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스
콜린 후버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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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컨페스CONFESS>, 제목을 보자 다시 한번 ‘confetti’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이것은 나만의 고질병이다. 이 경우에는 발음의 유사성이라도 있지만, 나는 가끔 전혀 상관없는 단어를 조합하곤 한다. 물론 이번 경우에는, 나에게 고백은 아무래도 특별한 날에 뿌려대는 색종이 조각같이 인식이 되는 건가 하는 진지한 고민을 던져준다. 그런데 문득 이야기를 읽다가 왜 나의 고질병이 여기서 이해가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야기는 열일곱 살의 오번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첫사랑 애덤 대신 죽어도 좋을 사람에 대해 생각하며 우는 어린 소녀였다. 짧다면 짧은 사랑 그리고 영원한 이별을 맞이한 오언은 평생을 살아온 포틀랜드를 떠나 시카고로 왔다. 바로 자신과 애덤 사이에 생긴 아들의 양육권을 찾기 위해서이다. 소송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한 것을 알게 된 오언의 발길이 머문 곳은 사람 구함이라는 푯말과 ‘CONFESS고백라는 간판이 붙은 건물이었다. 그녀는 건물의 유리창에 사람들이 익명으로 남겨놓은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종이에 적혀 있는 고백을 읽다가, 건물에서 누군가 나와 사람 구함대신 사람 급구라며 간절하게 지원해달라는 문구로 바꿔쓰는 것을 보고 웃는다. 운명일까?

날 구해주러 온 거예요?”라고 묻는 남자는 오번 메이슨 리드에게 자신의 미들네임을 알려준다. 그의 이름은 오언 메이슨 젠트리, 그래서 그의 이니셜은 OMG, 오 마이 갓이다.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하는 감탄사 아닌가? 그리고 오언에게 오번은 그런 상황을 만들어내는 남자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는 화가이다. ‘CONFESS고백는 그의 갤러리이다. 그는 사람들이 두고 간 고백에서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린다. 심지어 자신이 성인이 되는 생일날 텍사스에서는 아무에게도 축하받지 못한 것보다 그에게 바람을 맞았던 것이 더 속상한 오번의 고백도 그의 고백함에 들어간다. 오번은 그녀가 자신의 건물 앞에 나타난 것부터 시작하여 모든 것이 우연일 뿐이라고 애써 자신을 진정시키지만, 그는 그것이 운명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운명은 그녀와는 달리 조금 더 오래 전에 시작된 것이었다.

이야기가 열일곱 살의 오번에서 시작된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는 그 곳에서 끝을 맺는다. 잘 짜인 로맨스 소설이다. 다만 내가 평소 즐겨 읽는 장르가 아니라서일까? 미국과 유럽을 사로잡은 마약 작가콜린 후버에게 사로잡히지는 못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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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석을 따라 경성을 거닐다 - 잃어버린 역사의 현장에서 100년 전 서울을 만나다 표석 시리즈 1
전국역사지도사모임 지음 / 유씨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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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에서 태어나서 성장했다. 하지만 <표석을 따라 경성을 거닐다>를 읽으며, 내가 살아간 시간과 100년전 경성에서 흐른 시간 사이에 연결점이 많지 않다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던 이면에는 역사의 연속성이 흐려지는 문제도 있지 않나 한다. 그래도 아직 서울에는 39개의 표석이 남아 있다. ‘역사 문화와 관련한 어떠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일정한 표시를 해놓은 것을 표석이라 하는데, 이를 중심으로 12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극장 길, 기생 길, 문인 길 까지만 해도 무난했다. 친구들이랑 놀러 많이 갔던 곳이기도 해서 더욱 익숙해서 그런 것 같다. ‘천하지만 특별한 그녀라고 불리던 기생, 해어화解語花라 불리며 양반들과 풍류를 즐기는 교양인으로 대접받던 시절도 있었다. 시대가 급변하면서 그녀들의 삶 역시 변화해갔다. 특권층의 문화에서 대중 곁으로, 그리고 전문 연예인으로 나아가 여성 예술인으로서 자리를 잡은 그녀들은 여성으로서의 지위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을 했다고 한다.

공원의 길 정도로 접어들면서,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큰 희생이 뒤따랐는지가 자꾸 생각이 났다. 한때는 조선 왕실의 묘역이었던 효창공원은 청일전쟁부터 시작하여 광복 후까지도 수난을 받아야 했다. 효창공원에는 임시정부 요인과 유해를 찾으면 안장하기 위해 준비된 안중근 의사의 빈무덤을 비롯하여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등의 삼의사, 김구의 묘까지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승만 정권때는 이 곳을 참배가는 시민들을 막아 도둑 참배가 벌어지기도 하고, 박정희 정권 때는 이 곳에 골프장을 건설하려다 저지당한 일도 있다고 하니 참 아쉽기만 하다.

그리고 열번째 소개된 의열투쟁 길을 시작으로 상흔길, 애국지사 길은 우리가 잊어서는 안되지만, 잊고 있는 사건과 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많이 메모를 해둔 부분이기도 하다. 100년이라는 시간을 사이에 두고,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삶의 많은 부분은 그들의 희생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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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 - 힘든 하루의 끝, 나를 위로하는 작은 사치
히라마쓰 요코 지음, 이영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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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혼자라 우리 집에 와주셨구나 생각하면 기뻐요."

1인가구의 증가로 혼밥족’, ‘혼술족이 늘고 있고, 한국에도 이런 세태를 겨냥한 식당과 술집도 속속 생기고 있다고 한다. 식당에 들어갔을 때, “혼자 오셨습니까라는 질문보다 이런 인사를 받는다면 정말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히라마쓰 요코의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이라는 제목을 보면, 자연스레 혼밥족이 떠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음식과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에세이같기도 하고, 소설같기도 한데, 굳이 그 장르를 구분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그 속에 자연스럽게 혼자서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마치 그들을 특별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말이다.

혼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카운터 자리를 선호하게 마련이다. 다른 손님에게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것도 장점이고, 주인장과 자연스레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가이세키 요리편에서 음식을 조금 더 맛있게 즐기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며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카운터에 앉을 때는 느긋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바질리코 스파게티에서 여주인이 지적한 것처럼, 더욱 바르고 곧은 자세로 앉아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다. 생각보다 등에도 많은 표정이 있고, 나는 식당안에 사람들을 볼 수 없지만, 그들은 내 등을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수프에 대한 이야기다. 나 역시 수프를 너무나 좋아하기도 하지만, 채소가 많이 들은 된장국이라도 끝까지 먹으라던 엄마의 이야기가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고기를 유난히 좋아하고 요즘 말하는 초딩입맛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김밥을 잘 먹는 것을 알고 고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도시락을 김밥으로 준비해주시곤 했다. 이상하게 김밥을 먹으면 그 속에 있는 야채가 거슬리지 않는 느낌이랄까? 그렇게라도 야채를 먹이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이 떠오른다.

채소 이야기를 하다보니, 나와 비슷한 입맛을 갖고 있다가 채소가 좋아진 사람의 이야기도 생각난다. 그들이 방문한 음식점은 채소 부분에 생산지와 생산자까지 표기를 해놓고 있었다. 처음에는 뭐 이렇게까지라고 생각했지만, 지명을 보자 추억이 자연스레 떠올리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음식은 단순히 음식 그 자체가 아닐 때가 있다. 나물을 오시타시가 아닌 오히타시라고 표기한 것을 보고 도쿄답다며 자연스레 연상되는 맛에 행복해하는 것처럼 말이다. 야채를 싫어하는 딸에게 호박전을 하나라도 더 먹이려고 재미있는 놀이와 이름을 붙여주셨던 아빠의 마음이 떠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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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5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5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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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고 있는데, 너무 좋아요~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또다른 방식을 찾아서 행복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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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은 과자로 주세요 낭만픽션 5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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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to the범한 인물들과 독특한 주제의 조합이라, 일본소설답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고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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