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 기쁨의 발견 - 달라이 라마와 투투 대주교의 마지막 깨달음
달라이 라마 외 지음, 이민영 외 옮김 / 예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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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4대 달라이 라마의 80번째 생일을 맞아, 그가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인도의 다람살라를 방문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 <JOY 기쁨의 발견>

그래서인지, 두 성인聖人이 함께한 시간과 나눈 대화를 우리에게 들려주는 더글러스 에이브람스는 이 책을 3단 생일 케이크처럼 구성했다고 한다. 1단은 달라이 라마와 투투 대주교가 들려주는 기쁨에 대한 가르침이다. 그리고 2단은 영적인 지도자들의 가르침과 과학이 어떻게 양립하고 있는지를 담아내고 있다. 3단은 달라이 라마와 투투 대주교가 함께 다람살라에서 지낸 이야기이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은 거 같으면, 주위에서 먼저 초콜릿이나 케이크를 먹으라고 권하곤 한다. 그런데 이제는 3단 케이크 같은 이 책에 먼저 손이 갈 거 같다. 그만큼 나에게는 참 의미 있는 책이다.

나는 행복이라는 것은 손안에 움켜쥐고 있는 모래 같다고 생각하곤 했다. 아무리 많이 움켜쥐어도 결국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 나가버리는 그런 모래 말이다. 참 역설적이지 않은가? 달라이 라마의 말처럼 삶의 목적은 결국 행복이다. 그리고 태어난 그 순간부터 사람들은 행복을 추구하는 본능을 가진다. 오죽하면 법으로도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겠는가?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행복보다는 고통이 가득하곤 하다. 어떻게 하면 기쁨을 찾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은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두 성인은 그 역시 우리의 선택으로 바꿔나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고통으로 가득 찬 세상을 마냥 피할 수는 없다. 그래서 더욱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선택하고, 그래서 어떻게 기쁨을 찾아나갈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아무리 혼란한 세상이라 해도, 우리의 내면에 기쁨이 있다면, 행복은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주교는 신중하게 답했다. “나는 그저 궁극적으로 가장 큰 기쁨이란 타인을 위한 선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어요”p77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아야 해요. 한가지 일도 더 넓은 시야로 또 다양한 각도로 바라본다면, 걱정과 불안을 줄이고 더 큰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거예요.” 달라이 라마가 말했다.p225

문득 내가 더 글을 잘 쓸 수 있다면, 이 책이 주는 감동을 잘 설명할 수 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든다. 왜냐면 내가 하는 이야기를 누군가는 나도 이미 알고 있다라고 말할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에서 아주 혁신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단순히 머리로 아는 것과 그것을 실천하고 삶의 일부로 만드는 것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격차를 줄일 수 있었다. 달라이 라마와 투투 대주교가 보여주는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사람에 대한 끝없는 사랑이 만들어낸 지혜로움에 감사하고 싶다. 그리고 에이브람스도 빠질 수 없다. 우리나라의 판소리에서 추임새를 넣어주는 역할을 하는 고수같았다고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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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뭐라고 - 우리의 삶은 함께한 추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사노 요코 지음, 이민연 옮김 / 늘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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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림책 작가이자 수필가인 사노 요코, 나는 그녀의 에세이를 좋아한다. 그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한 글을 시크하지만 섬세하게 삶을 이야기하는 작가 사노 요코라는 책띠에서 찾을 수 있어서 더욱 반갑게 느껴진 책이 바로 < 친구가 뭐라고 >이다.

이 책은 마치 나와 대화를 나누는 것 같기도 하는 형식으로 작가의 어린시절부터 그리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나이까지의 이야기를 친구라는 주제로 풀어나간다. 무남독녀로 성장한 나로서는 왜 이렇게 공감이 가는 이야기가 많은지 말이다.

"기억을 떠올려 보면 주위에 어른들만 있었어." p10

정말 딱 그랬던 거 같다. 심지어 친가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사촌오빠와 나이차이가 7살이 났었다. 지금은 큰 차이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그만큼 친하게 지내지만, 그때는 정말 1살이 크게 느껴지는 시기가 아닌가. 거기다 나는 사노 요코와 비슷하게 기질적으로 혼자 하는 것을 편해했었다. 지금까지도 쓸쓸하지 않냐?’, ‘외롭지 않았냐?’ 라는 질문을 받곤 해서, 그런 그녀에게 외동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도리어 낯설게 느껴질 정도라고 할까?

"옛날에는 굉장히 친한 사이였더라도 속한 세계가 다르다 보니 점점 완전히 별세계의 사람이 되어 버린 친구도 많아” p129

생각해보면 정말 그러하다. 뭐 특별한 배신이나 엄청난 싸움 같은 것으로 친구들과 멀어진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도리어 속한 세계가 다르다라는 것이 계기가 된 적이 많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정말 친하게 지낸 친구가 있다. 다른 친구들이 더 모여서 함께 몰려다니기도 했었는데, 우리가 각각 멀어지게 된 이유도 그러했다. 아직 결혼에 대한 생각조차 못하던 시절 이미 아이를 낳은 친구와 우리는 시간을 함께하는 것도, 대화의 화제를 공유하는 것도 조금씩은 이질적으로 변해갔기 때문이다. 왜 그때는 그렇게 그 친구를 이해하려 하지 못했나 하는 생각에, 문득 그 친구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는 오랜 세월에 걸쳐 사귀어 가는 존재야" p169

생각해 보면 친구란 것은 쓸모 없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존재다” p198

지금 나와 함께해주는 소중한 친구들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그 친구들이 하나하나 떠오르고, 때로는 멀어진 친구들과의 소중한 시간도 하나하나 되새길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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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여인실록 - 시대가 만들어낸 빛과 어둠의 여인들
배성수 외 지음 / 온어롤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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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역사 선생님의 인기가 떠오른다. 그저 시험에 나오는 것만 달달달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야사나 비화를 곁들여서 설명을 해주셔서 학생들이 정말 좋아했었다. 내가 지금까지도 역사를 좋아하는 이유에 그 선생님도 큰 역할을 하셨을 것이다. <조선왕조여인실록>은 학창시절의 역사수업을 떠올리게 한다. 현직역사교사 4분이 집필한 책인데 일단 재미있다. 한편으로는 역사 속 인물을 현대적인 시선으로 재해석해보고, 또 현대 사회에 반면교사로 살펴보는 것 역시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대중적으로는 그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만, 단편적인 이미지로만 기억되고 있는 . ‘어을우동’, ‘신사임당, ‘황진이’, ‘허난설헌’, ‘김개시’, ‘김만덕을 조명하고 있다. 대부분 들어보기도 했고, 책으로도 접했던 여인들인데, 낯선 이름이 있었다. 바로 김개시이다. 그녀는 선조와 광해군을 모신 여인이라고 한다. 장희빈처럼 아름다운 미모를 갖춘 것도 아니고, 딱히 배경이 좋았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녀는 타고난 영민함을 권력욕으로 뒤바꿔 결국 두 군주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했다. 광해군의 뒤에서 권력을 쥐락펴락했던 그녀는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비선실세였던 것이다. 400년이나 앞서 존재했던 김개시, 그녀의 몰락은 지금의 세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광해군은 반정으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력은 탄핵의 형태로 그 대가를 치뤄야 했다는 것도 참 흥미롭게 느껴진다. 윈스턴 처칠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라는 말이 다시 한번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하다.

또한 뛰어난 재능이 도리어 큰 시샘을 불러와, 그 재능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한 것 같은 허난설헌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그녀의 시가 소개되면서 큰 인기를 끌어 최초의 한류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강릉 출신인 사임당과 난설헌에 대한 평가는 어느정도 갈리는 편이다. 율곡 이이를 키운 사임당이 우리나라가 원하는 여성상과 더욱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사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또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제주의 김만덕이 있다. 그녀에 대한 평가는 정말 일률적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녀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개처럼 벌어 정승같이 써라"라는 속담이 떠오르기도 하고 말이다. 조선시대를 자신만의 색채로 수놓은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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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 - 생활 속 단어로 풀어낸 역사 한 편! 단어로 읽는 5분 역사
장한업 지음 / 글담출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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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가 갖고 있는 역사와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

아무래도 내가 빵을 좋아해서인지 바게트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찾아 읽었다. 재미있는 것은 바게트 빵에 얽힌 역사이다. 이는 프랑스 혁명의 산물이었는데, “이제는 모든 프랑스인은 똑 같은 빵을 먹어야 한다라는 선언에 기초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사먹을 수 있는 바게트와 프랑스의 바게트의 가장 큰 차이는 가격이다. 프랑스 정부는 국민들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생필품 가격을 통제하고 있는데, 품목 중에 하나가 바게트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계로 인한 대량생산으로 제빵사들이 타격을 입었을 때도, 프랑스 정부는 그들을 보호하며, 전통을 이어나갔다고 하니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보면 더욱 놀랍기만 하다.

그리고 오늘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소식을 접하며 나도 빠져들었던 오류가 있었다. 바로 작가 유일의 콩트(쇼트 쇼트 스토리)’라는 문구였다. ‘코믹소설이 하나 실리는 것인가?’ 라고 나도 모르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콩트는 개그가 아니라 단편소설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손바닥 안에 들어갈 정도의 작은 소설이다. 나 같은 사람 때문이라도 쇼트 쇼트 스토리라는 설명을 붙일 만 했다. 이와 비슷하게 우리나라에서 바람이나 원하는 사람이나 물건을 의미하는데 사용하고 있는 로망이 있다. 로망은 장편소설을 의미한다. 어쩌다보니 장편소설과 극단편소설을 의미하는 말이 다 잘 못 사용되고 있다니 아이러니하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았다. 그 중 신의 선물이라고 불렸던 비누가 있다. 비누가 만들어진 것은 정말 오래전이다. 3000년전 초기 로마시대인데, 그대는 양을 구워서 신에게 바치는 의식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그 기름이 나뭇재와 섞여서 강으로 흘러 들어갔었는데, 그 물에 세탁을 하면 그렇게 때가 잘 빠졌다고 한다. 말 그대로 신의 선물인 것이다. 또한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된 단어가 있다. 샌드위치나 니코틴 같은 단어들은 알고 있었는데 실루엣은 잘 몰랐었다. 때는 18세기 전쟁으로 피폐해진 프랑스에 재무장관 에티엔 드 실루엣은 강력한 긴축정책을 펼쳤다고 한다. 귀족들은 그런 그를 조롱하기 위해, 조잡하게 만들어진 물건 심지어 흰색 바탕위에 검은색 윤곽만 그려놓은 초상화를 그려 알 라 실루엣, 실루엣식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실루엣이 유래하게 된 것이다.

단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일인 거 같다. 물론 덕분에 단어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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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둑 (별책: 글도둑의 노트 포함) - 작가가 훔친 문장들
안상헌 지음 / 북포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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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거기에 대한 감상을 글로 남기기 시작하면서, 글쓰기는 나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렵게 느껴지던지 말이다. 머리와 가슴 사이의 거리가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라고 했던 말이 나에게는 머리와 손끝으로 느껴질 정도이다.

! 이런 글쓰기 방법 역시 <글도둑>에서 배운 것이기는 하다. ‘깊이 있는 진리를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한 것을 잠언이라고 한다. 이런 잠언을 가지고 이어쓰기를 하는 방법이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어린왕자의 곧장 앞으로 간다 해도, 누구도 그리 멀리 갈 수 없어요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서 나의 생각을 펼쳐나가는 것이다. 부록으로 글도둑의 노트를 주기도 했지만, 책 안에서도 항상 내가 함께 써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래서 작가의 글을 보지 않고 일단 내 생각을 적어봤다. 나는 천천히 걷다 보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누를 수 있어요라고 썼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안상헌이 어떻게 썼나 보니 그러니 좀 쉬었다 가세요. 혹시 모르잖아요. 멀리 가는 것보다 쉬는 것이 더 즐거울지도.”였다. 이렇게 잠언에서 나만의 글쓰기로 가지를 뻗어나가는 방법이 재미있으면서도 유용하게 느껴진다.

독서와 자기 계발 전문가인 안성헌은 글쓰기 열병을 앓았다고 한다. 물론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 역시 글쓰기에 대한 책을 꾸준히 읽어왔다. 그리고 내가 깨달은 것은 바로 나를 위한 맞춤 처방전 같은 책은 없다는 것이다. 나에게 필요한 팁을 나 스스로 조합하여 조금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 수 밖에 없다. 안성헌이 터득한 글쓰기의 비법은 책 제목 그대로 글도둑이다. 심지어 부제는 작가가 훔친 문장들이니, 상당히 도발적이지 않은가? 그는 어린시절 우리가 모국어를 배우는 방식을 이야기한다. 엄마가 하는 말을 따라 하며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글쓰기 역시 매혹적이고 감동적인 문장들을 따라쓰고,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문장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훔친 문장을 응용하고, 생각을 더해 내 것으로 만들어, 결국 글도둑에서 작가가 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단순한 필사가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쓸 수 있는 자신의 문장으로 만들어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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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관 2017-03-13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님의 글 보고 이책도 읽어보아야겠네요.저와 비슷한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