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생각하는 즐거움 - 검색의 시대 인문학자의 생각법
구시다 마고이치 지음, 이용택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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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독서의 계절, 혹은 사색의 계절이라고 하지요. 이런 가을에 딱 어울리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 이 책의 저자인 구시다 마고이치는 일본의 대표적인 장서가이자 사색 수필가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1955년 출판되었다가 여러 차례 복간되었고, 최근 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복간되었습니다. 책을 읽어보니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까닭을 알 거 같습니다. 바로 사색의 즐거움을 일깨워주는 책이거든요.

의심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얼어붙은 강을 앞에 두고 고민하는 두마리의 여우 이야기가 나와요. 얼음의 두께를 신중하게 살피며 얼은 강을 건넌 여우를 보며 트라키아 사람들은 여우를 영리한 동물로 생각하죠. 하지만 중국에서는 여우를 쓸데없이 의심이 많은 동물로 생각합니다. 이런 차이가 바로 인간에게도 적응되는 것이죠. 저 역시 때로는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평가를 들을 때도 있고, 때로는 지나치게 무모하다라는 평가를 들을 때도 있어서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던 거 같아요. ‘신중하다의심이 지나치다의 경계에서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노는 법에 대한 생각도 있습니다. 그는 어느 정치가의 이야기를 소개해주며 잘 노는 것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자고 권합니다. 일과 놀이가 일치하면 좋겠지만, 그런 행운을 움켜쥔 사람들은 소수죠. 내가 좋아하는 일과 내가 해야 하는 일의 격차에서 고민하고 투정을 부린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도 아니라는 것은 경험을 통해서 충분히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각자 즐길 수 있는 놀이를 익히면서 인간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아가자는 말이 참 의미있게 느껴졌습니다.

현대는 검색의 시대라고 합니다. 디지털 기계들은 그것을 소유한 인간의 외장하드 같은 느낌을 줄 정도이죠. 그리고 저는 그런 시대를 만끽하며 살아온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거의 실시간으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큰 축복으로 느껴졌지요. 하지만 그러다 보니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점점 잃어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의 주제를 제시하고, 거기에 대한 구시다 마고이치의 생각을 들려줍니다. 그의 깊이 있는 사색을 함께하다 보면, 생각을 하는 즐거움을 배울 수 있습니다. “구시다 선생 탄생 100주년에 복간된 이 책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말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해준다요미우리 신문의 추천사를 정말 실감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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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 라베 지음, 서지희 옮김 / 북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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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이라는 책 제목 정말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다. 동생인 안나가 살해당한 사건으로 11년동안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온 린다가 범인을 잡기 위해 놓은 정교한 함정이 있다. 그 위에 죄의식과 피해의식에 침식되어 자신의 기억조차 믿을 수 없게 된 린다에게 드리워지는 심리적인 함정이 있다. 그리고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쉬지도 않고 읽게 만드는 작가 멜라니 라베의 함정까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린다 콘라츠라는 필명을 사용하며 작품을 내지만, 철저히 자신을 숨기고 있는 린다는 자신의 완벽한 은신처인 집에서 뉴스를 보다 기자의 얼굴을 보고 패닉상태에 빠지게 된다. 바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동생을 죽인 범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범인으로 생각하는 그 인물은 저명한 언론인으로 행복한 가정을 꾸미고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린다는 자신의 특기를 이용하여 동생이 살해된 사건을 상세히 묘사한 범죄소설을 쓰기로 결심을 한다. 상상이 아닌 진실이 담긴 글쓰기는 그녀에게 낯선 것이었다. 하지만 그를 함정에 빠트리는 것은, 무기력하게 살아온 그녀에게 진정한 목표를 향해 달리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문제는 그 동안 그녀는 뛰어난 상상력에 의지하여 글을 써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자신의 글에 현실을 담아내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 되어간다. 사람의 기억은 일정부분 왜곡될 수 밖에 없다. 그런 기억의 편향성과 그녀 자신의 성향 거기다 사건이 발생할 당시 그녀에게 쏟아졌던 의혹들이 겹치면서 린다는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린다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진행되는 이 작품에는 심리묘사가 섬세하게 이루어져 있다. 또한 그녀가 쓰고 있는 소설 피를 나눈 자매가 소설 속의 소설로 나와서 더욱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이 책은 독일 슈피겔에서 15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리고 그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영화화가 결정되었다는 소개를 보고 읽어서인지, 이 역할에 누가 어울릴지 자꾸 생각해보게 된다. 나이는 조금 안 맞지만,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이미지랑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라, 영화로 어떻게 만들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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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 김정호
우일문 지음 / 인문서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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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받았던 역사수업은 입시위주라고 할까? 그래서 필요한 것만 암기를 하다 보니, 나중에 역사 속의 인물에 대해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더욱 흥미로운 것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심지어 딱 결과만 암기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러한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한편의 서사시 같은 느낌을 줄 때도 있다. 그런데 조선시대에 나온 가장 정확한 과학적 실측지도로 평가 받는 대동여지도를 비롯한 여러 가지 지도와 지리지를 편찬한 지리학자인 김정호는 정말 그것이 다였고 그에 대한 기록을 모두 합쳐도 A4용지 한 장 정도라고 한다. 딱 역사교과서에 수록된 그 이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심지어 생몰년 역시 추정으로 기록되는 수준이다.

놀라운 성과를 남겼지만, 행적은 미지수인 김정호의 삶은 소설로 나올 수 밖에 없다. 최근에 박범신의 <고산자>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개봉을 하면서, 원작을 읽어보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우일문의 <고산자 김정호>를 읽었다. 두 소설에서 드러나는 김정호의 면모는 다른 듯 닮아 있었다. 아무래도 그가 남긴 대동여지도에서 느껴지는 피 나는 노력과 올곧은 집념이 그의 인생에 큰 줄기를 이루었으리라고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작가 우일문은 일제 강점기 국어교과서로 사용된 조선어독본에 기록된 것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 정말 흥선대원군이 대동여지도가 적국에 유출될 것을 두려워해 김정호와 그의 딸을 옥사시켰다면, 거기에 대한 기록이 있을 것이다. 사실 나 역시 여기에 대한 것은 예전에 얼핏 들은 적이 있었기에, 그런 기록이 오로지 조선어독본에만 있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그래서 우일문은 김종호가 살아간 1800년대의 사회상을 반영하여 그의 일생을 그려냈다.

제 나라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그 백성들은 죽은 백성들이요, 제 나라의 생김새를 알지 못한다면 눈 뜬 장님 아니겠는가.

지도에 관심을 갖는 김정호에게 월천선생은 이런 말을 하면서, 그의 뜻을 키워 ‘여지학輿地學(지리학)’을 배워볼 것을 권한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대동여지도는 그저 전국을 발로 걸어다니며, 그려낸 수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대동여지도의 제작과정이 역사로 기록되지는 못했지만, 책을 읽다보니 그가 그린 지도에는 그 시대의 역사가 그대로 살아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 책에 담겨 있는 이야기는 고산자 김정호의 삶이 아니라도 충분히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는 역사소설같은 느낌을 주어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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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보쟁글스
올리비에 부르도 지음, 이승재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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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소설로 2016년 프랑스 문단을 흔들었다고 평가받는 <미스터 보쟁글스> 이 책의 제목은 니나 시몬이라는 가수의 노래 제목입니다. 춤을 사랑하여 마치 춤을 추듯이 인생을 살아가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아버지가 춤을 출 때면 낡고 멋진 턴테이블에서는 이 노래가 흘러 나오죠. 노래가 끝나면 엄마는 보쟁글스로 한 번 더!"라고 외쳐요. 그래서 나 역시 이 책을 읽을 때면 ‘Mr. Bojangles’를 틀어놓곤 했습니다. 니나 시몬이 부른 것도 좋았지만, 휘트니 휴스턴이 ‘Mr. Bojangles’도 참 감미로워요. 노래의 분위기뿐 아니라 가사까지 정말 이 소설과 잘 어울립니다.

처음에는 정말 독특한 가족의 이야기인 것이 아닌가 했어요. 몇 일에 한번씩은 이름을 바꿔서 다른 느낌으로 인사를 건네주길 바라는 엄마나 거기에 부응하는 아빠도 재미있었죠. ‘더부살이 아가씨라고 불리는 커다란 두루미까지 가족이라니 그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더군요. 그저 부인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하는 아빠도 매력적입니다. 조기퇴직을 하곤, 아들도 세계 최연소 조기 퇴직가를 만들어버리는 것도 그들답다고 할까요? 정말 삶을 기쁨만으로 채워 넣는다고 할까요? 그렇게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어가고 자신들만의 행복으로 채워 넣습니다. 물론 이야기가 그렇게 만만하게 흘러가지는 않지만 말이죠. 이 가족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을 유괴(?)하여 병원을 탈출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날 때는 어느새 그들이 바라는 행복이 영원하길 바라게 됩니다. 그것이 비록 상상이나 혹은 거짓의 색조에 물들어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그들은 그 안에서 행복하니까 말이죠.

누군가는 이 이야기의 끝을 마땅치 않게 여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꽤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전에 이와 비슷한 부분을 가진 소설을 읽다가 분개한 것과는 전혀 달랐죠. 왜 그렇게 쉽게 마음을 바꾸었는지 모르겠지만, “보쟁글스로 한 번 더!”의 마법에 걸린 것이라고 해두죠.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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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사막은 인생의 지도이다 - 탐험가 남영호 대장의 무동력 사막 횡단기
남영호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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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대 사막 횡단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남영호, 그는 <내게 사막은 인생의 지도이다>라는 책으로 우리가 쉽게 접하기 힘든 사막에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관광상품으로서가 아닌 자신의 두 발로 사막을 건너는 것이 목표인 그는 지금까지 11번의 여정으로 8개의 사막을 건넜다.

일곱 번째 무대인 칼라하리에서의 이야기가 기억난다. 비슷한 풍경을 가진 것처럼 느껴지는 사막이지만, 실제로 사막은 각자의 개성이 강하다고 한다. 그리고 칼라하리는 야생이라는 말이 밀접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그는 여러가지 이유로 칼라하리 사막횡단을 포기하면서, 실패를 두려워하는 실패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고비사막처럼 여러 번 가야 했던 사막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실패라는 것은 다시 와야 할 이유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이다. 실패에 대해 그가 배워나가는 과정 역시 매우 인상적이었다. 인생을 사막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표시해놓은 GPS를 분실해서 막막해하던 그는 사막을 건너는 것은 스스로 길을 찾는 것과 같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다시 출발할 용기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고, 사막에서 그가 배운 것들은 현자들이 남긴 지혜와 닮아 있었다.

사막에서 그가 만난 사람들이 이야기도 있었다. 왜 혼자 여행하느냐라는 그의 질문에 "골동품을 너무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귀한 줄 모르는 게 이유"라고 답했던 노인의 이야기가 있었다. 자세히 이야기를 쓸 수 없지만, 요즘 내 마음을 복잡하게 하는 문제에 필요한 답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또한 히말라야 바고리 마을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6개월동안 이어지는 겨울이면 어른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야 하는 마을이다. 그 곳에서 만난 70세의 노인은 눈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그는 봄을 가족이 돌아와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마을에 퍼져나가는 것이 봄이라고 이야기 한다. 비록 보이지 않더라도, 그가 생각하는 봄은 우리가 생각하는 봄과 참 닮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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