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픽업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빅 피처’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픽업 The Pick-up>은
그의 12편의 단편을 담아낸 소설집입니다. 책 뒷면에 소개된 12편의 단편 제목을 볼 때부터 가장 끌렸던 것이 바로 ‘당신 문제가
뭔지 알아?’입니다. 그리고 12편의 단편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그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당신 문제가 뭔지 알아? Do you know what your problem is?”
“그래, 알아. I think I do”
아무래도 원문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고요. 단편의 제목이기도 하고, 남편인 리처드가 ‘히든카드’처럼 꺼내드는 질문이기도 한 것이, 바로 “당신 문제가 뭔지 알아?”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부인에게 답을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남편은 아내의 문제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니까 말이죠. 거기다 나는 너의 문제점이 적혀져 있는 엄청나게 긴 불만리스트를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와 우리가족을 사랑한다는 식으로 그녀를 달래는 기술도 갖고 있어요. 너무 뜬금없이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문제점을 나열하고 있는 부인의 머릿속이 마치 매맞는 부인의 심리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사실 정서적 학대라는 말도 있으니 말이죠. 그래서 그런 그녀가 “힘껏 뛰어올라 절벽 저편으로 건너가는 거야.”라는 마음으로 “그래, 알아”라고 대답을 했을 때, 왜 그렇게 통쾌하던지요. 생각해보니 ‘크리스마스 반지’ 역시 이 단편과 비슷한 감상을 주어서 기억에 남네요. 응원하고 싶은 주인공들이 등장했거든요.
이 책의 제목이 되기도 했던 ‘픽업’은
상당히 독특한 단편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전혀 응원하고 싶지 않은 인물이었거든요. 횡령혐의로 재판을 받고, 사실 형을 받아 마땅하지만, 배심원을 매수하고 협박하여 무죄로 풀려난 남자의 이야기거든요. ‘나는
등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좌우명 답게 살아가는 인물인데, 승리를 자축하던 것도 잠시, 제목 그대로의 함정에 빠져버리게 됩니다.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한 잔 사게 되는데요. 남루하고
상처받은 그를 보고 맥도날드 직원은 무료 업그레이드를 해주죠. 그는 세상에 공짜가 없다며 거절하지만, “정직한 분을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슈퍼사이즈 커피를
받게 되요. 소설은 여기에서 끝나지만, 자꾸만 그 다음 이야기를
상상해보게 되더군요.
단편소설을 즐겨 읽은 편은 아닌데, 요즘 자꾸만 그 매력에 빠져드네요.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 역시 중요한 한 몫을 차지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