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잔에 담긴 세계사 - 역사 속 그들의 인생을 바꾼 와인 리스트
안자이 기미코 지음, 우노 아키라 그림, 황세정 옮김 / 니들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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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처음 술을 가르쳐주신 아빠의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수가 높아서 깔끔하고 청량한 느낌을 주는 술을 좋아해서, 와인을 그렇게 즐겨 마시는 편은 아니었는데요. 결혼을 하고, 와인에 조예가 깊은 시어머니 덕분에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술은 역시 어른에게 배우는 것인가봐요.

그리고 여기 와인에 대해 또 다른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이 있네요. 와인이 갖고 있는 다채로운 매력을 돋보이게 해주는 <와인잔에 담긴 세계사>입니다. 부제인 역사 속 그들의 인생을 바꾼 와인 리스트가 더욱 책을 잘 설명해주고 있는데요. 와인과 그 와인을 사랑한 사람에 대한 17가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제목에 세계사가 들어가서 역사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조금 더 넓은 범위라고 할까요? 와인과 인문학이라는 느낌을 주는 책입니다.

어렸을 때, ‘삼총사라는 소설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아무래도 어린 시절에 읽었기 때문에, 그 책이 와인 선택의 바이블인지는 몰랐네요. 술고래로만 기억하고 있던 아토스가 와인을 제대로 선택할 줄 아는 남자였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소설에서도 그런 부분이 많이 등장했는데요. 저는 전혀 기억이 안 나는 것을 보니, 이번 기회에 삼총사와 함께 와인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웨딩 샴페인으로 유명해진 폴 로저 빈티지에는 더욱 많은 이야기가 있더군요. 저도 그때 궁금해서 맛을 봤던 기억이 있는데, 정말 행복해지는 와인이라는 평가가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2차 세계 대전에서 연합군의 승리를 이끌어낸 정치가 윈스턴 처칠이 이 술을 가장 마음에 들어한 이유도 알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복이 부족했던 시절이니 말이죠.

그리고 생텍쥐페리가 모든 순간에 즐겨 마신 것이 아닌가 싶은 루이 로드레, 브륏 프리미에바’, 저도 여러 가지 이유를 붙이며 마셔보고 싶어지더군요. 그리고 아름다운 시를 남긴 바이런이 우울함을 벗어 던지기에 여기 와인만큼 좋은 것이 없다라고 했다는 샤토 샤스 스플린은 우울할 때를 위해 꼭 준비해둬야겠습니다. 17가지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시고 싶은 와인이 늘어갑니다. 거기다 혹여 마셔봤던 와인도 다시 그리워지는걸 보니, 문득 이태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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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의 뜰
탁현규 지음 / 안그라픽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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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덕분일까요? 요즘 신사임당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저는 그 동안 신사임당하면 현모양처의 상징처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선 최고의 여류 화가이자 여성화가의 시조로 손꼽히는 그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책들이 나와서 반갑더군요. 이번에 읽은 <사임당의 뜰>은 간송미술관 연구원인 탁현규의 책인데요. 사임당과 어머니 못지 않은 재능을 뽐낸 딸 매창의 작품을 섬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목 역시 의미가 컸는데요. 조선시대에는 여성은 규방이라는 제한된 공간에 갇혀 있어야 했습니다. 유람을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남성이 산수를 화폭에 옮길 수 있었다면, 여성인 사임당과 매창은 자신이 가꾸는 뜰을 화폭에 담아낸 것이죠. 비록 한정된 공간이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이 품은 바람과 뜻을 투영해내는 세밀함이 돋보이고, 작품에서 그녀의 성장을 느낄 수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림을 먼저 보고 있었는데요. 아름다운 색감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이 있더군요. 바로 귀비호접貴妃蝴蝶입니다. 양귀비와 호랑나비를 그린 그림인데요, 평소 나비를 좋아하는데, 나비가 보이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꽃이었습니다. 이 꽃은 관상용이 아닌, 지금은 재배가 금지된 마약 양귀비라고 하네요. 그림부터 볼까 하는 마음에 책장을 넘기다 그대로 멈춰버리게 만든 양귀비꽃을 보니, 너무나 아름다워 누구도 감히 다가갈 수 없었다는 당나라 현종의 후궁 양귀비의 이름을 붙인 이유를 알 거 같더군요. 궁금해서 양귀비 꽃을 찾아보니 사진에서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던데 말이죠. 아무래도 사임당의 손끝에서 그 요요한 자태가 더욱 빛나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신사임당 '귀비호접' (사진제공 간송미술문화)

이 책 덕분에 한국화를 감상하는 방법을 하나 알게 되었는데요. 사임당의 묵포도같은 작품을 보면, 포도송이를 다 드러내지 않고 감춤으로써 재미를 더했다고 합니다. 또한 곤충의 움직임을 통해서 작품의 상상력을 더해주기도 하죠. 그래서 원추리와 개구리라는 작품을 보면서 문득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는 뛰어오르려는 개구리의 시선과 벌의 위치가 어긋났음을 지적하는데, 저는 문득 그 벌보다 더욱 구미를 당기게 하는 것이 화폭 밖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마치 그림 밖으로 개구리가 당장이라도 뛰어나갈 것처럼 말입니다. 아무래도 광고를 너무 봤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요. ^^

그리고 이어지는 매창의 그림, 취향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자면, 저는 매창쪽이더군요. 사임당의 그림세계가 초충도에 있었다면, 매창은 선비 화가의 그림인 사군자의 시조라고 합니다. 어쩌면 매창의 그림이 더욱 눈에 익은 편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겠어요. 그녀의 대표작이라는 월매도 月梅圖는 정말 재능만 있다면, 한 수의 시를 읊고 싶어지는 느낌을 주더군요. 그리고 이어지는 매창, 율록, 사임당과의 대화 역시 기억에 남습니다. 정말 그들과 가상 인터뷰를 한 느낌이었는데요, 매창이 자신과 어머니의 그림을 전시회로 연다면 조선 유일의 모녀화가가 색과 먹으로 살린 생명들이라고 하자고 했는데, 정말 그런 전시회가 열렸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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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M. 배리 여성수영클럽
바바라 J. 지트워 지음, 이다희 옮김 / 북레시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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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나이를 한 살 먹는 것이 설렘으로 다가올 때도 있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그저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빠르게 다가가고 있는 기분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 바바라 J. 지트워의 장편소설 <J. M. 배리 여성수영클럽>을 읽으며, 이제는 공포로 넘어갈 거 같던 두려움이 조금은 다르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름답고, 무엇보다도 꼭 이 말을 하고 싶은데, 다정한 노년을 함께 보내고 있는 할머니들을 만나서인 거 같네요.

아무래도 작가 제임스 매슈 베리가 영원한 소년 피터팬을 집필한 스탠웨이 저택 야외 연못에서 수영을 하는 할머니들이라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들의 ‘J. M. 배리 여성수영클럽 선언문에도 분명히 이런 부분을 밝히고 있거든요. 네버랜드에서 살 수 없는 우리이기에 나이드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자신답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참 현명하게 느껴지더군요. 거기다 우정과 사랑 그리고 가족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지켜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지극히 실내에서만 운동을 하는 편이라, 한겨울에 왜 아직도 얼어붙지 않은지 궁금해진다는 그 물속에서 수영을 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상상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책에서 거기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잘 이루어져서인지, 이러다 정말 차가운 겨울 호수로 뛰어들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아 이 소설의 주인공을 아직 말 못했군요. 뉴욕에서 살아가는 건축가 조이입니다. 그녀는 성공을 위해 현재를 조금인 것처럼 여기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많은 것을 포기한 채 일에 매달리고 있죠.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점점 자신의 직장에서 여성의 역할은 남성을 위한 들러리 같은 존재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커지고 있었죠. 그런데 우연과 행운이 겹치며, 성공을 위한 교두보가 되어줄 스탠웨이 저택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맡게 되어 영국으로 향하게 됩니다. 스탠웨이 저택이 자리잡고 있는 코츠월드 주민들은 재개발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죠. 아침에 운동을 하던 조이의 시선에는 그저 한겨울에 연못물에 빠진 할머니를 구하려다, ‘J. M. 배리 여성수영클럽과 함께하게 됩니다. 그렇게 지역주민의 마음을 설득하려던 조이는 도리어 그들과 함께하며, 자신이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아무래도 조이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어서인지, 함께 깨닫고 배우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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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은
안녕하신가영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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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좋아서 하는 밴드를 모른다. 당연히 거기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했던 백가영도 모르고, 그녀의 솔로 프로젝트인 안녕하신가영도 모른다. 그런데 왜 그녀의 산문집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을 선택했냐고 묻는다면, 역시나 모른다고 해야 할까?

아니다. 그냥 느낌이 좋았다. 책 제목도, 표지도, 책 소개에서 본 짤막한 글도, 그리고 작가의 이름까지도 말이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역시나 내 예감이 맞았다는 사실에 절로 행복해졌다. 그녀가 무교가 된 이유를 이야기하면서, “점점 나이가 들수록 노력해서 믿어야 하는 것이 많아지기 때문에 아마도 힘들지 않으려나.”라고 한 것이 문득 떠오른다. 책을 고르다 보면, 점점 익숙한 작가 혹은 좋아하는 분야에 의지하게 된다. 나에게는 조금은 낯설 수 있는 책에 손을 뻗는 것을 망설이는 것도 나이가 들어서일까? 그래도 첫인상이 끝까지 좋은 설렘으로 남는 책이라 다음에도 즐겁게 용기를 낼 수 있을 거 같다.

책에는 그녀가 쓴 가사도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에 편견이 있다. “내가 편견이 많아서 눈에 보이는 게 다여서 너는 그냥 그대로의 너인데 내가 나도 모르게 널 다시 보고 있어라는 가사가 정말 마음에 와 닿았다. 몇일전의 나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 솔직히 말해도 될까? 장애인과 비장애인 커플이 지나가는 것을 봤었다. 커피숍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그 커플에게 따라가는 시선을 애써 멈췄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 글을 읽으며, 자신도 모르게 다시 보는 것조차 하지 못하도록 의식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마치 그것을 배려인 것처럼 여겼던 내 자신이 더욱 부끄럽게 느꼈었다.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내 마음을 그대로 읽어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첫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나에게 많이 그립냐고 되물었던 친구가 있었다. 그때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거 같다. 그 시절의 내가 그립다고, 누군가를 순수하고 뜨겁게 사랑할 수 있었던 나를 그리워하는 마음 같다고 말이다. 그리고 세월호가 인양된 시점이라서 그런지 ‘0416’이라는 글이 더욱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미수습자 가족 일동이 남긴 저희는 유가족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말이 너무나 안타까우면서도, 진심으로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도 커진다. 너무나 늦어버렸지만그리고 어쩌면 이런 바람을 가지는 사람들이 없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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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가오카 베이크샵의 시크릿 레시피 - 도쿄 최고 베이커리의 인기 메뉴를 집에서!
지유가오카 베이크샵.아사모토 마코토 지음, 이소영 옮김 / 윌스타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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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침을 거의 책임져주고 있는 빵집 주인이 연휴를 맞이하여 2주 정도 여행을 간다는 말에 쟁여놓을 빵을 양손 가득 들고 나오면서도 평소와 달리 슬쩍 우울해질 정도로 빵을 좋아한다. 그래서 뉴욕에서 일본으로 돌아오며, 단골 빵집을 잃게 된 아침이 너무나 쓸쓸해져, ‘지유가오카 베이크샵을 열었다는 아사모토 마코토의 마음이 절로 이해가 된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베이크샵은 이데숍이 있던 건물에 자리잡고 있었고, 몇 번 가서 가벼운 식사를 즐겼던 곳이었다. 꽃이 참 예뻤던 곳인데, 책을 보니 이 역시 일주일에 한 번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것이었다. 나름 빵에 대한 취향이 편협한 편이라, 그렇게 자주 찾던 곳은 아니었는데, 시간이 흘러도 기억에 남는 빵이 있었다. 바로 바나나빵이다. 일본에 다녀오는 남편에게 부탁했지만, 품절이었던 빵이기도 하다. 그래도 책에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어서 유심히 살펴봤다. 과연 내가 만들어도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는듯한 빵 냄새가 우리 집안을 감돌게 될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왜 내가 갔을 때 없었는지, 정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파르메산 쇼트브레드아마 알았다면 이 빵집에도 출석도장을 찍었을지도 모르겠다. 빵에 대한 레시피뿐 아니라, 빵에 대한 찬사? 아니다 빵에 대한 짧은 시에 가까운 소개가 더해진다. 이 쇼트 브레드에 파르메산 치즈를 굽는 향이 오후를 알린다.”라며 글이 시작되는데, 문득 내가 주로 아침에 빵을 사러 다닌다는 사실에 괜히 입술을 삐죽 내밀게 되었다.

평소 브리오쉬를 식사대용으로 즐겨먹는데, 바로 만들어보고 싶은 로스트 비프 버거레시피도 있었다. 브리오쉬와 아보카도 거기에 로스트 비프의 어울림이 얼마나 좋을지, 로스트 비프대신 연어를 더해도 좋을 거 같고, 사진만 봐도 침이 고이는 느낌이다. 빵에 대한 레시피 뿐 아니라, ‘핫 애플 사이다’, ‘나의 훈제 베이컨그리고 허니 로스티드 그래놀라까지 다양한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는 점도 좋다. 거기다 베이크샵에서의 일상도 엿볼 수 있는 에세이 같은 느낌도 이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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