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질문하는 책들 - '빨간책방'에서 함께 읽고 나눈 이야기_인문 교양 지식 편
이동진.김중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 나는
이 방송을 들으며 책을 주제로 그렇게 다채로운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에 놀라곤 했다. 심지어 책이 책을
부르는 것처럼, 방송을 듣고 나면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이 잔뜩 늘어나곤 했다. 얼추 2년전쯤에 팟캐스트에서 다룬 소설을 엮은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을 읽고 리뷰를 쓰면서, 다음 편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기도 했다. 그리고 인문교양
지식편인 <질문하는 책들>이 나와서 너무나 반가웠다.
<총, 균, 쇠>, <생각의 탄생>,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비틀즈 앤솔로지>, <작가란 무엇인가>,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철학자와 늑대>, <생존자>,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총 9권의 책을 담고 있는데,
이 중에 읽은 책이 반이고,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반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야기는 읽은 책이 1권, 읽지 못한 책이 1권이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와 유머코드가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좋아하는 작가인 빌 브라이슨,
그들과 함께 빌 브라이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즐거웠다. 남들과 비슷비슷할 수 있는
여정을 자신만의 특별한 여행으로 바꾸어낸 빌 브라이슨의 매력을 받아들이는 방법이 각자 달랐단 거 같다. 그래도
결국 빌 브라이슨에 대한 인상이 비슷했던 것을 보면 재미있지 않은가? 이 책에 대해서 두 사람이 나눈
대화 중에 “기억이 만든 가장 찬란한 윤색”이라는 표현이
기억에 남는다. 여행이라는 것의 가장 큰 매력이 그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문학잡지 <파리리뷰>의 <작가란 무엇인가>가 읽고 싶은 책의 목록에 올랐다. 작가들을 인터뷰하면서, 작가와 인터뷰어의 기싸움 같은 것이 펼쳐지는
것이 궁금하기도 했다. 상당히 어려운 책을 쓴다고 생각하는 윌리엄 포크너, 그는 세번을 읽어도 그의 작품이 이해가 안 간다는 사람이 많다는 질문에 “그
작품을 네 번 읽으시면 어떨까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전에
조이스의 <율리시스>에 대해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선물하라”라고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포크너였다면, 선물하기 전에 한 번 더 읽어보고 선물하라고 권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레이먼드 카버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190센티미터가
넘는 거구였던 그는 트럭 운전석에 앉아서 글을 써야 했다고 한다. 거의 몸을 접다시피 해서 글을 써야
하지 않았을까?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일을 하면서 중간중간 글을 써야 했기에 단편을 선택했다는 카버지만, 육체적인 한계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두 사람은
본인의 입으로 말하기에는 조금 머쓱한 것이 아닌가 했던 하루키의 장편과 산문에 대한 본인의 평가는 나로서는 정말 공감가는 것이기도 해서 재미있었다. 이 뿐만 아니라 늑대와 함께하며 인간이라는 종을 생각하는 마크 롤랜즈의
<철학자와 늑대>는 그들의 대화를 읽다 보면 너무나 읽고 싶어져서 바로 주문을
한 책이기도 하다.
서문에서 이동진은 “세 번째, 네
번째 책도 곧 나오면 좋겠다”라며 글을 마무리하는데, 나는
한구절을 더 붙이고 싶다.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역시나 서문에서 김중혁은 “<빨간 책방>을 함께하면서 질문하는 법에 대해 많이 배웠다”라고 말한다. 책을 읽고 나니 그 과정이 바로 <질문하는 책들>에 오롯이 담겨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