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처럼 아름다운 수필
피천득 외 지음 / 북카라반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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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직한 책 제목이 있을 수 있을까? 말 그대로 <시처럼 아름다운 수필>이다. 시처럼 아름답고 차처럼 향기로워서 곁에 두고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은 그런 수필들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피천득의 수필이라는 수필로 책이 시작되는 것도 참 좋다. 이보다 더 좋은 머리말은 없을 거 같다. 다른 캐릭터로 재창조 되곤 하는 소설가나 극작가와 달리 수필가는 언제나 수필가 그 자신으로 존재한다라는 글이 참 의미 있게 느껴졌다.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소설가들이 쓴 수필은 꽤 좋아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그런 부분이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수필을 덕수궁 박물관에서 본 청자 연적과 비유한 것도 좋았다. 연꽃 모양의 연적에 꽃잎 하나만이 약간 옆으로 꼬부라져 있었는데, 그런 마음의 여유가 바로 수필가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일상 속에서 조금 더 깊거나 넓은 시각, 혹은 조금은 비틀어서 볼 줄 아는 시각 같은 것이 수필의 매력 아니겠는가?

윤오영의 방망이 깎던 노인은 수필은 읽어본 기억이 없지만, 예전에 스타크래프트 중계를 볼 때 자주 접했었다. 읽지 않았는데도 읽은 듯한 착각을 들게 만드는 수필을 차분하게 읽어볼 수 있었다. 장영희의 네가 누리는 축복을 세어보라는 자신의 삶을 천형 같다라고 표현한 기사제목에 불쾌해하는 것이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았다가, 그녀가 쓴 수필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다. 최인호의 한 독자와의 만남은 내가 너무나 좋아해서, 다이어리를 바꿀 때마다 베껴 적어놓는 글을 잘 풀어내서 기억에 남는다.

나에게 따듯한 울림으로 다가온 수필은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이다. 친구와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상적인 것을 꿈꾼다. 영원한 사랑 혹은 순수한 우정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유안진은 자신은 도를 닦으며 살 수 없고 친구가 성현聖賢 같아지길 바라고 싶지도 않다고 말한다. 그냥 될 수 있으면 정직하게, 때로는 샘을 낼 수 있어도 금방 그 마음을 지울 수 있게 그렇게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도리어 나에게는 지란지교(芝蘭之交,벗 사이의 맑고도 높은 사귐)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 책과도 지란지교를 꿈꾸며 살아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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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 페미니즘과 문화전쟁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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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제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결과는 나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승복 연설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통스럽다는 말로 자신의 심정을 대변했지만, 자신의 연설을 듣고 있는 소녀들에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충분히 모든 기회와 행운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 의심하지 말라라는 메시지를 남겼는데, 그 역시 참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강준만 교수의 <힐러리 클린턴>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그는 이 책의 부제를 통해 페미니즘과 문화전쟁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힐러리에게 페미니즘이란 상당히 제한된 형태이기는 하지만, 그로 인해서 그녀가 오랜 시간 동안 투쟁해올 수 밖에 없던 문화 전쟁의 전선이 5개나 되었다. 그 중에 가장 아이러니 하게 느껴진 것이 바로 매우 강한 권력의지에 대한 것이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자질이라는 것들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성성과는 반대되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심지어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이 권력이라고 말하는 정치인들도 있는데, 왜 여성에게는 권력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문제삼는 것일까?

사실 힐러리는 엘리트중에 엘리트라고 할 수 있다. 아이비리그가 여학생을 받지 않던 시절, 똑똑한 여학생들이 모여들던 웰즐리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그때 웰즐리 대학의 좌우명은 섬김을 받으려 하지 말고 섬기도록 하라였는데, 그 당시 학생들은 그 말을 장고나이 되려 하지 말고 장관의 아내가 되어라로 해석하곤 했다고 한다. 하지만 힐러리는 그런 해석에 동의하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예일 로스쿨에 입학하여 미국의 영향력 있는 100대 변호사로 2번이나 선정되었을 정도로 훌륭한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그리고 빌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데도 큰 역할을 한 그녀는 퍼스트 레이디로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 후 8년간 뉴욕 주 연방 상원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하고, 오바마 정부 때는 4년간 국무장관으로 국정 경험을 쌓기도 한다. 이 책은 그녀가 태어난 1947년 시카고에서부터 현재까지의 힐러리의 여정을 꼼꼼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더욱 잘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그 속에서 여성 정치인으로서 끊임없이 투쟁을 해야 했다. 어쩌면 지극히 소모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 미국인들에게 힐러리가 구태의연한 정치인으로 혹은 그녀의 선거운동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2008년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패배했을 때 나왔던 책을 본 기억이 난다. 그녀는 그 순간에도 자신의 실패를 통해 어떤 것을 배우고 수용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이 문제가 있어서 그녀가 꿈꾸는 대통령의 자리는 힘들지 몰라도, 그녀가 걸어온 길만큼 앞으로 걸어갈 길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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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1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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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로서의 고민과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수의사로서의 성장까지 정말 아름다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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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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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기 위해 살아간다고 하지만, 막상 행복은 저 멀리 있는 목표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저 것만 성취하면 마냥 행복할 거 같다고 말하지만, 행복을 누리기보다는 그 말을 반복하기 바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일까? 책 제목부터 정말 끌렸다.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아니다 옆집에는 고양이들이 아니었다면 고양이게 그렇게 끌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며 가며 보다 보면 고양이들은 너무나 행복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가끔은 초대를 받아 차를 마시다 보면, 늘 내 무릎을 차지하는 고양이가 있다. 고양이 입장에서 보면 놀러 온 어떤 여자의 무릎을 차지한 것뿐일 텐데도 왜 그렇게 편안하게 잠이 드는지, 일어서기 미안하게 말이다. 고양이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그 비밀을 알려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독특하게 다가왔다.

11년차 광고 디자이너로 살아온 사라는 자신을 따라 낯선 영국으로 온 호아킨과 함께 10년째 동거를 하고 있다. 곧 마흔을 앞둔 그녀의 삶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시계바늘같이 반복되기만 하는 회사일, 뜬금없이 찾아오는 어지럼증, 벌써 2년째 바람을 피고 있는 남자친구, 스페인에서 서점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파산까지…… 그렇게 흔들리는 사라에게 뜻밖의 손님이 찾아온다. 모국어인 스페인어로 말을 걸어오는 고양이 시빌이다. 고양이가 말을 한다고? 어지러움이 만들어낸 환각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쳐버린 그녀에게 유일한 친구가 되어주는 시빌이기도 하다.

이 책의 작가는 인간의 행복과 웃음을 연구해온 심리학 박사 에두아르도 하우레기이다. 아무래도 시빌을 통해 자신이 그 동안 연구해온 것들을 들려주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 그 정도에서 멈췄다면 이 책이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았을 것 같다. 데뷔작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소설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잘 녹여냈기에 읽으면서 나 역시 사라의 곁에 앉아 시빌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기자기한 삽화가 그런 느낌을 더욱 높여주기도 하고,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의 삶이 때로는 너무나 우스꽝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에게는 너무나 심각하고 진지한 문제들이 제 3자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면 참 가볍게 느껴질 때가 있지 않은가? 시빌은 나에게 그런 시선을 보여준 거 같다.  

 

난 뭐가 중요한지 알아. 네 머리가 헤어볼처럼 완전히 헝클어진 채로 뭉쳐 있다는 것, 그리고 네 심장이 잊힌 채로 슬프게 시들고 있다는 게 중요하지"

난 가슴에 손을 얹었다. 내 심장이 약하고 무방비한 상태라고 느껴지는 건 진짜였다. 금이 간 유리창 사이로 추운 겨울날의 바람이 새어드는 것같이. p.52

 

"시빌이 뭐라고 했더라? 우리 인간들은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정작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걸 보지 못한다고 했었지. 언제나 과거를 곱씹으며 미래를 예측하고 머릿속으로는 끊임없이 떠오르는 무수한 가능성과 망상, 꿈과 악몽을 생각한다고. 그렇게 우리 마음이 다른 데 가 있는 동안에도 인생은 상관없이 흘러가는데 그걸 알아차리지도 못한다고. 지금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잇는지 보지도 못한다고 말이다." p.105

 

 

 

그렇다니 좋네.  또렷한 감각으로 네 주변의 모든 것을 인식해봐. 매 순간을 충만하게 살도록 해. 네가 사는 매 순간이 바로 너의 순간, 너의 시간, 너의 인생이니까. 네 인생은 회사의 것이 아니야. 네 인생은 네 거라고. 다른 사람한테 네 인생을 뺏기지 마." P.239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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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의 그림 vs 그림
김진희 지음 / 윌컴퍼니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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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감상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잘 알려진 화가들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는 전시회를 기다리거나, 아니면 여행 중에 미술관을 찾아야 한다. 확실히 경험할 수 있는 양이나 폭이 작다보니, 감상전에 미리 많은 자료를 찾아보곤 한다. 그런데 <서양미술사의 그림 vs 그림>은 도리어 그런 부분이 아쉽다고 한다. 작품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그럴 때도 있다.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진짜 작품과 관람자 사이에는 일단 사진기가 끼어 들어와 있다. 그래서 크기에 당황할 때가 있었는데, 그러다보면 작품을 보기보다는 실제로는 저렇게 컸네, 혹은 작았네라는 생각에 먼저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매우 독특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일단 사진복제로도 효과가 덜해지는 회화중에서 비슷해 보이는 작품을 나란히 배치해둔다. 화가에 대한 소개도 제일 뒤로 미뤄두고 있어서, 화풍으로 알아볼 수 있었던 몇몇 화가를 빼고는 정말 아무런 정보 없이 작품을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베르메르의 포도주 잔을 든 소녀를 보고는 나는 소설 게이샤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래서 그림으르 소개하며 화가의 전작인 뚜쟁이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맞아 나는 그런 느낌으로 접근했다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아마 그림에 대한 소개를 먼저 읽었다면 내가 느낀 감상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작품과 함께 소개된 것은 마네의 카페에서이다. 정면으로 화가 혹은 감상자를 바라보고 있는 여성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림속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배경이 되어주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공통점이기도 하다.

비슷해 보이기는 하지만 정말 극명하게 다르게 느껴졌던 작품도 있었다. 바로 빗장’vs’실내이다. 프라고나르의 빗장은 더욱 격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이상하게 내 시선은 드가의 실내에 멈춰 있었다. 정적인 그 공간에 드리운 무게감에 나마저도 끌려들어가는 느낌이랄까? 화폭에 팽팽하게 담겨 있는 긴장감때문인지 이 작품을 보러 필라델피아로 떠나고 싶을 정도였다. 아마 '실내'만 봤으면 이렇게까지 강한 끌림을 느끼지는 못했을 수도 있다. 그림과 그림을 함께 보면서 느끼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두 작품 다 밀실안에 있는 남녀를 포착해냈는데, ‘실내는 정말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기도 했다. 내가 생각한 상황은 책에서 제시한 것들과 또 달랐는데, 그런 것이 미술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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