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애틋하게
정유희 지음, 권신아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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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희가 쓰고, 권신아가 그린 <함부로 애틋하게> 제목 때문에 최근에 종영한 김우빈, 배수지 주연의 드라마의 원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 같다. 그 드라마를 집필한 작가가 제목을 고민하다 이 책에 수록된 시를 발견하고 사용허락을 얻은 것이라고 한다. 드라마는 본 적이 없지만, ‘함부로 애틋한 듯 속아 넘어가주마라던 구절을 읽으니, 왠지 기사에서 봤던 두 배우의 눈빛이 떠오르는 듯 하기도 하다.

무심하게 외면해버린 사랑, 더없이 아프게 지나온 사랑, 그리고 내가 만들어가고 있는 사랑, 이 책을 읽다 보면 참으로 다채로운 감정들이 일깨워지는 느낌이다. 감각적인 글과 그림이 마치 나에게 마법을 거는 느낌이랄까? ‘심심하다고 720일 전 쯤으로/ 가까이 오지 말아요. 저번처럼 겨우 냉동시킨 좌심실이/ 또 데일라여러 번 되뇌며 웃게 만들었던 별버터의 한 구절이다. ‘믿을 만 해서 네게 믿음을 품은 게 아냐/ 믿을 수 있는 걸 믿는 건 누워서 떡 먹기’/ 믿는다는 건 숨 쉬듯 그냥 믿는 것/ 결말이 계획된 배반일지라도 작정하고 믿어주는 것이라던 사이좋게 오래오래라는 시도 그러하다. 오래 전 일기장을 꺼내보면,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수없이 끄적였던 흔적이 있을 것이다. 이제는 그 때의 기억에 웃을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이런 시를 읽으면서 그 시간을 다시 되짚어볼 수 있다는 것이, 그 때의 감정에 더 이상 잠식되지 않는다는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내 슬픔의 뉘앙스를/ 행복으로 윤색하려는 것일 뿐이라는 꿈꾸는 망명을 읽으며, 진짜 다행스러운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내가 건조한 사람이라 그런 것일지 몰라도, 시와 함께 그려져 있던 그림 속에서 사막에 누워있던 여자에게, 그 역시 과정일 뿐이라며 토닥여주고 싶어졌다.

오랫동안 나의 블로그 제목은 “Happily Ever After”였다. 그래서인지 비슷한 제목의 글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남편에게 번역해주고 싶은 글이기도 하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온 이야기의 맥락과 어우러지는 이야기라 더욱 행복해할 얼굴이 눈에 선하다.

아주 옛날의 기억들 속에서만 살아왔다고 말을 했는데

그건 거짓말이야

망설이지 않고 말해줄게

넌 나와 아주 다르지만 네가 내 옆에 있어서

100년 동안 계속 짜릿하게 모험을 할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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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인재들의 집중력 훈련법 - 구글, 애플, 하버드, 옥스퍼드, 페이스북이 실천하는 마인드풀니스의 모든 것
오기노 준야.보쿠라 샤페 기미코.요시다 덴세 지음, 장은주 옮김 / 가나출판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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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풀니스(Mindfuness)지금 이 순간에 완전히 주의를 집중한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세계적인 기업들과 최고 경영대학원에서 주목하고 있는 마인드풀니스에 대한 책이 <세계 최고 인재들의 집중력 훈련법>이다.

정보의 풍요로움은 주의력의 빈곤을 만들어낸다. (허버트 사이먼, 1971)

학창시절 생활기록부에서 산만하다라는 문구를 끝내 지워내지 못했지만, 멀티태스킹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현대사회에서는 도리어 그런 것이 강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얻은 것은 더 산만해지고, 집중력이 초단위로 유지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다. 그래서 이 책에 관심이 많아질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인 것은 몸의 근육을 키우는 것처럼 마음의 근육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트레이닝이고, 올바른 방법을 알면 더욱 좋은 상태로 나아갈 수 있다. 심지어 꾸준히 하다 보면 호흡 한번으로 마인드풀니스의 상태에 오를 수 있다니 기대가 되기도 한다. 구글에서는 2007년부터 '내면검색(Search Inside Yourself,  SIY)이라 하여 마인드풀니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니 더욱 신뢰가 가는 것도 사실이다.

요가를 하다 보니 바른 자세로 호흡에 신경을 쓰며 명상을 하는 것에는 꽤 익숙하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잡념이 문제이다. 매번 나는 그런 자신을 꾸짖고 반성하느라 또다시 다른 잡념을 불러들이곤 했다. 하지만 명상을 할 때 생기는 잡념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이것을 해석하거나 의미를 부여하여 평가를 하지 말라는 조언이 나에게는 의미있게 느껴졌다. 그냥 잡념은 그대로 내버려두고, 호흡으로 주의를 되돌리면 되는 것이다. 또한 마인드풀니스는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다. 먹기도 있는데,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하면 주위에서는 초콜릿을 권유해주곤 한다. 때로는 속이 쓰릴 정도로 먹을 때도 있다. 그런데 초콜릿이 몸에 들어가 나의 피로를 풀어준다라는 마음가짐으로 한 입을 충분히 맛보며 먹을 수 있는 것이 마인드풀니스를 활용한 먹기이다. 그리고 현재 하고 있는 행위를 언어로 표현하면서, 마인드풀니스를 삶으로 끌어들이는 방법과 쓰기에 마인드풀니스를 활용하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마인드풀니스 명상은 '조신조식조심( 調身調息調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을 조절하면, 호흡()이 조절되고, 호흡을 조절하면 마음()이 조절된다'는 뜻인데, 이를 이루면 조안(調顔)’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마음과 연결되어 있는 얼굴의 움직임마저 조절이 되어 표정이 온화해지고 미소가 떠오르게 된다. 늘 의식적으로 표정을 부드럽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마음을 다스리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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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를 맛보다 - 스타 셰프의 피렌체 감성 가이드
파비오 피키 지음, 김현주 옮김 / 심포지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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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 대대로 살아온 도시 피렌체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책, 그래서 피렌체를 위한 연가(戀歌)’라고 말하고 싶은 <피렌체를 맛보다> 이 책의 저자인 파비오 피키는 이탈리아의 스타 셰프이다. 그가 운영하는 치브레오는 피렌체를 찾는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가정식 메뉴를 지키고 싶어서 열었던 레스토랑이기에, 그가 소개하는 레시피는 그가 사랑하는 피렌체의 영혼이 담겨 있는 거 같았다.

 

아름다운 피렌체를 담아낸 사진도 많고, 그가 소개하는 곳들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전망이 좋다라는 뜻을 가진 벨베데레 요새는 그의 청소년기의 추억이 담뿍 어려 있는 곳이다. 피렌체에서 살아온 그가 정말 황홀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고 추천하는 것을 어찌 거부할 수 있을까? 피렌체의 다채로움을 사랑하는 그답게, 때로는 피렌체가 선보이는 맛있는 젤라토를 맛보려면 모든 젤라토 가게 주소를 알아두라고 농을 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물론 내 취향을 꿰고 있다는 듯 리코타 치즈 젤라토 집을 소개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피렌체의 시민을 뜻하는 피오렌티노누군가의 재능은 개인의 재산인 동시에 인류 공통의 재산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아마 그런 마음가짐이 젤라토에서부터 느껴지는 것 같다.

 

시시각각 다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피렌체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사진과 글에도 눈길이 갔지만, 그가 소개하는 계절의 맛을 살린 레시피가 참 인상적이었다. 요리도 잘 못하면서 레시피에 왜 그렇게 눈길이 갔는지 말이다. 농촌이 다시 풍요로워졌음을 알리는 수프였다는 봄의 미네스트로네’, 여기에 피렌체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나폴레옹의 섬 엘바의 맛을 느끼려면 페페론치노 고추를 더하라고 말한다. 여기에서부터 단순한 요리 레시피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팬 아티초크를 만들기 위해 당연히 준비해야 하는 아티초크의 손질법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본받아야 하는 사랑스러운 책임감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고향을 추억하는 음식인 피렌체식 소 족발에는 엄청난 양의 빵과 와인이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도 참 절묘했다. ‘피렌체식 소곱창에는 곱창의 두 배 분량의 버터와 파르미지아노 치즈를 섞으면 앞으로도 관대하게 살 수 있다니, 피렌체에 가면  꼭 맛봐야 하지 않겠는가? 피렌체의 멋과 맛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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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괜찮지 않다 - 자신감과 열등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여자들을 위한 심리처방전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강희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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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최고의 심리치료사라는 배르벨 바르데츠키, 그녀의 책을 몇 권 읽어봤지만 읽는 것도, 독후감을 쓰는 것도 참 어렵다. 책이 난해하다던가 그런 것은 절대 아닌데, 잘 숨겨놓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거기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려고 하면, 내 내면에 가장 약한 면을 다 털어놓을 거 같아 두렵기도 하다.

물론 이런 나의 감상 역시 여성의 나르시시즘을 드러낸 것일지도 모른다. ‘여성의 나르시시즘은 독일 그뢰넨바흐 심인성질환 전문 병원에서 10여 년간 섭식장애, 알코올 약물 같은 중독증세를 보이는 여성 환자들이 드러낸 심리적인 문제에서 찾아낸 개념이다. 그리고 <나는 괜찮지 않다>에서는 외적으로는 큰 문제점을 노출하지 않지만, 내면은 결코 괜찮지 않은 여성의 나르시시즘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발행된 <여자의 심리학>의 개정판인데, ‘여성의 나르시시즘에 대한 책이기는 하지만, 여성만을 위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목이 바뀐 것이 마음에 든다.

아무래도 들어가는 글에 나왔던 장애라는 말은 있지만 비장애라는 말은 없다를 되새기며 용기를 내야겠다. 사실 사람들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크고 작은 장애를 갖고 있을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자신감과 열등감 사이를 방황하는 여성이라는 말이 나에게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대학교를 입학하기 전에 감량을 해서, 지금은 도리어 너무 말라서 걱정이라는 소리를 듣곤 한다. 그런 나에게는 중고등학교시절의 그림자가 짙게 남아 있다. 엄마가 했던 잔소리라고만 표현하기에는 자존심을 너무나 자극했던 말들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때로는 그런 말을 나 자신에게 혹은 주변에 아무런 거리낌없이 던지곤 한다. 솔직히 20대에는 섭식장애까지 간 적도 있었고, 지금도 체중을 늘려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만 알고 절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참 고쳐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여성들을 위한 심리처방전에 나름 큰 기대를 했었다. 물론 심리처방전이 내가 기대했던 마법의 약 같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할까? 적어도 내가 어디서 방황을 하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큰 첫걸음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백설공주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백설공주가 사냥꾼을 만났을 때, 그녀가 살 수 있었던 것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길로 가겠다는 마음가짐 그것이 바로 변화의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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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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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미있는 소설을 만났다. 바로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이다. “이 책 너무 재미있어, 읽어봐!!”하고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그런 책이랄까? 책 띠를 그대로 두는 편이라, 미처 몰랐던 표지의 묘미까지 좋았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데뷔하여, 드라마 '연애시대'등을 집필한 박연선이다. 그래서일까? 캐릭터가 정말 살아 숨쉬는 느낌이 든다. 마치 머릿속에서 아기자기한 미스터리 드라마가 펼쳐지는 느낌이랄까?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을 거 같기도 하고 말이다.

저녁 7시도 안되어 버스가 끊겨버리는 충청남도 운산군 산내며 두왕리 아홉모랑이 마을에 삼수생 백수 강무순은 아침잠이 많은 죄라면 죄로 또다시 남겨지고야 말았다. 막장드라마를 보다 할아버지가 고혈압으로 돌아가시고, 홀로 남겨진 할머니를 부탁하는 아버지의 성의 없는 메모와 50만원은 그녀의 유배생활의 시작을 알린다. 강아지를 끌고 산책을 나갔다 미친년이라는 소문이 났다는 말을 할머니에게 직접 들었을 때의 강무순의 표정은 어땠을까? 그 상황을 문화적 차이가 거의 파리지앵과 아프리카 마사이족만큼이라고 설명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문화차이만큼 큰 지루함에 몸서리치던 무순은 15년전 이 곳에 남겨졌을 때 그려놓은 그림지도를 찾게 된다. ‘다임개술이라는 암호와 함께 막대한 보물이 있다는 표시가 담겨 있는 지도를 따라 간 무순은 15년 전 이 마을을 뒤흔들었던 4명의 소녀가 실종된 사건과 마주치게 된다.

쑥스러움이 많은 듯, 혹은 마냥 까칠한 듯한 꽃돌이중딩 유창희도 매력적이었지만, 이 소설을 책임지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할머니 홍간난 여사이다. 진짜 할머니처럼 정겹기도 하고, 걸쭉한 사투리로 풀어내는 이야기가 어찌나 재미있던지 말이다. 처음에는 다임개술이 뭘까 나 역시 고민했었는데, ‘튜브쥬브서자스자로 발음하는 홍간난 여사의 발음으로 금새 깨닫게 되기도 했을 정도이다. 15년전의 일을 바로 어제처럼 기억하고, 사소한 거짓말들 사이에서 희미하게 드러나고 있는 진실을 파악하는 능력도 정말 탁월한 할머니이기도 하다. 역시 팔십 세의 내공은 어디 가지 않는다. 마냥 유쾌하고 재미있게 이야기가 펼쳐지다가도, 회색 빛 종이에 소녀들의 목소리가 짤막하게 나오면서 긴장감을 주기도 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관계라는 것이 만들어내는 잔혹한 그림자가 드리워진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 역시 세 명의 매력적인 캐릭터와 함께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할까? ‘한국형 코지 미스터리의 탄생이라는 소개를 보고 코지 미스터리가 뭐야? 라는 생각을 먼저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코지 미스터리를 더 찾아보고 싶어질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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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9-08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척 재미있게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