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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살아있다
이석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석연은 헌법재판소 출범 후 제 1호 헌법연구관으로 5년간 헌법 실무를 맡았고, 변호사가 된 후에는 헌법소원을 통한 공익
소송을 활성화하고자 노력해왔다. 이석연의 <헌법은 살아있다>는 헌법 제 1조 제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구절이 비로서 힘을 갖기 시작하는
요즘에 참 잘 어울리는 책이다.
제 1장 헌법이란 무엇인가, 에서는
그가 인용한 “피해를 입지 않는 자가 피해를 입은 자와 똑같이 분노할 때 정의는 실현된다”는 솔론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과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공권력이
적법 절차에 따라 행사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피치자인 국민에게는 절대적인 준법정신을 강요하고
있다. 그는 과감하게 과연 이것을 법치라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법치선진화와 그를 통한 국격의 향상은 다음과 같다. “국민의 일상을 제대로
반영하고, 그 위반에 대하여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제재를 다은 법령을 마련하며, 그를 집행하는 공권력의 주체 역시 적법 절차에 따라 그 권한을 행사하는 법치주의의 쌍방통행(21p)”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가 생각하는 것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또한 건국절 논란에 대한 일목요연한 답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 역시 매우 유익했다.
제 2장 개헌을 말하다, 에서는
시대에 따라 변해온 헌법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9차 개정
끝에 완성된 현행 헌법 역시 시대적 소명을 다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을 짜기 위한
정치적인 관점이 아니라 5년 단임제를 유지하면서 생기게 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해소하는 등의 이유가
있다. 그 중에 나는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및 면책
특권 제한’에 매우 찬성하는 입장이다. 정말이지,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비방적 행위나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적
행위’를 서슴지 않고, 아니면 말고 식의 해명을 내놓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대법관, 헌법재판관에 대한 국민 심사제 도입’도 찬성하고 싶다. 어떠한 부분에 있어서는 법적용이 국민들이 갖고 있는 법감정과 괴리되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제 3장 헌법은 살아있다, 말
그대로 시대의 변화에 따라 헌법 역시 살아 숨쉬며 변화해왔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국 사회를 바꾼 10대 위헌 결정’을
정리해놓았는데, 그 중에 ‘호주제 위헌 결정’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이는 성역할의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인정한 결과였다. 하지만, 과연
호주제가 폐지된 후로, 가부정적인 가족문화나 남성 우위의 사회적 분위기가 개선되었는지는 각자 판단해보라는
말에 나 역시 많은 생각을 했다. 단순히 법이 바뀐다고 해서 사회전반의 분위기가 한번에 바뀔 수는 없을
테니 아쉬움은 잠시 접어야겠다. 특히 그런 아쉬움을 더 많이 접어둬야 하는 부분이 바로 ‘공권력 개입에 의한 국제그룹 해체 위헌 결정’이다. 물론 사기업에 대통령의 지시라는 초법적 수단을 사용하다 결국 탄핵까지 이어지고 있는 지금에 많은 법리적 바탕이
되어준 결정이라고는 하지만, 사후약방문 같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제 4장, 헌법재판과 공익소송을
통해서 본 헌법의 기능, 여기에서는 작가 이석연과 인터뷰 전문 작가 지승호의 헌법 대담을 들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혼탁해지는 정국에서 정의를 지킬 수 있는 것은 헌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을 읽으면서, 헌법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시기적으로는
성급할 수 있으나, 올해 읽은 그리고 읽어나갈 책 중에 다섯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유익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