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는 파리 여행으로 부재 중 - 젊은 언니의 유쾌발랄 프랑스 정복기
김원희 지음, 명난희 그림 / 봄빛서원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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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행을 다니다 보면, 노부부가 함께 혹은 홀로 여행을 하는 어르신(?)과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서 더욱 호기심이 갔던 책이 바로 <할매는 파리여행으로 부재중>이다.

50대 초반, 처음 가게 된 유럽 패키지여행에서 남는 것은 버스안의 무료함과 사진뿐이었다고 할까? 그래서 시작한 자유여행으로 그녀는 이미 10년차 여행 베테랑이 되었고, ‘맑고맑은이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 할매는 항상 부재 중을 운영하면서, 여행기와 정보를 나누고 있다. 이 책은 초창기의 여행기인데, 처음 유럽에 가서 겪었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준다. 아무래도 처음 유럽에 갔을 때의 기억에 가장 오래 간다고 할까?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나의 첫 번째 프랑스 여행 때의 기억이 떠올라 더욱 즐겁기도 했다.

자신의 취향대로 일정을 짤 수 있지만, 스스로 찾아 다녀야 하는 것이 어렵기 마련인 자유여행인지라, 좌충우돌 재미있는 일도 많았다. 버스기사아저씨의 과한 오지랖덕분에 길을 잃어 하게 된 히치하이킹까지도 말이다. 콜마르의 레스토랑에서 각자의 언어로 이루어진 수다도 재미있었다. 맛있어보이는 테이블의 음식을 슬쩍 스캔해서 시키는 것은 여행자의 특권(?)아닐까? ^^ 때로는 자신의 체력의 한계에 부딪쳐서 포기해야 할 때도 있지만, 또 그것이 자유여행의 매력이다. 해야 할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나눌 수 있는 자유까지도 말이다.

노트르담 성당 앞에는 파리의 기준점인 포앵제로Point Zero’가 있다. 그 곳을 밟으면 파리로 돌아온다는 속설이 있는데, 역시나 그녀 역시 2016년 파리테러가 있었을 때, 마치 운명처럼 일이 꼬이고 꼬이면서, 결국 프랑스를 방문하게 된다. 이 여행기에서는 그 동안 어느 정도 여행에 익숙해진 면모를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풋풋한 새내기의 여행기와 내공이 느껴지는 글을 한번에 만날 수 있는 점도 독특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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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
윤정인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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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동네서점에서 주인 아저씨와 정다운 추억을 쌓으며 성장했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여행을 가도 그 곳에 유명한 서점을 찾아갈 정도지만, 한국에서는 딱히 그래 본 경험은 없었던 것 같다. 책을 구입할 때, 온라인 서점을 주로 이용하다 보니 도리어 서점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이 낯설어지는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이라는 책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이 책에는 정말 다양한 서점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덕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잔뜩 생겨버리고 말았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추리문학관이다. 김성종 작가가 부산 해운대 달맞이 언덕에 사재를 들여 지은 사설 전문 도서관이다. 세계 최초의 책 마을이라고 하여 나 역시 방문했다 흠뻑 반했던, 영국의 헤이온와이 마을처럼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갈 때마다 조금씩 쇠퇴하는 느낌이 안타까웠던 기억이 함께 떠오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문득 제일 처음 소개된 인천 배다리 마을에 자리잡고 있던 헌책방 아벨서점이 떠오른다. 배다리는 한때 우리나라 3대 헌책방 거리로 손꼽혔고, 박경리 작가 역시 헌책방을 운영했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곳 역시 많은 헌책방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참 안타깝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개성으로 승부하는 서점들도 많았다. 공익서점으로 탈바꿈한 책방 이음’, 북 큐레이션 서점 땡스북스’, 주인이 읽은 책만 파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책을 읽고 싶은 공간을 만든 최인아 책방’, 자연과 책이 어우러진 농부네 텃밭 도서관이 있다. 그 중에 느티나무 도서관이 기억에 남는다. 책을 읽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 배치가 잘 되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보통 인터넷을 이용하여 원하는 책을 구비해달라고 하기 쉬운 희망도서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하는 점도 좋았다. 디지털 공간에서는 책 제목만 쓸 수 있지만, 사람과 사람이 대화로 풀어나가는 공간에서는 상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너무나 읽고 싶었던 책을 찾을 수 있었는데, 나 역시 온라인 공간에서 그런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어서 더욱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점이 있어도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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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 오쿠다 히데오 스페셜 작품집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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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 없이 좋은 작가들이 있다. 오쿠다 히데오 역시 그런 작가 중에 하나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스페셜 작품집이라는 부제가 붙은 <버라이어티>에는 단편 6, 콩트 1, 대담 2편 그리고 출간 비하인드 스토리가 수록되어 있다. 그 중에 대담을 읽다 보면, 내가 왜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지 그가 직접 자신의 언어로 설명해주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아마 제 창작의 근원은 위화감일 것입니다. (중략) 매스컴이 우르르 몰려들거나 모두가 열중하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기 때문에 위화감을 느끼면서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합니다.(132p)”

저는 독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려고 늘 도망치고 있다고나 할까, <최악>, <방해자>같은 서스펜스 소설로 처음 주목 받고, 그래서 주문이 밀려들자 이대로 가면 계속 그런 걸 쓸 수 밖에 없겠구나 하고 본능적으로 느꼈습니다. (중략) 같은 것을 해서 기대를 모은 게 무섭습니다.(137p)”

내가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좋아하는 것은 예측가능 하지 않은 느낌이 있어서이다. 막연하게 갖고 있던 느낌이 작가가 의도한 것이라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쩌면 스페셜 작품집 제목은 그의 작품세계를 잘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대담은 일인극의 대가라 불리는 일본의 배우 잇세 오가타와 함께한 것인데, 두 사람은 다른 듯 상당히 닮아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잇세 오가타의 일인극마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작가로 데뷔하고 영향을 받은 사람은 야마다 다이치 씨라고 수없이 말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대담을 읽을 때는, 순수한 팬으로서의 마음이 느껴져서 나 역시 설레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리고 그의 장기가 맘껏 발휘던 단편과 콩트까지 만날 수 있었다. 엄마는 늘 엄마였다. 그래서인지 엄마 역시 소녀였고, 여학생이었고, 여인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는 나름 시간이 걸렸다. 단편 세븐틴은 그런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였다. 마냥 품 안의 자식 같은 딸의 사랑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던 엄마가 기억 저편으로 밀어져 있던 자신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딸을 이해하는 과정과 딸과의 심리전이 감각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또한 대기업 사원이었던 나카이가 퇴사후 자신의 사업을 하면서 겪게 되는 미묘한 심리적 변화를 잘 그려낸 <매번 고맙습니다>도 기억에 남는다. 나카이의 딸이 일과 돈에 대해 인터뷰를 하는 과정이 겹쳐 있어서 웃기면서도 은근히 풍자적인 느낌이 잘 살아 있었다. 크로아티아와 일본의 월드컵 경기를 크로아티아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본 콩트는 나라만 슬쩍 바꾸어도 성립이 가능할 거 같다는 느낌이 흥미로웠다.

오쿠다 히데오를 더욱 잘 들여다볼 수 있는 대담과 재미있는 소설이 어우러져있어서 정말 버라이어티한 작품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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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출신입니다만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인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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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을 온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시절이 바로 고등학교 때였다. 지극히 문과성향임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이과로 정해진 후, 내신을 관리하는 것이 나에게는 그렇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대학을 가는 과정에서 내 관심사에 맞게 전공을 바꿀 수 있어서 행복했고, 지금은 과연 문과와 이과라는 영역구분이 의미가 있는가라는 막연한 생각마저 하기 때문에 이 책이 더욱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소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을 얼마 전에 읽어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는 소설가이자 영화제작가 가와무리 겐키의 <문과 출신입니다만> 그는 자신을 이과 콤플렉스를 짊어진 문과 남자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세상을 혁신하고, 미래를 그려나가는데 앞장서고 있는 사람들은 주로 이과인이라는 사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2년동안 이과인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는 이과와 문과는 똑같은 산을 다른 길로 오르고 있을 뿐이라는 결론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항상 이과를 선택해서 손해를 봤다고 여기는 나이지만, 그 시절 우리 역시 입시라는 똑같은 산을 다른 길로 올라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이 중에는 다른 책을 통해 익숙해진 인물들도 꽤 있었다. 가와카미 노부오의 <콘텐츠의 비밀:스튜디오 지브리에게 배운 것들>을 정말 좋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역시나 그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경쟁없이 승리하는 부전승이 최고의 승리법이라는 그의 생각에 얼마나 공감이 가던지 말이다. 요즘 유행하는 줄임말인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가 있다. 나도 예전에는 그런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정정당당하게 싸웠다면, 패배했어도 그 과정에서 배울 것이 많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자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도리어 내가 이길 수 있는 규칙을 만들어낼 생각을 하자는 그의 제안이 요즘의 내 상황에 도리어 도움이 되는 거 같다.

가와카미 노부오 역시 우유부단이 현명함의 상징이라고 말했는데, 아예 조령모개가 최고라고 말하는 인물도 등장한다. 바로 라인의 최고전략 및 마케팅 책임자인 마스다 준이다. 조령모개朝令暮改를 의사결정과 사업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마치 눈가리개를 한 말처럼 주변을  못 돌아보고, 앞만 보며 달려가다 보면, 놓치는 것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빠르게 변화하는 IT세계에서 적당한 우유부단함과 조령모개는 도리어 유연성을 키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한다.

유연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MIT 미디어랩 소장인 이토 조이치도 기억에 남는다. 또한 연두벌레로 식량문제와 미래의 에너지 문제도 해결하고자 하는 이즈모 미쓰루도 있다. 다양한 인물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고의 전환과 확장을 엿볼 수 있게 해준 가와무라 겐키는 아까도 밝혔듯이 문과인이다. 하지만 그가 아니었다면, 나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런 훌륭한 인터뷰를 접할 수 없지 않겠는가? 마치 이과만이 세상을 바꾸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지 몰라도, 결국 함께 세상을 바꾸어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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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서 좋다 - 두 여자와 반려동물의 사랑스러운 일상의 기록들
김민정.조성현 지음 / SISO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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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인과 애묘인의 사랑스러운 일상 <너라서 좋다>

좋은 대학에 탄탄한 직장, 마치 이 것만 해내면 행복해질 것처럼 생각하지만, 여지없이 나타나는 다음 단계가 있다. 그렇게 정해져 있는 코스대로 살아 가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행복은 차지하고 정말 이 길이 과연 끝나기는 할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이 책의 저자인 김민정, 조성현 역시 그러했던 것 같다. 그런 두 사람에게 나타난 것은 바로 자신들과 함께 살아가는 개와 고양이의 행복이었다. 나 역시 반려견과 행복한 추억을 많이 쌓아왔기 때문에 정말 많이 공감하면서 읽었던 책이다. 그리고 왜 몰랐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스콧 니어링의 말처럼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는 법, 혹은 안지아 미즈마루가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림을 그렸다는 것처럼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그저 시선을 옆으로만 돌렸으면 되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내 옆에 행복이 가득했는데 말이다. 문득 파랑새라는 동화의 주인공이 된 느낌마저 들었다.

얼떨결에 나의 반려견을 만나게 되었을 때, 나는 일단 시츄에 대한 전문서(읽다보니 정말 전문서라는 말 밖에는..)와 강아지를 키우는 법에 대한 책을 사들였다. 마치 책이 나에게 길을 알려줄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언급한 그대로 흥분했지만 내용 없는 열정이었고, 많이 알았지만 깨달음 없는 지식이었다. 정말 온 몸으로 부딪치고, 수없이 토라지고, 수없이 행복하고, 수없이 울화통이 터지고, 수없이 웃음보가 터져야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 다음에 만난 말티즈와 푸들 아니다 견종과 상관없이 각자 성격도 다르고 원하는 것도 다르고 취향마저 확고하던지   말이다. 복댕이와 짱을 우애좋은 톰과 제리로 비유하는 것이 절로 이해가 갈 정도였다.

마치 초능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여 소머즈 키위라고 불리지만, 막상 키위, 일로와!’라는 고성만은 듣지 못하는 고양이키위를 보면서도 개와 고양이가 닮은 점이 많네라며 웃곤 했다. 그러다가도 같이 사는 다른 고양이 요다를 다정하게 부르면, 얼른 달려오는 질투만은 키위의 모습도 정말 나와 함께 살았던 질투견 구름이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막상 달랐던 점, “가자라는 한마디면 좋아서 날뛰는 강아지들과 달리, 그 말이면 자연스럽게 사라져버린다는 고양이라니, 웃기지만 그게 또 매력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두 사람과 함께하는 강아지들과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참 행복했다. 그리고 우리가 죽으면 먼저 가 있던 반려동물이 마중 나온다는 말 나 역시 너무나 믿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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