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아야세 마루 지음, 이연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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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에 적신 마드렌을 먹으며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소설 때문이죠. 냄새가 기억을 일깨우는데 효과적이라는 걸 프루스트 효과라고 합니다. 그런데 <벚꽃아래서 기다릴게>를 읽으면서도 문득 이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아무래도 목향장미, 탱자꽃, 유채꽃, 백목련, 그리고 벚꽃까지 5가지의 단편에 꽃 향기가 물씬 배어 있는 기분이 들어서겠지요. 거기다 일본의 봄을 상징하는 벚꽃을 주제로 한 이야기에서는 모든 봄 꽃 향기가 모여져 이 봄을 더욱 다채롭게 만드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물론 이 책의 주제는 꽃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저는 향기에 취해있을까요? 물론 한자는 다르지만요. 향기香氣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뜻하는 향수鄕愁는 통하는 부분이 많은가 보네요. 생각해보면 저 역시 외갓집 하면, 직접 꺾어 온 옥수수를 커다란 가마솥에 넣고 삶아주셨던 그 구수한 냄새가 먼저 떠오르기도 하거든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후, 어떤 사람들은 일본으로 여행을 가는 것 조차 꺼리곤 하는데요. 대지진과 쓰나미가 휩쓸던 그리고 그 후의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리고 그 이후에도 그 곳은 누군가의 고향이고,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고, 또 누군가의 추억이 어려있고, 누군가의 행복이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이 소설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다양한 이유로 가족을 만나기 위해 신칸센을 타고 토후쿠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그리고 그 곳에서의 일상을 그려내요. 때로는 제가 신칸센을 타고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참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더군요.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바로 탱자 향기가 풍기다입니다. 약혼자의 부모님을 뵈러 후쿠시마로 떠난 리츠코가 등장하는데요. 후쿠시마에 덧씌워진 이미지들과 또 시댁식구와의 첫인사까지 정말 여러가지로 긴장하고 있었던 그녀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풀어지는 부분이 참 좋았던 거 같아요. 마치 제가 갖고 있는 후쿠시마에 대한 편견도 탱자꽃 향기로 변하게 될 거 같은 느낌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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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터 Littor 2017.4.5 - 5호 릿터 Littor
릿터 편집부 지음 / 민음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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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서점에 갔을 때,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잡지들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읽고 쓰는 사람들을 위한 문학잡지 <릿터,Littor>가 있다는 것을 늦게나마 알게 되어서 정말 좋다. 커버스토리에 대한 다양한 글 그리고 산문, 인터뷰, 소설, , 리뷰로 이어지며 다양한 글을 만날 수 있었다. 용재 오닐과의 인터뷰도 좋았고, 유운성의 영상비평도 기억에 남는다.

릿터 5호는 표지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 국민이 공유하고 있는 집단 기억 중에 하나인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커버 스토리 역시 ‘416이다. <쇼코의 미소>를 쓴 최은영의 짧은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녀가 공유하는 시간은 09:00-12:00이다.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기억을 갖고 있을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날의 감정은 그녀의 것과 닮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로 부디설마두려움’, 그리고 전원구조가 오보라는 것이 밝혀지며, ‘순진한 믿음이 부서지기 바로 직전의 시간을 끊임없이 반추하는 것 말이다.

산문에서는 특별기고인 요 네스뵈의 글이 있었다.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그가 이야기하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는 그의 소설만큼 독특하게 다가왔다. 스포일러 표시가 되어 있어서 리뷰로 쓰기는 적절하지 않지만, 그가 자신에게 책표지에 해리 홀레 시리즈가 찍히면 독자들이 많이 읽어 줄 것 같아서 계속 해리의 이야기를 쓰는 건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역시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작가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목마름>의 집필 동기와 후기를 읽다보니, 여전히 요 네스뵈답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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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세상의 모든 꿈을 팝니다
빌 캐포더글리.린 잭슨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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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성공비법은 궁금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때는 기업랭킹의 윗자리를 차지하다가도 어느새 저 멀리 사라진 브랜드들이 참 많죠. 하지만 그렇게 수많은 브랜드들이 명멸하는 사이에도 디즈니는 그 여전히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으니 말입니다. 단순한 성공의 비밀이 아닌, 그 성공을 지속하게 하는 방법 역시 디즈니는 알고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 이 책에 손이 갔습니다. 제목부터 참 디즈니스럽다는 느낌을 주는 <디즈니, 세상의 모든 꿈을 팝니다>. 디즈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디즈니랜드, 저 역시 이 곳을 꿈의 나라, 혹은 환상의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나 봐요. 사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봤던, ‘디즈니는 고객의 꿈을 서비스합니다라는 문장이 먼저 떠올라야 하는데 말이죠. 책을 읽고 나니, 어쩌면 이 것 역시 디즈니의 비밀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거대한 비즈니스 제국이 떠올리지 않는 것?

제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디즈니가 만든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 말이죠. 디즈니가 만든 영화속의 이야기는 마치 구전동화처럼 인류의 집단 기억이 되어 가고 있죠. 더 놀라운 것은 음악을 통해 기억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최근에 미녀와 야수를 실사화 한 영화를 보고 나서 아쉬웠던 부분이 딱 하나 있다면, 음악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셀린디온의 목소리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죠. 이 역시 제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에는 이미 디즈니 문화속에 완전히 빠져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한 그들은 보여지는 것이 아닌 실제 기업문화에도 을 강조합니다. 꿈을 통해 혁신을 이루고성장의 원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그리고 그런 문화를 내면화시키기 위해 정말 다각도로 애쓰고 있더군요. 이 책의 저자는 디즈니의 성공비법을 연구하고, 컨설팅해왔다고 하는데요. 그들도 그리고 책을 읽은 저도 디즈니의 성공비법은 이라고 말하겠죠. 그리고 그것을 실재하게 만드는 힘은 꿈꾸고, 믿고, 도전하고, 실행하라라는 디즈니의 경영과 조직문화 그 내면에 있었습니다. 이 책의 원제처럼 ‘The Disney Way’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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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브레인 - 새대가리? 천만에! 조류의 지능에 대한 과학적 탐험
나단 에머리 지음, 이충환 옮김, 이정모 감수 / 동아엠앤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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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지능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간주되는 생물이 있다면 바로 새일 것입니다. 국어사전에 새대가리를 입력하면, ‘우둔한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라는 설명이 있을 정도이니 말이죠. 그런데 런던 퀸메리 대학의 인지 생물학 부교수이자, 까마귓과와 유인원, 앵무새의 사회 심리학적 행동 이해하기 위해 연구하는 나단 에머리 박사의 <버드 브레인>을 읽으면, 이것이 얼마나 잘못된 편견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부제 역시 새대가리? 천만에! 조류의 지능에 대한 과학적 탐험이죠.

이솝 우화에 그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목이 마른 까마귀가 항아리의 물이 부리에 닿지 않자, 돌을 넣어서 물을 마신다는 것이죠. 사실 이는 말 그대로 우화인줄 알았는데요. 이 책을 읽고 나니, 이 것이 어쩌면 실제로 본 모습을 가지고 조금 더 살을 붙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더군요. 몇 종류의 새들은 실제로 도구를 사용할 줄 알았고, 떼까마귀 역시 그런 새였거든요. 여기서 몇 종류라는 것 역시 잘 알아둬야 하는 개념입니다. 새는 알려진 것만으로 1만종이 넘는 분류 군을 갖고 있는데요, 이들은 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적응하여 각기 다른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자연환경을 뒤바꿔버리는 인간과는 참 다른 모습이기도 하죠. 거기다 철새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들이 갖고 있는 항법기술은 말 그대로 인간의 것보다 발전된 형태이기도 했는데요. 책을 읽으면서 내내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얼마 전에 동물들이 만드는 둥지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새가 주위환경을 어떻게 이용하고 적응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고요. 또 비둘기 편지 같은 것이나, 철새, 그리고 대형을 이루면서도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순환하며 이동하는 새의 움직임도 알고 있었는데요. 막상 그것을 그저 야생의 본능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새와 거의 맞먹는 수준으로 머리가 나쁜 것으로 알려진 물고기의 지능에 대한 책을 얼마 전에 읽은 적이 있습니다. 바로 <물고기는 알고 있다>인데요. 아무래도 이들에 대한 연구가 비교적 최근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하지만요. 새와 물고기는 인류가 존재하기 전부터 이미 있던 생명체이잖아요. 아무래도 사람들 사이에 만연한 편견과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오만함이 한 몫 하지 않았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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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왔지만
다카기 나오코 지음, 고현진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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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기 나오코의 오랜 팬으로서, 그녀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좌충우돌이라는 말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스물 넷 처음 도쿄에 상경했던 그녀의 이야기인 <도쿄에 왔지만>에 붙은 달콤쌉싸름한 도시 적응기라는 설명을 보고는 딱이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좌충우돌보다는 달콤쌉싸름~ ^^ 초콜릿 맛을 달콤쌉싸름하다고 하기도 하고, 인생을 초콜릿박스에 비유하기도 하니까요. 스물 넷의 다카기 나오코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 마음에 도쿄로의 상경을 결정하는데요. 그 누구도 어떤 맛의 초콜릿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고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과감히 일러스트레이터의 삶을 선택을 한 그녀에게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자신이 꿈꾸던 미래와 달리, 도쿄에서의 삶은 정말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전철, 기본적으로 길치유전자를 탑재하고 있는데다, 나름 명성높은, 물론 복잡함으로 악명이 절대적 우위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한번 타보자는 친구의 제안에 정말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녀가 오래간만에 술을 마실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참여한 미팅에서 집으로 가는 전철을 결국 놓치게 되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몇 정거장정도의 거리니까 걸어가자 했다가,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고, 택시를 타게 되는데요. 정말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어지네요. 저희도 결국 현명한 선택을 통해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긴 했지만, 초행 거기에 길치인 사람은 완전히 방전되게 만들 수도 있는 도쿄의 전철입니다.

그녀의 계획처럼 일이 잘 풀려나가는 것은 아니었어요. 높은 생활비에 알바를 전전할 때도 있었지만요. 꿈과 현실의 경계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그녀는 그 상황에서도 정말 그녀답게 살아갑니다. 어쩌면 그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가장 현명한 방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긴자에 있는 은행의 쇼윈도를 이용하여 작품을 전시하는 스트리트 갤러리에 그녀의 작품이 걸리게 되고, 상경한 가족과 함께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구경을 가는 걸 보면서 저 역시 행복해지더군요. 처음에 아빠 혼자 왔을 때, 담담한 듯 하면서도 세심하게 신경 써주는 아빠의 모습이 참 애틋하게 느껴졌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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