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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 오쿠다 히데오 스페셜 작품집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가끔은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 없이 좋은 작가들이 있다. 오쿠다 히데오
역시 그런 작가 중에 하나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스페셜 작품집’이라는
부제가 붙은 <버라이어티>에는 단편 6편, 콩트 1편, 대담 2편 그리고 출간 비하인드 스토리가 수록되어 있다. 그 중에 대담을 읽다 보면, 내가 왜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지 그가
직접 자신의 언어로 설명해주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아마 제 창작의 근원은 위화감일 것입니다. (중략) 매스컴이 우르르 몰려들거나 모두가 열중하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기 때문에 위화감을 느끼면서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합니다.(132p)”
“저는 독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려고 늘 도망치고 있다고나 할까, <최악>, <방해자>같은 서스펜스 소설로 처음 주목 받고, 그래서 주문이 밀려들자
이대로 가면 계속 그런 걸 쓸 수 밖에 없겠구나 하고 본능적으로 느꼈습니다. (중략) 같은 것을 해서 기대를 모은 게 무섭습니다.(137p)”
내가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좋아하는 것은 예측가능 하지 않은 느낌이 있어서이다. 막연하게 갖고 있던 느낌이 작가가 의도한 것이라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쩌면 스페셜 작품집 제목은 그의 작품세계를 잘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대담은 ‘일인극의 대가’라
불리는 일본의 배우 잇세 오가타와 함께한 것인데, 두 사람은 다른 듯 상당히 닮아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잇세 오가타의 일인극마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작가로 데뷔하고 ‘영향을 받은 사람은 야마다 다이치 씨’라고 수없이 말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대담을 읽을 때는, 순수한 팬으로서의 마음이
느껴져서 나 역시 설레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리고 그의 장기가 맘껏 발휘던 단편과 콩트까지 만날 수 있었다. 엄마는
늘 엄마였다. 그래서인지 엄마 역시 소녀였고, 여학생이었고, 여인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는 나름 시간이 걸렸다. 단편 ‘세븐틴’은 그런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였다. 마냥 품 안의 자식 같은 딸의 사랑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던 엄마가 기억 저편으로 밀어져 있던 자신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딸을 이해하는 과정과 딸과의 심리전이 감각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또한 대기업 사원이었던 나카이가 퇴사후 자신의 사업을 하면서 겪게 되는 미묘한 심리적 변화를 잘 그려낸 <매번 고맙습니다>도 기억에 남는다. 나카이의 딸이 일과 돈에 대해 인터뷰를 하는 과정이 겹쳐 있어서 웃기면서도 은근히 풍자적인 느낌이 잘 살아
있었다. 크로아티아와 일본의 월드컵 경기를 크로아티아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본 콩트는 나라만 슬쩍 바꾸어도
성립이 가능할 거 같다는 느낌이 흥미로웠다.
오쿠다 히데오를 더욱 잘 들여다볼 수 있는 대담과 재미있는 소설이 어우러져있어서 정말 버라이어티한 작품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