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자신의 땅, 언어, 음식을
다 접하지 못하고 죽게 된다라는 우스개 소리를 들으며, 그럴 만 하다며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 그런데 우리 역시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우리 문화유산 1001>을 읽으며 했다.
십수 년 동안 답사 관련 수업을 진행해온 저자 장일규가 다시 전국을 4차례나
돌며 선별한 이 문화유산을 내가 다 보고 죽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책으로나마 접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할까? 이 뿐만 아니라 ‘1001
시리즈’는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만들어지고 있는데, ‘요리;, ‘클래식’, ‘자연절경’처럼
관심이 가는 분야가 참 많기도 했다.
다시 우리 문화유산으로 돌아와서 이야기하자면, 서울권,경기권, 강원권, 충청권, 경상권, 전라권, 제주권, 국외권으로 구별되어 있고, 유적과 유물 그리고 무형유산을 총망라하고
있다. 지역별로 구분되어 있는 점은 일단 자신과 가까운 지역부터 탐구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서 성인이 된 나로서는 서울권에 그렇게 많은 문화유산이 있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분량으로 따져도 다른 지역의 2~3배는 되어 보였는데, 내가 만나본 것은 실제로 많지는 않아서 안타깝기도 했다. 교과서에서
많이 접했던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의 경우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6세기경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국보 78호 뿐 아니라 7세기 전반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국보 83호가 하나 더 있었다. 78호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수식어를 떠올리게 한다면 83호는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국가브랜드를 연상시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또한 학교를 다닐 때, 수없이 지나다녔던 ‘서울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관’도 소개가 되어 있어서 반가웠다. “연희전문학교를 창설하고 초대 교장을 맡았던 언더우드를 기리기 위해 그의 형이 낸 기부금으로 건립”된 건물이다. 최근에 연세대에서 건물을 숫자로 표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해서 아쉬워하던 마음을 더욱 커지게 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황제국을 표방했던 대한제국의 유적들도 기억에 남는다. ‘환구단’과 ‘남양주 홍릉과 유릉’인데, 환구단은 천자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곳인데, 청나라 사신이 머물던
궁자리에 세웠다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철종 이전의 왕릉과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우리나라
유일의 황제릉이라는 홍릉과 유릉을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 책만 있다면, 나만의 문화유산답사 일정을 짜는데 큰 도움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