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친구가 뭐라고 - 우리의 삶은 함께한 추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사노 요코 지음, 이민연 옮김 / 늘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책 작가이자 수필가인 사노 요코, 나는 그녀의 에세이를 좋아한다. 그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한 글을 “시크하지만 섬세하게 삶을 이야기하는
작가 사노 요코”라는 책띠에서 찾을 수 있어서 더욱 반갑게 느껴진 책이 바로 < 친구가 뭐라고 >이다.
이 책은 마치 나와 대화를 나누는 것 같기도 하는 형식으로 작가의 어린시절부터 그리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나이까지의 이야기를 친구라는 주제로 풀어나간다. 무남독녀로 성장한 나로서는 왜
이렇게 공감이 가는 이야기가 많은지 말이다.
"기억을 떠올려 보면 주위에 어른들만 있었어." p10
정말 딱 그랬던 거 같다. 심지어 친가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사촌오빠와
나이차이가 7살이 났었다. 지금은 큰 차이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그만큼 친하게 지내지만, 그때는 정말 1살이 크게 느껴지는 시기가 아닌가. 거기다 나는 사노 요코와 비슷하게
기질적으로 혼자 하는 것을 편해했었다. 지금까지도 ‘쓸쓸하지
않냐?’, ‘외롭지 않았냐?’ 라는 질문을 받곤 해서, 그런 그녀에게 외동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도리어 낯설게 느껴질 정도라고 할까?
"옛날에는 굉장히 친한 사이였더라도 속한 세계가 다르다 보니
점점 완전히 별세계의 사람이 되어 버린 친구도 많아” p129
생각해보면 정말 그러하다. 뭐 특별한 배신이나 엄청난 싸움 같은 것으로
친구들과 멀어진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도리어 ‘속한
세계가 다르다’라는 것이 계기가 된 적이 많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정말 친하게 지낸 친구가 있다. 다른 친구들이 더 모여서 함께 몰려다니기도 했었는데, 우리가 각각 멀어지게 된 이유도 그러했다. 아직 결혼에 대한 생각조차
못하던 시절 이미 아이를 낳은 친구와 우리는 시간을 함께하는 것도, 대화의 화제를 공유하는 것도 조금씩은
이질적으로 변해갔기 때문이다. 왜 그때는 그렇게 그 친구를 이해하려 하지 못했나 하는 생각에, 문득 그 친구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는 오랜 세월에 걸쳐 사귀어 가는 존재야" p169
“생각해 보면 친구란 것은 쓸모 없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존재다” p198
지금 나와 함께해주는 소중한 친구들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그 친구들이
하나하나 떠오르고, 때로는 멀어진 친구들과의 소중한 시간도 하나하나 되새길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