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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도 충분해
빌 시누누 지음, 유윤한 옮김 / 지식너머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문화스페셜리스트 빌 시누누가 세계를 돌아다니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 책 제목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와
인연을 쌓아간 사람들에게서 배운 것과도 참 닮아 있다.
노르웨이에 사는 친구의 집에 방문했던 빌은 큰 충격을 받는다. 혹시
손님인 나를 배려하여 일부로 비워둔 것이 아닌가 싶은 옷장, 4인 식기로 충분한 찬장을 보면서 말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유행하는 ‘미니멀리즘’의 북유럽답다고 할까? 그렇게 삶에 접근하는 태도를 라곰(Lagom)이라고 하는데, 굳이 해석을 하자면 ‘이걸로 충분해’라고 한다. 거기에
하나 더, ‘일단 움직여봐’도 있다. 시야가 확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눈이 와서 움추러든 그에게 친구는 일단 나가자고 한다. 어이없어 하던 빌 이지만, 친구를 따라하다보니 스키를 탈 수 있게
되고, 도리어 집에 있을 때보다 밖에서 돌아다니다 보니 땀이 날 정도로 몸이 뜨거워진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이야기는 프랑스로 넘어가는데, 파티에 초대를 받은 빌은 유럽사람과
미국사람의 소비방식에 주목하게 된다. 소득의 상당부분을 휴가나 콘서트 티켓에 사용하는 유럽인과 물건을
구입하는데 사용하는 미국인에 대한 것이다. 사람과 나눈 추억에 집중하는 유럽 사람들, 죽기 전에 그때 샀던 물건이 좋았다고 추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여행이나 시간에 대한 추억이 가득하지, 그렇게 갖고 싶어했던 물건에 대한 추억은 별로 없다. 도리어 그것을
소유하기 전의 추억이 있다면 있으려나?
때로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헝가리에서 친구인 보리스를
만나 축구경기를 보던 딘은 승부가 거의 결정이 나는 거 같아 자리를 뜨고 싶어 했다. 합리적인 생각이라고
한 나와 뉴욕출신인 딘과 달리 보리스는 그 결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왜 그렇게 시간에 쫓겨야 하는지, 왜 그 순간을 즐기지 못하는지 의문을 갖는 보리스를 보며, 또 보리스의
속도에 맞추어 움직여본 딘의 경험을 읽으며 내 생각도 돌아보게 되었다. 야구를 보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생각해보면 경기를 끝까지 즐기지 못하고 나온 적이 몇 번 있었다. 만약
경기의 결과만이 중했다면, 스포츠뉴스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을 텐데 말이다. ,
빌 시누누는 이국적인 풍경이나 유명한 관광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다 보면 다양한 삶의 방식을 만날 수
있고, 그 속에서 내 삶의 방식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