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 인간과 세계와 종교 이야기
류상태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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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종교서적을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현대사회에는 수많은 종교들이 있다. 불교, 유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힌두교뿐 아니라, 일본인들의 정신 문화의 중심이 되어주는 신도도 있고, 한국에는 민간신앙뿐 아니라 신흥종교들이 많이 존재한다.

한국은 수많은 종교들이 공존하고 있고, 그런 와중에도 종교간의 갈등이 확대되어 종교전쟁으로 번진 적이 없는 나라라고 한다. 어쩌면 그런 포용력이 큰 자산일 수도 있겠지만, 종교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많은 나라의 문제를 보자면 갈등의 씨앗을 안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더욱 서로의 종교를 이해하고, 존경하고, 그리고 함께 화합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정말 다양한 종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종교들이 어떻게 교류하고 연결되었었는지도 볼 수 있다.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는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 서사시가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사시인데, 여기에 수록된 내용은 그리스도교의 성서 중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에 관련된 이야기와 매우 비슷하다고 한다. 그렇게 종교는 나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스로마신화처럼 다양한 신이 공존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유일신을 믿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세상이다. 유대교 신앙의 기본이 되는 십계명에서는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런 유일신에 대한 믿음은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로 전해진다. 무함마드는 하나뿐인 하느님’,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다라는 계시를 받고 이슬람교를 만들기도 한다. 심지어 어느 신이건 정성껏 섬기면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믿던 힌두교 역시 유일신 종교와의 교류 이후 종교적인 갈등을 겪기도 했다.

물론 종교는 절대적 신념체계이기에, 다른 신념체계와의 공존이 어려울 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갈수록 물리적인 거리가 좁아지고,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는 세상에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자신들의 경전이 문자에 기록된 그대로 오류 없는 신의 말씀이라는 축자영감설을 아주 조금은 내려놓고, 경전을 현대 상황에 맞게 합리적으로 해석하고 이해하려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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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형, 체 게바라
후안 마르틴 게바라 & 아르멜 뱅상 지음, 민혜련 옮김 / 홍익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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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체 게바라를 보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티셔츠에 프린트 된 얼굴때문이었다. 그때 나는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에 꽤나 빠져 있었는데, 그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 옆에서 체 게바라를 만난 것이다. 체 게바라와 커트 코베인은 티셔츠에 가장 많이 새겨진 인물로 꼽히곤 한다. 그리고 읽게 된 그의 평전은, 체 게바라와 자본주의가 얼마나 다른 길을 걸어왔는지를 알게 해주었다. 그는 미국 자본의 횡포에 착취당하는 아메리카 대륙의 해방을 위해 싸웠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혁명의 순수성을 믿었던 이상주의자이기도 했고, 공산주의 무장 혁명의 최선봉에 섰던 전사이기도 했다. 그래서 티셔츠에 프린트 된 그의 얼굴이 조금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이번에 읽게 된 <나의 형, 체 게바라>는 그의 막냇동생인 후안 마르틴 게바라와 언론인 아르멜 뱅상이 집필한 책이다. 후안 마르틴은 형인 에르네스토가 서른 아홉의 나이에 죽음을 맞이했던 볼리비아 남부의 한 학교를 방문하게 된다. 47년의 시간이 흐른 후 방문한 그 곳은 형의 죽음과 자취조차 상업적으로 변화했음을 되새기게 해주는 곳이었다. 그리고 체 게바라의 동생이 방문했다는 소식에 찾아와 사진을 찍기를 원하는 관광객들을 보며 그는 체 게바라가 신화가 되고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그는 신비주의와 자본주의의 결합으로 영웅이 되어가는 체 게바라가 아닌, ‘인간 승리를 위한 투쟁을 믿는 휴머니스트인 체 게바라를 알리기 위해 앞장 설 것을 다짐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나는 체 게바라보다는 도리어 에르네스토라는 이름에 더욱 익숙해지는 느낌이 든다. 후안 마르틴이 형을 에르네스토라고 부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인간적인 면을 많이 봐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혁명의 상징인 체 게바라가 아니라, 자신의 다정하고 착한 조카가 냉혹하고 잔인한 공산주의자일리 없다는 고모에게 정기적으로 편지를 보내며 고모의 공산주의자 조카가라는 식의 인사말을 넣는 에르네스토의 인간적인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을 다 읽고 나면, 그가 추구한 이상이 더욱 잘 보인다. 정직하고 공정하고 그리고 정의에 대한 마르지 않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는 체 게바라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이상을 위해 그가 포기했던 수많은 것들을 동생의 기억을 통해 읽으면서, 그가 위대한 혁명가로 불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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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서의 겨울
엘리자 수아 뒤사팽 지음, 이상해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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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서의 겨울>은 독특한 책이다. 한국계 프랑스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이 자신의 언어로 쓴 첫 소설이다. 그리고 이 책을 옮긴 이상해는 작가의 가족사를 모르고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라며, 작가의 가족사를 정리해주기도 한다. 혼혈이라는 것, 책 속의 언어를 빌리자면 온갖 쑥덕거림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 역시 자신을 두 문화의 조화 같은 존재라기보다는 그 어디에서도 속할 수 없는 낯선 이방인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 모든 경계 너머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한 한 경계인의 치열한 기록이라고 한다.

이 책의 화자는 속초에 퇴락해가는 펜션에서 일하고 있다. 그 어떤 여행소개지에도 등장하지 않는 이 펜션으로 중년의 프랑스 남자가 찾아온다. 만화가인 그의 이름은 얀 케랑이다. 그녀는 처음부터 그에게 끌렸던 거 같다. 그래서 23년 전에 프랑스인 아버지가 엄마를 유학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인 것이 아닐까? 모델이 되겠다며 서울로 떠나는 남자친구 준오와 메마른 관계를 맺는 것보다, 얀 케랑이 그림을 그리고 또 지워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더욱 그녀에게는 깊은 인상을 주기도 하니 말이다. 얀 케랑을 부탁으로 속초를 돌아다니는 그녀에게 일상의 풍경 같던 속초는 새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은 뭐라고 딱 꼬집어 내기 힘들다. 이성에게 느끼는 감정이었을까? 아니면 성장 내내 부재했던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었을까? 미묘하게 뒤섞여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이 작품에 대한 평에 아주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혀 아니라고 말하기도 힘든 지점이 여기에 있지 않은가 한다. 그녀는 얀 케랑과 함께하며 조금씩 변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변화 역시 아주 눈에 띄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감지할 수 있었던 순간은, 속초에서 유일하게 복어를 다룰 줄 안다는 엄마, 오징어 순대를 잘 만드는 엄마, 하지만 엄마의 솜씨와는 딴판인 거 같던 그녀가 얀 케랑을 위해 복어 요리를 준비할 때였다. 하지만 얀 케랑은 약속과 달리 그 음식을 먹지 않고 떠난다. 하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그녀의 아버지와 달리 그는 그녀에게 화첩을 남긴다. 그 다음은 무엇이었을까? 이해력이 혹은 상상력이 부족한 것인지거기서 책이 끝나는 순간 마음 한 구석이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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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생명 Life - 위대한 석학 21인이 말하는 생명의 기원과 진화, 그리고 최첨단 생명과학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5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한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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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온 ‘엣지(Edge)’는 세계 최고의 석학들이 들려주는 첨단 지식을 접할 수 있는 책이다. 때로는 첨단과학이 만들어내는 사회적인 논란에 대한 학자들의 입장도 접할 수 있고, 학자들이 나누는 대담이 그대로 수록되어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베스트 오브 엣지는 이런 성과를 마음, 문화, 생각, 우주, 생명이라는 다섯 분야로 나누어 엮은 것이다. 책을 뉴턴이 즐겨썼던 거인의 어깨 위에 탄 난쟁이라는 말이 실감나기도 했다. 물론 가끔은 거인의 어깨가 너무나 높아서 멀미가 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궁극의 생명>으로 이 시리즈가 마무리 된다니 아쉬운 마음만 커진다.

이렇게 말해도 될까? 아무래도 가장 핫하다고 할 수 있는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글로 포문을 연다. ‘진화 가능성은 대중적인 인기와 함께 학술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킨 리처드 도킨스에 대한 평가다운 글이었다. ‘유전자 중심 관점을 둘러싼 대화라는 주제로 리처드 도킨스와 크레이그 벤터의 대담을 접할 수 있었다. 크레이그 벤터는 세계 최초로 '인간 게놈지도'를 완성한 과학자이기도 하다. 크레이그 벤터는 이외에도 생명, 얼마나 놀라운 개념인가!’바이오컴퓨테이션에 대하여라는 대담에 연달아 등장한다. 기고문을 통해서 혹은 전에 힘겹게 읽었던 그의 책으로 접하는 것보다 이렇게 대담을 통해서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더욱 흥미진진했고, 그의 생각을 이해하기 수월한 것이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에 읽었던 책들의 영향인지, 기억에 남는 것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진화발생학 교수인 아먼드 마리 르로이의 정상적인 인간 변이의 본질이다. ‘우리 모두는 돌연변이체이기 때문입니다라는 상당히 도발적인 주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문득 얼마전에 읽은 <유전자 사회>라는 책이 떠올랐다. 우리가 돌연변이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와 모든 유전자에게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버드 대학교 인류진화생물학 교수인 대니얼 리버먼의 뇌더하기 근육이 있다. 나는 이성이 감정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해왔었고, 이와 마찬가지로 두뇌가 육체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처음의 생각은 많이 흔들렸고, 대니얼 리버먼의 글을 읽으며 후자의 생각은 완전히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우리가 지구력을 갖춘 운동선수로 어떻게 진화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었다.

책장에 다섯권의 베스트 오브 엣지시리즈를 꼽아놓으니 절로 뿌듯한 마음이 든다. 앞으로 나의 독서의 폭을 더욱 넓히고 탄탄하게 해줄 책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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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DIARY (Future Me 5 years)
윤동주 100년 포럼 지음 / starlogo(스타로고)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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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된 <윤동주 DIARY, Future Me 5 years> 대학교 입학식 때, 나보다 행복해하던 가족들에 도리어 내가 한 발 뒤로 물러나게 되었었다. 그래도 내가 꼭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찾아간 곳이 바로 독수리상과 윤동주 시비이다. 그만큼 윤동주의 시는 내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그런 윤동주의 시와 윤동주가 사랑한 시인들의 시를 5년동안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그가 생전에 흠모했다고 하는 정지용의 시와 사슴이 한정판으로 출간되자 직접 베껴서 평생 간직했다는 백석의 시도 있다. 또한 구수해서좋다고 했던 프랑시스 잠의 시와 염증이 나다가도 그 날씬날씬한 맛이 도리어 매력이라고 평했던 장콕토의 시도 수록되어 있다. 말 그대로 시에 폭 빠져서 지낼 수 있는 5년이라고 할까?

매일 아름다운 시 구절과 함께 5년동안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11일과 12 31일은 윤동주의 서시의 구절이 함께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로 시작한 한 해는 나한테 주워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로 마무리 하게 된다. 그리고 내 생일은 27일에는 윤동주의 병원의 한 구절이 있었다. 사실 그렇게 자주 읽던 시는 아니었는데, 왠지 인연처럼 느껴져서 인지 지금도 그 시가 자꾸 생각이 난다. 그리고 그와 비슷하게 느껴졌던 시가 바로 백석의 고향과 정지용의 고향그리고 프랑시스 잠의 평화는 조용한 숲 속에 있고와 장콕토의 ‘30세 시인이다. 모든 것은 다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애써 찾아간 고향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그저 고향사람과의 대화에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것도 말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과연 이 다이어리 안에 기록될 내 마음이 5년동안 어떻게 변화할지, 그리고 시 구절들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말이다. 지금도 나는 괴로움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되고 어설프게도 체념이 영혼을 진정시키게 내버려 두었다.”라는 시 구절이 자꾸 나의 마음을 들여다 보게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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