 이 책의 마지막 팩트체크이기도 했던 최초의 대통령 보궐선거가 정말 코앞인데요. 이번에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그리고 대한민국의 백년지계를 모색할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시는 탄핵을 헌법으로 팩트체크 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도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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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국가를 생각하다
토드 부크홀츠 지음, 박세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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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는 대한민국뿐 아니라, 2017년에는 많은 나라에서 주요한 선거들이 이루어질 예정이죠. 그래서인지, 과연 어떠한 리더쉽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많은 거 같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미 잘못된 리더가 얼마나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는지 체험한 상태라 더욱 그렇겠지요. 문득 전에 들은 잘못된 조직은 없다, 다만 잘못된 리더만 있을 뿐이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더욱 관심이 가는 책이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입니다. 이 책의 저자 토드 부크홀츠는 세계 유수의 투자 회사들에 투자자문을 하고 있는 경제학자입니다. 21세기 경제학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했지요. 그의 책을 읽다보면, 정말 다양한 분야를 막론한 풍부한 지식과 날카로운 분석력 그리고 지혜로운 통찰력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어서, 전작도 궁금해지더군요.

이 책의 원제는 ‘The Price of Prosperity’입니다. 그는 역사적으로 번영했던 나라들이 왜 몰락의 길을 걷데 되었는지를 분석하고, 다섯가지의 이유를 찾아냅니다. 일단은 예상가능한 범위인 출산율 하락입니다. 그 시대에는 노동과 생산을 노예에게 미루면서이고, 지금은 기술의 발달이 이유가 되겠지요. 또한 비교적 근대적인 형태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국가부채도 원인으로 손꼽힙니다. 부유한 국가일수록 더 많은 채무를 얻을 수 있는데요, 물론 빚도 자산이라고 하는 시각도 있지만, 국가가 지게되는 채무는 그 무엇도 아닌 미래세대를 담보로 하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이는 다른 이유인 근로의지 혹은 근로 윤리 약화에 주요한 원인이 될 수도 있지요. 그리고 20세기 국가들의 지상과제로 다가오기도 했던 세계화가 만들어낸 문제점을 역사에서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한때는 베네치아 공화국과 쌍벽을 이루었다는 라구사 공화국 붕괴의 원인이기도 했지요. 바로 무역이라는 것이 국가의 정체성을 약화시킨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부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 특히나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또한 이민자의 증가 등으로 공동체 정신이 사라지고, 결국 애국심마저 소멸시키는 부분에서도 연결점을 찾을 수 있더군요.

그렇다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지도자가 필요할까요? 그는 역사속의 리더들을 통해 어떠한 소양이 필요한지를 정리하기도 합니다 물론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위의 문제가 드러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중에 일본 역시 비껴나갈 수 없는데요. 흥미로운 것은 국가의 번영을 지켜낸 리더에 메이지 유신 시대의 정치가들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죠. 어쩌면 일본에게는 꽤 괜찮은 가이드라인이 이미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지도자들이 참고하는 것보다 조금만 더 뒤로 역사를 돌려서 살펴보면 좋을 텐데 말이죠. 운동경기에는 강한 팀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팀이 강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국가에도 같은 말이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가 좋은 리더를 선택하여, 제대로 기회를 잡는다면, 우리나라 역시 충분히 강해질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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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 - 신경림 시인이 가려 뽑은 인간적으로 좋은 글
최인호.김수환.법정.손석희.이해인 외 34명 지음, 신경림 엮음 / 책읽는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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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이다라는 표현을 조금 더 감각적으로 만드는 것이 뭉클하다라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60년 넘게 시인의 길을 걸어온 그리고 또 앞으로도 걸어갈 신경림님이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수필들을 엮은 <뭉클>이라는 책 제목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지요. 물론 뭉클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 검색해보니 제가 생각하던 뜻은 아니라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요. 그래도 가슴이 뭉클하다라는 표현 참 많이 사용하고, 그 말이 주는 느낌도 참 좋잖아요. 시선집은 많지만, 산문선집은 많지 않은 것이 아쉬워서 나온 책이라고 하는데, 정말 수록되어 있는 글 하나하나가 다채롭고 가슴을 뭉클하게 하네요.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씨가 앵커브리핑을 진행하는 걸 보면요. 마치 한 편의 짧은 수필을 듣는 기부마저 들 때가 많아요. 그런데 이 책에도 손석희가 쓴 수필이 하나 실려 있더군요. 바로 햇빛에 대한 기억입니다. 처음에 햇빛의 가져다 준 밝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왠지 손석희 앵커 하면 떠오르는 정의로운 그리고 공정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심지어 햇빛과도 같은 삶을 살고 싶었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가 생각하는 햇빛이 가득한 세상은 제 예상과는 조금 달랐어요. 밝고 따듯한 그리고 관대함이 가능한 세상이라, 햇빛이 갖고 있는 가장 큰 것, 세상만물에 공평하게 닿는 그 것을 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정말 저도 햇빛과도 같은 삶을 꿈꿔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제목이 독특해서 더욱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바로 박목월 시인의 평생을 나는 서서 살았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기, 머리카락에 백발이 섞이기 시작하는 바로 그 때를 시인은 유감한 시기라고 말합니다. 사실 그렇죠. ‘늙는구나, 늙었구나그 마음이 저도 조금씩 피부에 와닿기 시작하는 나이라 더욱 안티에이징에 집착하고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시인은 이제는 앉아야 할 시기라고 말합니다. 이제는 침착하게 여유를 갖고 살아가겠다는 시인의 마음이 저의 자세와는 너무나 대비되는 거 같기도 하고 말이죠. 저는 연어라도 된 양, 흐르는 세월을 거슬러 올라갈 생각만 하니까요. 그리고 박목월 시인의 글을 읽으며 나도 서구적인 사고방식에 많이 기울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뜬금없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요. ‘사월 상순이라는 시를 읽으며 그 절묘한 표현에 감탄을 아니 뭉클해하고 있는데, 자신의 졸작이라고 표현을 하시는 걸 보고, 저도 모르게 이게 졸작이라뇨!’라며 겸손이 지나치다고 울컥했거든요. 그 시대에는 다 그렇게 아니 요즘도 거하게 차려놓고 차린 게 없다고 말하곤 하는 것과 같잖아요. 그래서 순간 든 제 생각에 혼자 웃곤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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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7-05-03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쓴 글과 인간적으로 좋은 글은 꼭 비례하는 건 아니지요. 살짝 소개해주신 내용만 봐도 짐작됩니다. 표지도 참 이뻐요. 뭉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