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력 - 나의 가치를 드러내는 글쓰기의 힘
이남훈 지음 / 지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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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꾸준히 독후감을 쓰고 있지만, 내 글을 다시 읽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곤 한다. 좋은 글을 쓰고 싶지만, 마음같지 이루어지지는 않다. 그래서 그저 미련할 정도로 계속 쓰다보면 언젠가는 늘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이남훈의 <필력>을 읽으면서, 이 것이 필력을 죽이는 10가지 신화중에 하나임을 깨닫게 되었다. 많이 써보라는 조언 앞 뒤에는 숨겨진 맥락이 있었던 것이다. 바로 “(하나의 글을 완전히 마무리해 나가면서) 많이 써라. (그리고 완성도 높은 글과 비교하라)이다.” 나름 글은 마무리 짓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비교하는 과정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 기대와 달리, 여전히 글을 잘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좋은 글을 필사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하곤 했다. 하지만 이 역시 그는 필력을 죽이는 10가지 신화중에 하나로 손꼽았다. 문장의 기본을 닦는 용도가 아니라면, 도리어 좋은 글의 구조를 해체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글의 구조를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의 글에 녹여낼 수 있어야지, 무턱대고 좋은 글을 그대로 따라 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제껏 몰랐던 글쓰기 훈련법 8가지고수들의 연금술 7가지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글쓰기 방법을 알려준다. 물론 출판사와 편집자 이야기까지 있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욕심이 나지 않아 그 부분은 흐르듯 읽었던 것 같기도 하다. 기억에 남는 조언은 바로 단어에 대한 것이다. 단어라는 것은 글의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는 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아예 나만의 단어장을 만들어보라고 그는 권유하고 있다. 그가 예로 들은 문화일보에 실린 숭실대 이경재 교수의 명작의 공간중 이상의 날개라는 작품에 대한 글이 있었다. 그 글을 읽으며, 그는 자신의 단어장에 '설계도처럼 군더더기 없는 이 작품', ‘시대의 혈서', '조망적 시선' 같은 것을 정리했다. 그리고 나 역시 그 과정을 함께하며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여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고, 나아가 이미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빨강머리 앤이 다양한 해석을 해내는 것을 예로 들면서, 이러한 것이 글쓰기에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물론 <필력>처럼 글을 잘 쓰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을 읽고 글을 잘 쓸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법 같은 비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다. 다만 이런 글쓰기의 책에서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골라내어, 길잡이 삼는다면, 언젠가는 나의 글 역시 작품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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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의 모험 - 당신이 사랑한 문구의 파란만장한 연대기
제임스 워드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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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문구류를 좋아해서인지, 정말 행복한 독서시간이었습니다. 다만 번역이 조금 거친 것이 안타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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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 - 유쾌한 페미니스트의 경제학 뒤집어 보기
카트리네 마르살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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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른 분들의 서평을 열심히 읽어보고 있는데, 제목이 독특해서인지, 이 책의 서평을 여러편 읽어봤어요. 그런데 서평마저 톡톡 튀어서 기대가 자꾸 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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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은 살아있다
이석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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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연은 헌법재판소 출범 후 제 1호 헌법연구관으로 5년간 헌법 실무를 맡았고, 변호사가 된 후에는 헌법소원을 통한 공익 소송을 활성화하고자 노력해왔다. 이석연의 <헌법은 살아있다>는 헌법 제 1조 제 1,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구절이 비로서 힘을 갖기 시작하는 요즘에 참 잘 어울리는 책이다.

1장 헌법이란 무엇인가, 에서는 그가 인용한 피해를 입지 않는 자가 피해를 입은 자와 똑같이 분노할 때 정의는 실현된다는 솔론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과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공권력이 적법 절차에 따라 행사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피치자인 국민에게는 절대적인 준법정신을 강요하고 있다. 그는 과감하게 과연 이것을 법치라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법치선진화와 그를 통한 국격의 향상은 다음과 같다. “국민의 일상을 제대로 반영하고, 그 위반에 대하여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제재를 다은 법령을 마련하며, 그를 집행하는 공권력의 주체 역시 적법 절차에 따라 그 권한을 행사하는 법치주의의 쌍방통행(21p)”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가 생각하는 것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또한 건국절 논란에 대한 일목요연한 답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 역시 매우 유익했다.

2장 개헌을 말하다, 에서는 시대에 따라 변해온 헌법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9차 개정 끝에 완성된 현행 헌법 역시 시대적 소명을 다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을 짜기 위한 정치적인 관점이 아니라 5년 단임제를 유지하면서 생기게 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해소하는 등의 이유가 있다. 그 중에 나는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및 면책 특권 제한에 매우 찬성하는 입장이다. 정말이지,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비방적 행위나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적 행위를 서슴지 않고, 아니면 말고 식의 해명을 내놓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대법관, 헌법재판관에 대한 국민 심사제 도입도 찬성하고 싶다. 어떠한 부분에 있어서는 법적용이 국민들이 갖고 있는 법감정과 괴리되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3장 헌법은 살아있다, 말 그대로 시대의 변화에 따라 헌법 역시 살아 숨쉬며 변화해왔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한국 사회를 바꾼 10대 위헌 결정을 정리해놓았는데, 그 중에 호주제 위헌 결정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이는 성역할의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인정한 결과였다. 하지만, 과연 호주제가 폐지된 후로, 가부정적인 가족문화나 남성 우위의 사회적 분위기가 개선되었는지는 각자 판단해보라는 말에 나 역시 많은 생각을 했다. 단순히 법이 바뀐다고 해서 사회전반의 분위기가 한번에 바뀔 수는 없을 테니 아쉬움은 잠시 접어야겠다. 특히 그런 아쉬움을 더 많이 접어둬야 하는 부분이 바로 공권력 개입에 의한 국제그룹 해체 위헌 결정이다. 물론 사기업에 대통령의 지시라는 초법적 수단을 사용하다 결국 탄핵까지 이어지고 있는 지금에 많은 법리적 바탕이 되어준 결정이라고는 하지만, 사후약방문 같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4, 헌법재판과 공익소송을 통해서 본 헌법의 기능, 여기에서는 작가 이석연과 인터뷰 전문 작가 지승호의 헌법 대담을 들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혼탁해지는 정국에서 정의를 지킬 수 있는 것은 헌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을 읽으면서, 헌법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시기적으로는 성급할 수 있으나, 올해 읽은 그리고 읽어나갈 책 중에 다섯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유익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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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보낸 한 시간 - 성폭행과 그 이후의 삶을 그린 실화
칼린 L. 프리드먼 지음, 이민정 옮김 / 내인생의책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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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책의 제목을 보고, 로맨틱한 이야기를 상상했었다. 아무래도 파리하면 사랑의 도시라는 느낌이 강해서인 거 같다. 그리고 성폭행과 그 이후의 삶을 그린 실화라는 부제를 보곤 잠깐 멈칫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도 대학을 입학하고 소중한 친구와 함께 유럽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그래서 대학에 입학한 첫 해의 유럽 배낭 여행의 마지막 여행지인 파리에서 그녀의 운명이 바뀌었다는 것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1990 8 1일 밤, 그녀는 평생 그 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를 성폭행 한 남자는 낯선사람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파리에서 만나기로 한 옛 애인의 조금은 먼 친구라고 할까? 어쨌든 그런 연결의 끈이 있었다. 옛 애인이 약속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일은 터지고 말았다. 전에 범죄수사드라마에서,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는 경고가 도리어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기억이 난다. 실제로 범죄는 낯선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벌일 확률이 큰데, 그런 경고는 도리어 사람의 시야를 좁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사람을 조심해야 하는 세상이 문제이지만 말이다.

식칼로 협박을 하는 남자에게서 겨우 탈출을 하고 신고를 하고, 조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그녀는 그 시간이 마치 자신의 정신과 육체가 분리된 거 같다고 기억한다. 그리고 그 상태가 상당히 오래 지속된 거 같기도 하다. 성폭행을 당했던 기억을 분리시키려는 것은 어쩌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존전략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녀 역시 자신이 관심있어하던 학문을 공부하고, 석사를 넘어 박사학위까지 받은 후, 대학에서 철학 강의를 하게 된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술과 약이 그녀의 내면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렇게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녀는 한 상담가의 도움을 통해 은폐가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역설적이겠지만, 그런 일을 당한 사람 역시 자신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사랑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20년이 흐른 후에는 파리의 그 곳을 다시 찾아, 그 사건 역시 과거의 일로 흘려 보내고, 자유로워졌음을 자축하게 된다. 사실 리뷰 제목을 바꾸려다 그대로 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녀에게 그 시간은 그냥 한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온전히 그녀의 힘으로 다시 파리를 빛의 도시로 기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숨긴다고 해서 지워질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침묵이 개인에게도 나아가서 사회에도 치유책이 될 수 없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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