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생각하다 - 사람이 행복한 지속가능한 집에 대한 통찰
최명철 지음 / 청림Life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정상회담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도시형 한옥에 사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한옥에 대한 추억은 아주 오래된 것이라 그런지, 한옥에서의 삶이 도리어 독특해 보인다는 것이 신기했다. 집이라는 것은 삶을 담아내는 그릇과 같다는데, 한국의 전통적인 주거양식인 한옥이 낯설어 보일 정도가 되었다니그래서 건축가 최명철의 <집을 생각하다>에서, ‘지속 가능한 한옥의 현대화라는 주제로 도시형 한옥이 등장했을 때 반갑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최선의 집, 최적의 집, 최고의 집, 최신의 집이라는 4가지 테마로 다양한 형태의 주거공간을 만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강원도 양구에 위치한 포레스트 퀸텟이다. "자연이 집 안을 지나가도록 둘레친 집", "좋은 건축은 좋은 사람처럼 잘 어울리면서도 내면은 바르고, 멋을 내면서도 과장되지 않는 것"이라는 건축가의 말처럼 자연과 집이 어우러지고, 집과 집이 또 어우러지는 그런 곳이었다. 그리고 살둔 제로에너지 하우스도 기억에 남는다. 30년전부터 자연친화형 삶을 추구해온 이대철 선생은 그 동안의 쌓아온 지식과 지혜를 총 동원하여 말 그대로 제로 에너지 하우스를 만든 것이다. 혹독한 추위의 강원도 오지에 위치해서도, 벽난로 하나로 실내온도를 20~22도로 유지한다니 놀랍기 그지 없다.

나무 위, 물 위, 정말 다양한 곳에 위치한 집들도 있고, 특정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집도 이색적이었다. 그 중 서판교 월든힐스 2단지라는 곳이 있다. 1층이 통유리로 되어 있는 구조인데, 마치 사랑방처럼 자신들의 개성을 살려서 꾸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미분양이 된 것이 이해가 될 정도로 낯선 공간이었는데,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각양각색의 인테리어로 사람들이 어울리는 공간이 되면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니,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무지개떡 건축이다. 어렵게 말하면 저층중밀도 주상복합 건축인데, 상업과 업무 그리고 주거기능을 갖춘 건물을 말한다. 책이 많기도 하고, 수집한 혹은 직접 만든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도 갖고 싶고, 그러다 보니 어떤 집에서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데, 옆으로 넓히는 것보다 위로 쌓는 것이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단순히 쌓는 것이 아니라, 각 층의 매력을 살려내는 무지개떡 건축이 마음에 든다. 사람들의 주거공간이 변화해나가는 모습을 짚어주는 작가의 집에 대한 생각을 읽고, 또 내가 살고 싶은 형태를 생각해보기도 하고, 정말 제목 그대로의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 기쁨을 길들이다 - 존재의 가장 강력한 경험, 기쁨으로 성장하는 지혜
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프레데릭 르누아르,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성이기도 한 그는 종교사학자이자 철학자이다. 프랑스에서 '프레데릭 르누아르 신드롬'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큰 사랑을 받는 작가이기도 하다. 예전에 그가 쓴 <소크라테스 예수 붓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특이하게도 프랑스에서 여름휴가기간 동안 도심의 서점이 아닌 바닷가 소매점에서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한다. 어쩌다보니 나 역시 휴가중에 그 책을 읽었는데, 그럴만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표지부터 너무 사랑스러운 <철학, 기쁨을 길들이다>는 어떠할까? 책을 다 읽고 나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나부터가 기쁘기 위해서 더 많은 것을 원하곤 한다. 그것이 사람 사이에서 구할 수 있는 애정이든 물건이든 아니면 성취의 과정이든 말이다. 하지만 순간적인 감정으로서의 기쁨이 아닌, 지속가능한 기쁨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자기애적, 소비지상주의적 문화가 제시하는 가짜 행복과 정반대되면서도, 욕망을 버림으로써 고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초월적 지혜와도 다르다. 기쁨의 지혜는 생의 모든 고뇌까지 포용하면서도 생을 사랑할 수 있는 완전한 기쁨, 순수한 기쁨에 이르는 길에 대한 철학적 대답이자 실천적 해결책이다

그리고 이 문구를 보게 되었다. 문득 책을 잘 못 읽었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아빠가 왜 어린 나에게 중용에 대해서 말씀하셨는지 말이다. 나는 책에 소개되었던 우화속의 인물과도 비슷했던 것이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 것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그저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대로의 기쁨을 바라봤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기쁨을 누리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니체가 종교에 대해 지적한 것이 마치 내가 갖고 있는 생각에 대해 지적한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기쁨이 과연 내 얼굴에 씌여 있는가? 아니 내 삶 속에서 출렁이고 있는가? 그렇다고 대답하기 힘들다.

다시 읽다 보니 더욱 많은 생각이 든다. 기쁨을 길들인다는 것이 아직은 막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인식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작가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인용한 철학자 니콜라 고의 말이 처음 읽을 때(약간 말장난처럼 느껴졌다)와 달리 의미있게 느껴진다.

"무관심이 사랑의 부재 상태라고 한다면 초연은 소유욕 없는 탁월한 사랑의 놓아버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No Baggage, 여행 가방은 필요 없어
클라라 벤슨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No Baggage, 여행 가방은 필요 없어>, 지구 반대편로의 여행에 준비시간은 2 31초인 제프와 8분인 클라라의 여행기이다. 그들이 이스탄불로 출국을 할 때, 승무원이 놀랬던 것처럼 나 역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여행을 자주 가지만, 그리고 여행에 들고가는 짐을 줄이려고 노력을 하지만, ‘우아한 초록색 면 원피스를 하나 입고 출발하는 것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범주에서 너무나 벗어나 있다. 일단 이렇게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 단계도 못 된다.

 

사실 책을 읽을수록 클라라는 나랑 닮은 면이 많은 인물이라는 생각을 했다. ‘평온한 몽상가라고 스스로를 평가하는 것도 그렇고, 대학을 졸업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잠시 길을 잃었던 것도 그러하다. 물론 나는 대학을 입학하고 대혼란에 빠져들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녀의 선택이 더욱 놀라웠다. 중증신경쇠약으로 식이장애까지 얻게 된 그녀가 집으로 돌아갔을 때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녀는 그저 친구들처럼 평범해지고 싶었다. 대학원을 가던가, 그럴듯한 인턴자리를 구하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엄마가 해주었던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놀랄 일이 생길 수도 있어. 네가 알던 삶은 아미 변했는지도 몰라. 하지만 단지 길을 잃었다고 세상을 탐험할 수 없는 건 아니야"

소원처럼 평범해질 수는 없었지만, 어느정도 안정을 찾은 클라라는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 오케이 큐피드에서 제프를 만나게 된다. ‘미스 청순관능 경진대회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는 남자’, 그리고 그녀와 너무나 잘 통했던 사람이다. 자유로운 영혼을 갖고 있는 그는 낡은 쓰레기통을 초미니 집으로 변신시키는 덤프스터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삶도 그 계획과 닮아 있다고 하면 실례일까? “그저 인생은 힘 빼고 삶이 이끄는 대로 따라갈 때 훨씬 재밌거든이라는 그의 말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제프의 제안으로 시작된 그들의 여행을 함께하며 나도 자유로움과 불확실성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 여행보다 더 불확실했던 제프와의 관계가 변화해가는 이야기도 은근히 설레었고 말이다. 초록색 원피스 한 벌을 입고 여행을 하는 그녀의 성장기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과 닮아 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만큼 매력적인 여성이기도 하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제작팀이 영화화를 결정한 것이 너무나 이해가 될 정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빈 동지 - 세상이 변화하기를 바라는 열망, 그 중심에 서다
로자 프린스 지음, 홍지수 옮김 / 책담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붉은 표지에 흑백사진, 거기에 코빈 동지라는 제목까지, 책의 표지는 주인공인 제레미 코빈Jeremy Corbyn’이 어떤 인물인지 잘 드러내고 있다. 2015년 그가 영국 제 1야당인 노동당의 당수로 취임한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었다. 한동안 영국의 노동당은 토니 블레어로 대표되는 3의 길을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3의 길은 신자유주의의 또 다른 얼굴이라던지, 너무 오른쪽으로 굽어 있다라는 평가를 받곤 했다. 그런 노동당에 벤좌파노선의 지도자인 코빈이 등장했으니 말이다. 이는 미국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거에서 북유럽형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버니 샌더스의 선전과 함께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의 어린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을 담아낸 이 책은 당사자와의 접촉이 거의 없는 상태로 집필되었다고 한다. 그는 영국의 전설적인 대중 정치인이자, 자신의 정신적 스승인 토니 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사생활은 공론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나니, 왠지 그는 책이 아닌 자신의 행동과 삶으로 이야기하고 싶어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정치라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라는 그의 신념은 행동으로 늘 이어졌다. 그는 이제 노동당의 만년 비주류 정치인이 아니다. 브렉시트 선거에 패배한 후, 재신임압박을 받았으나, 노동당 대표로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다보니 그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책을 읽고나서 조금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십대 때부터 지금까지 노동당에서 활동하면서, 자신의 신념을 세우고 거기에 걸맞게 살아온 인물이다. 심지어 교육철학의 충돌로 이혼도 불사하지 않는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완전무결한 영웅적인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뚜렷한 정치철학과 목표를 갖고 살아온 인물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그런 그의 존재는 영국에서 매우 신선한 바람으로 다가왔다. 전세계에서 국민들이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곤 한다. 우리나라 역시 정치뉴스를 읽다 보면 부끄러움은 왜 내 몫이냐며 자조적인 목소리의 덧글이 보이기도 한다. 언제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인물이 다시 등장할 수 있을까? 적어도 그 사람이 하는 말은 그 사람이 했던 말로 모두 반박이 가능한 상황만은 모면해야 하지 않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림으로 읽는 매일 아침 1분 철학 : 세계의 탐구 그림으로 읽는 매일 아침 1분 철학 2
왕위베이 지음, 웨이얼차오 그림, 정세경 옮김 / 라이스메이커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병원에서 당직을 설 때면, 긴 밤의 불안함을 씻어내기 위해 만년필을 들고 그림을 그렸다는 웨이얼차오의 섬세한 그림을 만날 수 있는 <그림으로 읽는 매일 아침 1분 철학>. ‘1분 철학이라는 제목답게 왕위베이의 간결한 글로 16인의 사상가의 지혜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서양의 다양한 사상가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그들의 죽음의 순간까지 기록한 것이 이채로웠다. 물론 책에 수록된 16인의 죽음은 자신의 철학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자신이 책을 편집하는 사람이라면, 각양각색의 죽음을 기록해보겠노라던 몽테뉴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책 뒷면에 있는 모순에 대한 글을 읽고, 과연 누구의 말일지 정말 궁금해 했었다. 그 역시 몽테뉴의 글이었다. 세상에 공정하게 나눠진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자신에게 양심이 부족하다며 불평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양심이라는 현답을 내놓은 것도 몽테뉴이다. 나는 시간만큼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투덜대곤 한다. 그런데 내 양심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얼마나 있던가? 참 의미심장한 지적이었다. 그렇게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몽테뉴, 그의 삶의 마지막 자락은 어떠했는가? 몽테뉴는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자신이 아닌, 진실한 자기 자신을 묘사하기 위한 작은 방에서 말년을 보냈다고 한다.

1분은 아니라도 짧은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글이지만, 읽고 나면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곤 했다. 때로는 마치 반목하는 듯한 사상가의 말들을 만날 때도 있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또 그들의 생각이 맞닿아 있음을 깨닫기도 했다. 글 뿐만 아니라 그림 역시 여러 번 살펴보게 되는 정말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내가 하는 일에서 도움을 얻으려면 과거 이 과학에 정통했던 사람을 연구하는 데에 온 정성을 쏟아야 한다. 이를 통해 나는 기꺼이 나의 발견과 그들의 발견을 조화롭게 만들어 완성작을 만들고 싶다. (코페르니쿠스,계승)

모든 사물은 대립면으로 구성돼 있으며 정도의 차이로 때로는 이쪽이 더 많고 때로는 저 쪽이 더 많을 뿐이다. 한쪽이 다른 한쪽에 우세를 취하는 방식으로 양쪽을 비교했을 때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게 된다. (니콜라우스 쿠사누스, 모순)

진정한 회개는 영원히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마음속 죄와 싸우는 것은 단지 하루나 일주일에 그치지 않고 사는 동안 끊임없이 계속돼야 한다. (장 칼뱅, 회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