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학교 : 혼자 있는 법 인생학교 How to 시리즈
사라 메이틀랜드 지음, 김정희 옮김 / 프런티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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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외사촌들이 와서 같이 놀던 시절의 이야기를 친척들에게 듣곤 한다. 그러다 내가 사라져서 찾아보면 자기 방에 들어가서 앉아 있곤 했다고 한다. 뭐하냐고 하면, 잠시 쉬고 있다고 대답하곤 했다며, 넌 그때부터 별났다고 이모들이 웃으며 이야기를 해주곤 했다. 지금까지도 혼자 잘 노는 편이라, 사실 그게 왜 그렇게까지 별난 것인지 명확히는 몰랐었다.

그런데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에서 <혼자 있는 법>을 읽으며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자발적으로 20년째 혼자 살아가는 사라 메이틀랜드은 이 책을 통해 고독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반사회적이고 사회적인 책임을 회피한다는 식의 논의가 긴 시간동안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loner(외톨이)를 위키디피아에 검색하면 반사회적인 이미지가 드러난다. 물론 일본의 히키코모리그리고 한국에서도 은둔형외톨이라며 사회적 문제로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회에서 떨어져나가 살아가려는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입히는 과정을 읽으며, 왜 그들이 선택한 것을 하나의 삶의 형태로 바라보지 않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유난히 가족간의 단합력이 좋았던 외가식구들에게 내가 튀어 보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가늠해볼 수 있었다.

그런데 과연 고독이라는 것이 슬프거나 미쳤거나 나쁘다로 정의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이 책의 저자도 그러하지만 나 역시 거기에 동의할 수는 없다. 심지어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 역시, 예전과 다르게 혼자 있는 것을 낯설어하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를 초연결사회라고 부른다. 그리고 나 역시 거기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혼자 있기 위한 다양한 방법 같은 것에 더욱 눈이 갔다. 또한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암기이다. 생각을 하다 막히면 아주 쉽게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하지만, 예전에는 내가 갖고 있는 지식들을 활용하는 것에 더욱 익숙했다. 그 차이가 바로 암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는 내가 보관한 다양한 지식들을 연결하고, 가치를 재창조할 수 있게, 제대로 그 바탕을 다지는 것이 우선이었다. 혹은 외부로부터 손쉽게 지식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서재를 인터넷도 전화도 안 되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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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거 - 행동의 방아쇠를 당기는 힘
마셜 골드스미스.마크 라이터 지음, 김준수 옮김 / 다산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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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뛰어난 계획가지만 실행가로서는 젬병이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책이 바로 <트리거triggers>이다. 세계 최고의 경영코치로 손꼽하닌 리더십 전문가 마셜 골드 스미스는 자신을 유혹에 약하고 주의가 산만하다고 평한다. 그런 그가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더욱 공감이 간다.

그는 방아쇠를 뜻하는 트리거에 심리적 방아쇠라는 의미를 더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게 만드는 심리적 자극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다. 나를 둘러싼 주변환경이 만들어내는 트리거는 정말 무한대의 것이다. 그래서 그 중에서 좋은 것들을 지속되도록 유도해내는 방법을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바람직한 행동을 이끌어내는 심리적 환경을 만들어서, 인생에 있어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내가 직접 실천해보고 싶은 것은 바로 간단한 체크리스트이다. 이미 나는 이와 비슷한 것을 하고 있기는 한데, 내가 하는 방식은 매일 해야 하는 일, 예를 들자면 운동이나 건강식품 섭취 같은 것들을 실행을 했는지, 안 했는지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최선을 다했는가라는 요소를 추가한다. 즉 결과만을 체크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수준을 데이터화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단순히 o/x를 체크하는 내가 하는 방식은 쉽게 좌절하기 쉽다. 하지만 변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측정할 수 있다면 더욱 더 자신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이 되어줄 것 같다. 저자는 2주안에 절반의 사람들이 하루 질문에 답하는 것을 포기한다고 이야기했지만, 다행히 나는 그런 버릇은 갖고 있어서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또한 내가 변화하고자 하는 행동목표를 원하다 vs 필요하다라는 개념으로 바라보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은 엄연히 구별되지만 쉽게 혼용해서 사용한다. 그래서 원하는 것을 필요한 것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다. 어제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되어주는 프레임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는데, 이 두 권을 함께 읽는 것은 상당히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생각과 행동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게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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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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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피처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픽업 The Pick-up>은 그의 12편의 단편을 담아낸 소설집입니다. 책 뒷면에 소개된 12편의 단편 제목을 볼 때부터 가장 끌렸던 것이 바로 당신 문제가 뭔지 알아?’입니다. 그리고 12편의 단편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그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당신 문제가 뭔지 알아? Do you know what your problem is?”

그래, 알아. I think I do”

아무래도 원문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같기도 하고요. 단편의 제목이기도 하고, 남편인 리처드가 히든카드처럼 꺼내드는 질문이기도 것이, 바로 당신 문제가 뭔지 알아?”입니다. 그리고 질문은 부인에게 답을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남편은 아내의 문제점을 너무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니까 말이죠. 거기다 나는 너의 문제점이 적혀져 있는 엄청나게 불만리스트를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와 우리가족을 사랑한다는 식으로 그녀를 달래는 기술도 갖고 있어요. 너무 뜬금없이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문제점을 나열하고 있는 부인의 머릿속이 마치 매맞는 부인의 심리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사실 정서적 학대라는 말도 있으니 말이죠. 그래서 그런 그녀가 힘껏 뛰어올라 절벽 저편으로 건너가는 거야.”라는 마음으로 그래, 알아라고 대답을 했을 , 그렇게 통쾌하던지요. 생각해보니 크리스마스 반지역시 단편과 비슷한 감상을 주어서 기억에 남네요. 응원하고 싶은 주인공들이 등장했거든요.

이 책의 제목이 되기도 했던 픽업은 상당히 독특한 단편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전혀 응원하고 싶지 않은 인물이었거든요. 횡령혐의로 재판을 받고, 사실 형을 받아 마땅하지만, 배심원을 매수하고 협박하여 무죄로 풀려난 남자의 이야기거든요. ‘나는 등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좌우명 답게 살아가는 인물인데, 승리를 자축하던 것도 잠시, 제목 그대로의 함정에 빠져버리게 됩니다.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한 잔 사게 되는데요. 남루하고 상처받은 그를 보고 맥도날드 직원은 무료 업그레이드를 해주죠. 그는 세상에 공짜가 없다며 거절하지만, “정직한 분을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슈퍼사이즈 커피를 받게 되요. 소설은 여기에서 끝나지만, 자꾸만 그 다음 이야기를 상상해보게 되더군요.

단편소설을 즐겨 읽은 편은 아닌데, 요즘 자꾸만 그 매력에 빠져드네요.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 역시 중요한 한 몫을 차지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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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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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프레임이다. 얼마 전에 이런 부분을 스스로 인식할 수 밖에 없었던 일이 있었다. 50개 정도의 문제를 통해 어휘력 수준을 측정하는 가벼운 테스트가 있었다. 재미 삼아 내가 할 줄 아는 외국어들과 한국어를 테스트 해보았다. 그런데 이외로 한국어만 정말 낮은 수준으로 나왔다. 친구들이 놀리기도 하고, 아무래도 모국어다 보니 만만하게 생각했던 거 같아서, 몇 일 후에 신경을 써서 풀어보니 외국어 테스트 결과와 비슷한 수준이 나온 것이다. 심지어 문제는 바뀌지 않아서 전과 같은 문제를 풀었고, 그 사이에 따로 공부를 한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니, 나는 한국사람이니 한국어는 쉬울 것이다라는 식으로 고정과념을 갖게 되는 것도 프레임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앞의 경우처럼 프레임을 바꿀 수 있다면, 나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확장되기도 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내가 갖고 있는 프레임을 인식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설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었다.

그리고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내가 갖고 있는 영향력을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 부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기도 했다. 내가 갖고 있는 신념과 기대는 나의 행동을 변화시킨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 우리가 취하는 행동은 거기에 반응하는 타인의 행동에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영향력에 대해 눈을 감고 있다 보니, 상대의 행동이 나로 인한 것임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리곤 마치 나의 신념과 기대가 맞았다는 식으로 정당화를 시키며 자기실현적 예언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사고방식이 점점 더 경직되게 되는 큰 원인이 아닌가 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고집이 세어진다는 것처럼 말이다. 항상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거기에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프레임을 만드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임을 인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서 연장되어서, 우리는 서로의 행복에 대해 도덕적 의무를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사회까지는 힘들어도, 적어도 우리 가족에 대한 도덕적 의무는 지켜나가고 싶은 바람이 생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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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용도 (양장)
니콜라 부비에 지음, 티에리 베르네 그림, 이재형 옮김 / 소동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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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에서 1954년 사이에 글을 쓰는 니콜라 부비에와 그림을 그리는 티에리 베르네는 피아트 토롤리노라는 자동차를 타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간다. 제네바, 유고슬라비아, 터키, 이란, 파키스탄을 거쳐, 아프가니스탄의 카불로 떠난 그들은 자신들의 다짐처럼 오직 느림이라는 가장 소중한 사치를 맘껏 누리고, <세상의 용도>라는 책에 담아냈다. 처음에는 제목이 조금 독특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에서 빈둥거리며 나태를 부리는 것만큼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라는 글귀가 가장 그러했고, 또한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보다 더 좋은 제목이 없겠다 싶기도 하다.

처음에는 1950년대라는 시간적 그리고 공간적인 배경에 흥미를 가졌다. 그러나 이 책은 이국적인 풍경을 담아낸 여행서라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티에리 베르네는 선화(線畵)를 그리는 화가이다. 그의 그림은 니콜라 부비에의 글과 너무나 잘 어울렸지만,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여행서의 삽화랑은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또 어떤 면에서 보면 이국적인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들이 경험한 모든 것들을 아주 느리고 섬세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나 역시 오직 느림이라는 가장 소중한 사치를 누릴 수 있기도 하다. 전에 어떤 사람이 고흐의 그림을 보고, 그가 비록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하지만 저렇게 아름다운 밤하늘을 가슴에 담고 있었다는 것이 자신은 너무나 부럽다고 이야기 한 것이 기억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작가들도 참 부럽다. 그들이 바라본 세상은 아름답고 또 정겨웠기 때문이다. ‘정겹다라는 표현이 정말 딱 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사람냄새가 난다는 느낌이 든다. 그들이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유독 기억에 남기도 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오락 문화에 물들 대로 물든 우리의 감수성을 되살리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 말을 읽으며 얼마나 웃었던지? 1950년대에 느림의 미학을 말하는 것도 2000년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문득 고대 그리스 유적에 요즘 애들 버릇없다라는 낙서가 남겨져 있다는 것이 떠오르기도 했다. 처음에는 시간여행을 기대했던 책인데, 도리어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는 참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에 더욱 빠져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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