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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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셀레스트 응은 데뷔작,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로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세계적인 문학상을 휩쓸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그럴 만 했다라는 생각을 했다.

1970년대 봄, 오하이오 주의 미들우드라는 작은 도시의 한 가정에서는 평소와 다른 아침이 시작되었다. 이야기는 리디아는 죽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라는 강렬한 문구로 시작된다. 그리고 작가의 말을 리디아의 동생 한나가 마무리한다. “언니가, 오늘은 아주 늦어.” 사실 나는 이 책을 미스터리라고 생각했기에, 이 도입부가 참 마음에 들었다. 그 후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나의 작은 기대를 저버렸다. 하지만 내가 바라던 재미보다 더 큰 울림을 주었던 소설이기도 하다.

리디아의 아버지 제임스 리는 미국인으로 태어났고 대학에서 미국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방인 취급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중국계 미국이다. 그리고 리디아의 어머니 메릴린 리는 여성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집안에서 반대하는 결혼을 선택하고 꿈까지 접어야 했다. 시대적 배경을 생각해보면 두 사람의 성격은 정반대에 가깝다고 느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끝내 가질 수 없었던 것들을 리디아를 통해 이루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리디아는 부모님의 바람에 응 하고 싶어. 하고 싶어. 하고 싶어라고 답하곤 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 속에는 가족에게조차 털어놓을 수 없는 말들이 쌓여가고 있었다. 아빠를 닮아 상점을 갔다 만난 사람에게도 인종차별적인 조롱을 받아야 했던 네스와 한나와는 달리 혼혈이지만 혼혈티가 나지 않는 리디아에게 두 사람이 쏟는 기대는 특별했다. 그리고 그만큼 네스와 한나에게는 집에서조차 마음 붙일 곳이 없어지게 되기도 했다. 리디아의 비밀을 조금씩 엿보고 있던 네스, 이 모든 일에 충실한 관찰자가 되는 한나의 마음 속에도 물론 밖으로 내어놓을 수 없는 말들이 쌓이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일 것이다. 그들은 가족이지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었다. 그리고 리디아의 죽음은 그들 사이에 가로놓여져 있던 벽의 실체를 드러나게 만든다. 세상 그 누구의 기대보다 부모님의 기대가 무겁게 느끼며 살아온 나로서는, 리디아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새 이들 가족의 이야기에 다 공감하고, 이들의 상처에 아파하고 있었다. 뭐처럼 참 좋은 소설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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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 사는 집
카린 랑베르 지음, 류재화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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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신인소설상을 수상한 카린 랑베르의 <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 사는 집>은 출간직후 프랑스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작품이다. 여왕이라 불리는 뤼세트 미쇼,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알리던 카를라, 그리고 시몬과 로잘리는 그 어떤 공통점도 없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할 수 있는 이유는 책 제목 그대로 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어떤 음식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단식도 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적이 있었다. 그처럼 이들도 남자 없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그들이 사는 카사 셀레스티나에 들어올 수 있는 남자는 없다. 오직 수컷인 고양이 장 피에르뿐이다. 그런데 인도로 여행을 떠난 카를라가 이름부터 의미심장한 줄리엣을 소개하면서 그녀들이 왜 그런 삶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단편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게 하는 줄리엣은 여왕의 룰에 소심한 반기를 들기 시작한다. 사랑을 위해 죽음도 선택할 수 있는 줄리엣처럼 용감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서로를 이질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불편한 동거는 서로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또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준다. 마치 단편소설을 느슨하게 엮어놓은 것처럼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어쩌면 그게 이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심지어 극적인 장치나 삶을 뒤흔드는 사건 같은 것도 벌어지지 않는다. 카사 셀레스티나에서 살아가는 다른 여성들의 사연 역시 그러하다. 많은 여자들이 겪을 법한, 그런 상처에 한번쯤은 다시는 사랑 같은 것 안 해라고 외칠법한 그런 이야기라고 할까? 사랑에 인생에 쉼 없이 상처받고 좌절하고도 다시 사랑을 찾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들은 그저 다른 것을 선택했을 뿐이다.

사실 나는 제목과 책 소개를 읽고, 조금은 다른 것을 상상했었다. 아니다 나와 같은 빈약한 상상력을 작가 역시 알고 있었기에 아마네조스처럼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지극히 평범한, 그래서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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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실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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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 작가님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되고 조명받는 인물이 많은 거 같아요~ 궁금하네요. 탄실의 이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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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죽이기 - 엘러리 퀸 앤솔러지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외 지음, 엘러리 퀸 엮음, 정연주 옮김, 김용언 해제 / 책읽는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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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 혹은 그 둘 다를 수상한 작가 12인의 단편을 만날 수 있는 <헤밍웨이 죽이기, Masterpieces of Mystery> 그리고 이 책을 엮은 사람이 20세기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거장인 엘러리 퀸이다. 그는 이 책을 깜짝 선물에 비유했는데, 정말 적절한 것이었다. 이 책의 수록된 이야기에는 기본적으로 범죄가 등장한다. 사기부터 살인까지 다양한 형태의 범죄가 등장하는데,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이 작가들의 색채를 잘 드러내거나, 이외의 면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작가는 윌리엄 포크너이다. 노벨문학상(1949)과 퓰리처상 2회를 수상한 그는 미국의 잃어버린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힌다. 물론 이런 설명도 빠지지 않고 수록해놓은 것이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을 어려워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의 단편 제목이 설탕 한 스푼이라, 더욱 낯설게 느껴졌다. ‘An Error in Chemistry’라는 원제나,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 프리첼’. ‘플린트같은 것의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지레 겁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정말 깔끔하게 떨어지는 범죄소설이 아닌가? 첫 번째 읽었던 최연소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러디어드 키플링의 인도 마을의 황혼에서 사건이 해결되는 방식과도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기보다는, 충돌하고 그 사이에서 뜻밖의 실마리가 잡히는 것이 그러했다.

정말 재미있게 읽은 것은 10페이지도 되지 않는 기밀 고객이다. 마치 인생의 중요한 혹은 급박한 한 순간을 포착해내듯이 쓴 작품인데, 마치 요즘 많이 사용하는 움짤을 보는 기분마저 들었다. 이 단편을 쓴 제임스 굴드 커즌스는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사랑에 사로잡혀서>라는 대표작은 당시 34주 동안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고 한다. 솔직히 <기밀 고객>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의 대표작까지 읽고 싶어졌다. 또한 버트런드 레셀의 미스 X의 시련나 수전 글래스펠의 여성 배심원단은 나름의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이 되었던 맥킨레이 캔터의 헤밍웨이 죽이기는 제목이 갖고 있는 암시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마치 미드를 보는 듯한 긴박감이 좋았다. 그런 소설들이 꽤 있었는데, 단편만이 갖고 있는 매력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때로는 더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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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서도 장난감을 놓지 못하는 무의식적 이유 - 신화를 삼킨 장난감 인문학
박규상 지음 / 팜파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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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신의 모습을 모방하여 만들어졌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장난감을 통해 신이 하는 행동을 모방하고 싶은 것일까? ‘신화를 삼킨 장난감 인문학이라는 부제를 가진 <어른이 되어서도 장난감을 놓지 못하는 무의식적 이유>를 읽으며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장난감을 좋아하는 나를 보고 친구들은 예쁜 쓰레기를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며 놀리곤 한다. 생각해보면 이런 저런 것들을 모으지만, 잘 갖고 놀지는 않는 편이다. 그래서 레고를 좋아하는 남편을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보통 레고하면 무한한 가능성을 펼쳐줄 창조능력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프라모델, 레고, 퍼즐을 모아놓은 남편의 방에 가면 잘 정돈된 박스가 더 많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레고의 진정한 힘은 해체에 있다고 말한다. 창조적 파괴를 위해 존재하는 장난감이라고 말이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그것을 해체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창조는 불가능하고, 도리어 모든 가능성을 멈춰버리게 되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는 여러 가지 신화로 이어진다. 그리스, 북유럽, 수메르, 인도, 중국 등 정말 다양한 곳의 신화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서 읽으면서 내내 행복했다. 또한 레고는 힌두의 신 브라흐마, 비슈누, 시바와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명命名의 의미를 풀어낸 피규어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나의 부족한 소견 탓인지, 이렇게까지 확장해나갈 수 있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다. 나에게는 낯선 뱀주사위놀이를 읽으면서는 힌두의 신을 더 이해할 수 있기도 했다.

나 역시도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장난감과 신화를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행복했고, 이렇게 다양한 신화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책 제목이 너무 장난감에 비중을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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