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암자기행 - 고요한 자유의 순간으로 들어가다
김종길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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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암자란 어떤 곳인가? <지리산 암자 기행>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제일 먼저 머릿속에 깃든 의문이었다. 암자란 승려들이 도를 닦는 수도장(修道場)’으로 인적이 잦은 큰 절과는 조금 다른 곳이었다. 그런 곳을 찾아 떠난 여행이다 보니 이야기의 시작부터 암자와의 첫 대면은 침묵이었습니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한다.

"구름 위 하늘에 머물고/인간 세상 밖에 따로 있는/연꽃이 활짝 핀 극락정토에/조사의 깨달음이 만대에 이어지는 곳

벽송사의 수려한 풍경을 보고 옛사람이 지은 시다. 책에서는 산봉우리들이 마치 활짝 핀 연꽃처럼 겹겹 두른 곳 한 가운데자리잡고 있는 벽송사의 사진을 수록하고 있는데, 아주 긴 시간 동안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벽송사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벽송사의 상징이라는 도인송과 미인송, 그리고 벽송사를 창건한 지엄대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곡성암도 있었다. 또한 구름 위의 집, 운상원이라고 불렸던 칠불암도 있다. 이 곳은 신라 지마왕 혹은 효공왕때 금관가야에서 온 담공선사가 만든 온돌이 있는 아자방이 있다. 한번 불을 지피면 온기가 식지 않고,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수행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암자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우리가 그 비밀을 밝혀내지 못했고, 복원된 이후에는 예전보다는 못하다고 하니 더욱 신비롭게 느껴지기도 하다.

지리산은 대지문수보리보살大智文殊師利菩薩)에서 '()' '()'를 따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역사를 살펴보면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러 불국토가 된 산인데, 그래서인지 지리산에는 수많은 암자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깍아지를 듯한 은산절벽과 한 몸인 듯 자리잡은 문수대’, 무심한 듯 남겨놓은 작은 푯말만이 길을 안내하는 삼불사’, 오래된 이야기 속에만 남겨져 있는 황령암까지 많은 이야기와 아름다운 경치를 간직하고 있어서 함께 여행을 하며 나 역시 마음이 참 평안해졌다. 수행을 하는 스님은 차가 오지 구석구석 들어가는 요즘 충분히 깊은 수도처가 없다고 생각하신다. 반면 절에 가는 걸 좋아하면서도, 전등사에 갔다가 차로 더 올라갈 수 있는데 미리 주차한 것을 깨닫고 좌절하며 산을 오른 나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책으로나마 지리산에 자리잡은 암자들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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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 - 먹고 마시고 걷는 36일간의 자유
오노 미유키 지음, 이혜령 옮김 / 오브제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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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생과 여행에서 짐을 꾸리는 방법은 같습니다. 쓸모 없는 물건을 점점 버리고 나서, 마지막의 마지막에 남은 것만이 그 사람 자신인 것입니다.”

세계의 3대 성지중 하나라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으로 향하는 800㎞의 순례길을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라고 부른다. <나는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이 작가 오노 미유키는 삶의 무게에 지쳐가는 상황에서 예전에 만났던 인류학자 김양주 선생의 말을 떠올리고, 산티아고 순례길로 향하게 된다. 1장은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가는 순례길에서의 시간과 함께한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2장에서는 순례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여행에 대한 너무나 많은 정보를 제공하여 여행 자체가 정답 맞추기가 되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게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Take your time”

산티아고 순례길 자체는 노랑색 화살표를 따라가기만 하는 심플한 방식을 따르고 있지만, 그녀는 어느새 도시의 시간을 따르려고 했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이런 충고를 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 리타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거기다 자신이 아닌 주위사람에게 좌우되는 도시의 시간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는 필요하지 않다. 도시의 시간이라는 것, 어쩌면 나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안정 속에서 자유를 잃어가는 거 같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심지어 시간조차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Take your time”이라는 말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스페인에는 말이지, 이런 속담이 있단다. ‘판 콘 하몬 이 비노, 에레스 토도스Pan con jamon y vino, eres todos! (빵과 햄과 와인, 그걸로 충분하다!)’”

루카스가 들려준 이 말도 참 좋았다. 이 속담은 산티아고 순례길에도 딱 어울리는데, 순례를 하는데 가장 필요한 세 가지이고, 그녀가 순례길에서 만끽한 것이기도 했다. 단순한 방식의 순례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욕망 자체도 심플해질 수 있다는 것에 자꾸 눈길이 간다. 쇼핑을 할 때를 제외하곤 걷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인데, 이상하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은 사람들의 책에는 관심이 많다. 심플한 삶에 대한 책을 수없이 읽어도, 막상 나는 아주 작은 욕심조차 내려놓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순례길의 끝자락에서 조안나에게 들은 말도 생각난다. 순례길을 걷다 보면 모두가 철학가가 되는 것일까? 아니면 닦아내고 닦아내다 보면, 철학가인 자신을 만나게 되는 것일까? 작가뿐 아니라 그녀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나하나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래. 장미는 말이지 봄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하려고 겨울에 일부러 잎과 가지를 쳐낸단다. 험한 환경에 처해야 더욱 강하게 단련되거든.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아. 그렇게 자란 사람에겐 반드시 한계가 오지. 인간은 생명이니까. 물을 주고 시든 잎은 따주고 햇살 강한 날은 그늘을 만들고 추우면 옷을 입으면서,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그 사람 자신의 꽃을 피우게 되는 거야."

"자신의 재능을 키울 수 있는 사람이란 자신에게 그런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이란다. 미유키, 자신을 겨울 장미가 아닌 한여름의 해바라기처럼 대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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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사
앙드레 모루아 지음, 신용석 옮김 / 김영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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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지성 앙드레 모루아가 자국의 역사를 대문호적 통찰과 섬세한 문학적 필치로 풀어낸 역사서술의 완결판'

<프랑스사>의 이보다 더 정확한 설명은 없을 것이다. 이 책으로 인해 앙드레 모루아의 <영국사>, <미국사>에 이어 세계의 대표적인 3대 자유민주주의국가의 역사서를 완성될 수 있었다. 처음에 그는 자신의 역사를 객관성을 서술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로 망설였었다고 했는데, 그가 마음을 바꾼 것이 정말 다행스럽게 여겨지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영국사> <미국사>를 빨리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이 느낌을 딱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데, 역사서가 이렇게 부드럽고 풍성하고 다채로울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닌가?

세계사수업이나 역사서 혹은 여러 문학작품을 통해서, 프랑스 역사를 조금씩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나에게 프랑스의 역사하면 뮤지컬 레미제라블‘Do you hear the people sing?’이라는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 국가안보의 이유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을 때면, 선조의 무구한 희생으로 쟁취해내 누리게 된 가치들을 쉽게 내어줄 수 없다고 말하는 모습과도 참 닮아 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프랑스사를 읽으며 조금 더 굳건해졌던 것 같다. 앙드레 모루아는 프랑스 인종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존재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프랑스라는 나라, 그리고 프랑스 국민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앙리 4세부터 루이 16세로 이어지는 절대왕권의 강화와 몰락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매력으로 국왕의 권위를 확립했던 앙리 4, 하지만 그런 것은 물려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정부 정책으로 국가의 안정을 영속화하고자 했던 재상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리슐리외이다. 나에게 리슐리외는 소설 삼총사에 등장하는 인물 정도였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내가 리슐리외에 주목하게 된 것은 이외이기도 하다. 작가가 리슐리외에 대해 평가한 부분을 읽다보면, 심지어 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은 마음이 부쩍 커진다. 책을 읽다 보면, 역사적 사실과 인용된 어록이 절묘하게 이루어져 한편의 서사시를 읽는 느낌이 드는데, 거기에 작가의 깊이 있는 평가가 더해져서 역사서로서의 역할을 놓치지 않는다.

"민중이 너무 부유해지면 그들이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기 때문에 의무와 규칙 안에 잡아둘 수 없다. 그들이 무거운 짐에 익숙해진 노새처럼 노역하지 않고 오랫동안 쉬면 몸이 망가진다고 생각하게 해야 한다. "

이는 리슐리외가 한 말인데, 이런 생각이 그렇게 낯설게 만은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리슐리외는 정부의 목적을 민중의 행복이 아닌 국가의 안정으로 생각했고, 그가 살아가던 세상에서는 충분히 필요한 신념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큰 차이가 있다. 현대사회는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헌법으로 보장해주는 그런 시대이다. 하지만, 민중에 대한 정치가들의 생각은 여전히 아주 오래된 과거에 멈추어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와 함께 살아갈 사람들을 조금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프랑스 사를 읽고 싶다고 처음에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프랑스인이나 프랑스 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고민해야 할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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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퀸 : 유리의 검 1 레드 퀸
빅토리아 애비야드 지음, 김은숙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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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너무 재미있었어요.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했는데 2편이 나와서 너무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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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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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다정한 친구의 이야기를 담아냈을 줄 알았는데, 60여년에 걸친 두 여인의 일생이라니 기대되는 4부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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