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 표류기 1218 보물창고 19
헨드릭 하멜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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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표류기>, 정말 이름만 알고 있던 책이다. 막상 책을 보니 그다지 두껍지도 않은데, 왜 이제서야 읽게 되었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일단 표류기하면 <15소년 표류기>같은 책이 떠올라서 왠지 모험담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꽤나 건조한 편이다. 책에서 소개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은 말 그대로 회사 내부 보고용이기 때문이다. 17세기 대항해시대를 주름잡던 네덜란드, 헨드릭 하멜 역시 회계원으로 스페르베르호에 승선하게 된다. 그리고 조선의 제주도에 표류하였다가 약 13년동안 조선땅에 억류되게 된다. 천신만고 끝에 탈출한 그는 일본에서도 1년의 시간을 더 보내고 겨우 돌아가게 된다. 그는 13년동안 밀린 월급을 받기 위한 증거자료로 이 책을 집필하였다. 그래도 다양한 사진자료와 주석이 있어서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된다. 사진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하멜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조선을 바라봤을 테니 더욱 그러하다.

처음에는 17세기 조선의 풍경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 기억이 틀린 것인지 몰라도, 학교를 다닐 때 이 책에 대해 그런 소개를 들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그런 정보를 갖고 있는 책은 아니다. 물론 그 당시의 유럽에서는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가 조선에 대해 갖고 있는 지식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래도 조선의 정보를 외부로 알리기 싫어했던 자세를 취했고, 그들은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기에, 충돌은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관리가 바뀔 때 마다 오락가락하는 상황이 더욱 그들이 조선에 마음을 붙일 수 없게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 그들의 삶이 핍박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 미루어 이해하기에는 조선에서의 그들의 삶은 너무나 힘겨웠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조선의 수뇌부가 마치 갈라파고스 신드롬에 걸려 있는 느낌이랄까? 타자와의 조우는 자아를 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 말이다. 특히나 그들이 조선에서 탈출하여 1년의 시간을 보냈던 일본의 자세와 더욱 비교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들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 큰 계기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같은 아쉬움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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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미래보고서 2050 - 미래사회,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한다
박영숙.제롬 글렌 지음, 이영래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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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숙은 미래연구 싱크탱크인 밀레니엄 프로젝트의한국 지부 대표이다. 그녀는 전세계의 미래학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을 꾸준히 펴내고 있다. 물론 외국저자와의 공저의 형태로 집필을 하다 보니 조금은 문맥이 어지러운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인공지능혁명2030>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미래를 살펴보는 것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이다. 그때 박영숙은 책의 제목을 당신의 예상보다 빠르게라고 붙이고 싶었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세계미래보고서 2050>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물론 2050년하면 참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재미있게 봤던 영화 백투더퓨쳐에서 타임머신을 탄 주인공이 도착한 미래의 날은 우리가 이미 지나온 2015년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찾아올 미래인 2050년 역시 그런 미래의 날이 아닐까 한다.

재미있는 것은 <세계미래보고서 2050>에서는 미래를 보는 눈을 바꿀 것을 요구한다. 미래의 기술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현재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가늠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득 세기의 대결이라고 하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5국이 떠오른다. 우리는 이세돌이 4국에서 승리한 것에 열광했었다. 하지만 이세돌은 자신이 백돌로 이겼으니 5국에서는 흑돌로 경기를 하고 싶다고 제안을 한다. 알파고가 백돌을 잡았을 때 강점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면서 말이다. 이미 이세돌은 알파고라는 새로운 상대를 연구하는 것에 열중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이 미래의 기술에 대응하는 방법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이 책을 지금 당장의 이로움과 해로움이 아닌 미래의 모습을 연구하는 마음가짐을 갖고 접근해보기로 했다. 물론 2050년에 예측되는 실업률 같은 것은 지금의 생각을 보면 놀라운 것이었지만, 고용의 형태가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추측해보면 그 통계라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주문형 교통시대이다. 전기차와 스마트폰 그리고 무인운행기술의 결합하는 형태이다. 이를 통해 쉐어링카가 일반화된 자동차 이용 방식이 된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은 일부 계층의 국한된 현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인데, 이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 정말 많다. 물론 발생하는 문제도 많겠지만 말이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의 혁신이 또 이루어지면서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또한 이것은 단순히 자동차의 문제를 넘어서게 된다. 바로 석유소비의 60%를 차지하게 되는 휘발유 자동차가 사라지거나 혹은 제한된 형태로 사용되게 될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미 스포츠웨어 브랜드 아디다스에서 로봇과 인터넷을 결합한 주문형 생산공장을 구축하고있다. 이처럼 기술혁명이 산업의 수준을 넘어 정치, 경제, 교육의 단계에서 확장되어 사람들의 삶의 형태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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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누명
MBC 스페셜 <지방의 누명> 제작진 지음 / 디케이제이에스(DKJS)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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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은 밥 힘으로 산다고 하지만, 실제로 인류가 탄수화물을 먹은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한다. 도리어 700만년 동안 수렵과 채집생활을 통해 인류의 소화체계와 대사체계가 완성되었기 때문에, 1만년 전에 시작된 농경생활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저탄수 고지방 식이를 하는 사람들은 탄수화물은 기호품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심지어 필수 탄수화물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들어 탄수화물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체중이 많이 나갔던 편이라, 수능시험을 보고 바로 체중관리에 들어갔었다. 그 후에도 칼로리를 계산하고 기록하는 버릇이 있고, 다양한 유제품과 고기를 즐겨먹는 나로서는 그 칼로리가 얼마인지 거의 자동적으로 머리 속에서 계산이 된다. 너무 먹고 싶어서 수없이 칼로리를 두들겨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칼로리는 잊어라, 기억할 것은 저탄수화물 고지방뿐이다!”라고 말하는 MBC스페셜 <지방의 누명>은 솔직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처음부터 책을 읽기 전에, 4부인 쉽게 만들고 맛있게 즐기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 레시피를 살펴보면서, ‘보기만 해도 혈관에 기름이 끼는 느낌이라는 소감을 친구들에게 전하기도 했었다. 아무래도 내가 전형적으로 지방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있는 사람인 거 같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는 내가 지방에 대해 근거 없는 공포심에 사로잡혀 살아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이 단순히 체중감량에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체중을 감량하면 다양한 성인병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지방식이를 하는데 당뇨, 지방간, 다낭성난소증후군 같은 병들이 사라진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면 간단하다. 음식은 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하지만 탄수화물은 필연적으로 혈당을 높이는데, 지방은 혈당을 높이지 않는다. 실제로 통계를 살펴봐도 지방이 차지하던 자리를 설탕이 대신하면서 도리어 비만과 당뇨의 발병률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탄수화물 대사에서 지방 대사로 대사의 방향을 변환하는 것이 바로 이 식이요법의 핵심인 것이다. 물론 질 좋은 천연지방 위주의 식사가 이루어져야 하고, 우리가 잘 모르는 곳에서 당(탄수화물)이 숨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신경 써야 하는 것은 꼭 기억해야 한다.

또한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었다. 그 중 내가 관심이 많이 갔던 것은 바로 MEC식단이다. 당질제한 식단을 실천하기 쉽게 와타나베 원장이 직접 간소화한 것인데, MEC는 고기(Meat), 달걀(Egg), C(Cheese)의 약자이다. 내가 치즈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왠지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실험결과와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식단소개, 또한 사람들이 이 식단에 대해 갖고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해놓은 부분도 있어서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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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 - 법정이 우리의 가슴에 새긴 글씨
법정 지음, 현장 엮음 / 책읽는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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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에는 법정스님의 책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로, 평소 법정스님의 말씀을 즐겨 읽고, 그의 가르침을 배우곤 한다. 7년전 법정스님이 세상을 떠나셨을 때, 제일 아쉬웠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더 이상 법정스님의 새로운 책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스님의 책들을 다시 읽으며 마음을 다잡곤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드문드문 법정스님의 행적과 말씀을 담은 책들이 나와 다행스럽다. 그 중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는 법정스님의 알려지지 않은 발자취와 함께, 직접 쓰신 손글씨와 편지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전에 이해인 수녀님이 법정스님과 주고받은 손편지를 몇 장 공개한 적이 있어서, 마냥 부러운 마음으로 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법정스님은 당신이 글씨를 쓰는 것을 두고 붓장난이라고 부르셨다고 한다. 차에 대한 이야기를 쓰시며 다기와 함께 마치 다기에서 나오는 차향과 같은 느낌으로 글을 둥글게 굴려서 쓰신 것을 보며 실제로 그런 마음이셨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간결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글과 그림에 그대로 녹여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과일을 먹을 때는 그 꽃향기마저 먹을지로다”, 바로 전에 사찰음식의 명장인 선재스님의 책을 읽어서인지 이 말씀이 참 기억에 남는다. 선재스님도 음식을 먹을 때, 그것을 만든 사람의 마음과 땅의 기운을 떠올려보라 하셨는데, 자연과 나를 연결해주는 음식의 힘을 생각해볼 수 있는 구절이기도 했다.

그리고 법정스님은 타종교와의 교류하고 화합하는 것에도 앞장서셨다고 한다. 1997 12 14일법정스님은 명동 성당의 제대에 잿빛 승복을 입고 서서 강론을 하셨다. 나 역시 여기에 대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지만, 그 내용은 잘 알지 못했었다. 다행히 이해인 수녀님이 녹음 CD를 갖고 계셔서, 그 전문을 읽을 수 있었다. 행복을 찾는 방법에 대해, 특히 크고 많은 것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현대인에 대한 경계의 말씀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딱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글을 소리내어 읽으며 그 말씀을 마음에 새기기 위해 더욱 노력했다.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는 소음과 다름없다라며, 상대방의 종교의 언어와 정신으로 대화를 나누고 글을 쓰셨다고 한다. 공감을 하는 법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이렇게 바르고 쉬운 길이 있었음을 처음 알았다. 내 마음을 다스리고 지혜를 구할 수 있는 또 한 권의 책이 생겨 참으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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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 선재 스님의 삶에서 배우는 사찰음식 이야기 선재 스님 사찰음식 시리즈 2
선재 지음 / 불광출판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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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의 명장 선재 스님의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스님은 사찰음식을 만드는 것에 있어, 일단 사찰음식이 갖고 있는 지혜와 가르침을 먼저 생각해볼 것을 권하고 있다. 물론 한국인이 꼭 먹어야 하는 사계절 사찰음식이라 하여, 식재료에 대한 소개와 요리법을 알려주신다. 요즘 같은 겨울에 맞는 식재료 중에는 무가 있다. ‘겨울 무는 산삼과도 바꾸지 않는다고 했다는데, 심지어 말린 무청 시래기도 풍부한 영양을 갖고 있다니 놀랍다. 사실 시래기국을 먹는다고 하면, 말장난으로 많이 놀려먹고 그래서 더욱 놀라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펠데리코 하인스만과의 이야기였다. 영국인 요리사인 그가 사찰김치를 배우기 위해 선재스님을 찾으며 인연이 시작되었다. 잠시 한국을 방문한 그를 대접하기 위해 선재 스님은 떡국을 끓인다. 떡국은 남편이 즐겨먹는 음식이기도 해서 만드는 과정이 더욱 눈길이 갔다. 떡은 쌀을 가루를 내어 뭉쳐서 만들기 때문에 에너지가 응집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소화와 흡수를 돕는 무를 더해주면 좋은데, 거기다 미끄러운 떡이 후루룩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어린 시절 들었던, 물을 주면서 행여 급하게 마실까 버들잎을 띄워 주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라 절로 웃음이 나기도 했다. 다음 번엔 스님의 요리법을 따라 무를 넣어 떡국을 끓여봐야겠다. 그리고 그가 스님이 요리는 자연과 사람의 중간자라고 말한 것을, 조금 더 확장하여 이야기를 이어가는 부분을 읽으며, 자연과 음식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스님의 글을 읽다 보면, 음식에 대한 마음가짐을 절로 가다듬게 된다. 

제철 식재료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음식, 그 중요성을 나 역시 생각은 하고 있지만 실천이 참 쉽지 않다. 때로는 나는 원래부터 입맛이 그랬어, 하며 애써 변명거리를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스님께서는 거기에 대한 부분도 짚어주신다. 타고나는 입맛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상에 가까운지, 아이들의 미각교실을 통해 나 역시 깨달을 수 있었다. 내 입에 맞는 음식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음식을, 병이 나기 전에 스스로 몸을 지킬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음식을 가까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수록 먹는 것이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식자제食自制가 곧 법자제法自制 즉 스스로 음식을 다스려야 법(진리)을 세울 수 있다는 말도 기억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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