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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식당
아베 야로 외 지음, 정문주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심야식당으로 유명한 만화가 아베 야로와 폭넓은 집필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코 후미오의 <오아시스 식당> 두 사람은 고치현 나카무라시 출신의 또래라, 고치현 서남부 지역음식과 식문화를 함께 소개하는 <시만토 식당>을 쓰기도 했다.
심야식당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된 ‘야구라’도 등장한다. 이 곳에 가면 "오만
가지 인간들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재미있다"고 했던가? 하지만
우리가 이 곳에 간다면 ‘자쿠 씨 세트’를 외쳐야 할 거
같다. '꼬치에 꽂을 수 있는 건 뭐든 튀긴다'는 주인장의
신조를 잘 반영하고 있는 세트이기 때문이다. 나도 구시카쓰를 좋아해서 구시카쓰의 성지라 하는 신세카이에도
갔었는데, 왜 이 곳을 못 봤을까 하는 아쉬움이 절로 들 정도였다.
생각해보면 내 성향상 이 책에 소개된 음식점과는 멀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이 어느정도 보장되어 있다는 것 때문에 안심이 되어 사람들의 쉽게 찾는 대형 외식 체인점이 상권을 잠식하기
시작한지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보니 각각의 고유한 매력을 간직하고 있는 서민적인 맛집들이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싸고 맛있는 음식과 술이 있고, 운치와 인정이 넘치고, 누구나 마음 편하게 들어가 쉴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식당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그래도 내가 아는 곳, 아니 내가 좋아하는 곳도 하나 등장해서 마냥
반가웠다. 바로 ‘연와정(렌카테이)’이다. 반숙의 계란이 톡 깨지면서 펼쳐지는, 풍부한 맛의 데미글라스 소스와 햄버그 스테이크가 함께 어우러지는 그 맛이 너무나 좋은 곳이다. 이 책에서는 신토미에 자리잡고 있는 연와정을 방문했는데, 자신들만의
오리지널 메뉴도 개발해서 차별 점을 두고 있다고 하니 관심이 가기도 했다. 굴은 알파벳 R 들어간 달에 먹으라는 말을 금방 외울 정도로, 워낙 굴을 좋아한다. 그래서 가키프라이(굴튀김)에
대한 글을 읽으며, 다음에 가면 꼭 가봐야 할 곳으로 바로 찍어둔 곳이기도 하다.
그런 곳이 또 있었다. 돈가스 카레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가와킨
덮밥집인 ‘가와킨’이다. 재미있는
것은 내가 별로 돈가스 카레를 좋아하지 않는데, 책을 읽다보면 절로 침이 꿀꺽 삼켜질 정도로라는 것이다. 돈가스 카레 뿐 아니라 모든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게 환상적이었다. 후계자가
있기에 더 오래 갈 수 있는 곳이라며 소개해준 아사쿠사로 옮겨가서 이야기가 계속되는데, 여기도 가와킨
덮밥은 초대사장의 맛을 지키지만, 자신들만의 메뉴인 375그램짜리
돈가스를 개발해서 히트상품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일본답다라는 생각이 문득 드는 지점이기도 했다.
1929년 개업하여 요코하마 부두의 노동자들과 함께해온 ‘사이타마야 식당’이나 1970년에
열어 한결같은 맛을 지키고 있는 고치의 명물 ‘포장마차 야스베’처럼
정말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은 맛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도 찾아가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사람들처럼 편안하게 즐기고 싶은 그런 곳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