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도덕주의자 - 우리는 왜 도덕적으로 살기를 강요받는가
기타노 다케시 지음, 오경순 옮김 / MBC C&I(MBC프로덕션)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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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만든 도덕이 납득되면 고민하지 말고 지켜라.

그렇지 않다면 나의 이치에 맞는 도덕을 만드는 편이 낫다.

기타노 다케시, <위험한 도덕주의자>를 읽으며, 역시 그답다라는 생각과 함께, 나에게도 정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도덕하면, 약간 불문율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그래서 도덕적인 생각이나 행동이라고 하는 것에 딱히 의문을 품지는 않았던 것 같아서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나이드신 분을 보면 자리를 양보하고, 그런 착한 일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도덕교과서에서는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행동하는 것과, 친절을 베푼 뒤 스스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그래서 기타노 다케시는 행위의 가치를 스스로 판단하라고 이 책을 통해 권유한다. 또한 도덕이나 정의라는 것은 영원불멸한 가치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시대에 따라 변화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도덕이고, 도덕이 바뀌었다고 해서 내가 정한 이치까지 바꾸어야 하는 것인가에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말을 바꾸어야겠다. 생각해보면 나는 그런 가치에 대해서 의문을 품지 않은 것이 아니라 좀 둔감했던 것 같다. 도덕적인 가치판단의 범주는 절대 아니지만, 20대때 미국에서 지낼 때 동성 부부를 만나고도 나는 꽤 무덤덤했다. 나보다 먼저 미국에서 살고 있던 친구가 역시 너답다며 웃을 정도로 말이다. 어쩌면 나도 나 나름대로의 이치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었을까? 심지어 이 책을 읽으며 공감을 많이 했던 것을 보면, 나 역시 위험한 도덕주의자에 속한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근면한 삶, 디지털 세계에 기타노 다케시의 의견도 기억에 남는다. 그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생각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보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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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레시피
테레사 드리스콜 지음, 공경희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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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드리스콜의 데뷔 소설인 <인생레시피, Recipes for Melissa>, 멜리사는 스물 다섯의 생일날 변호사 사무실에서 어머니의 유품을 건네 받게 된다. 여덟 살에 정말로 갑작스럽기만 한 엄마의 죽음을 경험한 그녀로서는 도리어 엄마가 남겨준 책이 낯설게 느껴졌다. 사실 내 입장이라도 그랬을 것이다. ‘삶의 질이 높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항암 치료를 거부했던 엄마, 물론 엄마는 아니라고 여길 수 있었겠지만, 나의 여덟 살은 엄마의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라며 자만하고, 엄마를 원망했겠지. 하지만 멜리사, 우리가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네가 기억해주면 좋겠어라는 글귀를 보며,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아이가 기억하는 엄마, 그리고 엄마와 함께한 시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와 비슷한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다. 제목도 비슷했었는데, 그 이야기는 정말 엄마다운 걱정과 잔소리로 채워져 있었다면, 멜리사의 엄마 엘레노어가 남겨놓은 글은 물론 엄마 같기도 했지만 친구 같기도 했던 거 같다. ‘품 안의 자식이라는 표현이 맥락 없이 떠오르기도 한다. 자신이 멜리사를 가졌던 스물다섯이라는 나이, 어쩌면 엘레노어는 그 나이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자신의 딸이지만, 누군가의 엄마가 될 수도 있는 나이니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마음이 따듯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할머니가 엄마에게 엄마가 딸에게 그렇게 이어지는 레시피를 보며 처음에는 왜 이런 글을 남겨놨는지 궁금해했던 멜리사지만, 그 음식들과 함께 그녀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다시 걸어 들어가게 된다.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밀어두었던 어린시절의 멜리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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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떠나고 싶은’ 나라에서 ‘살고 싶은’ 나라로
최연혁 지음 / 시공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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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흥미로운 제목 아닌가?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좋은 국가를 생각하다, 역사는 무엇을 말해 주는가, 어떤 국가를 만들어 갈 것인가, 이렇게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정치 교과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대학교를 다닐 때 정치를 전공했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좋은 국가라는 문제에서는 조금씩 빗겨나 있었던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정치에 대한 다양한 이론을 배우기는 하지만, 정치라는 것은 더 좋은 삶을 꿈꾸게 하는 것이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서는 나부터가 상당히 이상적인 발언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어떤 국가가 좋은 국가라고 말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지만, 추구해야 할 것은 상당히 명확하게 보였다. 그 중에서 전쟁시 국민이 국가에 의무를 진다면 평화시에는 국가가 국민의 삶의 질을 책임질 의무를 지닌다라는 리처드 티무르스의 복지국가론이 가장 이상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현대국가가 이런 의무를 적절하게 수행하고 있다라고는 말하자면 많은 반론이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그러한 방향으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데, 여기에서 국민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은 아쉽게 느껴졌지만, 딱 그 순간이었다. 막연하게 위,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진부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제안을 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2부에서는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등 다양한 국가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나간다. 그들이 갖추고 있는 문화적 DNA는 한 순간에 이식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국의 내외적 환경과 수많은 도전, 그리고 국민과 국가의 변화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많은 체제들이 이식되었다고 할까? 그래서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적 DNA가 만들어지기 힘들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다른 국가들의 발자취를 살펴보면서, 우리의 현실에 맞는 정치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부분을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문득, ‘국민의 수준에 따라 정치인의 수준이 결정된다라는 말이 다시 떠오른다. 분명 이 책은 국민의 정치적인 소양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조지프 슘페터가 독일에 대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발전에 가장 필요한 창조적 파괴가 매우 풍부하게 일어나는 나라라고 했다는데, 우리나라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런 창조적 파괴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런 책이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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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
윤승철 지음 / 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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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끼리 무인도에 가지고 가고 싶은 세가지같은 이야기를 우스갯소리로 주고받곤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의 머릿속에 그려졌던 무인도는 지극히 이상적인 공간이었으리라. 그렇게 막연하게 느껴졌던 무인도를 구체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의 작가 윤승철은 정기적으로 무인도를 찾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도 사물도 없는 무인도에 자진해서 들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나만의 세계에 혼자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어쩌면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사람들이 텐트를 치는 이유를 이야기 했던 것과 닮아 있다. 그에게 무인도는 그 자체가 텐트일지도 모르겠다.

국내 3, 국외 3곳의 무인도가 소개되지만, 이국적인 여행기라고 하기는 힘들다. 도리어 왜 인간이 철학과 멀어지게 된 것인가를 깨닫게 되는 책이랄까? 코코넛 나무에 오르는 이야기를 읽으며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이 없어서, 간절함으로 코코넛 나무에 올라가야 하는 일은 흔히 접하기 힘들다. 코코넛을 따고 나서, 눈이 아닌 발의 감각에 의지하여 내려가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는 그 이야기를 하며 간절함의 너머까지 바라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무인도에 가져가야 하는 것 중에 하나일 것이고,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갖고 있고, 또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보니, 도리어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무인도로 떠나는 윤승철의 꿈은 탐험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책에서도 어떤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는데, 그 것이 조금 더 구체화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불안해지는 사람의 이야기는 마치 우리의 자화상처럼 느껴질 것 같다. 처음에는 흥미로운 여행기를 읽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한 편의 철학서를 읽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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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6-08-06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책이에요. 담아갑니다. 간절함 너머까지 바라보는 눈.
 
궁극의 문구 - 매일매일 책상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일상 문구 카탈로그
다카바타케 마사유키 지음, 김보화 옮김 / 벤치워머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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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문구, 거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들면 크게 부담스럽지 않게 만날 수도 있는 문구로 구성된 <궁극의 문구>

나 역시도 문구류를 좋아하고, 내가 원하는 문구를 찾기 위해 나름 노력하는 편이라, 이 책이 너무나 반갑게 느껴졌다. 이 책의 저자인 다카바타케 마사유키는 자신의 차량 모델은 알아도 사용하는 필기구의 정확한 모델명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즐겨 사용하는 펜의 종류와 색상까지 명확하게 알고 있고, 혹여 품절될까봐 일정수량 이상을 늘 채워놓기도 하는 성격이다. 이 책에 소개된 제품중에서도 몇 개는 절판된 것이지 않는가? 어찌되었든 그러다 보니 이 책을 읽으며 공감도 많이 되고, 사고 싶은 문구도 잔뜩 늘어가기도 했다.

그는 TV도쿄 <TV챔피언> '전국 문구왕 선수권' 3연속 우승자인데, 추천 문구중에 하나가 라이벌이 뽑은 강자‘PILOT 슈퍼그립이다. 가장 길게 선을 그리는 것으로 대결을 하고, 그 기록이 5.47킬로미터였다고 한다. 100엔 남짓한 제품들이 갖고 있는 놀라운 성능에도 감탄했고, 그때 함께 대결을 했던 경쟁자 와시노의 손이 깨끗했던 것을 보고 이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나 역시 이 제품을 아니 그때 대결에 사용했다던 제품들을 사용했던 적이 있는데, 볼이 망가져서 버렸던 것을 보면, 내가 얼마나 험하게 물건을 사용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물건을 정리하는 법에 대한 책을 읽으며, 라벨링을 한 제품이 어떤 것인지 정말 궁금했는데, 이 책에 수록되어 있어서 반갑기도 했다. 또한 개정판에 포함된 제품중에서 종이에 요철을 만들어 엮어주는 제본도구가 소개되어 있었는데, 이 제품 역시 내가 원하던 바로 그 문구였다. 제품을 직접 스케치하여 수록하고, 그 성능을 사용자 중심으로 설명하여, 좋은 문구를 많이 만나볼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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