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역사가 바뀌다 - 세계사에 새겨진 인류의 결정적 변곡점
주경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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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 이어 건명원建明苑에서 했던 강의를 편집하여 구성한 책을 두번째 만나게 되었다. 바로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이자 건명원의 인문학 운영위원인 주경철의 <그해, 역사가 바뀌다>이다. 아무래도 강의 형식이라 그런지 주제가 어렵게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책은 읽기 편한 면이 있다. 또한 교수와 학생간이 나눈 문답이 더해져서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는 면이 좋았다.

이 책의 부제는 세계사에 새겨진 인류의 결정적 변곡점이다. 그는 1492, 1820, 1914, 1945년을 중요한 변곡점으로 꼽았다. 이 중에 1820년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익숙한 년도이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잘 몰랐던 1829년과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달랐던 1914년이 기억에 남는다. 1829년은 중국의 문명이 정체기에 들어갔던 시기라고 한다. 북방민족에 시달리던 중국은 바다로의 진출을 포기하고 자신의 체제를 견고하게 하는데 집중하게 된다. 이전까지 중국이 갖고 있던 해양력은 내가 상상하던 것보다 더욱 대단했었다. 하지만 그 때의 선택으로 유럽이 세계무대의 패권을 차지하게 되고, 중국은 후에 수모의 시기를 겪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말한다. 19-20세기를 제외하고 중국은 세계무대에서 패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21세기가 되면 중국이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한다. 이를 역사의 정상성이라고 했다는데, 나는 역사에도 탄력성이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14년에 생물의 멸종에서 인류세 (人類世)의 시작이라는 부제가 붙어서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다. ‘혹시 전쟁으로 인한…?’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유럽인들이 새로운 대륙에 정착하기 수월하도록, 수많은 동식물을 퍼트리면서, 변화해버린 자연환경을 의미한다. 이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서, 인류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 (人類世)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1820년의 일과도 연결점이 있다. 1829년은 콜럼버스의 향해가 있었던 해이다. 유럽인들은 새로운대륙을 발견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문명생활로 그리고 그 곳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의 삶을 야만적인 생활로 이분화했다. 그리고 그런 오만함이 지구의 생태계를 혼란시킨 것이다. 그것이 인간이 인간에게 행했던 폭력보다 더욱 위험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가 자연의 보복이라며 두려워하는 자연의 섭리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바로 그 결과를 알 수 없다.

1945년 그리고 현대에까지 이르면서, 우리에게 세계는 평화를 향해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세상은 나아지고 있다라고 희망하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작가의 말이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 아닌가 한다. 어쩌면 바로 지금이 훗날 역사에 기록될 변곡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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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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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쓰는 에세이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그들이 연구하는 분야와 그들의 삶을 함께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랩걸>은 과학교수였던 아버지의 실험실에서 과학자의 꿈을 키우던 호프 자런의 이야기이다. 과학 하는 여자로 살아온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지만, 과학자라는 직업 앞에서도 성별이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그저 출산을 했을 뿐인데 오랜 시간 지켜온 과학자로서의 자리를 잠시 잃기도 하고,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하기만 해서 고민을 하는 모습이 그러했다. 또한 그녀가 여성 과학자라는 이유로 쏟아지는 편견이 그녀에게 굴레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그녀는 자신에게 이런 말을 들려준다고 한다. “이 일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해야만 할 때를 빼고

호프 자런은 폴프라이트 상을 세번이나 수상한 유일한 여성과학자이고, 2005년에는 젊고 뛰어난 지구물리학자에게 수여되는 제임스 매클웨인 메달을 받았고, 2016년에는 타임이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식물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그녀를 여성과학자로 성장하게 만들었지만, 또한 그녀가 다루는 분야가 큰 인기가 없어서인지, 지원을 받기 어려워 고민하는 모습도 자주 나왔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그렇게 자연에 대한 연구를 등한시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녀는 자신의 연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인류는 1990년 이후 매년 80억 그루가 넘는 나무를 베어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추세라면 600년이 지나기도 전에, 지구 상의 모든 나무는 그루터기만 남게 된다고 한다. 전에 읽은 책에서, 대기근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고, 결국 나무를 베어내는 인간이 줄어들면서, 공기중에 이산화탄소의 양이 많아지고, 기상이변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꺼라는 걱정이 들었다.

책을 봤을 때, 참 예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2014년 영국 왕립원예협회 최고상 수상작이라는 신혜우의 참나무겨우살이세밀화가 담긴 포스터를 보기 위해 표지를 빼고 보니, 호프 자런과 잘 어울리는 색감의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앞으로 알마 출판사에서는 여성과학자에 대한 책을 꾸준히 낼 것이라고 하는데, 표지에 대한 기대도 크다. 호프 자런처럼 앞으로 커가는 나무들이 조금은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큰 나무가 된 과학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거 같아 설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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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도 꽃이다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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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사교육 현장을 직접 취재하여 원고지 2,300매의 장편 소설로 탄생한 조정래의 <풀꽃도 꽃이다> 1권을 읽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거 같은데,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이야기의 끝맺음은 판타지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이런 생각을 얼마 전에 봤던 영화 마스터를 보면서도 했던 거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어쩌면 내가 너무나 염세주의적이 되어버린 것일까라는 고민 역시 책을 읽으면서 점점 그 답을 찾아나갈 수 있었다.

2권은 1권에서 이어지는 자발적 문화식민지라는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을 임신을 시킨 원어민 강사가 쉽게 얻을 수 있는 부를 포기하지 못하고 부산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며 마무리 되는 부분이 현실적으로 다가온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어교육에 모든 것을 걸지만, 그 성과는 참 미미하기 그지없는 대한민국의 영어 사교육 현실을 원어민 강사의 눈으로 신랄하게 비판하는 부분이 참 안타까웠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말이다. 특히 원어민 강사에게 가장 중요하게 여겨져야 할 부분들을 다 차선으로 미루고, ‘백인, 푸른 눈, 금발이 최우선 요건이 된다는 부분에 실소가 나오기도 했다. 영어 공부가 좋거나 재미있는 학생은 25퍼센트뿐인데, 모두가 영어공부에 매달려야 하고, 또 영어로 서열이 정해지는 현실이 참 안타깝게 느껴지고, 그렇게 자발적 문화 식민지가 되어가는 한국의 미래가 걱정스럽기도 했다.

얼마전에 초등학교때 고등학교 과정을 선행학습한다는 이야기를 보고, ‘그러면 고등학교 가서는 뭐해?’ 라는 단순한 질문을 친구에게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그 답을 보여준다. 바로 수동적인 반복학습이었다. 그렇게 공교육이 무너지는 현장에서 강교민의 사촌동생인 이소정은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고민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많이 아는 것만을 중요시하는 공부뿐 아니라, 예의와 교양 같은 인성 그리고 생활바보 없애기라고 명명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런 그녀에게 한솔비는 가출한 오빠의 사연을 이야기한다. 만화가가 되고 싶은 오빠와 아빠처럼 권력을 잡을 수 있는 일을 하라고 하는 엄마와의 끝없는 충돌은 결국 가출로 이어지고 만다. 그리고 한솔비의 오빠 한동유는 예전에 큰 화제가 되었던 학원가기 싫은 날이라는 시를 인용하여 이렇게 되고 싶지 않다는 글을 더한다. 그 시가 알려졌을 때, 나의 반응 역시 이소정이 지적한 매스컴의 반응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소정은 얼마나 아이를 압박을 했으면 저런 시가 나왔을까 하는 관점을 갖고 있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해피엔딩이 되었지만, 내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자꾸만 떠올랐다.

그리고 이어진 이야기는 어쩌면 작가 조정래가 그리는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참 세상을 다 아는 듯, 판타지 같은 결말이라는 생각을 자꾸만 한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과연 작가 조정래가 그것을 모를까?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직접 취재를 하고 고민을 했던 한국 교육에 대한 이야기인데 말이다. 다만 그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안 된다는 생각을 제발 버리고, 보다 나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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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강, 꽃, 달, 밤 - 당시 낭송, 천 년의 시를 읊다
지영재 편역 / 을유문화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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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상 문화가 가장 화려하게 꽃피운 시기를 당나라로 손꼽는다. 그 중에서도 당나라는 중국 시()문화의 황금기였고, <봄의 강, , , >52수의 당시唐詩를 골라 수록하고 있다. 아무래도 한문으로 지어진 시이기 때문에, 시 그 자체보다는 해석된 시나 혹은 설명에 더욱 눈길이 가곤 한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구나라는 시구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시 구절을 보면, 중국의 사대 미녀인 왕소군의 안타까운 인생을 노래했다는 것을 떠올릴 뿐이다. 동방규의 시는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주희는 글을 백 번 읽으면 깊은 뜻이 절로 나온다讀書百遍義自見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의 편역자 지영재 역시 시를 읽을 때, 낭독을 먼저 해보길 바란다. 그래서인지 나라 소리 읽기간체자 및 한어 병음 자모라는 두가지 방식으로 시를 직접 읽어볼 수 있게 구성을 해놓았고, 당시 운율 삼 요소인 평측, 분구, 압운을 활용하여 읽는 법을 미리 알려주기도 한다. 그래서 나 역시 낭독과 소리가 만들어내는 음감에 즐거움을 느꼈던 것 같다. 덕분에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낭독을 통해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시도 있었다.

시성(詩聖) 두보의 江碧鳥逾白 山靑花欲然 今春看又過 何日是歸年, 강은 쪽빛, 새는 더욱 하얗고, 산은 파랑, 꽃은 불이 붙은듯. 올봄도 보는 동안 또 지나가니, 그 어느 때런가, 돌아갈 해는?’도 그런 시중에 하나였다. 이 시에 대해 처음 배울 때 푸른 강, 하얀 새 그리고 푸른 산, 붉은 꽃으로 이어지는 색감의 대비에 대해서 많이 들었고, 나 역시 그 부분이 정말 아름다운 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를 낭독하면 할수록, 뒷 구절에 담겨 있는 감성에 더욱 마음이 갔다. 길을 떠나기 좋은 계절로 여겨졌던 봄에도 타향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그의 마음이 말이다. 그리고 시선(詩仙) 이백의 아침에 백제성을 떠나 早發白帝城을 떠나’, 그리고 백거이의 옛 들판의 풀로 시를 지어 배웅하다 賦得古原草送別도 나에게는 그렇게 다가왔다.

그리고 새롭게 만나게 된 좋은 시도 많았다. 그 중에 이상은의 무제 無題가 있다. 무제라는 제목으로 많은 연애시를 썼던 이상은은 한 CF에서 유명해진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질문에 대한 답가를 시로 많이 남겼던 것 같다. 그 중 夜吟應覺月光寒, 한밤 시 읊으며 달빛이 차갑다 느끼겠다.’라는 구절은 낭독을 할 때면,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이 떠올랐다. 한밤중에 사랑을 고백하던 그들은 달빛의 차가움을 느낄 수 없었겠지만, 사랑을 잃은 그에게는 달빛의 차가움을 사무치게 다가왔던 것이 아닐까? 또한 이 책의 제목이 되기도 했던 장약허의 ', , , , , 春江花月夜이 있다. 이 시에 20세기 중국의 학자 문일다가 시 가운데 시, 최고 중 최고라는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귀가 얇기만 한 나로서는 자꾸만 읽어보고 싶은 당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 책 덕분에 시를 감상하는 좋은 방법을 익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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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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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동화의 경계에는 ‘Happily ever after’가 있다고 생각해왔다. 동화와 달리 현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이야기를 끝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니시카와 미와의 <아주 긴 변명>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일본의 영화감독인 니시카와 미와는 자신이 직접 쓴 각본으로 영화를 만들어 왔다. 그러다보니 그녀의 시나리오를 소설로 만들어서 독자와 평단의 사랑을 받곤 했다. 그녀는 동일본대지진 후 죽음과 가족을 주제로 이야기를 구성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작품이다.

버스사고로 아내가 세상을 떠나던 날, 인기작가인 쓰무라 케이는 다른 여성과 자신의 집에 있었다. 아 그래서 아주 긴 변명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에게 아내 나쓰코는 오랜 무명시절을 뒷바라지 한 말 그대로 조강지처 아닌가?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또 다른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이것은 쓰무라 케이와 그의 아내가 함께 하는 정말 끝나지 않을 변명이 아닐까 말이다. 쓰무라 케이의 본명은 기누가사 사치오이다. 일본 야구의 레전드로 기록된 선수와 같은 이름을 가진 그는 작가가 되면서 자신의 이름을 버렸다. 뭐랄까? 그가 그 이름에 대해 갖고 있는 콤플렉스는 그의 결혼생활과도 참 닮아 있다고 할까? 시간이 흐르면 두 사람 사이의 이해와 존경심이 함께 깊어질 것이라는 믿음처럼 말이다. 어린 시절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 때문에 그 유명한 야구선수와 비교될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랑도 그렇지만, 자신의 존재감 역시 오롯이 본인의 힘으로 쌓아나가야 하는 것이다.

장례식에서 그는 아내의 단짝친구인 유키와 함께 사고를 당한 것을 알고 그녀의 유가족을 만나게 된다. 아내의 장례식에서도 지독하게 무감각했던 그는 유키의 남편 요이치와 그들의 아이들과 함께하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타인의 인생에 잠시 끼어들었다가 자신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모순 혹은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고 할까?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그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배우고, 자신이 얼마나 무심했는지 그리고 아내의 헌신에 얼마나 옹졸했는지 깨닫게 된다. 물론 처음에는 사치오가 정말 싫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마음도 변해갔다. 그리고 비슷하게 아내인 나쓰코 역시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 때로는 실수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상처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기도 하고 그러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그래서 문득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다. 사치오는 아내의 죽음과 새로운 가족과의 만남을 통해 성장해나가고, 아내에게 편지를 남기기도 하지만, 아내에게는 그럴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말이다. 덕분에, 이래서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 이승이라고 했나,라는 뜬금포로 생각이 흘러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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