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지도자들
한시준 지음 / 역사공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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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친한 동생이 건국절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역할을 하고, 내가 반대의 입장에 서서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조목조목 따지면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대해서 아는 것이 그렇게 많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나라 헌법 전문에도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라고 분명히 선언하고 있지만, 막상 대한국민 중에 한 사람인 나 역시 아는 것이 부족하니 조금은 답답하기도 했다. 너무나 당연해서,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말하지만, 거기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 도리어 그냥 원래 그랬거든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밖에 할 수 없다. 그래서 오랫동안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연구해온 한시준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지도자들>을 읽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이명박 정부 이래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건국절에 대한 논란에 대해 제대로 말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때 정말 많이 들었던 그리고 거기에 반박하지 못해 안타까웠던 이야기가 바로 나라를 되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별 성과는 없었고, 정부로 과연 인정받을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임시정부의 기반을 만든 지도자, 임시정부의 행정 수반을 지낸 지도자, 임시정부를 이론적으로 뒷받침 한 분들, 군사적으로 뒷받침한 분들로 나누어 그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임시정부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 의미있게 느껴진다. 심지어 초대 대통령이었지만, 탄핵을 받기도 했던 이승만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서 흥미롭게 살펴보기도 했다. 독립운동에 앞장섰을 뿐 아니라, 교육과 계몽 그리고 외교에도 소홀하지 않았으며, 지금과 비교해도 체계적인 민주적인 체제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학교를 다닐 때 임시정부가 있었다는 것 정도만 배워서인지, 그 분들의 신념과 거기에 기반한 활약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문득 이상한 논란을 만들기에 앞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대해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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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최고의 공부다 - 자기만의 시간 갭이어로 진짜 인생을 만나다
안시준 지음 / 가나출판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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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영국에서 도입되었다는 갭이어 Gap year, 그 후로 세계에 많은 나라에서는 성인이 되기 전 사회로 나아가는 청춘에게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을 준다고 한다. 말 그대로 틈()을 갖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행은 최고의 공부다>의 저자이자 사회적 혁신 기업 한국 갭이어의 대표인 안시준의 지적처럼 그 틈을 이어주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말 좌충우돌이었지만, 어쨌든 무전여행으로 땅끝까지 가는 것에 성공한 첫 번째 여행, 그리고 멈춤은 또 다른 선택일 수 있음을 배우게 해준 두 번째 여행까지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1달 후 죽는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리고 거기에 대한 답은 바로 세계 여행이었다. 두번의 캐나다 여행을 통해 그는 상황에 맞게 생각을 바꾸는 유연함을 배운다. 마추픽추를 꿈꾸며 떠났던 페루에서 폭우와 홍수로 길이 끊겼을 때, 일어나는 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지혜를 배운다. 또 어디로 갈지 몰라 선수를 쳐버린 아버지 덕분에 16개월 동안 39개국을 돌며 이어진 세계여행은 끝났지만, 그는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웠다. 그리고 자신만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고, 그처럼 여행을 통해 인생의 진로를 찾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러한 경험은 자연스럽게 갭이어로 이어졌고, 그의 사업으로 확장되어 나갔다.

공부만 잘했던 고등학교시절, 좋은 대학만 가면 모든 것이 다 잘 풀릴 줄 알았다. 그래서 나에게 대학이 주는 그 많은 자유시간도 내가 그 시간 동안, 아니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른다는 것까지 온통 부담으로만 다가왔다. 결국 한 학기를 휴학을 하고, 미국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했을 때, 이런저런 압박이 다가왔다. 일단 휴학을 하는 것도 힘들었고, 동기들뿐 아니라 선배들도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나중에 적응하기 힘들 것 이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고, 심하게 말하자면 낙오자로 보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지금은 청춘에게 이런 시간을 허용해주는 세상이라는 것이, 그리고 이런 저런 압박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통해 자신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 다리를 놓고 있는 안시준의 도전도 말이다. 그리고 더 많은 청춘들이 갭이어를 즐겼으면 좋겠다.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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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혼자 떠나는 모험이다 - 209일간의 극한 모험, 김승진 선장의 요트 세계일주
김승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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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는 아니라고 하지만, 특별한 혹은 극한의 도전에 성공한 남자가 있다. 대한민국 최초로 ‘단독(solo) 무기항(nonstop) 무원조(unassisted) 요트 세계일주에 성공한 김승진 선장이다. 다큐멘터리 피디로 꽤나 성공적인 삶을 살던 그에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거대한 위기로 다가온다. 겨우 그 역경을 이겨냈을 무렵, 그에게는 중요한 결정의 순간이 다가온다. 생활이냐, 꿈이냐, 그리고 그는 과감하게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있던 꿈을 선택한다.

"왜 힘들고 고생스러운 일을 하십니까?" 사람들의 물음에 되묻고 싶다. "당신의 인생 항해는 순조로운가요?"

마치 그와 함께 209일간의 여정을 함께하는 것 같은 <인생은 혼자 떠나는 모험이다>를 읽고 나니 이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은 인생을 항해에 많이 비유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는 자신의 모험을 누구나처럼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때로는 폭풍과 싸워야 하고, 때로는 무풍의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정신력, 그리고 쉼 없이 정비하고 수리하며 나아가는 것, 정말 인생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기저기 고장이 나는 그의 배처럼 사람의 몸도 시간의 흐름에 결코 무관할 수 없다. 몇 일전에 하루에 4가지의 진료를 받으면서,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참 많이도 고장이 나네하는 생각에 이것이 요트 세계일주에 대한 책인지, 아니면 요트 수리일주에 대한 책인지 하는 생각을 하며 웃기도 했다. 그렇게 직접 고치고 때로는 거의 포기한 채로 던져놓고 시간이 약이 되어 작동이 되기도 하는 그런 상황까지, 하지만 그는 자신이 직접 한글로 지어준 아라파니와 함께 긴 여정을 끝낸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겠는가? 배에 못지 않게 자연이 협찬(?)해준 다양한 상황 속에 놓여 있게 된다. 그의 항해가 순조롭지 못할 때도 많지만, 때로는 나만의 초대형 수영장을 즐기기도 하고, 친구를 만들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그는 물로 이루어진 파란 물방울 같은 지구별을 즐기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처음에는 나 역시 정말 대단한 모험기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다. 아니다. 사실 그러하다. 그가 어쩌면 유언일지도 모른다며 했던 "끊임없이 도전을 갈구하던 사람이 있었다, 라고 기억되면 좋겠네요."라던 말처럼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여행이 남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QR코드로 영상을 확인하면서 읽어서 김승진 선장이 친근하게 느껴져서 일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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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팝 스토리 - 1950년부터 2000년까지 모던 팝을 이끈 결정적 순간들
밥 스탠리 지음, 배순탁.엄성수 옮김 / 북라이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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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저널리스트 밥 스탠리의 <모던 팝 스토리 MODERN POP STORY>. 제목을 유심히 봐야 하는 것이, 미국과 영국 팝 문화를 결합한 모던 팝과 그 속에서 들려줄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때로는 가쉽 같은 느낌이 드는 이야기까지 말이다. 빌 헤일리 앤 더 코메츠의 Rock around the Clock(1954)부터 비욘세의 첫 솔로 메가 히트곡인 Crazy in Love(2003)까지의 시간을 한 권을 담아냈다.

900페이지에 육박하는 엄청난 분량을 자랑하는데, 책이 하드커버가 아니라는 것이 좀 아쉬운 대목이었다. 뒷면에 색인이 있어서 좋아하는 가수나 책을 읽다 궁금해지는 가수의 부분을 찾아보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원서에도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사진이 한 장도 수록되지 않은 면도 독특했다. 약간은 건조한 느낌이 드는 문체가 더해져서 말 그대로 팝의 역사서를 읽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야사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렇게 딱딱하기 쉽지 않은데 말이다. 거기다 나만의 느낌일지 몰라도 미국 가수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에 대한 평가가 조금은 야박해서, 슬쩍 작가의 출신을 찾아보기도 했다. 물론 그렇게 방대한 팝의 역사를 정리해낸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한 책이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중에, ‘댈러스 모닝 뉴스의 것이 가장 마음에 와닿는다.

저항적이면서도 변화무쌍하다. 박학다식하면서도 흥미롭게 불손하다. 당신이 이 책을 읽는다면, 음악을 찾아서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평 그대로 나 역시 책을 읽으며 정말 다양한 음악을 찾아 듣게 되었다.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던 솔직히 앨비스 프레슬리를 별로 안 좋아해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던 1950년대를 지나면 내가 사랑하는 60년대 음악으로 접어든다. 뭐처럼 다시 롤링스톤스와 비치 보이스의 앨범을 틀어놓고 마냥 흥겨워하기도 했다. 내 스마트폰의 알람 중에 하나는 여전히 비치 보이스의 ‘kokomo’일 정도로 날 행복하게 해주는 시대이기도 하다. 글램록을 창시한 데이비드 보위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나서인지 더욱 기억에 남는 70년대, 그리고 내가 함께 호흡하며 음악을 듣던 80년대가 다가온다. 정말 다양한 장르의 흥망성쇠 그에 못지 않는 심한 부침을 보여준 아티스트들의 이야기까지물론 책을 읽으면서 불편할 때도 있었다. 특히 내가 열광하는 아티스트들의 이야기에서는 더욱 그랬던 거 같기도 했다. 아무래도 팬심이라는 것이 발동해서인가? 하지만 팝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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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사회 - 인간 사회보다 합리적인 유전자들의 세상
이타이 야나이 & 마틴 럴처 지음, 이유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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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유전자 사회>를 집필한 이타이 야나이와 마틴 럴처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은 인간에 대한 수백만 가지의 유전체 서열을 이용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게 했고, 그들은 <유전자 사회>를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리처드 도킨스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생물학적인 배경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를 생각해 집필된 책이라고는 하지만, 만만하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물론 의인화와 비유적인 표현으로 쉽게 풀어 쓴 문장을 완전한 표현으로 보여줬을 때 흠칫 놀라기도 했지만 말이다. 물론 유전자 사회역시 비유적인 표현이다. 유전자들이 하나의 큰 목표인 생존을 위해 인간처럼 함께 모여 사회를 이룬다고 생각하면 유전자에 대해서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유전자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때로는 서로를 돕기도 하고, 때로는 속이기도 한다. 물론 암 유전자처럼 불합리한 이득을 확보하려고 할 때도 있다. 이렇게 유전자를 이해하면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책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성모델이 여성물리학자에게 당신의 머리와 나의 외모를 닮은 아이가 나오면 얼마나 좋겠냐며 추파를 던지자, 여성물리학자는 반대의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거절을 한다. 엄마가 날 임신했을 때도, 할아버지는 키 빼고 다 엄마를 닮으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고 한다. 물론 그 바람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쉽게 자신의 장점과 상대의 장점을 잘 조합한 아이를 바라곤 한다. 하지만 유전자 사회에는 능력주의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배제하고, 모든 유전자에게 같은 권리를 준다. 그래서 성이라는 것이 허용한 가능성의 수는 무한대에 이르게 된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유전자가 협동할 수 있게 하는 능률적인 매커니즘을 확보한 것이다. 다른 경우와 달리 이럴 때 유전자 사회는 정말 평등주의적이다.

유전적인 구성으로 구별되는 사람들에 맞추어 신약 사용을 승인한다는 사실도 기억에 남는다. 이를 통해 약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약효를 최적화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도 가장 진보되어 있는 분야인 암 연구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화는 모든 것에서 그리고 언제든지 우리의 몸 안에서 일어나고 있고, 그 유전적 정보를 인간이 알아낼수록 암에 대한 치료법도 만들어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유전자 연구의 현재와 미래를 잘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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