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헤리엇의 개 이야기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 읽어도 아름다운 자연과 그 속에서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과 동물의 이야기가 맛깔나게 느껴지는,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2권에서 그가 군대를 가면서, 다시 이 아름다운 요크셔로 그리고 사랑하는 부인 곁으로 돌아오리라 맹세한 것을 기억한다. 이번에는 순서를 살짝 넘어서서 5권인 <수의사 헤리엇의 개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평생 개를 사랑해서, 심지어 문과쪽의 공부에 열중했음에도, 급하게 수의사로 방향을 틀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대학을 졸업할 1930년대 무렵은 아직도 경제불황이 영국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가 꿈꿔왔던 말쑥한 차림과 깨끗한 환경에서 작은 동물들을 진료하는 젊은 수의사의 모습은 어느새 저 멀리 멀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요크셔에서 거대한 동물들과 씨름을 하게 된 헤리엇이지만, 결국 자신만의 작은 동물 병원을 차릴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개와 고양이를 진료하는 것은 수의학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수의사들이 많았고, 그래서 도리어 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거기다 길을 가다 언제든 자신의 환자였던 개와 고양이를 볼 수 있는 것도 즐거움이랄까? 그렇기에, 살이 너무 쪄서 힘들어하는 트리키를 어떻게 바로 알아볼 수 있었고, 종양에 걸렸던 퍼시를 도울 수 있었다. 때로는 버려진 개를 만나기도 한다. “사랑과 믿음으로 섬겼던 인간들에게 버림받아 낯설고 황량한 세계로 떨어지게 된 것에 그는 진정으로 분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개들을 보호하는 시스터 로즈 개 보호소가 있고, 또 거기에 기부를 하고 있는 헤리엇이 있듯이, 아직은 선의가 승리하는 곳에 살고 있으니 다행이기도 하다.

자신의 관심거리가 우선이라 언제나 헤리엇이 보디!보디!보디!’라고 여러 번 부르게 만드는 보디테리어 보디를 마지막으로 일단 헤리엇의 개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개와 고양이 손님과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 중에 개도 영혼이 있나요라는 소제목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얼마 전에 친구에게 운동을 권하면서 운동은 배신을 하지 않는다며, 거의 반려견 수준이라고 비유를 했던 기억이 난다. 반려견과 함께하며 나는 그들이 보여준 무한한 사랑과 믿음에 늘 행복했었다. 그래서 건강이 안 좋은 노부인이, 반려동물은 영혼이 없다고 한 목사의 말에 자신들의 반려동물을 다시 보지 못할까봐 걱정하던 것에 헤리엇이 해주었던 이야기가 참 오래 기억이 남는다.

"영혼을 갖는다는 게 사랑과 헌신과 감사를 느낄 수 있다는 뜻이라면, 동물이 인간보다 훨씬 낫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실 거 없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
안희연 지음 / 서랍의날씨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부터 참 마음에 와닿네요. 여행을 통해 흩어져가는 마음을 하나하나 소중하게 여기는 방법을 함께해보고 싶네요. 저도 여행을 좋아해서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와당의 표정
정민 엮고 지음 / 열림원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말로는 수막새라고 하는 와당瓦當이란, 기와의 끝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아름다운 문양을 조각하여 멋을 더하곤 했다. 어린 시절 처음 와당이라는 것을 봤을 때가 기억난다. 할아버지가 수집해놓은 골동품이 들어있는 장식장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어린마음에 접시라고 생각했었다. 그 가치와 의미를 모르던 시절에도 참 독특하고 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민교수의 <와당의 표정>을 읽고 나니, 할아버지가 갖고 계시던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다시 한번 보러 가고 싶어졌다.

<와당의 표정>은 기원전 400년 이래 일천 년간 중국의 건축문화에서 꽃피웠던 와당 예술 중 아름다운 것들을 골라서 소개하고 있다. 전국시대에 성행했던 반원문형은 형태의 특별함 때문에 따로 구별했고, 그 다음에는 동물과 인간, 구름과 꽃무늬, 길상문의 주제로 구분한 와당을 만날 수 있다. 와당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신(四神)이었다. 고대 중국에서는 사신을 사방에 배치함으러 그 내부가 하나의 소우주를 이루는 것으로 봤었다. 그래서 동물에서 서쪽을 관장하는 백호白虎, 동쪽을 수호하는 청룡靑龍, 북쪽의 현무玄武, 남족을 주작朱雀을 새겨 넣은 와당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특히 생동감 넘치는 백호를 그려넣은 와당들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마음가짐을 드러내는 거 같은 잠룡이나 벽사의 의미를 가진 짐승얼굴’, 그리고 인의가 절로 이루어진다라는 인의자성같은 경우는 와당으로 내가 기대하고 있던 형태들이었다.

그래서 그 외의 독특한 형태를 지닌 와당들이 더욱 재미있었다. ‘나무와 도철의 경우에는 나무 아래 구름무늬를 그렸다는 해석보다는 술 취한 사내의 뱅글뱅글 돌아가는 눈동자같다는 해설이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계속 사람과 동물의 얼굴을 형상화한 와당을 보기도 했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눈도 그렇지만, 코 역시 코가 삐뚤어졌다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느낌 아닌가? 구름 두 개를 대칭형태로 놓은 와당이라고 한 것 역시 나에게는 웃는 표정 혹은 화난 표정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마치 캘리그라피처럼 장식해놓은 와당도 있었다. 천추에 이 즐거움을 지켜주소서라는 뜻의 천추위락을 쓰면서, 글자들마저 락樂을 소중하게 감싸는 형태를 취한 것이다. 집안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와당에서도 그대로 느껴졌다. 또한 예서체로 를 새긴 와당도 있다. 그때도 미니멀리즘이 유행했던 것인가?’ 하는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와당과 그 의미를 살펴볼 수 있어 참 소중한 시간이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장소] 2017-03-01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ㅡ 재밌다~!!! 코가 삐뚤어 졌다 !! 기막힌 표현!^^

하나 2017-03-02 09:00   좋아요 1 | URL
그쵸~~~저한테는 그렇게 보였어요. ㅎㅎㅎ 그게 또 와당을 감상하는 즐거움 아닐까 해요.

samadhi(眞我) 2017-03-02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와당도 참 멋지죠. 신라시대 웃는 얼굴 반쪽 짜리 와당 탁본만 봐도 좋더라구요. 경주박물관에서 탁본도 팔았었는데 지금은 어떨지...

하나 2017-03-02 08:59   좋아요 1 | URL
오옷 웃는 얼굴 와당이라니 정말 궁금해져요

박선 2017-08-23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천추위락의 한자를 좀 써 주세요.
 
비난의 역설 - 비난의 순기능에 관한 대담한 통찰
스티븐 파인먼 지음, 김승진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자주 쓰는 말 중에 하나가, ‘나는 당신을 비난하거나 평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이다. 그만큼 나에게 비난은 부정적인 느낌이었고, 그래서 <비난의 역설>이라는 책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비난(blame)이라는 단어는 고대 기독교에서 훈계와 배척을 의미하던 '블라스페마레(blasphemare: 악한 말을 하다)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비판이 갖고 있는 뒤틀리고 파괴적이나 속성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있다. 책에서 소개한 인류의 역사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공동체에서 찾을 수 있는 마녀사냥이나 희생양 역시 그런 형태의 하나이다. 심리학자 카를 융은 모두에게 있는 그림자같은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남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의 책임을 최소화시키려는 자기 보호적인 측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집단들이 갖고 있는 배경이나 그들이 지역적으로 혹은 역사적으로 쌓아온 경험에서 오는 차이조차 무시하는 무분별한 비난은 사회를 경직시키기도 한다는 것을 난민문제를 통해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조직행동분야를 오랜 시간 행동해온 스티븐 파이먼이 <비난의 역설>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비난의 순기능은 무엇일까? 사회적 책임이나 역할이라는 것을 빌미로 부정한 행동을 하는 기업이나 정부에 대한 비난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학교의 교구나 시설에까지 기업 브랜딩 활동을 하는 기업이 있다. 이는 그들이 해야 할 책임이 아니라 어린 아이들에까지도 브랜드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려는 소프트 마케팅의 일환으로 봐야 마땅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무기, 담배, 정크푸드를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대중의 태도를 완화시키고, 합당한 비판활동조차 약화시키기 위해 펼치는 수많은 이미지 메이킹에 대한 비난 역시 필요한 역할이다.

그리고 그는 서문에서 합당한 비난과 분노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언급을 한다. 문득 지금 우리나라에서 펼쳐지는 촛불집회가 생각났다. 이 것은 압도적 권력을 갖고 있는 국가와 기업에 맞서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연대가 필요함을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아마 이 책의 저자가 한국사람이었다면, 거리투쟁에 대한 이야기에서 분명 촛불집회를 언급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법정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비판을 피하다 보니 유머와 연극을 저항의 무기로 삼아 축제의 형태를 취한 서양과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한 우리나라의 평화로운 촛불축제이니 말이다. 하지만 만약 지금 이대로의 상태가 유지된다면 사람들은 점점 더 무기력해질 것이다. 그리고 도덕과 법과 정의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것이고, 심지어 그 뜻을 왜곡시키는 일이 생길 것 같다. 그렇다. 사회가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권력을 견제하는 비난 역시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에서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작된 미래 ⓔ - 코딩과 소프트웨어로 새로운 세상을 만나다
EBS <코딩, 소프트웨어 시대>, <링크, 소프트웨어 세상> 제작팀 / 가나출판사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4차 산업혁명은 기하급수적인 기술 발전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 범위 또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이렇게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미래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그 답을 지식e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시작된 미래e>코딩, 소프트웨어 시대’, ‘링크, 소프트웨이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방송된 32편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코딩과 소프트웨어에 대한 상식과 전문지식을 다룬 방송 중에서 21편을 골라 해설을 더하였다.

코딩이란,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인 코드를 사용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컴퓨터의 세계에서 통하는 언어를 익혀서,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나아가서 컴퓨터적인 사고방식을 갖출 수 있게 도와준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 붕괴로 50년만에 독립을 한 에스토니아에 남은 것은 좁은 영토와 적은 인구 그리고 가난한 정부였다. 그래서 에스토니아 정부는 강력한 IT정책을 펼쳤고, 유수의 글로벌 IT기업을 배출해낼 수 있었다. 거기에 2011년 영국의 한 벤처 창업 경진대회에 오른 결선 20팀 중 4이 에스토니아 출신이여서, 그 당시 심사위원에게 이들은 마치 마피아 같다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니 놀랍기 그지 없다. 우리나라 역시 부존자원이 적고 인적자원에 의지해서 경제성장을 이루었었다. 그래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역시 에스토니아와 영 다르지만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에 남는 기술 역시 있었다. 온라인 사이트에 가입을 하려고 하면 사람과 컴퓨터 프로그램인 봇(Bot)을 구별하기 위해 캡차라는 왜곡된 문자와 숫자를 입력하도록 한다. 물론 틀릴 때면, 단전에서부터 뜨거운 울분이 치솟는 거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전 세계 매일 2억명이 캡차를 하고 있다는데, 이를 이용하여 나온 리캡차라는 것이 있었다. 오래된 책들을 디지털 문서로 스캔하는 과정에서 OCR조차 인식을 하지 못하는 문서들이 많다고 한다. 심지어 출간된지 50년이 지난 책의 경우에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비율이 30%에 이를 정도이다. 그래서 리캡차OCR이 인식하지 못하는 글자를 함께 제시하여 고문서를 복원하는데 쓰이도록 한다. 물론 리캡차의 경우에는 임의로 수행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틀려도 사이트를 이용하는데 상관이 없다. 이런 기록들을 모아 대중의 다수가 입력한 문자를 답으로 정하여 고문서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니 집단 지성의 힘이 다시 한번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