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쿠 이야기 - 특별한 개느님이 오신다
디렉터 바오 지음, 김구용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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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하치이야기를 보며, 여덟 번 보고, 여덟 번을 울어버린 일러스트레이터 바오와 그녀의 반려견 니쿠가 펼치는 이야기.  

요즘 이렇게 많이 웃었던 일이 있었나 싶었을 정도로 읽는 내내 행복하고 즐거웠었다. 하치이야기에 등장하는 아키타견을 키워보고 싶은 꿈을 갖고 있었던 바오는 어느날 개농장 주인이 별세하면서 80여마리의 아키타견이 입양을 기다린다는 뉴스를 보고 바로 달려가게 된다. 그리고 운명처럼 니쿠를 만나게 된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그때 한참 재미있게 보던 만화 당근 있어요?’를 보다, 토끼를 입양하게 되었는데 말이다. 물론 그 후에 바오처럼 나 역시 환상과 현실의 격차에 놀랐었다. 삐쩍 마르고 털도 지저분하던 니쿠가 토실토실하고 뽀얗게 변하는 동안, 지갑은 심각할 정도로 가벼워지고, 말 그대로 개고생까지 더해지지만, 니쿠가 주는 행복은 그 것을 충분히 잊게 했다. 거기다 지나치게 깔끔하다 보니 동물은 더욱 싫어하는 할머니와 큰고모, 작은 고모의 마음을 홀리는 니쿠의 활약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우리 집도 그랬었다. 동물을 싫어하고 거기다 동물과 같이 살아가는 것 자체를 이해 못하던 엄마의 무릎을 늘 차지하고 있던 토끼와 강아지가 있었다.

약간 투박하게 느껴지는 일러스트까지도 사랑하게 만드는 니쿠의 매력에 뿍 빠져 있다 보니, 어느새 책은 끝나버리고 말았다. 니쿠와의 행복한 일상을 https://www.facebook.com/niku790305/ 에 올리고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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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 나만의 질문을 찾는 책 읽기의 혁명
김대식 지음 / 민음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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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얇다 못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때도 많았다. 특히나 책에 대해서는 더욱 그런 성향이 강해지는데, 거기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작가의 책 추천이라? 차라리 해가 서쪽에서 뜨기를 바라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굳은 의지를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저 활자를 읽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가 말하는 나만의 질문을 찾는 책 일기의 혁명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6개의 큰 주제 아래에는 총 32개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리고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마치 카드뉴스를 보는 것처럼 다양한 이미지와 핵심이 되는 문구가 어우러져 있어서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부분만 따로 떼어내서 엮어도 흥미로울 거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니, 이러한 형태의 책소개 어플이 있어도 꽤 좋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12번째 이야기 복잡하고 다양할수록 더 많은 질서가가 생각난다. 10만년 전에는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에 집중하던 인간이 이제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계, 예를 들자면 스마트폰 같은 것을 어릴 때부터 잘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변화의 원동력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에 대한 답을 탐구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로웠다. 사람들이 더 많이 연결되고 소통하고 조합할수록 더욱 커지는 지식의 생산성에 대한 가설, 안타깝게도 세자르 히달고 교수의 책은 출간된 것이 없어서, 시간과 공간이 얼마나 좁아졌는지를 잘 보여주는 또 하나의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으로 향해야겠다.

The past is never dead. It's not even past. ;과거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심지어 과거는 아직 지나간 것이 아니다.”

과거에 대한 잠언 중에 내가 좋아하는 윌리엄 포크너의 말이 떠오르는 과거의 죄는 잊혀야 할까는 가즈오 이사구로의 <파묻힌 거인>이라는 책에 유혹당하는데 충분한 이야기였다. 마법의 힘으로 겨우 성립된 망각으로 만들어진 평화가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잘 보여주었다. 그리고 심지어 그런 마법조차 걸 성의가 없이, 그저 지나간 일을 덮자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이 책을 권해주고 싶었다. 거기다 일본작가의 책이고,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있으니 다행이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겨우 읽고, 정말 어려워하는 작가 제임스 조이스가 자주 등장해서, 다시 도전해볼까 하는 무모함이 싹트기도 했다. 줌파 라히리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부모님의 언어인 뱅골어, 그리고 자신의 모국어이자 그녀를 영미권 최고의 작가로 만드는 바탕이 되어준 영어를 버리고 이탈리아어를 선택한 그녀의 이야기가 담긴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부터 시작해보고 싶어진다. 정말 수많은 책들이 나를 유혹했지만, 어쩌면 그것이 나의 습관적인 욕구가 아닐까 하는 마음에 고르고 골라서 선택한 책들을 시작으로 정답이 아닌 나만의 생각을 찾아 떠나는 책여행을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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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생각
윤태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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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arther backward you can look, the farther forward you can see. ;더 멀리 뒤를 볼수록, 더 멀리 앞을 볼 수 있다."

참여정부의 대변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관이자 필사였던 윤태영의 <오래된 생각>을 읽으며 영국의 수상이자, 위대한 연설가였던 윈스턴 처칠의 말이 떠올랐다.

이 책은 팩션이다. 말 그대로 사실에 상상이 더해지고, 어떨 때는 상상에 사실이 더해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팩션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 가운데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고 하지만, 나는 내 성격상 뭐가 사실일지 가늠하느라 이야기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특히나 그런 면이 강했다. 아무래도 노무현 전대통령을 모델로 한 임진혁의 이야기와 저자인 윤태영을 모델로 한 진익훈의 이야기가 마치 다른 이야기처럼 겉돌았기 때문이다. 장르를 가르자면 액자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좀 과한 기분이 들어서, 나중에 찾아보니 각각의 이야기를 합쳤다고 한다. 왜일까? 라는 자문과 함께,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겠다는 자답이 나왔다.

"그에게 권력은 누림이 아닌 경계의 대상이었다." p28

"지지자를 잃어버린 대통령은 식구들이 떠난 가장입니다.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p212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참 소중하다. 요즘 같은 시절에 더욱 그리워지는 분이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마치 배경음악처럼 노영심의 그리움만 쌓이네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거 같았다. 우리는 그가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는지 다 알지는 못한다. 그래서 소설을 읽으며 느껴지는 인간 노무현의 모습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갖고 있는 권력을 바른 방향으로 행사하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조금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고뇌하고 그리고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더 이상 살아있는 권력이 아니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이 진정성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런 그를 쉼 없이 왜곡하는 현실이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그래서 노무현 전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임진혁이 등장할 때는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를 읽는 느낌마저 들었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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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천년의 가르침 - 산다는 것은 곧 배운다는 것이다
오카다 아키토 지음, 이수형 옮김 / 올댓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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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日の勤より一時の名匠; 오랜 시간 부지런히 공부하는 것보다, 한 시간이라도 좋은 스승에게 배우는 것이 좋다.” 라는 일본 속담이 떠오르는 <옥스퍼드, 천년의 가르침>

옥스퍼드oxford 대학은 도시 곳곳에 30여 개의 크고 작은 학교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곳들이 많았는데, 학생들은 그 곳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 자신과 마주칠 수 있는 곳을 찾기도 한다. 4번째 가르침 방향을 잃지 않는다 16번째 가르침 영혼에서 나오는 메시지를 얻는다에서 옥스퍼드가 갖고 있는 천혜의 환경이 빛을 발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인들은 걸으면서 생각하는 민족이라고 하는데, 그런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는 곳이 옥스퍼드가 아닐까 한다.

영어권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지만, 아직도 세계 최고의 학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옥스퍼드대 교육대학원에서 일본인 최초로 박사 학위를 받고 도쿄외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저자 오카다 아키토 뿐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그 원동력에는 지도교수와 학생간의 튜토리얼, Tutorial:개인지도이 있다고 말한다. 책을 읽다 문득 영국에서 오랜 시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우유가 먼저냐, 홍차가 먼저냐라는 토론을 교수와도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또 옥스퍼드의 문화라고 하기에 들었던 생각이다. 이걸 한국으로 치자면 라면을 끓일 때, ‘면이 먼저냐, 스프가 먼저냐라는 거랑 비슷할 거 같은데, 교수님과 이런 논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이 안되기 때문인 거 같기도 하다. 물론 옥스퍼드에서는 교수가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 성실함의 지표이고, 그렇게 교수와 학생간의 친근감을 키운다니, 우리와 너무나 거리가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기억에 남는 조언은 마음을 극장처럼 여긴다이다. 이는 극장처럼 항상 열어두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고, 그런 것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기도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 역시 시야가 좁아지고, 사고방식이 편협해지는 걸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것에 나이를 핑계로 삼을 이유가 없다고 느껴진 것이, 내가 무엇을 경험하고, 배우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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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열기자의 오답노트
박재역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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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문서를 작성하는 일이 늘어나다 보니, 맞춤법 및 문법 같은 것에 신경을 덜 쓰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도 내가 첫 번째 문장을 쓰는 순간, 빨간 줄이 절로 딱 쳐지니 마음이 놓이기도 하고 말이다. 문서를 다 작성한 후에, 거의 기계적으로 검사 버튼을 누르고, 변경 버튼을 연타하는 일이 많으니, 틀린 부분을 익힐 기회도 스스로 없애는 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 <교열 기자의 오답 노트>를 만나게 되었다. “쉽게 글을 고치고 다듬을 수 있는 문장 클리닉비결이 담긴 책이라는 소제목에 솔깃하기도 하고, “누구나 쓱 보고 척 진단할 수 있고, 누구나 쓱 보고 척 교열할 수 있다라는 문구에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문법 지식과 집중력 거기다 경험이 더해져야 하는 것이 함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책과 함께라면 남의 글을 보며 고칠 단계는 아니라도, 자신이 쉽게 범하는 오류를 고칠 수 있는 좋은 기회는 될 수 있다. 거기다 맞춤법 검사로 고칠 수 없는 오류들도 얼마나 많던지 말이다.

교열, 그 아픔과 보람으로 가볍게 이야기가 시작된다. 20년 넘게 한국어 강의와 교열에 열중했던 저자 박재역의 삶이 단편에세이처럼 펼쳐진다. 물론 그의 삶과 교열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라, 독자에게는 마냥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교열에서는 다양한 민간자격으로 발행되는 교열사 자격증의 시대를 살펴볼 수 있었다. 그 중에 교열노트라는 것이 있었다. 왜 그렇게 고쳤는지를 알려주는 것인데, 이를 통해 물론 교열자는 자료를 축적할 수 있다. 그리고 의뢰자는 자신의 작문 습관을 살필 수 있게 되는 것이라, 나 역시 의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교열 디딤돌, 어문법은 정말 충격의 연속이었다. 내가 잘 못 쓰고 있는 문장들도 너무나 많았다. ‘잘 틀리는 사자성어 10’에서 평양 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안 하는 거야라는 문장이 왜 틀린 지조차 몰랐었다. 평양감사가 아니라 평안감사가 맞는 것이었다니…… 또한 농담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3개국어를 사용할 수 있다며 예로 드는 문구가 있다. 바로 핸들 잇파이 꺾어!”이다. 그런데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잇파이잇빠이로 많이 표기한다. 외국어 표기법이라는 것을 무시한 결과인데, 나 같은 경우는 은근히 그런 오류를 많이 범하는 거 같다. 일본어를 할 줄 알다 보니 소리나는대로 쓰려고 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할까? 하지만 외국어를 배우는 이유가 외국사람과의 소통을 위한 것이라면, 한국어 역시 제대로 된 표기법을 사용해야 소통이 쉽게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내 습관을 돌아보게 되었다. 거기다 졸문의 주범이라는 번역투는 거의 내가 사용하는 방식을 나열한 느낌마저 들 정도라 많이 반성하게 되었다.

혼성어 부분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다. 영어 한자어 혼성어가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깡패‘gang+’, 그리고 깡통‘can+의 혼성어였다니 놀랍기만 하다. 이처럼 새로운 지식도 많이 얻고, 또 나의 작문법도 재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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