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안달루시아
전기순 지음 / 풀빛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안달루시아>, 책 제목과 책 내용이 이렇게 딱 맞아 떨어지기도 힘들 것 같다. ‘안달루시아는 스페인에는 17개의 자치 공동체가 있는데, 그 중 남부 지방에 위치하고 있다. 지리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여러 문화의 교차로였기 때문에 그 곳에 켜켜이 쌓여 있는 시간의 조합이 남다른 곳이기도 하다. 스페인 문학과 영화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 전기순에게 안달루시아는 마음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친구처럼 가깝게 느껴지는 안달루시아에서의 시간을 몇 권의 파란 공책에 담아냈고, 그것을 갈무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스페인의 자치공동체 중에 하나인 안달루시아에 나의라는 조금은 독특한 수식어가 붙은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때로는 그녀의 글을 읽다가, 역사와 문학 그리고 예술에 대한 그녀의 풍부한 식견에 감탄을 하기도 했다. 카르멘과 세비야의 이발사뿐 아니라 정말 많은 오페라의 배경이 된 세비야, 게임을 하면서 더 많이 들어봤던 그라나다에 대해 내가 미처 몰랐던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체계적인 투우가 만들어졌다는 론자, 그 곳에서는 헤밍웨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잘 몰랐을 그런 이야기, 그래서 더욱 론자라는 곳이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때로는 마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듯 한 이야기에 혼란스럽기도 했다.

처음 유럽에 갔을 때, 나에게 스페인은 휴식과 참 닮아 있었다. 물론 빡빡한 일정에 지친 이유도 있었지만, 유난히 사람들이 표정에 여유가 많았던 스페인이 나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곳에서 나와 친구는 수많은 문화재와 유적지를 보기보다는 사람들을 보곤 했다. 그리고 그런 여행 방식도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가 코르도바에서 보낸 시간에 정말 공감하기도 했다.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일상의 풍경에 대한 스케치 같은 것 말이다. 나 역시 도시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 도시의 이야기와 이 곳을 여행한 사람들이 쓴 글에서 보는 도시는 왠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안다루시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이 책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촘스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노엄 촘스키 지음, 구미화 옮김, 조숙환 감수 / 와이즈베리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언어학을 조금 공부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노암 촘스키에 대해서 꽤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촘스키는 변형생성학파 혹은 생득주의(nativism)라는 언어관을 확립하게 만들어준 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인간은 언어습득장치(Language Acquisition Device)을 타고 났으며, 그 장치에는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보편문법(universal grammar)가 있다고 봤다. 학교에서 배운 그대로 그의 이론을 떠들어 댈 수는 있다. 하지만 그의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책을 읽으며 느낀 문제는 그의 사고과정을 따라가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그는 인간에 대한 네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내면과 외면 그리고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와 이를 확장하여 지구에까지 이른다. 그리고 그런 질문과 거기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광범위하다.

촘스키는 인간이 갖고 있는 특이점은 언어에 있다고 본다. 아무래도 유전적인 재능으로 언어를 습득하게 되기 때문에, 우리는 언어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마치 공기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언어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임은 틀림없다. 그래서 다윈은 인간이 가진 유한한 두뇌로 대단히 복합적인 소리를 생각과 결부시키는무한한 능력이 있다고 했다. 또한 스위스 언어학자 소쉬르는 언어가 갖고 있는 자의적인 결합의 특성에 주목하기도 했다. 지시하는 것과 언어 그리고 사고를 일치시키는 능력이 인간에게 존재하고, 덕분에 이렇게 책을 통해 이 시대 최고 지성이라고 할 수 있는 촘스키의 사고과정을 조금씩이나마 따라갈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나는 헉헉대면서 겨우 한 발을 떼려고 하면, 이미 그는 다른 시공간으로 걸어가고 있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재미있게 생각했던 것은 바로 공공선公共善에 대한 것이다. 그는 “’집단의 이상을 맹목적으로 우선시하는 국가가 인간의 창의성을 억압한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한다. 나는 이것을 1부인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나아가지 못한 채 읽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가 탐구의 출발점이 개인주의에 있다고 말했듯이, 나 역시 언어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지 않은가? 그렇듯이 인간의 언어가 모여 사회의 언어가 되어야 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은 사회의 언어가 인간의 언어를 강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부분은 나 나름대로는 촘스키의 생각의 진행과정을 함께하면서,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을 더하며 진행했던 것 같다. 사실 어렵고 난해한 책이라, 책을 읽는 데도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면 그 시간 동안 내 생각도 조금은 자라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빅뱅 퓨처 - 2030 LG경제연구원 미래 보고서
LG경제연구원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빅뱅 퓨처>LG경제연구원의 미래 보고서이다. '이번은 다르다 This time, it's different', 이처럼그들은 이번 변화의 물결은 정말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술, 경제, 사회, 인구구조 등 정말 광범위한 분야에서 책 제목 그대로 빅뱅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하기 전, 부활절 아침 미국 뉴욕 5번가의 풍경을 찍은 사진 2장을 보여준다. 1900년과 1913년에 찍은 사진인데, 마차가 가득하던 거리를 자동차가 메우고 있었다. 이런 수준을 넘어서는 변화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지금, 남들보다 빠르게 준비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인지 요즘 미래를 예측하는 책들이 많이 나오는데, <빅뱅 퓨처>는 기술혁명과 함께 그로 인한 사회의 변화를 다각도로 다루고 있어서 마음에 든다.

얼마 전, 유전병을 가진 난임 부부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출산을 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유전자 편집과 유전자 치료에 대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심지어 이야기는 장기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공장기에 대한 이야기까지 확장된다. 문제는 이런 혁신적인 기술에는 비용문제가 따른다는 것이다. 이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부유층이나 중산층, 그리고 그럴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 격차가 생길 수 있다. 심지어 유전질환 뿐 아니라 특정한 형질을 조작하는 말 그대로 맞춤 아기까지 가능하게 되면, 금수저와 흙수저의 논란은 아주 근본적인 차원까지 확대될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노화나 유전자 그리고 줄기세포와 같은 기술이 보편적인 형태로 확대될 수 있다면, 100세 시대는 말 그대로 축복이 될 수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스마트폰은 이름만 스마트폰이지 실질적으로는 멀티미디어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통해 진정한 스마트폰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에 기대가 생기기도 했다. 또한 말 그대로 첨단 IT기술의 경연장이 되고 있는 제조업이 만들어낼 산업 노동시장의 변화 역시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인구 증가와 경작지 감솔 문제로 공급부족으로 인한 식량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은 걱정스럽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식품 안전에 대한 것을 걱정해왔는데, 질이 아닌 양의 문제로 확대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이런 부분에서 새로운 경제동력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친환경적이라 좋은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문제도 기억에 남는다. 여기에도 부작용이 있는데, 풍력의 경우에는 소음이 문제라고 한다. 다행히 고요한 밤에도 조용히 비행할 수 있는 올빼미의 잠행 원리를 활용한 기술이 개발 중이라니 흥미롭기도 했다.

읽다 보면 이런저런 기대도, 희망도, 때로는 걱정도 깊어지기만 하는 미래보고서이다. 하필 왜 이런 대격변의 시대에서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또 이미 내 곁으로 다가온 미래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기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을 통해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최진석을 미리 만난 적이 있다. 그래서 그의 신작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 대한 기대도 정말 컸다. 이 책은 그가 초대 원장을 맡고 있는 '건명원(建明苑)'에서 다섯 차례 이루어진 철학 강의를 책으로 묶은 것이다. 전작에서도 느꼈는데, 그의 강의는 나에게 있어서 더 넓은 세상을 열어주는 힘이 되는 것 같다. 1 '부정 :버리다', 2 '선도 : 이끌다', 3 '독립 : 홀로 서다', 4 '진인 : 참된 나를 찾다', 5 '문답 : 공유하다'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부터 읽어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철학적인 생각의 흐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러한 생각으로 발전해나가는지를 함께하고자 정말 신경 쓰고 있었다. 아무래도 단순히 철학자들이 남긴 성과를 공부하는 수준을 넘어서라는 권유가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식(?) 교육에 최적화 되어 있는 사람이라, 그런 제안이 낯설게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나는 철학 역시 몸에 배인 방식 그대로 접근했었다. 그래서 더욱 철학이 난해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왜 그렇게 외울 것이 많고, 어떻게 보면 비슷해 보이는 개념 역시 철학자마다 다른 용어로 정의하고, 후대에서는 그것을 커다란 틀로 분류하려고 하니, 그것을 따라가는 것만해도 숨이 찼다.

철학은 철학의 결과물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철학자가 그 결과물을 생산할 때 사용했던 시선의 높이에 동참해보는 일입니다. (p92-93)”

하지만 내가 신경써야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다시 입시를 목표로 한 시험을 볼 것도 아니지 않은가? 도리어 그들이 어떻게 그런 철학적 사유를 펼쳐나갔는지의 흐름을 함께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나만의 방식을 찾아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탁월한 철학적 사유가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자신만의 고유한 시선을 가질 수 있을 때, 세상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이나 흐름을 발견하거나, 제공하거나, 혹은 이끌고 갈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예전같으면 자동차 디자인이 유선형으로 변화한 것에 대해서도 조금 더 근본적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찾은 답에 열광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졌고, 때로는 혼자서 반론을 제시하며 다시 생각을 정리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나만의 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이 철학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알 거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약한 연결 - 검색어를 찾는 여행
아즈마 히로키 지음, 안천 옮김 / 북노마드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에서 가장 주목 받는 젊은 논객 중 한 명이라는 아즈마 히로키, 그는 현대사회와 문화에 대한 발언과 기고를 하곤 한다. 이번에 나온 <약한 연결>은 그의 책 중에 접근성이 좋은 편인 책이라고 하는데, 다행히 나 역시 이 책으로 아즈마 히로키의 글을 처음으로 접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인터넷과 여행(관광)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을 여행한다는 표현도 자주 사용되기 때문에 관광이라는 표현을 더하는 것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터넷을 무한한 정보의 바다라고 하지만, 사람이 접속하여 얻는 정보는 상당히 제한적임을 그는 지적하고 있다. 자신의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고, 정보를 축적하다 보면, 인간은 말 그대로 자신의 언어에 갇혀버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그러하다. 관심 있는 분야의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심지어 키워드를 한정 지어 글을 구독하기도 한다. 늘 나의 알림 창에는 새로운 소식을 알리는 아이콘이 깜박거리고 있지만, 이 역시 내가 선호하는 분야의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강한 연결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언어에 갇히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이는 환경을 의도적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바로 여행이다. 인터넷을 통해 너무나 많은 정보를 접속할 수 있는 지금, 그 정보 밖의 것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여행에서만 가능하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약한 연결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쉽게 인터넷을 통해서도 여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여행지에 대한 수많은 사진과 정보 역시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모니터 크기 안에 혹은 다른 사람의 경험이라는 경계 안에 갇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여행을 가보면 무한한 가능성이 생긴다. 물론 실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그 가능성 중의 하나가 아니겠는가? 가상 현실이 제공할 수 없는 세렌디피티(뜻밖의 발견) 역시 그러하다. 예전에 여행을 가면, 가이드 북에 상당히 매달리는 편이었다. 한정된 시간속에서 최대한 많이 ㅂ고 싶어하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여행을 가면 유명한 관광지보다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골목에 더욱 눈길이 간다. 어쩌면 이 역시 약한 연결을 만들어내는 방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