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얽힌 흥미진진 인문학 1 영어에 얽힌 흥미진진 인문학 1
박진호 지음 / 푸른영토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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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대인간’, ‘안락사’, ‘세금’, ‘연금에 대한 재미있고 짤막한 글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영어의 어원과유래를 익힐 수 있는 <영어로 얽힌 흥미진진 인문학>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보면 말을 함부로 하는 멤버들에게 단호하게 “Language”를 외치는 캡틴 아메리카가 등장한다. 물론 나중에는 놀림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는 아이들이 쌍스러운 말을 사용하면 부모님이 주의를 주기 위해 하는 “Watch your language”를 줄인 말이다. 언어language, 언어학자linguist 등을 파생시킨 스페인어로 ‘lingua'는 혀를 의미한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속담에도 ‘'혀 아래 도끼 들었다'가 있다. 언제 어디서든 한치 혀끝을 조심해야 할 거 같다.

왜 사기꾼을 ‘con man’이라고 부를까? 예전에 니콜라스 케이지가 등장했던 영화 ‘Con-air’ 역시 죄수를 장거리 이송할 때 쓰는 비행기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1840년대 뉴욕을 평정(?)한 사기꾼 윌리엄 톰슨이 있다. 그가 사용하던 수법 때문에 그를 ‘confidence man’이라고 불렀고, 이 것이 축약되어 ‘con man’이 된 것이다. 2008년도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폰지게임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했다. 그때 알게 되었던 찰스 폰지 사기의 유래도 함께 소개하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훌륭한 언변이라고 할 수 있는데, 또 다른 의미로 “Language”라는 주의가 꼭 필요한 인물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쉽고 완벽한 해결책을 의미하는 ‘Silver bullet’, 아무래도 늑대인간werewolf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에서 유래된 것이 아닌가 했었다. 그런데 은색 탄환이 만들어진 것에는 달과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의 활촉이 은이었고,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가 은으로 만든 창으로 무장한 부대를 이끌었다는 것들도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보름달이 뜨면 늑대로 변한다는 늑대인간이기에 아르테미스와의 접점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고 할까? 후반부에 늑대인간을 다룬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역사가 정말 오래되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영어단어 옆에 한글로 발음을 표기한 것이 조금 걸리지만, 재미있는 글로 영어를 익혀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2편도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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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결정 - 세상을 바꾼 34인의 고뇌 속 선택들
앨런 액설로드 지음, 강봉재 옮김 / 슬로디미디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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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그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다가와서 나는 늘 결정을 내리는 것을 주저하곤 한다. 그래서 세상을 바꾼 34인의 고뇌 속 선택들!’이라는 부제가 인상적인 <위대한 결정>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머리말부터 참 인상적이었다. 카이사르의 이야기도 좋았지만, 해리 트루먼 미국 전 대통령의 말이 결정 앞에서 주저하는 나를 일깨워주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현명한 결정을 하는 것은 국가를 위해 다행한일이고, 어리석은 결정을 하는 것은 국가를 위해 매우 불행한일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보다는 백배, 천 배 나은 것"이라니…… 나 자신을 위해 매우 불행한 것보다도 백배, 천 배 못한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는 의미가 되지 않겠는가?

책에서는 다양한 인물을 통해 그들이 내린 위대한 결정의 과정을 조명하고 있다. CNN의 창립자 테드 터너, 그는 오랜 시간 동안 24시간 내내 뉴스를 공급하고 싶어 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뜨악했다. 하지만 그는 젊은 건강한 운동선수였던 지인의 죽음을 앞둔 것을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누구도 영원히 살 수 없기에, 죽기 전에 뜻한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이 아니면 언제? 내가 아니면 누가?”라는 그의 말처럼 말이다. 그 후 그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며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습니까?”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렇게 강한 확신을 하는 테드 터너 앞에서 사람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기를 꺼려했다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지는 부분 중 하나였다. 물론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의 치밀한 준비과정이 있었다. 하지만 결정을 내린 순간 이후에 그가 보여준 추진력 역시 반짝반짝 빛나는 부분이었다.

미국의 페미니스트이자 사회심리학자인 베티 프리단, 그녀는 어느 날 "TV 광고와는 달리 부엌 바닥에 왁스 칠을 하는게 조금도 짜릿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과연 자신만 그럴까? 라는 자문을 하며, 대학 동창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물론 그녀가 진행한 조사와 그를 바탕으로 전통적인 성 역할에 고착된 사고방식을 지적한 글은 환영받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연구활동을 멈추지 않았고, 여성이 아내이자 엄마인 역할을 벗어날 때마다 느끼게 되는 막연한 죄의식에 주목하여 책으로 출판한다. 그리고 그녀의 책 <여성의 신비>는 많은 여성들과 남성들에 생각을 바꿔놓았고, 여성들 역시 남성들의 고유영역이라고 여겨지던 경제, 정치계에 뛰어들게 되는 기폭제가 된다. 베티 프리단의 위대한 결정과 함께 기억에 남은 것은 바로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과 그를 등용한 브랜치 리키의 이야기였다. 그들의 결정은 말 그대로 세상을 조금 더 합리적으로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 아닌가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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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의 편집 - 인간의 모든 역사는 편집에서 시작되었다 지식의숲 K
마쓰오카 세이고 지음, 박광순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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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세계를 무한대로 넓히는 인문과학 시리즈인 지식의 숲 K시리즈가 출판되었다. 나는 그 중에 인간의 모든 역사는 편집에서 시작되었다라고 말하는 마쓰오카 세이고의 <지知의 편집>을 읽어보았다. 전에 문화학자 김정운의 <에디톨로지>를 읽으며 창조는 편집이다라는 부제에 공감했던 적이 있다. 김정운은 일본 최고의 다독가이자 편집공학연구소를 운영하는 마쓰오카 세익와 일본의 문예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의 저서를 읽고, 편집학의 개념을 구성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궁금했다.

1. 편집이란 무엇인가?

2. 뇌라는 편집장치

3. 역사는 어떻게 편집되어 왔는가?

4. 편집공학이란 무엇인가?

5. 이야기란 무엇인가?

6. 편집 시스템의 방향은 무엇인가?

목차를 보면서 미리 가늠을 한대로 상당히 이론적인 느낌이라, 역시 쉬운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해한 부분들만 짚어보자면, 인간이 갖고 있는 다양한 잠재력 중에 하나가 바로 사람의 머릿속에는 에디터 머신’, 편집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엄청난 숫자의 미디어에 노출된 채 방대한 양의 정보에 에워싸여 있는 현재에도 인간은 그러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편집해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미 우리의 머릿속에는 다양한 프레임이 준비되어 있다. 디폴트 상태로 존재하는 그 곳으로 정보들은 잇따라 미끄러져 들어가고, 가치정보를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자발적인 편집의 흐름을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내 생각의 흐름을 추적하다 보니, 자유 편집 상태라는 것이 결국은 선입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람들은 정보 내용을을 그 어떤 콘텐츠도 완벽하게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내 머릿속의 편집자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그래도 그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떻게 의미를 정립하고, 관계를 맺어나가는지를 살펴볼 수 있게 되고, ‘편집의 창발성을 끌어낼 수 있다니 훈련을 더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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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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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남들과 전혀 다른 감상을 늘어놓을까 봐 걱정돼서 소설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것을 부담스러워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제 15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편의점 인간>을 읽으며 그런 부담감이 다시 찾아온 거 같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서른 여섯 살 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을 읽고 나서 왜 이렇게 음침한 공포소설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일까? 마치 팀 버튼 감독의 기괴한 영화를 한 편 본 기분이기도 하고 말이다.

후루쿠라 게이코, 그녀는 말 그대로 편의점 인간이다. 어린 시절 지극히 목표지향적인 행동을 하던, 예를 들자면 싸우는 친구를 진정시키기 위해 삽으로 머리를 내려치는, 소녀였던 게이코는 끝내 남들과 비슷한 사고체계를 익히지 못했다. 시끄럽게 우는 아이를 달래는 여동생을 보면서, 울음을 그치게 하는 거라면 간단하다며 작은 칼을 바라볼 정도니 말이다. 다만 그녀는 나이가 들면서 남들과 비슷해 보이는 방법을 적당히 배우게 된다. 바로 편의점에서였다. 대학교 1학년때 우연히 알바를 구하는 편의점에 흥미를 느꼈고, 그 곳에서 점원으로 교육을 받으며 보통인간처럼 행동하는 매뉴얼을 익히게 된다. 그렇게 보통사람인척 연기를 하며 서른여섯 살이 된 그녀는 심지어 편의점 안에서만은 능숙한 인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하지만 그 밖의 삶에서는 여전히 남들과 비슷한 삶을 살지 않는 그녀에게 다양한 압박이 다가온다. 왜 결혼을 안하는지, 왜 그 나이까지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는지 이런 질문들에 그녀가 내놓을 수 있는 답은 점점 더 옹색해지기만 한다. 그런 그녀와 닮은 듯 너무나 다른 시라하가 등장하고, 두 사람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거짓말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어쩔수 없는 편의점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나 같은 사람에게 되묻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편의점 인간인 것이 나쁘냐고?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지극히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수의 사람들의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무섭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나 같은 사람 역시 그녀의 시점에서는 민폐였을 것이다. 남들과 다르다고 왜 이상하다고 생각하는지, 왜 이물질처럼 대하는지 궁금해하는 그녀에게 말이다. 소설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더 마음이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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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 더 이노센트
레이첼 애보트 지음, 김성훈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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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매춘부들의 자립을 돕는 알리움 재단을 운영하는 휴고 플레처, 그는 활발한 자산사업으로 작위까지 받은 인물이다. 그런 그가 쾌락을 위해 자발적으로 침대에 묶였다 살해를 당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식을 듣고 영국으로 돌아온 그의 부인 로라는 결혼을 할 때의 반짝임을 다 잃은 상태였다. 이야기는 로라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어린 시절부터 단짝이었지만 로라를 고립시키고 통제하려던 휴고의 계략으로 멀어진 이모젠에게 보내지 못했던 편지를 통해 과거의 시점이 진행되는 것이 독특하다.

가정 내 폭력, 특히 육체적인 것뿐 아니라 정신적인 학대에 집중한 다큐멘터리 올 인 더 패밀리로 큰 상을 수상했던 로라는 그 곳에서 휴고를 만나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꽃 알리움과 같은 이름의 재단을 갖고 있던 휴고, 그는 알리움이라는 꽃에 담겨 있는 비유를 설명해 주기도 한다. 양파처럼 여러 겹으로 포개져 있는 알뿌리로 시작되지만 강하고 곧은 줄기를 땅 위로 뻗어 눈부시게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고 한다. 그는 어린 소녀들에게도 잘 자랄 환경만 만들어주면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자선사업가이자 재벌이기도 한 휴고에게 빠져든 로라는 그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꽃처럼 피어나지 못하고, 땅속보다 더한 어둠 속으로 끌려들어가게 된다.

솔직히 끝 맛이 좋은 책은 아니다. 어느 정도 예측했던 수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까지는 유추할 수 있었는데, 그 이상으로 나아가니 감당하기 불편했다. 거기다 톰 더글라스 형사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책이다 보니 등장한 것일까? 바람을 폈다가 톰이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것을 노리고 자식을 앞세워 재결합을 원하는 전처 케이트와 데칼코마니 같은 휴고의 전 부인까지, 소설 속의 여성들이 참으로 소모적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책을 덮고 다시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온리 더 이노센트 ONLY THE INNOCENT> 자신의 일에 열성적이었고 매력적이었던 로라가 모든 것을 다 잃었다고 느꼈을 때, 정말 삶에 지치고 다 포기하고 싶었을 때, 그녀를 버티게 만든 단 하나가 아니었을까? 그녀가 취재했던 정신적인 학대가 그녀를 완전히 무너트리지는 못했던 이유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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