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페르시아, 바람의 길을 걷다
김중식 지음 / 문학세계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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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디즈니의 여러 공주들 중, ‘재스민 공주를 좋아한 것을 시작으로 이란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정제희의 <테헤란 나이트>를 읽은 적이 있다. 그때 내가 갖고 있던 이미지와는 다른 경쾌한 매력 그리고 달콤한 디저트를 잘 만들어내는 것 때문인지 달콤한 듯한 이란의 매력에 빠져들었었다.

이번에 읽은 <이란 페르시아 바람의 길을 걷다>를 통해 느낀 이란은 상당히 서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아무래도 작가인 김중식이 시인이라 그런 면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시인의 좋은 친구가 되어줄 포도주와 장미의 원산지인 시라즈가 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이 여행기는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이란의 주요 왕조들이 수도로 삼았던 도시들을 따라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시라즈는 중세의 수도였는데, 이 곳은 프레시아 4대 시성 중 허페즈와 사디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기도 하다. 1258년 몽골에 의해 바그다드가 함락됐을 때, 세계 평화를 노래한 사디의 시는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허페즈의 시는 해석의 여지가 무한하여, 이란 사람들은 시집을 넘겨 나오는 시로 하루의 운세를 친다니, 시가 얼마나 이란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하기야 대통령이 시를 주제로 강의를 하는 나라이기도 하니 말이다.

 

 

또한 기억에 남는 곳은 선사 시대의 수도였던 야즈드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한 선조의 지혜가 돋보이기도 했고, 그들이 만들었던 정교하고 과학적인 지하수로와 바람탑은 그 원리를 따져볼수록 절로 감탄만 나올 정도였다. 지구상의 유일한 신정국가인 이란, 비록 그들은 조로아스터교와 페르시아 시대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간략하게 배우는 수준이라고 한다. 가뜩이나 유럽 위주의 역사에서 페르시아를 조금은 낮추는 경향이 강한 상황이기도 하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이란이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역사를 맛볼 수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도 조금은 그들의 상황이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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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의 삶과 음악
로버트 셸턴 지음, 김지선 옮김 / 크라운출판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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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BOB DYLAN)이라고 발표되었을 때,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과연 노래 가사를 문학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나 역시 밥 딜런에게 음유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그의 노래를 너무나 사랑하고, 그를 20세기 대중문화사를 대표하는 인물 중에 하나로도 생각하지만,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했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을 글로 음미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동안 왜 그의 노래를 왜 귀를 위한 시라고 했는지 진정으로 이해가 되었다.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후, 출판계는 노벨상 특수가 사라져 실망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밥 딜런에 대한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 내가 읽은 책은 바로 <밥 딜런의 삶과 음악: NO DIRECTION HOME>이다. 이 책은 유일하게 딜런의 적극적인 협력을 받은 책이라, 그의 가족과 친구를 비롯한 많은 인물을 심층 취재한 인터뷰까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20년이라는 집필기간을 거쳐서 1986년에 출간되었다. 그래서인지 밥 딜런의 젊은 시절을 마치 세밀화처럼 그려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사진자료가 많기도 하지만, 치밀한 취재에 밥 딜런에 대한 한 편의 서사시를 쓰는 듯한 필력의 힘이 훨씬 크다. 딜런은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를 예민하게 읽어내고, 그리고 풍부한 감성을 더해, 서정적인 노래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혹자는 그를 반전운동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한다. 물론 거기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는 그저 책과 음악과 그림을 사랑했던 남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다 보면, 예전에 감명깊게 본, 마틴 스코시즈 감독가 만든 밥 딜런 다큐멘터리 ‘No Direction Home’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 책은 딜런의 70번째 생일을 기념하여, 미발표 원고를 더해 새롭게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덕분에 정말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뉴욕타임즈의 평론가인 로버트 셸턴이다. 유명한 음악 비평가인 그가 밥 딜런의 음악에 대한 평을 쓰면서, 딜런의 음악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1963년 발표된 음반 '더 프리윌링 밥 딜런The Freewheelin' Bob Dylan'이 발표되면서, 그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포크가수로 등극했을 때, 셸턴은 미국의 노래하는 젊은 계관시인이라는 평을 내놓았었다. 물론 그때는 많은 비웃음과 조롱을 받았을지 몰라도, 지금은 밥 딜런이 쓴 노래 ‘Knockin` On Heaven`s Door’의 가사처럼 천국의 문을 반대편에서 두드리고 있지 않을까 한다. “거봐~내 말이 맞지?”라며 의기양양하고 있을 그의 모습이 보이는 거 같기도 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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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나에게 건네는 말 - My Book
전승환 지음 / 허밍버드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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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해 책이 주는 위로와 지혜를 함께 나눠준 책 읽어주는 남자<나에게 고맙다>를 읽으면서 나 역시 많은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만나게 된 <100: 나에게 건네는 말> 일단 말하고 싶은 것은 책이 정말 예쁘다는 것이다. 표지 색감부터 정말 취향저격이었고, 내지도 감성적인 느낌으로 구성되어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이 책은 독자와 함께 완성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한쪽 페이지에는 마음을 위로해주고, 힘들 때 지혜를 구할 수 있는 문장과 거기에 잘 어우러지는 사진이 있다. 그리고 오른쪽 페이지는 독자를 위한 공간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한다면, 이 책을 고르고 싶어진다. 나와 친구의 서재에 이 책이 꼽혀 있더라도, 두 권의 책은 닮은 듯 다를 수 있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내 마음을 끌어당기는 문장을 만나면 그 옆에 내 마음을 더해서 쓰고 싶어질 때가 있다. 요즘 나는 아무래도 조금 지쳤던 것이 아닌가 한다. 내 마음을 움직이는 글귀들은 잘했다’, ‘괜찮다그런 토닥임이었다. 김중혁의 <뭐라도 되겠지>에서 인용한 어쩌면 우리는 제대로 살고 있는데 누군가로부터 잘못 살고 있다고 계속 비난을 받고 있어서 자꾸만 의기소침해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글처럼 말이다. 여기에 글을 더하면 왠지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나올 거 같아서 펜을 살짝 내려놓았던 기억도 난다.

나는 믿습니다. 상대를 위하는 마음으로 배려한다면 언젠가 모든 인간관계에서 나의 진심이 받아들여질 거라고요. P152”

글을 읽자마자 반사적으로 아닐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꾸준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을, 하지만 얼핏 볼 때는 멈춰있는 것이 아는가 싶을 달팽이가 보였다. 어쩌면 내 진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가 떠오른다. 눈앞에 보이는 결과에 집착하는 내 성격이 방해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천천히, 결국은 해결하리란 믿음이 나와 내 인생을 좌절과 비난에서 건져낼 것입니다. –서천석 <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 p180”

어쩌겠는가? 때로는 미디어나 내가 나 자신에게 해주는 잘했다’, ‘괜찮다라는 말을 듣고 싶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내가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다른 사람이 생각을 바꾸려고 애쓰고, 내가 원하는 것을 주지 않는다고 아쉬워하기보다는 내 삶에 집중해야겠지. 그리고 느리더라도 그 역시 내 삶임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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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에서 밀크티를 마시다 - 하염없이 재밌고 쓸데없이 친절한 안나푸르나 일주 트레킹
정지영 지음 / 더블: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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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소위 글 빨을 받게 해주는 명당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글을 쓰려면 산책이나 자전거를 탈 것이 아니라 등산을 해야 하나? ^^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을 다 읽어봤기 때문에, 그 두 가지의 맛을 더한 안나푸르나 여행기를 써보겠다는 작가 정지영의 포부를 보며 기대를 했었다. 그리고 역시나 그 기대에 한껏 부응하는 트레킹 에세이를 만나게 되었다. 걸스카웃 활동 이후 등산은 졸업했다고 과감히 선언한 나에게도 트레킹이라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느껴지던지 말이다. 마치 그녀의 곁, 비록 제대로 씻지 못해 쿰쿰한 냄새가 날지 몰라도, 그 길을 함께 걷고 있는 기분이 든다. 첫 번째 포터인 무책임한 빔을 함께 씹기도 하고, 두 번째 포터인 믿음직한 림부를 함께 찬양하고, 쓸모 없이 뷰가 좋은 샤워실과 먹으면 배가 꺼지지 않는 달 밧에 대해 수다를 떨면서 말이다. 

무엇보다도 공감할 것은 바로 밀크티이다. 이 책에 끌리게 된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은가? <안나푸르나에서 밀크티를 마시다>, 내가 맛볼 수 없는 그 맛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트레커들은 달짝지근한 밀크티에 중독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녀 역시 마찬가지인데, 물론 이름에서 따온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외국인들이 이름을 발음하는 것을 어려워해서, 네팔어로 밀크티를 뜻하는 찌아라고 불러달라고 하겠는가? 그나저나 영국인들의 오랜 논쟁거리라는 밀크티를 만드는 순서가 드디어 정해졌나보다. 2003 6월에 영국 왕립화학협회에서 한 잔의 완벽한 홍차를 만드는 방법을 발표했지만,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안나푸르나에서 밀크티를 마시지 않은 자, 유죄.” 아쉬운대로 동네 산이라도 가서 밀크티 한 잔을 마시고 싶어질 기분마저 든다.

또 한가지 내 마음을 흔드는 것은 바로 순간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과거와 미래에 사로잡혀 현재를 잊어가는 것이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극한의 환경에서 트레킹을 하는 것은 하루를 단순하게 만든다. 말 그대로 먹고 자고 걷는 그 순간에 몰입하게 만들어, 그 하루가 끝났을 때 충만감이 가득하게 만들고, 나라는 사람에게 집중하게 만들어준다. 그런 감각을 느껴본 지 너무나 오래된 거 같아서, 그런 이야기를 읽을 때면, 절로 부럽다는 생각을 하곤 했던 거 같다. 책을 읽으며 깔깔거리고 웃을 때도 많았지만, 순간순간 그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각과 배울 수 있는 지혜에 감탄하기도 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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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04-11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나푸르나 일주는 지루할 것이라는 생각이 앞섰는데 하나 님의 글을 읽고 나니까 저의 선입견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좋은 글 덕분에 깨달음 하나 얻은 것 같습니다. ^^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 - 우리 곁에 사랑이 머물던 시간
성기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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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으로만 살기에는 너무도 할 일이 많은 세상에서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를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삶을 통해 배우는 기쁨!”

한센병하면 낯설지 모르겠지만, 과거에 문둥이라고 불리던 나병환자를 말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전염이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병에 대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시절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렇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는 병에 걸리면 외면당하기 쉽상이었고, 일제강점기부터는 그들을 소록도라는 곳에 수용하여 사회로부터 단절을 시키곤 했다. 심지어 전쟁이 끝날 무렵인 1960년도에는 최빈국으로 전락했던 한국에는 소록도에까지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그 곳에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행한 헌신은 정말 놀라웠다. 그들이 처음 한국에 오게 될 때, 자신들의 선택을 좁은길이라고 표현한다. 그냥 그렇게 표현하기에는 너무 부족해 보인다. 정말 열악한 환경에 좁디 좁은 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외국인, 또 종교 때문에 받아야 했던 반감도 있었지만, 그들은 정성을 다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낸다. 그리고 그런 그녀들은 결국 소록도에서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 수녀님이라기보다는 할매라는 더욱 친근한 호칭으로 불리게 된다.

평생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봉사를 했던 큰할매, 작은할매의 이야기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다 읽고 나니, 다시 한번 이해인 수녀님의 추천평이 떠오른다. 두 수녀님이 소록도를 떠나면서 남긴 편지와 헌신적인 두 분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뉴스로 접했던 기억이 난다. 두 분은 40여년을 보낸 소록도를 떠날 때도 제대로 일할 수 가 없고 자신들이 있는 곳에 부담을 줄 때는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라는 말을 남겼다. 거기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라는 말에 따라 순명과 겸손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리스도 왕 시녀회에서 시작하신 분들이라 더 이상의 이야기가 들려오지는 않았었다. 그러다 국립소록도병원의 100주년 기념식을 맞이하여 마리안느가 소록도를 방문하면서, 이 책이 나오게 되어서 나 역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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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2017-04-12 0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월 20일 영화로 개봉되는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보려고 합니다. 영화와 더불어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