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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 세계적 물리학자 파인만이 들려주는 학문과 인생, 행복의 본질에 대하여
레너드 믈로디노프 지음, 정영목 옮김 / 더숲 / 2017년 3월
평점 :
어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지만, ‘선택 받은 유전자’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미있어한다. 그 중에서 정말 톡톡 튀는 성격으로 많은 일화를 남긴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있다. 학창시절 나에게 물리는 수학처럼 암기과목이었을 정도로 어려워했으면서도, 그의 책을 몇 권 사서 봤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
바로 레너드 믈로디노프의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이다.
낡은 카세트 테이프를 발견하게 된 레너드 믈로디노프, 거기에는 파인만과의 대화가 담겨 있었다. 칼텍에 연구원으로 들어가게 된 시절,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가
너무나 큰 행운처럼 느껴졌고, 물리학이라는 길을 걷기에 자신이 마냥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칼텍의 물리학 교수들에게 자문을 구하곤 했고, 그 중에 리처드
파인만과 머레이 겔만도 있었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물리학계의 두 천재인 파인만과 겔만의 이야기를 다룬
걸 읽은 기억이 절로 났다. 마치 인생을 게임하듯 살아가던 파인만과 정말 대조적인 결로 살아간 겔만이었고, 이 책에서도 그 두 사람의 개성이 잘 살아 있었다. 레너드 믈로디노프는
두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에게 어떤 길이 맞는지 살펴보기도 했다.
물리학자이자 작가를 꿈꾸었던 그이기에, 파인만과 잘 통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길을 걷는 대가와의 만남도 또
먼저 걸어간 사람들과 직접 만나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것도 말이다. 물론 비서의 눈을 속이는 약간의
절차(?)는 필요했지만 말이다.
“네? 그럼 그의 이론에 영감을 준 것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의 영감의 원천은 무지개가 아름답다는 생각일세.”
이 책의 원제가 ‘FEYNMAN'S RAINBOW’인 이유를 그리고 파인만이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리고 레너드 믈로디노프가 파인만과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게 된 이유까지도 바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대화였다. 무지개의 과학적 원리를 밝혀낸 철학자 데카르트에 대한 대화였는데, 과학적으로 풀어서 답을 내는 레너드에게 파인만은 데카르트가 무지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사실 관심이 생기고, 그 것이 좋고, 궁금하고, 설레고 그래야 계속 나아갈 수 있지 않은가? 아무리 대단한 성공을 약속한 길이라도, 자신이 거기에 대해 애정을
느끼지 못한다면, 지속하는 것이 그저 고역처럼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끔 나는 어린 시절 꿈이 과학자였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나에게도 파인만이 "내
질문은 하나일세. 가슴이 뛰는가?"라고 묻는다면, 물리를 암기과목으로 접근하는 나로서는 그렇다라고 대답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곤 했지만, 어차피 내 길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