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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누명
MBC 스페셜 <지방의 누명> 제작진 지음 / 디케이제이에스(DKJS) / 2017년 1월
평점 :
한국 사람은 밥 힘으로 산다고 하지만, 실제로 인류가 탄수화물을 먹은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한다. 도리어 700만년 동안
수렵과 채집생활을 통해 인류의 소화체계와 대사체계가 완성되었기 때문에, 약 1만년 전에 시작된 농경생활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저탄수 고지방 식이를 하는 사람들은 ‘탄수화물은 기호품’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심지어 ‘필수 탄수화물’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들어 탄수화물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체중이 많이 나갔던 편이라, 수능시험을 보고 바로
체중관리에 들어갔었다. 그 후에도 칼로리를 계산하고 기록하는 버릇이 있고, 다양한 유제품과 고기를 즐겨먹는 나로서는 그 칼로리가 얼마인지 거의 자동적으로 머리 속에서 계산이 된다. 너무 먹고 싶어서 수없이 칼로리를 두들겨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칼로리는 잊어라, 기억할 것은 저탄수화물 고지방뿐이다!”라고 말하는 MBC스페셜 <지방의
누명>은 솔직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처음부터 책을
읽기 전에, 4부인 ‘쉽게 만들고 맛있게 즐기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 레시피’를 살펴보면서, ‘보기만 해도 혈관에
기름이 끼는 느낌’이라는 소감을 친구들에게 전하기도 했었다. 아무래도
내가 전형적으로 지방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있는 사람인 거 같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는 내가 지방에
대해 근거 없는 공포심에 사로잡혀 살아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이 단순히 체중감량에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체중을 감량하면 다양한 성인병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지방식이를 하는데 당뇨, 지방간,
다낭성난소증후군 같은 병들이 사라진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면 간단하다. 음식은 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하지만 탄수화물은 필연적으로
혈당을 높이는데, 지방은 혈당을 높이지 않는다. 실제로 통계를
살펴봐도 지방이 차지하던 자리를 설탕이 대신하면서 도리어 비만과 당뇨의 발병률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탄수화물 대사에서 지방 대사로 대사의 방향을 변환하는 것이 바로 이 식이요법의 핵심인 것이다. 물론 질 좋은 천연지방 위주의 식사가 이루어져야 하고, 우리가 잘
모르는 곳에서 당(탄수화물)이 숨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신경 써야 하는 것은 꼭 기억해야 한다.
또한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었다. 그 중 내가
관심이 많이 갔던 것은 바로 MEC식단이다. 당질제한 식단을
실천하기 쉽게 와타나베 원장이 직접 간소화한 것인데, MEC는 고기(Meat),
달걀(Egg), C(Cheese)의 약자이다. 내가
치즈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왠지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실험결과와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식단소개, 또한 사람들이 이 식단에 대해 갖고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해놓은
부분도 있어서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