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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반윙클의 신부
이와이 슌지 지음, 박재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9월
평점 :
<립반윙클의 신부>의
원제는 <リップヴァンウィンクルの花嫁>이다. 우리가 아는 신부,新妻가 아닌 ‘新妻’를 사용한다. 꽃이 만발하는 6월에
결혼하는 신부가 행복하다라고 하는 ‘June bride’를 일본에 차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6월하면 장마를 떠올리기 마련이라,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곤 했다. 거기에 미국 소설가 워싱턴 어빙의 단편인 <립반윙클>이 있다. 숲
속에서 길을 잃고을 더하다니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졌다.
‘미나가와 나나미’는 자신의
이름 뜻인 ‘일곱개의 바다’와는 달리 SNS ‘플래닛’에 의지하여 폐쇄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도
부르니, 그녀의 이름과 어울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SNS가
맞선 서비스를 시작하자 자신의 이름을 살짝 비틀어 ‘나나가와 미나미’라는
계정을 사용할 정도로 조심스러운 그녀는 그 서비스를 통해 데쓰야를 만나게 된다. 데쓰야는 그녀의 이름을
듣고 “모험가”라고 이야기했다가, 거부하는 그녀에게 다시 “앞으로 기상천외한 인생이 펼쳐질 수도 있잖아요?”라고 반문한다. 그리고 이 말은 마치 예언같다고 할까?
차라리 모험가에 그녀가 동의를 했으면 책을 읽으면서 답답해지는 마음은 덜했을 거 같기는 한데 말이다. 그녀는 데쓰야에게 알려주지 않은 비밀계정 ‘클램본’을 통해 인터넷 쇼핑을 하듯 클릭으로 남자를 만난 것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항상 걱정에 멈춰져 있다. 정면으로 부딪치기보다는
거짓말의 뒤켠에 숨어있는 것에 익숙하다. 그런데 이런 그녀의 모습이 참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게 이 소설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우유부단함이 바보스럽게
느껴지지만, 그 모습이 낯설지는, 아니 너무나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숲 속에서 길을 잃었던 립반윙클은 낯선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잠이 든다. 그리고
잠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20년의 세월이 흘러버렸다. 그런
립반윙클처럼 나나미는 익숙하지 않은 낯선 세계로 쉼 없이 빠져들게 된다. 사랑보다 더 이상 취직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먼저였고, 결혼식에 올 가족이 없다고 하객서비스까지 사용하고, 남편이 모르는 새로운 비밀계정을 만들고, 도리어 남편을 의심하고, 시댁과의 오해를 풀지 못하고, 그렇게 쌓여버리는 거짓말들은 결국
불행의 늪으로 빠져들게 한다. 생각해보면 결혼생활마저 그녀에게는 낯선 세상이었다. 그리고 이혼을 했을 때도 또다시 그녀는 낯선 세계에 홀로 남겨지게 된다. 이혼후의
삶은 어떠한가? 가짜 하객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나미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치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듯이 말끔한 얼굴을 하고 있을지 몰라도, 우리와 참 닮은 나나미가 아닌가. 내가 정말 좋아하는 ‘4월 이야기’도
그리고 그의 작품 ‘러브레터’에서도 그렇듯이 이와이 슌지의
작품은 항상 수채화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아날로그 감성이라고 할까? 그런 그가 디지털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그려냈을지 궁금했는데, 역시나
그답다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