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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 독일 최고의 과학 저널리스트가 밝혀낸 휴식의 놀라운 효과
울리히 슈나벨 지음, 김희상 옮김 / 가나출판사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독일의 과학 저널리스트, 울리히 슈나벨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의 원제는 ‘Muße’이다. 문제는 이 단어를 한국어로 번역해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어판 제목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음’, ‘휴식’이라고 할 수 있다지만,
‘게으름’이라는 뉘앙스를 빼내야 한다. 그리고
여성 사회학자 헬가 노보트니의 해석인 '자기만의
시간'과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무엇을 향한 자유인 적극적인
자유’를 더해야 ‘Muße’라는 뜻과 겨우 비슷해진다. 아무래도 한국어로는 1:1로 대응시킬만한 단어가 없는 만큼, 한국인에게는 낯선 의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는 한국에 꼭 필요한 개념이기도 하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이 책은 자신의 삶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을 가져와, 자신이 갖고 있는 시간의 진정한 주인이 되고 나아가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한다. 1장, ‘우리는
왜 날마다 바쁜가’에서는 알자스 고원지대에 자리잡은 산장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곳은 포장되지 않은 도로로 2시간에 걸친 산행을 해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인데, 사람들은 산장의 음식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사실
이는 매우 단순한 것이다. 목마른 자에게 그저 시원한 생수 한잔이 그 어떤 산해진미보다 꿀맛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여기에서 더 나아가, 행복이라는 것은 풍요보다 절제에서 올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을 수 있다. 우리가 바쁘게 살아가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할 수 있다.
2장, ‘정보 홍수에 휩쓸리지
않는 법’에서는 그리스의 시인 아르킬로코스의 ‘여우는 아는
게 많지만 고슴도치는 딱 한 가지 큰일에만 집중한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어쩌다 보니 남들보다 글을 빨리 읽는 능력을 키우게 되었고, 나는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정보를 무분별하게 습득하는 환경에 매우 익숙해졌다. 도리어 즐긴다고 할까? 그러다 보니 산만하다는 평가를 받던 나는 날이 갈수록 집중력이 흩어졌고, 아는
것은 점점 더 얕아지기만 했다. 그래서 이 조언이 내 마음에 딱 와 닿았던 것 같다. 안정감을 주는 책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문득 독서조차
인터넷 서핑처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2장을 읽고 나서, 한동안 책을 다시 잡는 것이 불편해질 정도로 나의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만들어 주었다.
그 후, 침대광고에 등장하여 잠은 인생의 사치니 하루에 4시간만 자도 된다고 말하던 에디슨, 그가 낮잠을 즐겼다는 것을 보며
재미있어 하기도 했다. 낮잠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도, 계속 에디슨의 생각이 난 것을 보면 광고의 임팩트가 상당히 크긴 했나보다. 또한
휴식을 창의력을 이어나가는 방법, 그리고 부록으로 나온 ‘위대한
게으름뱅이의 갤러리’ 같은 것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다는 이유로 호기심을 갖고 읽게 된 책이었는데, 정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