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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열기자의 오답노트
박재역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17년 2월
평점 :
아무래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문서를 작성하는 일이 늘어나다 보니, 맞춤법
및 문법 같은 것에 신경을 덜 쓰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도 내가 첫 번째 문장을 쓰는 순간, 빨간 줄이 절로 딱 쳐지니 마음이 놓이기도 하고 말이다. 문서를
다 작성한 후에, 거의 기계적으로 검사 버튼을 누르고, 변경
버튼을 연타하는 일이 많으니, 틀린 부분을 익힐 기회도 스스로 없애는 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 <교열 기자의 오답 노트>를 만나게 되었다. “쉽게 글을 고치고 다듬을 수 있는 ‘문장 클리닉’ 비결이 담긴 책”이라는
소제목에 솔깃하기도 하고, “누구나 ‘쓱 보고 척 진단’할 수 있고, 누구나 ‘쓱
보고 척 교열’할 수 있다”라는 문구에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문법 지식과 집중력 거기다 경험이 더해져야 하는 것이 함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책과 함께라면 남의 글을 보며 고칠 단계는 아니라도, 자신이
쉽게 범하는 오류를 고칠 수 있는 좋은 기회는 될 수 있다. 거기다 맞춤법 검사로 고칠 수 없는 오류들도
얼마나 많던지 말이다.

‘교열, 그 아픔과 보람’으로 가볍게 이야기가 시작된다. 20년 넘게 한국어 강의와 교열에
열중했던 저자 박재역의 삶이 단편에세이처럼 펼쳐진다. 물론 그의 삶과 교열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라, 독자에게는 마냥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교열’에서는 다양한 민간자격으로 발행되는 교열사 자격증의 시대를 살펴볼 수 있었다. 그 중에 ‘교열노트’라는
것이 있었다. 왜 그렇게 고쳤는지를 알려주는 것인데, 이를
통해 물론 교열자는 자료를 축적할 수 있다. 그리고 의뢰자는 자신의 작문 습관을 살필 수 있게 되는
것이라, 나 역시 의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교열 디딤돌, 어문법’은 정말 충격의 연속이었다. 내가 잘 못 쓰고 있는 문장들도 너무나
많았다. ‘잘 틀리는 사자성어 10’에서 “평양 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안 하는 거야”라는 문장이 왜 틀린 지조차
몰랐었다. 평양감사가 아니라 평안감사가 맞는 것이었다니…… 또한
농담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3개국어를 사용할 수 있다며 예로 드는 문구가 있다. 바로 “핸들 잇파이 꺾어!”이다. 그런데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잇파이’를 ‘잇빠이’로 많이 표기한다. 외국어 표기법이라는 것을 무시한 결과인데, 나 같은 경우는 은근히
그런 오류를 많이 범하는 거 같다. 일본어를 할 줄 알다 보니 소리나는대로 쓰려고 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할까? 하지만 외국어를 배우는 이유가 외국사람과의 소통을 위한 것이라면, 한국어 역시 제대로 된 표기법을 사용해야 소통이 쉽게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내 습관을 돌아보게 되었다. 거기다 졸문의 주범이라는 번역투는 거의 내가 사용하는 방식을 나열한 느낌마저 들 정도라 많이 반성하게 되었다.
혼성어 부분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다. 영어 한자어 혼성어가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깡패’가 ‘gang+牌’, 그리고 ‘깡통’이 ‘can+桶’의 혼성어였다니
놀랍기만 하다. 이처럼 새로운 지식도 많이 얻고, 또 나의
작문법도 재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